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英會
1 개요
삼국지평화, 삼국지연의에서 조조와 유비가 천하 영웅들에 대해 논한 일을 가리키는 말. 삼국지평화 자체는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 자체는 알려진 바가 없어서 편의상 영웅논담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는 자주논영웅(煮酒論英雄. 술을 데우며 영웅을 논하다)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의에만 나오는 얘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연히 정사에도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을 연의에서 덧붙이거나 각색하기는 했다.모종강본 원문과 해석
2 정사
이무렵 조공이 선주에게 조용히 말했다,“지금 천하의 영웅은 오직 사군(使君)과 나 조조뿐이오. 본초(本初-원소) 같은 무리는 족히 여기에 낄 수 없소.”
선주는 막 밥을 먹고 있다가 비저(匕箸-수저)를 떨어뜨렸다.
- 정사 선주전-
여포 토벌후 유비는 조조 밑에서 의탁하고 있었는데, 조조는 유비를 자주 불러내서 술을 마시곤 했다. 이런 나날중에 조조는 유비에게 세상의 영웅은 오직 자신과 유비뿐이라 했는데 이에 놀란 유비는 수저를 떨어뜨렸다. 당시 유비는 발붙일 곳이 없어서 조조에게 빌붙어 사는 신세였고, 원소는 유비와는 비교가 안되는건 물론 조조보다도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당대 최강의 군웅이었다. 그런 원소마저도 무시하고 조조는 유비와 자신만이 천하의 영웅이라 평한 것이다. 조조가 유비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의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화양국지에 따르면 이때 곧바로 천둥벼락이 치자 유비가 조조에게 "성인(聖人)이 말하길, ‘빠른 천둥과 거센 바람에는 필시 낯빛을 고친다.’ 하셨으니 실로 그러합니다. 한바탕 벼락의 위세가 가히 이정도군요!"라고 둘러댄다.
3 삼국지평화
조조가 길평을 때려죽인 후에 유비를 의심하면서 유비 삼형제를 조정에 들인 것에 대해 후회하는 발언으로 혼잣말을 했는데, 며칠 후에 조조가 연회를 열어 유비를 부르면서 그 명칭을 논영회라고 하자 유비가 놀라 수저를 떨어뜨렸다고 짧게 언급된다.
4 삼국지연의
연의에선 여기서 살이 더 붙어 본격적인 논영회가 된다. 조조는 유비에게 세상의 영웅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유비는 차례대로 원소, 원술, 손책, 유표, 유장등을 언급한다. 조조는 하나같이 그들은 전혀 쓸모없는 인간들이라 물어보고 세상의 영웅은 오직 조조와 유비뿐이라고 얘기한다[1]. 때마침 번개가 치고 유비는 수저를 떨어뜨린다. 이후 유비는 어려서부터 벼락을 무서워했다고 변명하고[2] 조조는 유비에 대한 경계를 푼다. 이후 유비를 걱정한 관우와 장비가 무장하고 도착하지만 조조는 그들의 충성에 감탄, 술을 선사하고 삼형제는 무사히 빠져나온다. 유비는 일부러 겁쟁이 연기를 해서 빠져나왔다고 얘기한다.
4.1 각 영웅들에 대한 평가
조조는 유비가 언급한 영웅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유비는 조조 앞에서 야심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무 인간이나 언급한다. 조조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 원소: 사세명문의 후광만 업은 허울좋고 우유부단한 인간
- 원술: 이미 무덤 속의 뼈다귀나 마찬가지인 인간[3]
- 손책: 아비의 후광을 업은 애송이
- 유표: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속 빈 강정같은 인물
- 유장: 집지키는 개에 불과한 인간[4]
5 기타 창작물에서
유비가 자신을 낮추어 위기를 모면하는 것도 있지만 두 인물의 라이벌리티를 강조하며 유비와 조조를 숙명의 라이벌로 만드는 부분이라 자주 등장하거나 각색된다.
5.1 삼국(드라마)
다른 버젼들과 달리 유비가 겁쟁이 행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탁자 밑에 숨지는 않고, 그냥 젓가락만 놀라서 툭 떨군다. 아무래도 그간 보여준 극 중 유비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조조는 이때 "나는 인의가 그냥 말뿐인줄 알았어. 하지만 자네에게 있어서 인의는 진짜 무기야"라며, 유비의 인의를 두고는 그의 자웅일대검에 빗대면서 유비를 평가하며 왜 자신이 유비를 영웅이라 생각하는지 얘기한다. 이에 유비가 그렇게 믿는다면 지금까지 여러 번 자신을 죽이려 했는데 왜 지금은 아닌지를 조용히 묻자, 조조는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니 죽이기 아까운 것도 있고, 자네는 근거지가 없다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즉 유비가 근거지를 갖지 못하고 조조가 장악한 허도에 머물러 있는 이상은 같은 영웅으로서 천하의 정세나 한가하게 논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유비는 원술 토벌을 빌미로 조조의 군사들을 빌리고 주령과 노소를 속여 군사들을 빼앗는다. 결국 충격을 받은 조조는 스트레스로 쓰러지기에 이르른다.
5.2 화봉요원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비가 조조 머리 위에서 노는 꼴을 보여준다. 여기서 조조는 유비만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유비는 이런 조조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줘서 탈출한다.
5.3 삼국전투기
색다른 방향으로 개그스럽게 각색됐다. 조조가 유비를 영웅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유비는 되려 좋아라하며 "역시 승상님.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군요."라고 하는 식으로 바보 연기를 한다. 그러나 천둥이 치자 탁자 밑으로 숨어 벌벌 떤다. 관우가 오늘 조조를 속인 형님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고 하지만 유비는 진짜 천둥이 무서워서 숨었다고 한다. 그래가지고 원소나 조조를 어떻게 상대할거냐고 혼나지만 유비는 되려 태연하게 "천둥은 무섭지만 원소, 조조는 안 무섭다. 같은 인간인데."라고 말한다.- ↑ 유비는 동승등과 함께 조조를 모살할 계획을 짜고 있었고 조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농부 행세를 하고 있었다. 이때 유비는 조조가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 ↑ 모종강 본에선 옛 현인들도 번개를 무서워했다고 유비가 얘기하여 덜 비굴하게 묘사한다.
이게 더 정사랑 부합하는거 같은데 - ↑ 사실 이건 오독이다. 원래는 '무덤 속의 뼈다귀(사세삼공을 지낸 원술의 조상들)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이다. 정사에서 공융이 한 말이며, 연의에서도 공융이 이 말을 한다. 쉽게 말해 원술은 조상의 후광빼면 시체라는 것.
- ↑ 판본에는 덧붙여 마등,장수,장로,공손찬도 유비가 언급하지만, 이들은 논할 가치가 없는 소인배,잡졸 나부랭이들이라고 조조가 일축하는 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