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우스 3세

Darius III
(BC 380 ~ BC 330)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제16대 왕이자 최후의 왕.

1 즉위

다리우스 3세는14대 왕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세의 조카손자로, 왕족인 아르사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1] 본명은 아르타샤타(Artashata)이다.

다리우스는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코도만누스(Codomannus)를 지내면서 군인으로 활약했다. 특히 기원전 360년에는 카두시 족의 지도자와 검투를 벌여 승리하는 활약상을 남기기도 하는 등 용맹하고 유능한 군인이었다. 플루타크 영웅전에서는 다리우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키가 크고 외모가 준수하며 늠름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기원전 338년, 페르시아 말기 궁중의 권력자였던 환관 바고아스가 왕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세를 독살하고 실권을 장악한 후에 그 아들인 아르세스를 왕으로 옹립하였다. 그러나 바고아스는 아르세스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마저도 살해하였다.

이후 바고아스는 배후에서 권력을 행사하면서 겉으로 내세워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왕을 모색했고, 곧 방계 왕족이었던 다리우스 3세를 옹립하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다리우스는 방계왕족이었기에 그 기반도 약했고, 일생의 대부분을 군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에는 무지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다리우스 3세는 기원전 336년에 페르시아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바고아스의 의도와는 반대로 돌아가게 된다.

2 권력 독점

다리우스3세를 옹립한 바고아스는 왕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취급하며 자신이 직접 정치와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다리우스 3세가 직접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선포하자 바고아스는 다리우스를 독살하기 위해 연회를 가장하여 독이 든 술잔을 바쳤다. 다리우스는 바고아스의 음모를 눈치채고는 군사들을 매복시켜 바고아스를 생포한 뒤에 그 머리채를 붙잡고는 독주를 입에 쏟아부어 죽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바고아스를 제거한 다리우스는 페르시아의 진정한 통치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러한 다리우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페르시아에서 마침내 궁중의 권력다툼이 종결되던 시점에 페르시아의 숙적이었던 그리스 지역에서 마케도니아 왕국이 강대한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필리포스 2세는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을 힘으로 복종시켜 강제적으로 코린토스 동맹을 결성하는 등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였다. 그러나 필리포스2세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3세가 즉위한다.

일설에서는 다리우스가 누군가를 사주하여 필립포스를 암살했다고도 하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학계에서 제시된 또다른 가설 중에는 알렉산드로스 3세가 후계자 문제를 놓고 아버지와 대립하다가 필립포스를 암살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 다만 필립포스가 내부적인 권력투쟁에 휘말려 암살당했을 가능성 자체는 높은 것으로 보인다.

3 마케도니아와의 전쟁

알렉산드로스 3세 는 즉위 직후에 코린트 동맹 내부의 분열세력을 평정한 후에 오직 자신만이 페르시아의 왕이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며 페르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기원전 334년에 알렉산드로스 3세의 지휘하에 마케도니아군이 페르시아를 공격하자 다리우스는 멤논에게 7만 5천의 병력을 주어 막게 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페르시아군이 크게 패하는 바람에 페르시아는 소아시아 영토의 대부분을 잃게 되었고, 지휘관이었던 멤논마저 전사하고 말았다.

결국 기원전 333년에는 다리우스 3세가 직접 10만에 달하는 대군을 거느리고 알렉산드로스를 맞상대하였는데, 이 싸움이 바로 그 유명한 이소스 전투이다. 그러나 페르시아군은 숫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스의 전술에 휘말려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다리우스 3세는 앞에 강을 끼고 포진한 채 마케도니아군이 공격을 해오기를 기다렸다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이를 방어하고 여세를 몰아 적군을 쳐부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전술로 구사했으나, 문제는 알렉산드로스가 다리우스의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적인 군인이었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전쟁의 천재답게 페르메니온 장군에게 우익을 맡겨서 페르시아군의 공격을 받아내게 하는 한편, 자신은 집적 우익을 거느리고 페르시아 진영을 공격하여 다리우스의 허를 찔렀다. 헤타이로이를 거느리고 돌격해오는 알렉산드로스의 기세에 눌린 다리우스가 겁을 먹고 달아나자 나머지 페르시아군 또한 전의를 상실하여 달아나는 바람에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소스 전투 참고.) 결국 다리우스의 어머니와 아내가 알렉산드로스에게 포로로 잡혔고, 다리우스 자신은 겨우 4천 명의 병사와 함께 동쪽으로 달아나 다마스쿠스에서 병력을 수습했을 뿐이었다.

