히에로니무스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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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eronymus Bosch 1450~1516.08.09

1 소개

네덜란드 출신 화가. 본명은 '히에로니무스 반 아켄' 또는 '예룬 반 아켄'(Jeroen van Aken). 환상적이고도 독특한 그림체가 특징이다. 인간의 타락과 지옥의 장면을 소름끼치게 표현하였기 때문에 <지옥의 화가>, 혹은 <악마의 화가>라 불렸다.

사실 이름과 작품 외에 자세한 신상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자료는 길드와 교회에 남겨진 문서들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화풍을 지닌 피터 브뢰헬이 제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핑크레이디 클래식에서도 처음엔 브뤼헐이 보스를 자신의 스승이라 말했다가, 나중에 실제 사제관계가 아닌 그림을 참조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설정이 바뀌었다.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둘의 활동 연대를 비교하면 두 사람이 실제로 사제관계였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보스의 사망 추정연도는 1510년, 브뤼헐의 출생 추정연도는 1520~1530년 사이다.

2 독특한 화풍

그림체가 어떻게 보면 경쾌하고, 어떻게 보면 기괴하다. 벽화라는 것을 감안해도 인간의 크기를 작게 그리고, 대신 수많은 인간을 그려넣어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연출한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지독한 염세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죄악을 풍자하는 그림이 대부분이다.

이 죄악의 풍자라는 게 굉장히 에로틱하면서도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사람을 집어삼키면서 동시에 배설하고 있는 새 머리 괴물이라든가, 꼬챙이에 꿰뚫리고 있는 사람이라든가. 그렇지만 이 풍자들 중 많은 것들은 현대 미술에나 등장할 법한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500년을 앞서간 천재로 불린다. 또한 전체적인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는 구도는 작게 그려놓은 인간들과 달리 정말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위의 현대 미술에나 등장할 법하다는 그림들 때문에 미래인 내지는 외계인 떡밥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확실히 저런 주장이 튀어나온 게 이해가 될 정도로 현대적인 구도가 많다. 사람을 집어삼키는 동시에 배설하는 새머리 괴물이 앉아 있는 의자는 수세식 변기를 연상시키고, 머리에 둥근 유리구를 뒤집어 쓴 사람은 우주인을 연상시킨다. 거기에 허리가 끊어진 채 속이 텅빈 한 남자의 토르소는 확실히 그 시대 사람의 작품이라기보다 현대 미술의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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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인 삼면화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혹은 정원)의 왼쪽 날개 하단 디테일. 프라도 미술관 소장

이것이 논란이 되는 외계인/미래인 떡밥의 중점. 저 의자는 수세식 변기, 혹은 외계의 발전된 변기이며 괴물 밑의 초록색에 둥그런 유리 머리를 가진 생명체는 외계인/미래인 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그림에 나오는 성채는 로켓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저 떡밥을 진짜로 믿으면 곤란.

기괴한 그림 때문에 이런 저런 오해를 많이 받은 화가이다. 그 중 하나는 그가 이 그림을 인간의 무의식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건데 이것도 미래인 설 만만치 않은 병크. 15세기 중세인을 20세기의 관점으로 이해하려 든 데서 벌어진 실수다. 사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은 상당히 교회의 메세지를 충실하게 전하고 있다. 그는 타락한 세상과 지옥을 그림으로써 기독교적 가치의 상실로 인해 발생한 세상의 혼란과 타락한 인간상을 자비 없이 풍자하고 꾸짖었다. 타락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그는 예수와 성자들의 삶에 눈을 돌린다. 근엄한 아기예수나 광야에서 수행하며 악마의 유혹을 뿌리친 성 예로니모 등을 그림으로써 그는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성자들을 본받아 하느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이는 교회의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했고 교회는 그를 꾸준하게 후원했다. 교회의 후원 덕에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그의 기괴한 그림과 풍자는 네덜란드 속담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거나 설교서의 삽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이다. 예를 들면 <건초 수레>는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건초더미일 뿐이다."와 "신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물건들을 건초더미처럼 쌓아두었지만 사람은 건초수레를 독차지하려 한다."라는 네덜란드 속담에서 모티브를 얻어왔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라는 속담을 나타내기 위해 발이 없는 '동물' 말이 빠르게 달리는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또한 보스의 그림에서 나오는 괴물들의 원형은 네덜란드에서 당시 출판되던 설교서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모티브는 속담이나 삽화에서 따 왔지만 보스는 자기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핑크레이디 클래식에서는 지옥을 만드는 괴팍한 노인이자 출연한 화가 중 유일하게 악역에 가깝게 묘사되었는데... 실제로는 고지식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을 확률이 99%다. 교회 문서를 보면 아버지와 형제들도 수도원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며 말년에는 무료로 봉사까지 했다. 저 지옥같은 그림도 '지옥을 만들어야지 우헤헤' 라는 사고방식보다 '너네 착하게 안 살면 이렇게 된다 이 우민들아',"속죄해서 하느님 나라로 돌아가라!" 라는 뜻이 더 강하다. 보스 사후 보스의 그림을 모사하고 참고하는 화가들이 많아지면서 엄숙한 고해를 목적으로 그린 그의 그림이 악마의 형상들이 가득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천재성이 수그러 드는 것은 아니다. 언어 유희적 요소라 해도 이런 수많은 인간 군상과 조형을 현대에 와서도 세련되어 보일 정도로 배치해 놓은 것은 그의 천재성을 잘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보스의 그림은 후대 초현실주의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3 기타

