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포탄/미사일이 목표물에 직접 명중하지 않고 근처에서 터지는 것이 유리한 경우나, 혹은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했을 때도 어느정도 피해를 주기 위한 보험 차원의 용도로 쓰인다.
이 방식의 신관을 쓰면 정확하게 조준하지 않거나, 적이 회피하더라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명중률이 상당히 올라가는 이점이 있으나,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기존 신관에 비해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많이 쓰이는 것으로 자기장 감지방식, 전파방식, 레이저방식등이 있다. 사실 현대의 대공화기는 거의 대부분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아슬아슬하게 미사일이나 포탄이 빗겨가거나 하는 일(마크로스의 이타노 서커스라든가)은 없다시피 하다.
과거의 대공 미사일들은 근접신관 신호만 들어오면 그냥 터져버렸지만, 최근의 대공 미사일들은 근접신관 신호가 들어오면 그 방향까지 파악하는 것들도 많다. 방향이 확인되면 한쪽 방향으로 폭발 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폭약을 이용하여 폭발력이 그쪽 방향으로 집중되도록 해서 더 적은 탄두로도 더 확실한 살상률을 보장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식들이 존재한다. 탄두 자체에 기폭장치를 여러방향으로 두어 기폭위치를 결정하여 그쪽으로 폭발력이 전달되도록 하기도 한다. 또한 탄두내에 여러방향으로 탄두를 변형시키기 위한 소형 장약들이 들어있는 것들도 있다. 이것들은 터지기 직전 한쪽 방향으로 탄두를 찌그러트린다음 주장약이 터지도록 하여 일종의 성형작약처럼 폭발력이 한쪽으로 집중되도록 한 것들이다.
한편 근접신관이 너무 강조되다보니 미사일이 무조건 근접신관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근접신관을 사용하는 미사일들은 충격신관을 겸비한다. 이는 대공 미사일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대공 미사일의 근접신관은 옆구리에 달려있으며 옆구리를 스쳐지나가는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작동한다. 대부분의 경우 표적인지 아닌지 신관은 판단하지 않으며 그저 근접한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작동한다는 개념. 대신 대공미사일은 정면의 표적에 대해 근접신관이 작동하는 경우는 없다. 정면에 표적이 있다면 그대로 직격하는 것이 훨씬 확실하게 표적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근접신관은 표적에 미사일이 명중하지 못했을 때에 대비한 보험인 셈. 이것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곤란한 경우도 있다. 미사일을 실제 사격하는 시험에서는 대부분 실험조건이다보니 미사일이 거의 표적에 명중해버린다. 그렇다고 일부러 빗나가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실사격 시험중 근접신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기가 곤란하다고... 천궁의 경우에도 개발과정에서 여러번 실사격을 했는데 대부분 명중해버려서 정작 실사격 시험중 근접신관은 거의 작동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일부러 표적 상공에서 터져서 넓은 범위에 피해를 줘야하는 공중폭발 방식의 포탄이나, 일부러 배 밑에서 터져서 소위 말하는 버블제트 효과를 내야 하는 대형 어뢰들의 경우에는 직격하는 것 보다 근접신관이 본래의 목적에 더 적합한 상황이 된다.
2 종류
2.1 자기장 감지방식
무기의 목표물이 주로 금속재질인 것을 감안하여 발명되었다. 선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금속덩어리이므로 주변의 자기장을 교란시키고, 신관은 이러한 교란된 자기장을 감지하여 기폭하게된다. 선박공격용 중(重)어뢰나 기뢰가 이러한 신관을 많이 사용 중이다.
특히 중어뢰의 경우 선박에 직접 부딪혀서 터지는 것이 아니라 선박 밑을 지나가다가 폭발해, 이때 생기는 강력한 압력으로 선박의 허리를 꺾어서 침몰을 노린다. 말 그대로 선박을 요절을 내버리는 셈.
하지만, 지구내의 자기장은 나침반을 작동하게 하는 지구 자체의 자기장부터 철광맥에 의한 자기장, 침몰선에 의한 자기장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 자기장의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2차대전 당시 자기장 감지방식의 신관을 쓴 어뢰는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엄청난 오작동을 보여 쏘면 내 위치를 적에게 광고하는 무기로 악명이 높았으며, 2011년 현재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신관이나 감지장치는 다른 방식의 탐지기를 보조로 사용해서 판단의 오류를 막는다.
