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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ment[1]
경우에 따라 머리말(Preface)로 대체되거나, 논문사사(論文謝辭)라는 어려운 말로 불리기도 한다.
논문을 쓸 때, 논문 출판이 최종 결정되고 나서[2] 연구자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감사를 표하는 선택적[3] 단락. 논문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논문과는 별개로[4] 작성될 수도 있다.
논문의 전체 내용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자, 가장 사적이고 부드러운 내용의 글이며, 가장 쓰기 쉽다고 알려진(…)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술세계의 글쓰기 활동이 다 그렇듯이, 감사의 글 역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여기서 문제가 생길 경우 연구자의 대인관계가 상당히 꼬이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심한 경우는 "비윤리적" 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니, 마냥 만만히 볼 부분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면, 감사의 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그 논문이 연구부정행위로 취급되지는 않으며 게재가 취소되는 문제도 없다는 점이랄까.
흔히 감사의 글은 표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연구자로서 출산의 고통에 비견될 법한 소중한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을 상기하고, 그들을 되새기며 진솔한 감사를 표하는 것을 권장한다. 감사의 글을 표절하는 것이 연구부정행위는 아니지만, 이것 역시 잘못되면 여러 사람 어지간히 골치아프게 하는 딱한 처지의 글이 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존댓말로 작성되며, 학계 외부의 사람들을 거론할 수도 있다. 즉 가족이나 친지, 교회와 같은 종교 공동체, 개인적 멘토, 여자친구/남자친구,(…) 약혼자, 심지어는 전 남편(?!!)을 거론하는 것도 가능하다.[5] 전 남편을 감사의 글에 올린 여학생 왈, 전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대학교 교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때의 경험 덕분에 대학원 연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널려 있는 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배우자나 약혼자 정도가 아니라면 이성친구를 거론하지는 않는 게 좋다고.[6] 이유인즉슨 자신이 쓴 논문과 그 감사의 글은 영원히 남는데, 나중에 관계가 깨지고 나서 엉뚱한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면 두고두고 눈총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나오곤 하는 개인적인 감사의 글의 필수요소를 조금 거론하자면 다음과 같다.
- 제 졸고가 출판되기까지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으신 AAA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자신감을 잃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 주신 어머니께 이 지면을 이용하여 못다한 감사를 드립니다.
- 방대한 자료들을 검색 · 정리해 주고, 연구 전반에 세심한 배려를 해 주신 BBB 후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이제 펜을 놓고 다시금 돌이켜 보니, 떨리는 마음을 안고 대학원에 첫 발을 들여놓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도움 속에, 비로소 제가 여기에 작은 열매 하나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의견을 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되새겨 봅니다.
- 제 삶의 본보기요 제2의 부모가 되어 주셨던 CC 스님의 응원에 힘입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간혹 유명 어록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못하면 중2병(?) 같아 보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종종 화려체와 만연체가 뒤섞인 문장도 나오곤 하는데, 감사의 글 역시 학계에 도는 글인만큼 반드시 간단 명료해야 한다. 표현은 "지지, 지원, 격려, 배려, 충고, 의견, 지도, 도움, 응원" 과 같은 일반적이고 무난한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7] 또한 의외로(?) "하늘나라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계실..." 과 같이 망자를 거론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8]
당연한 것이지만 감사의 글이라도 사실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심한 경우 상대방 연구자의 개인적 환심을 사거나, 그 분야의 권위자를 거론함으로써 더 많은 주목을 받으려 하는 사례들도 간혹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감사의 글을 썼다가는 그 당사자에게서 당장 항의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동료평가자나 저널 에디터 역시 거론하지 않는데, 설령 그들의 지적이나 비판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학계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의 표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본인에게 허락을 먼저 득하는 것이다. 이메일 교류를 통해 허락을 요청할 경우에도, 교신저자는 반드시 허락의 뜻이 담긴 답장까지 확인한 후에 거론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긴 하지만, 거론된 사람들에 대해서 Dr. 나 Ms., Mr. 같은 존칭을 붙이는 것도 중요하다. 덤으로, "DDD 교수님은 이 논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히는 바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같은(…) 이상한 소리를 넣는 것 역시 올바른 글쓰기가 아니다.
만일 감사의 글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최우선적으로 당사자에게 진솔한 사과의 편지를 쓰는 게 급선무다. 전적으로 자신의 미숙함과 실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고, 해당 글이 논문과 함께 게재될 저널의 에디터에게 별도로 정오(正誤) 요청을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한지, 더 필요한 조치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후 당사자가 OK사인을 보내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해당 저널의 에디터에게 정오표(erratum)[9] 발행을 요청해야 한다. 그것이 완료된 후에, 당사자에게 다시 연락하여 조치에 만족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교신까지 끝낸다면 사태를 침착하게 봉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연구비 지원단체나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경우 해당 단체는 감사의 글에 표기해야 하는 양식을 미리 정해준다. 그리고 연구자는 감사의 글에다 그것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옮겨적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국문표기 이 논문은 2011년도 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과제번호) 영문표기 The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Converging Research Center Program through the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 (Grant Number) |
(출처)
- This work was supported by grant NO. ###-####-### from ABCD Foundation.
- Supported by DCBA Research Institute under ###-####-###-#####
- ↑ 영국에서는 Acknowledgement 로 쓴다.
- ↑ 출판이 결정되기 전에 감사의 글을 쓰는 건 그냥 설레발이다.(…)
- ↑ 학교나 학과, 연구실 분위기에 따라 다른데, 연구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어라, 우리는 감사의 글 쓸 생각은 아무도 못했는데요" 소리도 종종 나오곤 하는 모양.
- ↑ 심지어는 개인 블로그에 감사의 글을 올리는 연구자들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블로그에서 관련 연구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사례인 경우가 많다.
- ↑ 제리 토머스(J.R.Thomas)의 《스포츠 연구법》 p.752에 실제로 나온 내용이다.
- ↑ 성씨의 이니셜을 따서 그걸로 대체하는 경우는 그래도 괜찮은 모양이다.
- ↑ 연구결과가 잘못되었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때, 감사의 글에 거론된 인물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예의상의 조치로 보인다. 너무 구체적으로 쓰면 감사의 글에 거론된 그 사람도 함께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
- ↑ 이하에 서술되듯이 감사의 글은 상대방의 허락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 corrigendum이라고도 하며, 논문의 논리나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교정 안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