간신히 살아 돌아온 다리우스는 마케도니아측에 사절을 보내 사로잡힌 가족의 몸값으로 3천 탈렌트의 금을 제시하는 한편, 알렉산드로스 3세가 지배한 곳의 페르시아 소유권을 인정할테니 더 이상 싸우지 말 것을 제안했으나, 알렉산드로스 3세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와 왕위였던 것이다.

기원전 332년에는 알렉산드로스가 이집트를 정복하였으며, 이듬해에 곧바로 페르시아로 진격해왔다. 다리우스는 어떻게든 이를 막기 위해서 왕실재산을 탕진하면서까지 노력한 결과 다시 10만에 가까운 병력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다리우스는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마케도니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가우가멜라 평원에서 다시 알렉산드로스와 맞붙었으나 또 다시 패배했다. 다리우스는 동쪽으로 도주해서 군대를 다시 일으키려 했지만 마케도니아군 또한 다리우스가 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를 추격해왔다. (가우가멜라 전투 참고.)

4 최후

결국 박트리아로 달아난 다리우스는 다시 알렉산드로스에 맞설 병력을 모으려했지만 이번엔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다리우스 3세의 사촌이자 사트라프(부장)였던 베수스는 다리우스의 능력을 불신하다가 결국 다리우스를 사로잡고는 자신에게 군사지휘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다리우스는 이를 거절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마케도니아군이 추격해오자 베수스는 다리우스를 찌르고 달아났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다리우스는 자신을 발견한 마케도니아의 병사에게 물을 요구했으며, 병사들이 이에 응하여 물을 나누어 주자 감사를 표하고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했다. 알렉산드로스 3세는 본래 다리우스를 사로잡은 후에 그로부터 정식으로 왕위를 넘겨받을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대단히 실망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과 함께 아케메네스 왕조도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 알렉산드로스는 스스로 페르시아의 왕이 되는 과정에서 다리우스의 죽음에 관한 소문을 더욱 부풀려 "다리우스 3세가 죽기 전에 알렉산드로스에게 페르시아 왕중왕위를 선양 했다." 라는 이야기를 페르시아 전역에 퍼뜨리며 페르시아에서의 자신의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결국 다리우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패배하여 비참하게 죽은 것으로도 모자라, 죽은 후에도 알렉산드로스에게 그 이름을 팔리며 이용당한 셈이었다.

5 기타

다리우스 3세가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서 너무도 어이없이 무너진 탓에 사람들에게는 흔히 무능한 인물로 인식되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왕년에는 적장과 일기토를 벌여 이긴다거나, 혹은 자신을 옹립한 궁중의 실권자였던 바고아스를 역습해 끔살해버리는 등 분명 과단성 있고 용맹한 인물이었다. 이소스 전투에서 상당한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패한 것도 본인이 무능해서라기 보다는 알렉산드로스 3세가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천재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다리우스 3세가 보여준 전술과 포진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식적인 것이었다.

다만 의아한 점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와 집적 맞붙은 이소스 전투와 가우가멜라 전투에서는 매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2] 다리우스 3세는 알렉산드로스가 자신이 있는 본진으로 직공해올때마다 나머지 전선에서 승기를 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황에 빠져 도주해버렸다. 그 바람에 다 이긴 전투에서도 오히려 참패하고 말았으며, 그 결과는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이었다. 재위에 앉아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서 성격이 이렇게 180도로 바뀌었는지 역사가들의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

Fate 시리즈알렉산드로스[3]가 등장해서 키가 3m쯤 된다고 언급했다. 이때는 다들 농담인줄 알았지만 Fate/Grand Order에서 정말로 3m가 넘는 거인으로 등장해버렸다. 게다가 온몸이 흑색이고 입에서 불을 뿜는 광전사로... 다리우스 3세(Fate 시리즈) 문서 참고.[4]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알렉산더에 몇 차례 등장했으나, 큰 비중은 없이 자신을 향해 피칠갑이 된채 돌진해오는 알렉산드로스와 기병대를 보고는 겁에 질려 달아나는 수준으로 묘사된다.
  1. 아르사메스는 14대 왕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세의 조카였다.
  2. 물론 권좌 자체가 사람의 인격을 변화시킬수도 있다. 흡사한 예로, 고려 태조 왕건의 장남이었던 혜종도 태자 시절부터 전장에서 공을 세우거나, 침소에 들어온 자객과 맞서 맨손으로 이를 때려죽일 정도로 용맹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취약한 지지기반과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달리다가 심신이 황폐해져서 왕위에 오른지 2년만에 병사하고 말았다.
  3. 원본과는 다르게 키가 2m쯤 된다.
  4. 앞서 언급하였듯이 플루타크 영웅전의 알렉산드로스전에 의하면 다리우스는 헌헌장부였다고 한다. 얼굴값을 못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