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순정만화 불의 검의 등장인물.
수하이 바토르의 어머니. 원래 아무르 여자였으나 카르마키에 끌려와 야장 귀족의 아내가 되어 수하이를 낳았다. 그런데 온구트의 눈에 들어, 이후 온구트의 후궁이 된다. 이에 수하이의 아버지는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다가 분을 못 이겨 자살하고 이는 수하이가 삐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온구트와의 사이에서는 아들 바란을 낳았다.
세월에 시달린 탓인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게 된 탓인지 그녀도 권력에 아부하거나 카라에게 줄 선물을 수하이의 손에 들려보내는 등 속세에 찌든 모습을 보인다.[1] 배다른 아들 형제들 사이에서 눈물만 흘리거나 비통해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다.(...) 이후 온구트가 죽고 바란이 반란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당하자 그녀도 자살한다. 그나마 어머니에게 위안을 얻었던 수하이는 이후 더욱 미쳐날뛰게 되고, 당시엔 이미 도망치고 없는 아라에 대한 애증이 깊어진다.
2 캐릭터 분석
작중 등장은 적지만, 등장인물간의 갈등구조에서는 반동인물로써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다. 자기 자신이 폭력에 의해 도구화 된 입장이면서, 동시에 아들에게 선물까지 들려 '마녀'의 침실로 들여보냄으로써 타인을 도구화 하는 인물이며, 이러한 특징은 온구트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카라를 도구화 한 것과 겹친다.
또한, 외면적으로 두 아들인 수하이 바토르와 바란을 사랑하는 어머니처럼 보이지만, 온구트가 살아있던 시절에는 바란의 위태로운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수하이를 도구로 이용하면서까지)세력 불리기에 골몰했고, 온구트의 죽음과 카라의 집권으로 수하이가 권력의 핵심에 다가간 이후에는 수하이를 이용하여 바란의 안전과 자신의 권력을 보장받으려고 했던 것.
결국, 바란이 반란에 연루되어 처형될 지경이 되자 자신에게 내심 의지하고 있던 수하이의 속마음은 전혀 모른 채 '네 동생(바란)을 좀 구해줘, 그러면 나랑 쟤는 너랑 다시는 마주칠 일 없는 데로 멀리 떠날게..!'라며 애원하다가 바란이 죽자 자살해 버린다.
이 부분에서 사실 곤지녀는 타인의 도구적 가치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인물로 보이며, 수하이와 바란이 비뚤어진 것에는 이런 어머니의 탓도 상당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사실 소년 시절의 수하이는 어머니가 왕의 첩으로 끌려갈 처지가 되자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의 동포들(아무르족)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겠다고 할 정도로 개념차고 훌륭한 소년이었다.(...) 이런 점에서 곤지녀의 입장은 '원수에게 끌려가 원수의 아이를 낳을 처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라의 입장과 겹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2]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폭력 앞에 순응하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여성상의 부정적 전형이라 볼 수 있으며, 부정한 상황에 굴복하면서 그 틈에서 (자식을 도구로 이용하면서까지) 사소한 이익들을 얻으려 하는 태도는 무능력하지만 교활하고, 힘은 없지만 잔인하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굴종하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는 억누르려 드는 부정적 의미의 대중상에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곤지녀 역시 온구트의 폭력에 대해서는 감히 저항하지 못했으면서도, 온구트보다 더 무서우면 무섭지 덜 무섭지는 않은 카라는 면전에서 악담을 퍼부을 정도로 만만하게 봤는데... 이는 곤지녀의 캐릭터 특성상 다른 억압 구조를 받아들인 것처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구조 역시 받아들이고 이 구조 속에서 약자인 카라를 그만큼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가해자가 된 피해자인 셈이다.[3]
이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수하이는 아라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자들은 결국 비단옷에 금붙이만 둘러주면 누구의 품에서나 행복해한다'는 식의 비뚤어진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고, 아라가 자신의 구애를 거절하며 '아무르 여자는 그런 식으로 안 살아요!'라는 말 한 마디에 열받아서 강간했다.(그 '아무르 여자'인 어머니는 그런 식으로 살았기 때문에...)[4] 게다가 여성, 특히 억압받은 여성에게는 대체로 관대하던 카라조차 곤지녀에게는 적대적이었다. 곤지녀가 자신에게 마녀라며 악담을 퍼붓자 "그래, 난 마녀다. 헌데... 그러는 너는 뭐냐? 지금 가련한 어미 역을 자처하는 네가, 제 아들 손에 금붙이 쥐여주며 내 침실로 등떠밀던 그 곤지녀 맞느냐? 자기 자식 속은 얼마나 까맣게 타들어가든 관심도 없고, 왕이 흘리는 금부스러기나 주워먹기 바쁜 아름다운 후궁 마마, 난 너같은 여자만 보면 짜증이 난다."며 비웃어댔다.[5] 그리고 곤지녀는 저 말에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다만 위 기술은 어찌보면 상당히 편향적 시각에서 본 글일 수도 있는 걸 알려둔다.