참고로 저 그림을 좋아했던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스페인의 펠리페 2세다. 젊었을 적부터 압박에 시달린데다가 말년에 늘 우울했던 그는 그의 그림만 보면 표정이 풀어지곤 했다.

미우라 켄타로베르세르크 34권에도 보스의 그림을 오마주한 그림이 나온다.

여담으로 많은 외국인 이름이 그러하듯 한국어로 표기할 때도 이름이 제각각이다. 이 항목은 보스로 작성되었지만 보쉬, 보슈라고도 많이 표기된다. 보스라고 하면 왠지 미술가보단 어디 거물 같잖아. 보스의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로는 히에-로니뮈즈 버스([ɦijeːˈroːnimʏz ˈbɔs])라고 읽는다. 강세는 "로"와 "버"에 있다.

마이클 코넬리의 추리소설 시리즈 해리 보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보슈의 본명이 히에로니무스 보슈로, 주인공의 어머니가 이 작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여담으로 그의 동료나 지인들은 히에로니무스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해리라는 애칭을 많이 쓰고, 처음 그의 이름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읽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특유의 초현실적인 분위기 덕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게임,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에서 오마쥬 되었다. 작중 루트릿지 정신병원에서 앨리스를 진찰했던 의사의 이름이 히에로니무스 Heironymous 윌슨이다.

핑크레이디 클래식에서는 헤르만 괴링과 의기투합해 지옥을 만들었고, 붙잡혀온 윤현석에게 다친 오른팔로 지옥의 풍경을 그리는 벌을 주었지만 보스의 지옥으로 끌려온 파블로 피카소를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려는 현석의 제안[1]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피카소가 완성한 '납골당'을 보고 감동한 보스는 두 사람을 풀어줬고, 반 메헤렌이 괴랑과 함께 '납골당'의 지옥으로 떨어질 때 자신의 죗값을 치르겠다며 스스로 뛰어들었다.

사실 핑크레이디 클래식은 어떻게 보면 보스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메리 수 및 악담에 가깝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스의 이미지를 괴팍하고 음험한 염세주의자로 박아버린데다가 우영욱이 자기처럼 인간성이 개판이어서였는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역량에 압도당하는 내용이니. 위에서도 말했지만 보스의 그림은 교회를 찾는 일반 대중을 위한 경고 및 풍자의 성격이 강한 그림이었다. 중2병 넘치게 지옥을 구현하자는 게 그의 의도가 아니라 '이렇게 무서운 곳 가기 싫으면 착하게 살자' 라고 말하는 게 그의 의도였다. 거기에 당시의 보스에게 피카소의 그림을 보여주면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게 그림이냐?' 라고 반응할 게 분명하다. (...)

신만이 아는 세계 13권 첫페이지에도 보스의 그림이 등장.

영화 킬러들의 도시에서도 이 사람의 그림 중 '최후의 심판'이 중요한 영화적 소재로 쓰였다.
  1. 당신이 상상도 하지 못한 지옥을 피카소가 그려낼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