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국어파괴라는 본 항목의 이름은 엄밀하게는 국어 파괴라고 해야 맞다. '국어파괴'가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일 단어가 아니기 때문. 혹은 내용에 걸맞게 '국어파괘'라고 불러야 한다.
기존의 한국어와 한글체계에서 용인되지 않는 표현을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말.
많은 곳에서 '한글 파괴'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사실 국어와 한글을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시선에서 와전된 표현이다.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그렇게 쓴다! 엄밀하게는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글자이기에 단어와 문법 등을 잘못 쓴다고 한글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한글항목에서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를 살펴보자.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한국을 벗어나면 한국어나 한글이나 잘 쓰이지 않아 혼동해서 그렇지. 베트남이나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로마자를 쓰지만 그 언어 체계는 라틴어 및 그에서 파생된 언어들과 전혀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조
'신조어'와는 다른 뜻이다. 대체로 해당 단어가 기존의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난감해서 공중파 TV방송이나 일간지 등에서 사용될 정도로까지 정착되면 신조어 취급을 받으면서 사전에도 등재되곤 한다.[1] 그렇지 않은 경우 '국어파괴'라는 취급을 받으며 대차게 까이게 된다. 또한 개별 단어가 아닌 어문규정[2]에 변화를 주는 경우 역시 거의 예외없이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신조어냐 언어 파괴냐를 가르는 요소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판이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언어 사용자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방언을 언어 파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면 대구 방언에서 비롯된 '쌤(선생님)', 인천 방언인 '쩐다(대단하다)' 등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갑자기 유행했기 때문에 이것이 방언임을 모르는 타 지역 사람들은 젊은 세대가 억지로 만든 말로 오해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국어 파괴와 언어순화 운동, 정치적 올바름 운동은 '소수의 언어집단이 다수 대중에게 자신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강요한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단지 모집단이 별 생각 없는 청소년 집단, 국립국어원과 그에 결탁한 일부 자원봉사자, 사회적 소수자로 다를 뿐이다.[3]
2 반대 이론
일부에서는 이 '국어 파괴'가 지속되면 최종적으로는 한민족이 유구한 시간 동안 한국어를 통해 축척해온 문화적 유산을 모두 잃고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질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가까운 주장이다. 언어는 그 형식이 시시각각 변하지만 항상 그 구성원들의 사유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만큼의 표현력을 갖추고 있고, 만약 부족하다면 즉각적으로 이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나라에나 젊은 세대가 쓰는 거친 말이나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조선 정조 때의 '문체반정' 등.
그리고 국어 파괴는 부정적인 입장에서 그렇게 묘사하는 것이고, 사실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잘 드러내는 예시이기도 하다. 애초에 언어라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약속이라고 봐야 하는데 (특히 표준어 규정을 들먹이면서) 무조건 이렇게 써야 한다! 바꾸면 안 된다! 라고 주장하는 건 어떻게 보면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좀 과격한 측에서는 국어 파괴 운운하는 건 신세대 문화를 이해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늙은이들이 꼰대질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래 정당화론에도 언급되듯이 '소수의 사용자가 다수에게 강요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소수의 사용자'에 속하는, 대표적으로 청소년들이 과연 그 언어에 대해 잘 모르는 '다수'와 대화를 할 때에도 그러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자. 소수의 사용자들은 그들의 언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과는 표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소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러한 말투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만이다.
외래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해서 한국어가 소멸될 리는 없다. 외래어는 애초에 그 개념 자체가 외국에서 생겨난 거라 한국어에 마땅한 말이 없는 경우 그걸 들고 와서 쓰는 경우인데, 실제로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 문법이나 표현이 변하지는 않는다. 한국어가 소멸되려면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의도적으로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원래 한국어에 있던 표현을 억지로 외국어로 바꾸려고 하는 한국어 화자는 없다. 외국 문화권에 익숙해서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거나 외국물 좀 먹었다고 허세 부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통신 용어의 사용도 사실 별 문제는 아닌 게, 통신 용어라는 건 온라인 상에서 타자의 편의성이나 재미, 감정 표현 등을 위해 만들어낸 것뿐 오프라인에서 그걸 말이나 글로 쓰고 있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러기도 어렵고. 그리고 거의 모든 통신 용어는 유행이 지나면 사어가 되어 버린다. 이를테면 한때 유행했던 '방가방가'같은 표현을 요즘 누가 쓰는가?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는 것.
3 정당화론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젊은 세대가 쓰는 거친 말이나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 등에 민감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상스러운 탓이라면 상대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이 소통하는데 적절한 어휘인지 생각해 본다면 말이 달라진다. 10대만 쓰는 은어, 인터넷 신조어는 60대도 알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20-30대에게도 당황스럽다 사실 국어 파괴라고 느껴지는 것이 언어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뜻을 암시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 일시적 유행일 수 있는 용어를 다수 만들어 낸다. 만약 이를 모두 '표준어'와 대등한 자격으로 인정할 경우 따라잡지 못하는 측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인터넷 신조어를 소수가 다수에게 강요하는 것이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보수적인 측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표준어는 '전 국민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반대 이론에서 언급된 문체반정은 사실 국어파괴로 인한 반응이라기보다는 기존 문체에서 벗어난 열하일기 등의 문학에 대한 반발 때문에 시행된 것이다. 게다가 그 기존 문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나는 가수다'라고 기존문학이 표현한 것을 '나는 열정적인 가수다' 정도로 미사여구를 쓴 것에 불과하므로 요즘 문제되고 있는 인터넷 신조어와는 궤를 달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