이 방식의 신관에 대한 대응책은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는 재질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자기장 감지방식의 신관을 피하기 위해 기뢰제거용 선박인 소해함은 비자성 물질로 선체를 만들곤 한다. 이런 기뢰제거용 선박은 긴 줄로 연결한 자기장을 발생하는 부표를 끌고다니며 기뢰가 알아서 터지도록 하기도 하며, 더 안전하게 항공기나 헬리콥터가 공중에 떠서 이런 일을 맡기도 한다.
2.2 전파 방식
자기장 감지방식은 외부의 자기장 신호를 수신만 하는 반면, 전파방식 근접신관은 능동적으로 주변에 전파를 쏘아보내는 방식이다. 만약 주변에 아무런 물체가 없다면 전파는 허공을 향해 날아갈 뿐이지만, 어떤 물체가 있다면 전파는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서 다시 신관쪽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신관은 이 돌아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즉시 작동, 탄두를 터트린다.
이 방식은 주로 항공기 공격용으로 많이 쓰이며 2차대전 중 미국이 대공포탄용으로 개발하였던 VT신관이 그 효시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대구경 대공포탄 대신 미사일이 전파를 사용하는 근접신관을 많이 사용하는 중이다.
단, 전파방식의 근접신관은 실제로 전파를 내보내는 방향은 포탄이나 미사일의 옆구리 방향이다. 만약 적기가 포탄 및 미사일 앞, 혹은 뒤쪽에 있다면 미사일이 적기와 매우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터지지 않는다. 즉, 포탄 및 미사일이 적기에 명중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갈때 작동한다는 개념.
2차대전 중에는 전파 송신/수신용 안테나가 따로 없이 탄 껍데기 자체를 안테나로 쓰기도 했으나 현재는 별도의 안테나가 미사일에 붙어 있다(다만 외피랑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부분이 안테나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경우도 많다).
전파방식은 대공 미사일도 많이 쓰는 방식 중 하나다. 특히 전파식 근접신관의 경우 주파수 변조등을 이용, 표적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일부러 폭발범위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크루즈 미사일 같은 저고도 표적을 공격할 때는 근접신관 범위가 너무 넓어도 곤란하다. 표적을 쫓다보니 똑같이 저고도로 비행하는데 표적을 스친것이 아니라 지면 근처에 있다가 지면에 전파가 반사되어 그대로 자폭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대부분의 미사일은 근접신관이 유도조종장치 등과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으며 일단 안전장치가 풀리면 무슨 물체가 미사일 근처를 지나가건 관계 없이 탄두를 기폭시키도록 되어있다.[1] 그래서 몇 미터 이내에 표적이 들어왔을 때만 일부러 근접신관이 작동하고, 반대로 몇 미터 이상에서는 물체가 감지되어도(그 물체가 표적이 아니라 지면일 수 있으므로)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일부 박격포탄이나 야포탄도 공중폭발을 위하여 이러한 방식의 근접신관을 사용한다. 신관은 탄 머리 부분에 달려 있으며 지면에 전파신호가 반사되어 돌아오면 공중에서 폭발하는 방식. 어찌보면 레이더 전파 고도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신관은 종류에 따라 고도가 얼마정도일 때 폭발될지 사용자가 미리 세팅해 놓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다만 이를 역이용해 장치를 통해 전파를 사방으로 송출하여, 포탄이 목표물에서 수백미터 바깥에서 터트리게 하는 기만장치도 있다. 만약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신관을 바꾸는 것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다. 미사일용의 채프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전파방식은 대체로 다른 방식들에 비해 비싸다. 그나마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전파방식 근접신관이나, 혹은 과거의 VT 신관처럼 360도 사방에 대해서 무조건 작동하는 전파방식 근접신관은 싼편. 문제는 최근의 대공 미사일에 쓰이는 근접신관들로, 이것들은 더 확실한 효과보장을 위해 3~4개 방향에 대해 각각 별도의 송신/수신 안테나를 달다보니 가격이 무지하게 올라가고 내부 공간도 많이 잡아 먹는다.
2.3 레이저 방식
기본적인 원리는 전파방식과 같으나, 전파 대신 레이저를 주변에 쏜다. 주로 대공 미사일에 쓰이며, 적 전차 머리 위를 지나가다 폭발하도록 설계된 일부 대전차 미사일에서도 쓰이고 있다.
