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인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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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인간 : (웃으면서)"미안...나, 죽나보다."
루피의 최후

목차

Bad Taste.

개요

이제는 메이저의 거물이 되어버린 피터 잭슨의 1987년작 뉴질랜드 슬래셔 영화. 그의 첫 감독작으로, 스플래터 코미디 호러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간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식량으로 쓰기 위해 지구를 침략하기에는 좀 역량이 딸렸는지, 대신 작은 마을을 침략하는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피터 잭슨 & 친구들의 이야기로, 반지의 제왕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커녕 피터 잭슨의 초기작인 《천상의 피조물》(1994) 같은 제대로 된 드라마와는 비슷한 구석이 단 한군데도 없는 영화이다. 약 26,000달러의 제작비에 걸맞은 조악한 분장과 함께 흩날리는 살점과 분출하는 피 등 과격한 고어 장면이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주는 작품. 출연자들은 잭슨 본인[2]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이 맡아 신나게 논다 연기한다. 주말마다 조금씩 조금씩 찍고, 평일은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해가면서 무려 4년간 촬영되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전 세계에 걸쳐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뉴질랜드 작은 시골 마을 카이호로에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해한다. 그 뒤 마을 젊은이 4명만이 살아서 무기를 들고 와 외계인들을 잔혹하게(?) 잡는다는 내용. 그 밖에 어리바리한 세일즈맨 1명이 멋모르고 마을에 왔다가 같이 활약한다.

유치한 줄거리에 영상도 너무나 조악하다. 등장하는 적 외계인들은 말이 외계인이지, 한국판 제목의 '고무인간'이 딱 적절한 표현으로 보일 정도로 고무를 뒤집어 쓴 사람인 게 적나라하게 보이며, 연기도 대강 대강 한다. 그야말로 더 봐줄 것도 없는 쌈마이 그 자체. 그러나 이러한 막나가는 점과 독특한 연출 때문에, 분명 취향만 맞으면 재미있다는 점이 인기의 요인이다. 괜히 B급 영화 매니아들이 있는게 아니다. 원 제목대로 악취미와 같은 영화.

이 영화에서 좀 더 영화적인 구색을 갖추면, 좀비 영화인 《데드 얼라이브》가 된다. 이쪽도 가장 인조피를 많이 쓴 영화로 불릴 정도라서 꽤나 고어하다. 그러나 역시 재미있다. 더불어 외계인을 쏴 죽이는 데 빨간 머리끈을 머리에 묶는다든지 패러디도 보이며, 할리우드 액션물에 대한 비아냥거림[3]까지 담고 있다.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 같은 부분도 많은데, 주인공 중 한 명이(피터잭슨이 연기함) 벼랑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쳐서 뇌가 터져 나왔지만 살아있고, 멀쩡히 걸어 다닌다.[4] 오히려 터져 나온 뇌를 도로 안으로 집어넣고, 허리띠로 머리를 묶어서 뇌가 나오지 않게 한다든지. 외계인 하나를 잡아 소리 없이 목을 비틀어 살해하려는데, 척추뼈째로 쏙 뽑아져 살해한다든지, 황당하고 고어적인 장면에 웃기는 요소가 가득하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코미디와 고어의 혼합은 특히 일본 호러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로보게이샤》, 《도쿄잔혹경찰》, 《머신걸》 등 신묘한 영화들이 그 후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피터 잭슨의 작품을 보다가 《반지의 제왕》 등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그리고 《반지의 제왕》 영화화 당시 피터 잭슨이 감독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은 톨키니스트들이 얼마나 불안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경우가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다가 《이블 데드》를 보면….

한국에선 90년 초반에 이 제목으로 비디오가 나왔는데, 특이하게도 비디오가 2가지 버젼으로 삭제판과 무삭제판이 존재한다.비슷한 경우가 죽음의 날(시체들의 낮) 비디오판.

참고로 《더 씽》(1982)과 같이 여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이다.

  1. 여담인데 한국 DVD에선 저 손가락 욕하는 걸 손등을 뒤집어 V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그런데 이게 영국에서 그건 뻐큐 이상의 욕설이다….
  2. 당시에는 꽤 마른 모습이었다.
  3. 외계인은 아무리 조준사격해도 주인공들을 스치지도 못하는데, 주인공들은 대충 쏴도 외계인들이 우후죽순 맞는다.심지어 권총으로 몇방 나무에 숨은 외계인들에게 갈기고 총알을 갈려고 하니까 나무 위에서 외계인들이 죽은 채로 우르르르 떨어져버려 총쏘던 인물까지 멍때린다...그 중 한명은 람보를 풍자하는지 람보처럼 머리띠를 두르고 총을 쏜다.
  4. 다만 좀 많이 미쳐버려서, 떨어지기 전엔 엄마나 찾는 찌질이 같던 인간이 뇌가 박살난 뒤엔 전투력이 급상승해서 외계인이고 사람이고 닥돌하여 전기톱으로 썰어버리려 든다! 나중에는 아예 외계인의 우주선으로 침투해서 무쌍을 펼친 뒤, 더 많은 외계인을 죽이려고 외계인의 모성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