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崗岩
Granite
규장질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화성암. 순우리말로는 '쑥돌'이라고 하는데, 1970년대만 해도 자주 쓰던 말이었지만 요즘은 화강암이란 표기에 밀려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분홍색에서 흰색 계통의 색깔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며, 종종 조금씩 들어가있는 흑운모나 각섬석 때문에 검은 점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술적으로는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암석을 지시한다.
1) 조립질(coarse-grained) : 구성 광물의 크기가 크다. 보통 눈으로 광물 구별이 가능할 정도를 말한다.
2) 화성암(igneous rock) :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것.
3) 필수광물(essential mineral) : 석영, 사장석, 포타슘장석(K-장석)으로 되어 있어야 하며, 포타슘장석의 함량이 사장석의 함량보다 많아야한다.
3번 조건의 정량적인 제한 조건은 QAP(Quartz-Alkali feldspar-Plagioclase) 삼각도표를 통해 정의할 수 있다.
화강암 혹은 이에 준하는 암석의 생성은 (1) 마그마의 분별결정작용 및 동화작용을 통한 진화 산물 (2) 규장질 암석(지각 암석)의 부분용융(anatexis)을 통한 생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변성암석학과 화성암석학의 접점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구별해낼 것인가는 지질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 중 하나이다.
화강암은 단단하고 방향성이 없어서 [1] 쪼개기가 어렵다. 또한 구성 광물 중에서 석영 등 물의 풍화에 강한 광물이 많아 건축에서 선호하는 암석 중 하나이다. 현지에 풍부한 대리석으로 만든 고대 그리스 조각상에 비해 고대 한반도의 불상들이 투박한 편인 것은 이 탓이고, 그 중 석굴암과 같은 문화재는 가공하기 어려운 단단한 돌을 말 그대로 깡으로 깎은 것이라 전문가들의 찬탄을 받는다. 한반도를 이루는 주요 기반암 중 하나인 편마암은 여기에 비해 풍화에 대한 저항이 다른 편이라, 하천의 침식에 따라 춘천을 비롯한 분지들이 형성되며 그릇꼴을 이루게 되는 주요 암석이기도 하다.[2] 화강암도 풍화가 되는데, 사장석은 고령토같은 부드러운 상태로 바뀌며 운모는 결결이 흩어져서 쪼개진다. 가장 단단한 석영은 풍화가 거의 되지 않지만, 나머지 구성 광물이 무너면서 결속력이 없어지니 모래가 되어 부스러지고 씼겨서 하류로 흘러내려간다. 그래서 우리 나라 강 하구와 바다에서 보는 희고 고운 모래의 대부분은 화강암에서 유래한 석영질 모래이다. 그대로 퍼서 유리 제품 제조에 써도 될 만큼.
우리나라의 화강암은 대보화강암과 불국사화강암으로 분류된다. 시기와 지역이 다른데, 대보화강암이 먼저 생성되었고 한반도 중남부에 널리 분포하는 반면, 불국사화강암이 나중이고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큰 분지나 골짜기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풍화에 강하다 보니 산 정상부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금강산이나 설악산, 북한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노출된 암석으로 된 산체(山體)을 준평원상의 잔구라고 부르며, 노년기 지형의 하나이다. 보통 이렇게 풍화된 상태는 기기묘묘한 형상을 하기 때문에 기암괴석(奇巖怪石)이라 부른다. 설악산 공룡능선, 금강산 만물상이 대표적.
색조를 살짝 바꿔보면 왠지 그럴싸한 위장 패턴이 된다. 여기서 따온 것인지 대한민국 국군의 신형 위장패턴의 이름도 화강암 패턴.
참고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다른 암석에 비해서 많다.[3] 이는 아르곤으로 붕괴되는 포타슘의 함량이 높고, 우라늄이나 토륨의 함량도 같이 높기 때문이다. 화강암 지대의 방사능 수치가 다른 곳보다 높은 이유. 그래서 국토의 대부분이 화강암과 변성암으로 구성되어있는 우리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자연 방사능 수치가 높은 편이다. 상부 대륙지각의 주 구성 암석이기도 하다.
P-700 그라니트 대함 미사일의 '그라니트(Гранит)'가 화강암이라는 뜻이다. 여담으로 전작인 P-500 바잘트(Базальт)의 뜻은 현무암.
화강암의 좋은 특성 중 하나는 암석이 균질(homogeneous)하고 내부 구조가 없어 잔류 응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화강암 소재 자체의 뒤틀림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이 때문에 초 정밀성을 요구하는 반도체 장비 혹은 측정 장비에는 화강암이 주춧대로 많이 쓰이고 있다. 석정반을 만들기도 한다. 컬링에 사용되는 스톤 재료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