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일본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서 허세만 부리다가 광탈한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을 기록한 페이지.

1 또다시 시작된 4강드립

이 대회에 출전한 일본은 목표를 아주 크게 세웠다. 근데 그 목표랄 것이 원정 4강 진출.

그런데 이제는 거론도 되지 않는데 일본의 월드컵 4강 운운은 무려 16년전 오카다 감독이 하던 말이기도 하다. 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하던 말이었는데 국내 언론에서는 당연히 헛소리로 씹었고 그 결과는 잘 아실 듯. 3전전패로 조 4위 진출(?)을 해냈다. 그리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먼저 월드컵 4강에 진출했으니 일본으로서는 은근히 배가 아팠을 듯 하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일본의 월드컵 4강에 대해서 국내에 보도된 건 없기에 이때도 같은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때도 조 4위 그나마 오카다 감독이 다시 일본 국대 감독을 맡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2번째 16강 진출을 이루긴 했다. 헌데 또 2010 월드컵을 앞두고 오카다는 일본의 4강 확신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때 일본 축구협회 반응을 봐도 역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4강 진출을 신경쓰며 4강이라도 우린 3위를 거둬 한국보다 더 잘하겠다고 했던 걸 알 수 있다. 여하튼 이렇게 이전부터 4강은 갈 수 있다다고 일본에서 자주 그랬다는 거다.

그래도 이번 월드컵에서 사실 4강은 과한 감이 있어도 당시 일본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나올 만한 목표이긴 했다. 2010년 월드컵 원정 16강에다 아시안컵 우승. 2014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 등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의 포스였고, 2010년 월드컵의 호성적을 계기로 해외파가 늘어나며 전력은 4년 전보다 더욱 튼실해진 상황. 컨페더레이션컵에서는 3패를 하긴 했으나 브라질, 멕시코, 이탈리아를 맞아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고, 월드컵을 앞두고 벌인 평가전에서는 네덜란드에게 2-2로 비기고 벨기에에게는 3-2로 승리. 또한 팀은 다르지만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과 올림픽 대표팀의 4강 진출로 인해 일본 축구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 이렇듯 굳이 일뽕이 아니더라도 이번대회에서 일본이 선전할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월드컵 본선 조편성도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그리스라는, 정말 좋은 조 편성이 걸렸다. 개최국 바로 옆 동네 콜롬비아만 조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그리스는 한국에게도 진 전적이 있다보니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 드록신만 조심하면 될 상황이었다.

2 현실

사실 제대로 알아 봤으면 일본이 그다지 잘하는 팀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홍명보호가 워낙 막장이라 자케로니호가 주목을 덜 받는 면이 있지만 일본 대표팀도 해외파와 국내파 간의 파벌이 형성되어 조직 자체가 공중분해된 상황이었고, 여기에 국제 축구 무대에 어두운 건 한국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1]

그리고 맞이한 조별리그 1차전 코트디부아르 전. 그들이 경계하던 드록신은 벤치에 앉아 있었고, 일본 응원단이 많은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좋은 듯 했다.

전반 16분 혼다 게이스케의 선취골이 터지며 일본이 1-0 리드를 잡았다. 이 때만 해도 원정 4강은 불가능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분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그 후 전반 동안 코트디부아르가 공격을 주도했지만 일본 수비에 막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15분 코트디부아르는 신으로 불리는 그 분이 교체로 그라운드에 들어왔고, 5분 안에 두 골을 일본에 먹이면서 1-2 역전패를 이끌어냈다. 지켜보던 국내 축팬들이 전부 뒤집어지며 드록신을 찬양한 건 덤이다.

