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멧돼지의 여행

1 개요

한국의 전래동화. 둔갑술을 익힌 곰과 멧돼지가 팔도를 유람하다가 인간들을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2 줄거리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멧돼지[1]지리산에서 한가롭게 살다가 문득 팔도유람이나 돌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산, 들, 강을 마음껏 보고 즐기다가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맹수인 이들을 당연히 무서워하며 내쫓았다. 이에 상처를 받은 곰과 멧돼지는 신통술을 부려 인간으로 둔갑하고 돌아다니기로 한다. 오오 학습능력 오오 나이를 따져보니 곰이 멧돼지보다 연상이라 곰은 웅형, 멧돼지는 저동으로 부르기로 한다.

곰과 멧돼지는 처음 쫓겨난 마을에 들러 어느 처녀에게 물을 얻어먹게 된다. 저동은 그 처녀에게 물뿐 아니라 바가지까지 함께 얻는다. 그 후 좀 쉬어갈 겸 어느 댁에 들어가게 되는데 분위기가 흉흉하여 사람들에게 사연을 물어본즉, 그 마을 뒷산에는 천년묵은 커다란 가 살고 있는데 이 게가 얼마에 한 번씩 처녀를 제물로 바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재앙을 내린다는 것, 그리고 내일 그 집 딸이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까 저동에게 바가지채로 물을 건네준 처녀가 바로 그 딸. 이에 분노한 이 축생들은 자신들이 그 요물을 처단하겠다며 나서고 그 집 주인은 그 요물을 물리치면 사례를 톡톡히 하겠다고 한다.

다음날, 저동은 장옷을 뒤집어 쓰고 게가 사는 동굴 앞에 가고 마을 사람들은 제물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제사를 지낸다. 곧 게가 나타나자 저동은 별로 어렵지 않게 게를 제압하지만, 개발리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게가 게거품을 뿜고 난리부르스를 떤 끝에 간신히 도망쳤다. 저동은 하릴없이 마을로 돌아오고, 마을사람들은 요물을 쫓아내었다고 기뻐하려하나 저동과 웅형은 게를 확실하게 처단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 아니라 나중에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 기뻐하는 마을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동굴을 탐색하던 저동과 웅형은 동굴 안에서 깊은 연못을 발견하고 이곳에 게가 있을 것이라 판단, 하지만 인간의 모습으로는 들어갈 수 없기에 거북으로 둔갑해 연못 안으로 들어갔고 저동은 거북이로 변신해서도 바가지를 물고 있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다른 거북을 발견하는데, 그 거북이 자신은 자신이 의원이고 지금 친구인 게가 다쳐서 문병을 간다고 알려준다. 저동과 웅형은 자신들도 문병을 가고 싶다며 동행을 요청하고 결국 셋은 게의 은신처에 도착하게 된다. 다 죽어가는 게를 만나게 된 저동과 웅형은 거북의 모습으로는 싸우는게 영 불편하여 연못에서 나와 본래의 모습인 곰과 멧돼지로 돌아온다. 화들짝 놀란 거북은 무슨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어설픈 쉴드를 치려하나 아뿔싸, 상대는 바로 산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군림하는 멧돼지. 당연히 쪽도 못 쓰고 친구를 버려둔채 도망갔고, 게는 이판사판하는 심정으로 최후의 발악을 해보나 저동과 웅형에게 쪽도 못 쓰고 결국.....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바깥에 널브러진 게의 잔해를 보게 되고 저동과 웅형이 확실하게 요물을 처단한 것을 알게 되어 기뻐하며 그 둘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저동과 웅형은 딱히 원하는 것은 없고 그저 큼지막한 송아지 한마리만 잡아달라고 한 뒤, 마을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거듭 당부를 한다. 저동과 웅형은 둔갑술을 해제해서 원모습으로 돌아왔고 마을사람들이 식겁한 가운데 부지런히 소고기를 먹어치웠다. 다 먹어치운 뒤 그 둘은 유유히 다시 그들의 팔도강산 유람을 위해 마을을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구해준 영물들에게 감사하며 작별인사를 고한다.

3 각색본들

KBS 옛날 옛적에에서 이 동화를 각색한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기본적인 골격은 같으나 멧돼지와 곰은 둔갑을 위해 도사를 찾아가서 3년간 수련을 했고, 결정적으로 둔갑횟수가 무제한에서 세번으로 대폭 너프된 건 아마도 최후의 아련한 엔딩[2]을 위한 제작진의 술수인 듯. 이후 마을사람들은 그들의 영웅들을 기다렸으나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으며, 이후 처녀는 돌아오지 않는 저동을 그리워했고 저동은 마지막 싸움 중에 부숴진 바가지[3]를 보며 처녀를 그리워했다.

2000년 이후로는 '멧돼지 도사'라는 제목으로 멧돼지 혼자 나오는 버전은 둔갑술 제한같은 것이 없이 혼자 간단히 게 때려잡고 쿨하게 마을을 떠난다.

곰과 멧돼지가 함께 나오는 오리지날 버전에서도 둔갑술 제한 같은거 없이 게를 때려잡고 마을 사람들이 열어준 잔치를 즐기다가 몰래 쿨하게 떠나가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아동대상으로 하는 동화치고는 심하게 쿨해서 내용이 좀 싱겁다보니 '옛날 옛적에'에서 내용을 좀 각색한 듯 하다.

  1. 곰은 멧돼지를 저동(猪童)이라 부르고 멧돼지는 곰을 웅형(熊兄)이라 부른다
  2. 엔딩에서 저동이 극 초반에 보고 뿅갔던 처녀(게에게 원래 바칠 제물이기도 하다)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1) 일단 마을로 돌아오기 위해 인간으로 둔갑하고, (2) 게를 찾기위해 거북이로 둔갑했으며, (3) 완전히 때려잡기 위해 다시 동물로 변신한 탓. 이렇게 세번의 횟수를 채웠으니 아 망했어요.
  3. 극 초반에 그 처녀가 물을 따라준 바가지. 신기한게 이 바가지는 심지어 저동이 거북이로 변신했을 때도 매달려 있다. 보다 못한 웅형이 저동을 디스할 정도로 지겹게 보게된다. 이건 원작 동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