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만들어진 신 에 대한 기독교계(더 정확히는 개신교 복음주의계)의 반박서. 옥스포드대 교수였던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썼다. 재미있는 점은 도킨스와 맥그라스가 같은 공부를 하다 서로 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것.

딱히 기독교의 대표라고 할 것도 없지만 반박서중 가장 유명하다. 복음주의자가 썼다는 이유로 기독교계에서도 보수성 때문에 좋게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제가 분명해 높은 접근성을 발휘했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비해서 빙 둘러가는 전개방식과 내용이 태반으로 정작 도킨스의 책에 비해 호응을 얻지 못했다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도킨스가 언급한 기독교 사상 자체에 큰 결함이 있어서 기독교 신도들이 이상하게 될 수 밖에는 논증들 가운데, 애초에 그가 꺼내든 기독교 사상이란 것 자체가 충분치 않은 이해에서 나온 허수아비 때리기므로 그 논증은 틀렸다는 것, 그리고 과학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자 라면 무신론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논증도 오류라는 것, 이것이 주요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기독교 신도들이 이러이러하여 문제가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나 창조설 주장자들의 횡포에 대한 도킨스의 지적에 대해서는 맥그라스가 굳이 반박하지 않았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그도 그 부분은 옳다고 인정한 것이 이유다.

아무래도 목적이 도킨스를 반박하는 거였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학에 대한 내용까지 설명하는 게 아니었기에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일반 기독교인들도 잘 모르며, 신학이나 과학 전공자쯤은 되야 뭔가 말을 알아먹을 수 있어 흥행은 대참사해버렸다.

도킨스가 신학, 즉 기독교 사상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아는 것은 사실이며, 이건 성급하게 글을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가 모르는 것이다.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어 예수 그리고 신학에 대해서 무지했던 부분에 대해서 크게 반박을 받았다. 도킨스가 깐 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로 대표되는 유신론이었지, 신학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를 비판하는 내용에서 신학적 무지 탓에,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자체에 대해서도 엉터리 반론을 편 부분이 크게 반박을 받았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논리, 종교학적인 영역에서도 기독교 신학에 대해선 문외한에 가까웠으니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즉, 모르니까 까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에 가깝다. 기독교 자체의 교리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아는 기독 광신도에 대한 비판이라면 나름 옳지만, 그것이 기독교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다만 이는 애초에 도킨스가 기독교에 대해서는 일반 수준의 교양 밖엔 없으나, 맥그라스는 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고 지금도 신학을 연구 중인 전공자인데다가 학사~박사 과정을 생물학 계열로 공부해서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가 있는, 유신론적 진화론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니 신학이나 철학 부분에서는 도킨스가 제대로 반론을 할 수가 없었을 수밖에. 이건 신학 자체로 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도킨스가 이해하고 있는 기독교의 상 자체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다.

하여튼 이후에 도킨스와 맥그라스는 직접 신의 문제를 놓고 토론한 바도 있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은 맥그라스가 너무 빙빙 돌려 말한다고 비판하고,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은 보수적인 것으로는 도킨스를 상대할수 없다고 비판해서 양쪽에게 다 까였다. 여하간 그래도 준수한 토론이었다고. 한때 국민일보에서도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서 보도했던 바 있다. 사실 도킨스는 대개 "종교인들의 홍보 전략에 놀아날까 우려하여" 토론을 꺼리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는 합의는 못할지언정 상당히 훈훈한 분위기로 토론을 마치는 경향이 있다.

<만들어진 신>에 대한 또 다른 반박서로 <스스로 있는 신>, <살아있는 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