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4대 복음서는 각각 (한국 가톨릭 음역에 따르면) 마태오 복음서, 마르코 복음서, 루카 복음서, 요한 복음서이다. 이중 마태오, 마르코, 루카는 공관 복음서라고 묶어 부르는데 공관이란 '공통된 관점'이라는 뜻이다. 물론 완전히 공통된 관점이란 있을 수 없지만, 요한 복음서와 비교하면 공관 복음서들끼리는 서로 많이 비슷하다.
번역문에서는 얼핏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리스어 원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보고 썼음이 명확하다. 이전까지 마르코 복음서는 일단 복음서로 인정은 하지만 교회 전승에서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는데, 내용이 짧고 다른 공관 복음서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다른 복음서의 요약본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성서학에서는 마르코 복음서야말로 마태오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를 쓸 때 저자들이 참고한 "자료"였다고 본다. 마르코 복음서를 보고 마태오 복음서, 루카 복음서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르코 복음서와 다른 복음서 내용이 많이 겹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태오 복음서/루카 복음서에서 서로 겹치는 부분 중, 마르코 복음서에 없는 부분이 있다. 분명히 겹치는데 마르코 복음서에는 없다 : 그러니 뭔가 공통된 다른 자료가 있었을 것이다 - 하고 판단들 했다. 그래서 나온 가설이 Q 사본이다. 독일어에서 '원천'을 가리키는 단어인 크벨레(Quelle)의 머릿글자를 딴 약자다. 우리말 번역에서는 Q 사본, 예수어록, Q 복음서 등 여러 가지 번역어가 있다. '이출전설'이라는 번역어도 있는데, '출전이 2가지'라는 뜻이다.
'예수어록'이라는 번역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Q 사본은 예수의 '말씀'만 기록했다고 주정한다. 기적 이야기는 없이 말씀만 모았다는 것이다. 사실 기적 이야기 모음집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태오 복음서나 루카 복음서에 기록된 기적 이야기를 보면 순서가 같기 때문에 공통된 기적 모음 자료가 있어 참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현대 성서학계의 주된 학설에 따르면, 제일 먼저 Q사본이 있었고, 좀 뒤에 Q사본과 별개로 마르코 복음서가 씌었으며, Q 사본과 마르코 복음서를 자료로 삼아 마태오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가 쓰였다. 마태오 복음서의 저자와 루카 복음서의 저자는 Q 사본과 마르코 복음서 말고도 자기 나름대로 독자적인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영지주의 외경인 토마스 복음서는 공관복음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공관 복음서의 원천자료와 관계가 깊은 자료를 모아 쓰였다(허다한 외경 중에서 토마스 복음서가 주목받는 이유다).
몇몇 학자들은 복음서와 토마스 복음서를 바탕으로 Q사본은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 하고 나름대로 재구성을 해 보기도 했다. 뭐, 오리게네스가 쓴 '켈수스 비판'에서 부분적으로 인용한 구절만을 근거로 켈수스가 쓴 그리스도교 논박서를 재구성해보려고 한 용감한 학자도 있으니…
여러 복음서 관련 서적 거의 대부분이 Q사본 가설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자기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 지식은 있으리라 가정하고 쓰기 때문에, 정말로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뭔 소린지 모르기 십상이다.
Q사본 가설에 따르면 마르코 복음서가 마태오 복음서/루카 복음서의 자료가 됐기 때문에 마르코 복음서가 좀 더 원형에 가까운 문장을 써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겹치는 부분은 대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몇몇 구절은 거꾸로 마르코 복음서가 마태오 복음서나 루카 복음서를 보고 쓴 듯 보여서, 소수긴 하지만 Q 사본 가설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학자들 의견에 따르면 복음서가 쓰이는 동안 관여한 전승/편집적 요소는 훨씬 복잡하다. Q사본 가설은 글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지만, 반대하는 학설은 매우 복잡해서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개중에는 (아마도 예루살렘의 원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작성했을) 유다계 자료와 비유다계 공동체에서 유래했을 자료가 서로 합쳐지고 편집되어 최종적으로 공관 복음서가 됐으리라 보는 설도 있다.
대표적인 유다계 복음서로 간주되는 마태오 복음서를 비유다계 저작으로 보는 학자도 있을 정도이니(유대교에 대한 무지가 마태오 복음서 일부에서 보이기 때문) Q 사본을 확정된 사실로 간주하지 말고, 한 9할쯤만 받아들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