만화속에서 그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수하이 바토르의 아버지가 절망해서 술만 마시다 죽었는지 생각해보면 모든걸 곤지녀 탓이라고 기술한 위 내용은 상당히 편중적인 글일 수도 있다.
수하이 바토르가 아무르로 도망가자하자 거절했다고 비난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때 아무르는 멸망 직전이고 작가 설정상 아무르로 돌아가봤자 환향녀 대접밖에 못 받는다고 못박아 두었다. 애시당초 수하이 바토르가 그 당시 소년인데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아무르로 돌아간다는 건 그냥 헤매다가 죽겠다는 소리다. 아라가 아무르 노예 남성들을 보고 반가워서 다가갔을때 욕 먹은 것과 아무르로 겨우 돌아가니 주변 여성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운좋게 갔다해도 좋은 꼴을 못본다.
그리고 바란과 수하이가 사이 좋게 지내도록 애를 쓰는 장면이나 수하이 바토르의 마음을 알고 괴로워하고 바란이 엇나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든 달래려 하는 등 사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내용도 많은데 위 기술은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에서만 쓰였다.
그녀의 최종 목적은 그냥 그 악다구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둘을 데리고 그냥 편안히 천수를 누리는 것이었다.
그냥 역사의 무게에 치인 그 당시 여성이라 보는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본인이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는게 좋을듯.
- 다만, 위의 반론 역시 전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곤지녀에 대한 비판 자체가 '모든게 곤지녀 탓' 이라는 기술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곤지녀 역시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이고, 반면 자신이 입힌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자인 것이지, 덮어놓고 모든게 곤지녀 탓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어도 어리석은 수단을 선택하면 어리석은 것이고,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면 잘못된 것이다. 수하이와 바란이 사이좋게 지내도록 애를 쓰는 건 좋지만, 자신에게 내심 의지하는 자기 아들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고 자신을 증오하거나 혐오할 것이라 착각해서 '바란만 구해주면 다시는 너랑 마주칠 일 없는데로 떠나겠다' 고 말해 오히려 수하이를 멘붕시켜서야, 그 좋은 목적도 무색해질 뿐이다.(...) 그리고, 그저 그 악다구니와 역사의 풍파 속에서 자식 둘을 데리고 편안히 살아남는 것이 곤지녀의 목적이었다면 이는 조금 비겁해 보이기는 하지만,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한 인간의 연약함일 뿐이라고 옹호받을 수 있겠으나, 그런 것 치고 곤지녀는 꽤나 권력지향적이었다.(...)
- ↑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대끼는 여인의 한 모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의 검에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가 고통 속에서 변해가는(성장하거나, 혹은 타락하거나) 여인들의 군상을 나타내고 있다. 곤지녀는 절망하여 변해버린 모습이지만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 ↑ 사실, 임신한 상태로 한겨울에 홀홀단신 도망쳐야 했던 아라보다, 그럭저럭 남자 한 사람 몫은 하던 수하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곤지녀의 처지가 더 좋으면 좋았지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 ↑ 다만 그 전까지와는 달리, 저 때는 진짜로 지금 당장 눈 앞에서 자기 아들이 죽게 생긴 상황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할 듯. 저런 상황에서 제정신일 어머니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본다면 곤지녀의 어리석음이 다른 의미에서 두드러지는데, 이전까지 곤지녀는 자식들 죽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을 적지 않게 벌인 인물이었다.(...) 수하이 바토르에게 선물까지 싸 주면서 카라의 침실에 들여보냈는데, 카라에게 정기를 빨려 죽은 남자는 작중에서도 분명히 나온다. 그리고 온구트의 생전에 벌인 정치공작들도 명목상은 바란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정작 바란은 '이러다가 이복형들에게 찍히면 내 목숨은 누가 보장하냐'며 힘들어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카르마키족의 풍습을 생각할 때 이민족, 그것도 피지배민족 혼혈인 바란이 왕위 계승자가 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었고, 어설프게 권력을 탐내어 위험인물로 낙인찍힐 경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바란이다. 결국, 정말 곤지녀가 자기 자식이 죽게 되어 악에 받힌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그 이전까지 자식들 죽게 만들 일을 일삼아 벌여대던 것은 무엇이냐는 비판 역시 가능하며, 이런 면에서 곤지녀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인물로써 욕망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몰랐던 철없는 인물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할 것이다.
- ↑ 그러다가 곤지녀와 같은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오히려 능동적으로 문제를 헤쳐나가려는 아라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 ↑ 친모인 곤지녀보다도 카라가 수하이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던 셈. 수하이가 카라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