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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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훈련을 하는 병사들이 CS복을 입고있다.

군대에서 흙바닥을 박박 기어야 하는 강도 높은 훈련(예를 들어서 신병 기초군사훈련 및 유격이나 각개)을 받을 시에는 전투복이 아무래도 상하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 사용하는 것이 CS복이다. 참고로 CS란 국군이 사용하는 보급기호중 하나로서 '폐기 대상이지만 아직 사용가능한 물품'을 뜻하는 기호다. 비슷하게 A급의 A는 신품, B급의 B는 사용가능품의 기호이다. 또한 미군측에서는 CS가 Combat Service란 뜻으로, 훈련용 기재를 통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병사들 사이에서는...

1. CS가 최루가스의 일종인 CS를 뜻한다는 추측이 있다. 아마도 유격과 항상 병행되기 마련인 가스 실습과 연관을 지어서 이런 추측이 나온 것 같다.
2. Combat Suit의 약자라라는 설도 있다.
3. 받아봤을 때의 상태를 근거로 X발 X레기의 약자라는 소리도 있긴 하다(...).
4. C급 스페셜(폐급 중에서 최상품..)의 약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요런 민간어원설(?)도 있다.

부대에 따라 CS복이라는 호칭 대신 침투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며 그냥 '폐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놈을 입을 때는 상의를 하의에 넣지 않고 빼는데, 비단 훈련 때만이 아니라 보통 때에도 이렇게 상의를 빼게 해 달라는 요청이 국방부에 오래 전부터 올라갔다.

보통 부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유격 훈련 직전에 부대원들에게 임시지급되며, 해당 훈련이 끝나면 세탁 후 반납한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은 그냥 옛날 군복으로 어차피 낡은 것이니 구르다 찢어져도 상관없는 옷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는 민무늬, 경우에 따라 얼룩무늬 군복이 있다.

민무늬의 경우 오래된 것은 70~80년대에 아버지, 삼촌뻘 되는 분들이 지금 얼룩무늬처럼 제식으로 입고 구르다 전역할 때 반납한 물건들이라 매우 낡았으며(부대마크계급장 등을 장착했던 흔적이 선명) 그간 한국 남성 평균체형의 변화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현재 청년들이 입어보면 전반적으로 좀 작고 꽉 낀다는 느낌이다. 특히 바지통이 현용 군복에 비해 상당히 좁다. 참고로 단추를 실이 아닌 철사(...)로 묶어 버린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걸 입고 하는 훈련이 거의 다 혹독하기도 하고, 옷을 털다 보면 단추가 잘 떨어져서 계속 달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흙이 좀 많이 묻으면 아예 옷을 땅에 내리쳐서 털기도 하니 오래 버틸 수가 없기 때문에 별 수 없는 듯.

아무튼 아버지-삼촌들이 현역시절 입고 굴렀고, 그 후로도 수십년간 유격 등에 사용되며 혹사당했을 터인데도 외양이 좀 많이 너덜너덜한 점을 빼면 옷으로서의 기능은 훌륭히 하고 있는 점이 놀라운 물건이다. 누가 입든 전쟁포로 혹은 장기수용 죄수를 연상케 하는 탁월한 효과는 덤. 하지만 세월은 못 이기는 탓인지 가끔 가다보면 엉덩이 부분이 헤져서 실밥이 풀려 항문이 노출되는 옷도 있다.

최근에는 국군이 신형 디지털 픽셀 전투복(통칭 화강암패턴 전투복)을 만든 덕분에 이전에 사용하던 6색 사막전투복(미군의 90년대 사막위장무늬를 채용)을 CS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확실히 구형전투복의 마지막 행선지인듯하다.

보수가 힘들 정도로 망가진 옷은 당연하지만 폐기처분한다. 지금 남아있는 CS복은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것들이라 그나마 전쟁포로 간지라도 풍길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