전파와 달리 교란하기 어렵다는 이점은 있으나, 레이저의 종류에 따라 기상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반사체에 따라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360도 전방위에 대해 대해 작동하게 하려면 보통 3~4개 이상의 근접신관을 옆구리에 둘러야 하므로 가격이 상승한다. 대신 최신 대공 미사일들은 전파방식 근접신관을 사용해도 3~4개 이상의 신관을 사용하므로 이쪽이 되려 비용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2.4 적외선 감지 방식
마치 미사일의 적외선 센서처럼 주변의 높은 열원을 찾는 방식. 사실 적외선 미사일로 유명한 AIM-9의 초기버전들이 쓰던 방식이다. 적기를 놓쳐서 스쳐지나갈 때 적기 엔진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기를 감지하여 탄두를 터트린다.
하지만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기상상태나 주변환경에 따라 근접신관이 작동하는 범위가 들쑥날쑥하다보니 다른 신관으로 교체되거나 열영상방식을 도입해서 플레어등에 기만되지 않는 정밀한 신관으로 바뀐다.
2.5 기타 방식
음향을 이용하는 신관도 있다. 신관에는 마이크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 신관은 항공기의 독특한 엔진음이 들리면 작동한다. 2차대전 직전에 영국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곧이어 독일도 유사한 신관을 개발중이었으나 두 나라 모두 대공포탄에 사용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공기중에서는 엔진음 같은 소리는 멀리 퍼지기 어렵고, 이걸 모아서 듣기도 어렵다는 점이었다. 당장 레이더가 실용화하기 전에 쓰였던 청음기 같은 경우, 잘 만들지 못하면 소음만 크게 증폭해서 듣는 꼴이 되므로 제작에 공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에 비해 비행기를 탐지하는 능력은 바닥이었다.
대신 현재 일부 기뢰나 어뢰는 이러한 음향 감지방식의 근접신관을 사용중이다. 주변에 선박소리가 들리면 폭발하는 것. 다만 이 기뢰에 사용하는 신관은 각 배마다 소리가 다른점을 감안하여 적국의 배(중에서도 군용선)에만 반응하도록 개발된 것도 있다. 물의 경우 공기와는 달리 특정 음을 멀리까지 뚜렷하게 전달해주므로 실용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실제 종종 있었던 사고지만 발사한 어뢰나 기뢰가 내 엔진음을 듣고 나에게 도로 달려들거나 폭발하는 현상, 즉 스파이더 마인 역대박이 아주 잘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초기 원자력 잠수함 시기 때 미 해군 공격원잠 스콜피온이 어뢰발사 훈련 중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침몰했다. 그래서 이런 식의 병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발사시 일정시간동안 작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즉시 깊이 잠수하거나 급속이탈을 하며, 유사시 대응할 디코이등을 발사준비만전상태로 하는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다.
일부 기뢰는 압력변화를 감지한다. 기뢰 위로 배가 지나가면 그 물결 탓에 주변 압력이 변하므로 이를 감지하여 터지는 방식. 이 방식은 교란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직접 사격해서 폭발시키는 방법밖에 통하지 않는다. 어뢰에서도 대형함의 항적을 추적하는 웨이크 호밍 어뢰가 있는데, 역시 교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뢰 대응용 고속 경어뢰를 발사하거나, 심각할 경우 호위함이 인간 방패가 되는 극약처방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만 보면 이런 근접신관을 사용하는 기뢰들이 만능인 것 같지만, 그 특성상 일단 설치되거나 발사된 후에는 설치한 사람을 포함해서 아무도 못 건드린다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설령 전쟁에서 이겼어도 뒷수습이 엄청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통제가능한 곳에서 제한된 숫자의 병기로만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설치자 측에서는 서류상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있다면 해체하는데 큰 무리는 없는 편이다. 단 기록누락이나 아예 기록망실이 발생했다면 그때부턴 적이 설치한 것과 다름없이 신경 엄청쓰며 수색-해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2차대전 중에는 폭격기 공격용으로 광학식 근접신관을 쓰기도 했다. 만약 대공 로켓이 폭격기에 명중하지 못하고 폭격기 밑으로 지나간다면, 그 순간 폭격기의 그늘에 햇빛이 가리게 된다. 이것을 감지하여 폭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경우에는 기상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결정적으로 그림자가 항상 비행기 밑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비용에 비해 효과는 적었다.
- ↑ 사람과 달리 미사일이 스스로 표적을 빗나갔다고 판단하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