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천휘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호접몽(胡蝶夢)』에 나오는 모용세가에 속한 냉씨가문의 적자로, 냉서한의 외아들이다. 모용호, 유백당, 고소월과는 같은 또래이기도 해서 매우 절친한 친구 사이이며, 넷 모두 촉망받는 뛰어난 인재들이라 젊었을 적에는 모용가의 사룡(四龍)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이들 사룡은 이십 년 전 육대세가의 논검회(論劍會)에 처음 참여했을 때부터 파란을 일으킨다. 제비뽑기를 통해 처음 비무에 나선 유백당은 육씨세가의 자제와 겨루게 된다. 그러나 젊은 혈기를 주체할 수 없었는지 육가의 자제의 목을 날려 버리려다가 부친 유장룡이 막아서는 바람에 무승부로 내려온다. 다음으로 냉천휘가 무대에 올라서 황보가의 자제와 비무를 하는데, 냉천휘는 유백당의 꼬락서니를 보고 놀리면서 무대에 올라갔음에도 자기도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여 상대의 얼굴을 발로 뭉개버린다. 이어서 고소월은 상관가의 으뜸의 기재라는 상관옥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고, 마지막으로 모용호가 남궁세가의 촉망받은 기재라는 남궁기를 상대로 불패검이라는 수라섬혼검법(修羅閃魂劍法)의 위력을 보여주면서 모용세가의 위용을 과시한다. 이로써 모용가의 앞날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창창할 것이라 예견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논검회로부터 칠 년 뒤에 냉천휘의 아버지인 냉서한의 야망 때문에 모용세가의 찬란하리라 여겨졌던 그 미래가 황혼처럼 저무는 해가 되고 만다. 냉서한은 냉천휘가 자신처럼 모용세가를 벗어나지 못할까봐 모용호를 죽이기로 한다. 냉천휘는 이를 막기 위해 일종의 고육계(苦肉計)로 모용호를 칼로 상처를 입히며[1] 쫓아내 봤지만, 모용호는 냉서한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삼 년 뒤에는 다시금 논검회가 십 년 만에 열린다. 모용호가 없었기 때문인지 유백당은 가족들을 데리고 유람을 떠나버리고, 남은 냉천휘와 고소월만이 모용세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고소월은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예상되는 남궁기를 미리 방심하게 속인 뒤에 패배시키고, 냉천휘도 뛰어난 실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모용호가 없어서 끝내는 모용성이 나서야 했기에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가독검(家督劍)을 휘두르는 모용성의 쓸쓸한 모습을 보는 것은 오히려 냉천휘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그리고 육 년이 흘러 결국 노가주인 모용성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면서 모용세가는 급격하게 세가 기울고 분열되기 시작한다. 사 년이 지나 논검회가 또 모용세가에서 열리지만, 이번의 논검회는 이전과는 달리 모용세가의 심판대가 되고 만다. 본래 냉천휘와 고소월은 동정표를 얻어서라도 모용세가를 유지시키려 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주서호가 말 거래를 크게 성공시키면서 다른 오대세가에서 통제가 안되는 모용세가를 두 개의 가문으로 찢으려 할 가능성이 생기고 말았다. 이에 냉천휘는 어떻게든 모용세가를 유지시켜보고자 논검회의 최후의 승자라는 '검호(劍豪)'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고, 이를 위해 모용세가의 비전검법인 수라섬혼검법을 무리해서라도 펼치고자 한다.[2]

냉천휘의 이 간절한 염원이 통했는지 그의 바람대로 논검회에서 그는 오롯한 모용세가의 전승자로 수라섬혼검법의 위용을 뽐내며, 모용세가가 아직 건재함을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모용세가를 지속시킬 생각이 없었던, 진정한 모용세가의 후예인 묵린영(墨燐影)은 냉서한이 모용호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 냉천휘를 상대로 혜광섬혼(慧光閃魂)의 인증을 치른다. 냉천휘는 가문의 오랜 약속대로 수라섬혼검을 전력으로 발휘해보지만, 묵린영의 일수일보(一手一步)를 막아낼 수는 없었고, 결국 나비를 닮은 묘한 암기에 볼이 꿰뚫리고 만다.[3]

2 무공

  1. 당대의 묵린영처럼 얼굴을 가로지르는 상처가 나지만, 묵린영과는 다른 방향이다.
  2. 잠룡결(潛龍訣)처럼 잠력을 격발시키기 위해 몸에 여러 개의 침을 놓는다.
  3. 애초에 묵린영은 냉천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으나, 냉서한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 생각을 바꾼다.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냉서한에게 그대로 전가시키고자 그가 보는 앞에서 아들인 냉천휘를 죽여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