그래도 코트디부아르 전은 드록신에게 털렸다고 자위하던 일본. 다음 경기는 최약체인 그리스였다. 대한민국이미 이긴 적이 있었고 평가전에서도 다시 비슷한 점수차로 발라버린 바 있는 그리스를 상대로는 당연히 이길 것이라 전망했건만...그리스가 1명이 퇴장을 당했음에도 일본이 이기지를 못했다.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마지막 콜롬비아전의 부담이 매우 커졌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콜롬비아전. 일본은 초반에는 그럭저럭 대등한 경기를 하며 1-1로 맞섰지만, 후반에 콜롬비아가 주전 선수들을 차례로 넣기 시작하자 털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후반 38분에는 콜롬비아가 골키퍼를 교체하면서 일본을 가지고 놀았고, 그렇게 일본은 1-4 관광을 가고 말았다. 8년 전과 똑같이 당했다. 나라만 브라질에서 콜롬비아로 바뀌었을 뿐.

3 결론

결국 그들의 4강 꿈은 그대로 4요나라4스가[2]

평가전은 어떻게 치르든 평가전이었다는 결과를 확인시켜줬다. 평가전에서 이긴 코스타리카와 벨기에는 문제없이 1위로 16강에 올랐던 걸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아시아 팀들이 몰락한 이번 월드컵에서 만약 일본이 굳이 목표대로 4강까지 갈필요없이 8강, 아니 16강진출에만 성공했어도, 아니 그리스 상대로 최소한 1승만 챙겼어도 이렇게 비웃음거리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당장 2010 월드컵 때도 오카다 감독이 4강을 목표로 잡고 16강에 머물렀지만 16강전이 지루했던 걸 제외하면 아무도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평가전 결과가 어떻든 결국 본선에서 못하면 말짱 꽝이라는 것. 평가전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4강을 목표로 잡았지만 정작 본선에서 부진하면서 그것이 결과적으론 허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침체에 빠진 일본축구는 다시 재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도약에 나섰으나... 재건에 성공한 이웃 나라와는 반대로 아시안컵의 광탈 등 부진에 빠지기만 했으며, 이는 현재진행중이다.

여러 모로 일본 대표팀에게 이번 대회는 8년 전 대회인 2006 FIFA 월드컵 독일의 데자뷰였다. 무서울 정도로.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다가 후반전에 10분도 채 안되어서 연속으로 골을 내주며 역전패한 것은 히딩크의 호주에게 패한 것과 유사했고, 2차전에서 불리한 상황이 아닌데도 졸전을 펼치다가 0:0으로 무승부가 난 것은 크로아티아 전과 매우 유사했다. 오쿠보 요시토가 말도 안되는 헛발질을 날린 것은 그 유명한 신칸센 대탈선슛과 판박이. 무엇보다 3차전에서 전반전에는 그나마 대등하게 나가다가 후반전에 대량 실점을 당해서 와르르 무너지고 상대팀이 골키퍼를 교체할 정도로 여유있게 나간 것은 브라질전과 거의 똑같았다.

4 여담

대회 결과 코트디부아르콜롬비아는 졸지에 대한민국의 형제국이 되었다. 이왕에 그리스도 넣어줘도 될 듯


Japanese fans stayed behind after the game last night to clean their section of the stadium. Class act. pic.twitter.com/av1hzs4eXY

— World Cup 2014 (@Brazil14WC) 2014년 6월 15일

여담이지만 일본 대표팀과는 별개로 일본의 응원단들도 브라질 현지에서 화제를 낳았다.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 쓰레기를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싸그리 청소해서 가버린 것. 저쪽의 상식으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미덕이지만 이미 버려진 쓰레기까지 청소해서 가버리는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고(…).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는 일본 응원단은 쓰레기만 주우러 갔다며 자책하고 있다...

또, 일본의 월드컵 4강 허세를 곧이곧대로 믿고 관련 마케팅을 준비한 각종 업체는 당연히 죽을 쑤게 되었으며, 그 중에는 아예 극장판을 축구 이야기로 준비한 가면라이더 가이무도 있다.
  1. 오히려 어설프게 알았기에 한국처럼 국가대표팀을 전면 개편하는 강수를 두지 않았는데 이게 아시안컵 8강탈락의 원인이 된다.
  2. 이 드립은 실제로 MBC에서 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