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드래곤 라자)

1 개요

드래곤 라자의 주제가 되는 능력이며 동시에 그런 능력을 지닌 자를 일컫는 말. 드래곤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 오직 인간에게만 드래곤 라자가 있으며, 그 외에 이종족에 대응하는 오크 라자, 엘프 라자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자의 소질이 있는 인간과 라자가 없는 드래곤이 구두로 계약함에 따라 성립한다. 계약을 맺으면 둘의 정신이 연결되는데, 어느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에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드래곤이 죽으면 인간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고 인간이 죽으면 드래곤은 그 충격을 견디다 못해 미쳐 날뛰게 된다.

지골레이드의 경우를 보면 이 계약은 합의 하에 해제할 수 있는 듯 하다. 해제과정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또한 드래곤 라자 역시, 일반적인 인간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드래곤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능력이 있다.

드래곤은 보통 인간을 업신여기지만 라자와 계약함으로서 인간과 교류할 수 있다.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계약이 끝나면 그냥 상징물과 같으며, 라자는 드래곤에 대한 명령권이나 강제할 권리는 전혀 없다. 그림자 자국에서 재등장하는 아일페사스의 극단적인 발언에 따르면 '드래곤 라자는 드래곤과 인간이 앉아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탁자'.

하지만 라자의 존재는 드래곤을 인간에게 묶어놓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드래곤이 인간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지배하게 되지는 못하지만, 드래곤이 '강제적으로'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시점에서 인간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이해할 수도 없고 소통할 수도 없는 자연현상이나 재앙에 가까운 존재가, 하기에 따라서는 설득하고 이용할 수도 있는 존재로 바뀌는 것이다.

라자가 동의해도 드래곤이 거절할 수 있다. 아무르타트의 경우 인간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드래곤이지만 라자가 없다는 점에서 라자의 계약을 거절했었거나, 확실히 거절할 걸로 추측되어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디트리히 할슈타일의 연령으로 보아 그가 캇셀프라임과 계약했을 당시는 이미 아무르타트의 악명이 자자하던 때였다. 만일 디트리히가 아무르타트와 계약을 맺을수 있었다면, 할슈타일 가문에서는 비교적 약한 화이트 드래곤 대신에 강력한 블랙 드래곤과 계약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작중에서 할슈타일 가문은 크라드메서를 손에 넣기 위해 지골레이드에서 손떼기도 했으니.

원래 딱히 혈통이 있는 건 아니고 인간중에 드문드문 생기는 듯. 하지만 그 능력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1] 다만 할슈타일 가문은 드래곤 로드와의 언약에 의해 라자를 계속 배출해왔지만 드래곤 라자의 시대에서는 계약의 기한이 거의 다 되어서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있다.

그림자 자국에서는 옛날에 드래곤 라자라는 중개인이 있었다는 식으로 회상된다. 이유는 모르겠으나[2] 그림자 자국의 시점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존재.

2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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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넥슨 휴리첼은 기억분열을 겪어 드래곤 라자는 명령권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3]여덟 별 중 하나인 드래곤의 별을 통해 크라드메서와 강제로 계약하여 복수를 하려 했지만 처음에는 간단히 거절당했다.

하지만 크라드메서가 넥슨에게서 카뮤 휴리첼의 기운을 느낀 후에 라자로서의 계약을 하게 되고, 계약 하자 마자 시오네에게 살해당한다. 결국 크라드메서는 폭주하게 되고, 후치 일행 + 지골레이드에 의해서 죽는 것으로 마무리. (후치는 후에 타이번에게 자살이라고 표현한다.)

대미궁에서 대마법사 핸드레이크가 드래곤 로드와 만났을 때, 그들은 드래곤과 인간의 부족한 점을 느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드래곤 로드와 할슈타일의 관계에서 착안해서 "드래곤의 별"의 힘으로 드래곤 라자라는 계약관계를 만들었다. 때문에 드래곤 라자의 계약과정에서 드래곤의 별이 관여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숲을 보면 길을 만들어 버리고 땅이 있으면 밭을 만들어 버리는 종족이었다. 드래곤과 인간 서로를 보완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든 드래곤 라자는 인간이 드래곤마저 변화시켜버리는 도구가 되고 말았다. 크라드메서는 가장 강력한 드래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할 정도로 인간화되어버린 케이스였다.

그러나 아무르타트는 인간이 그들의 역사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인간은 맞닥뜨렸던 모든 것을 인간에 맞게 변화시켜 왔으나 헬턴트에서 오히려 인간이 아무르타트에 맞게 변화하였다. 타이번은 이런 순수한 아무르타트야말로 인간을 보완해줄 요소라고 생각했으나 후치는 크라드메서의 실패에서도 아직 깨닫지 못했냐고 일갈하면서 아무르타트를 인간의 석양으로 도피시킨다. [4]

아래는 드래곤 라자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면.

"도피라고?"

"예! 나는 그녀를 인간의 석양으로 도피시키겠어요.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거기서 인간을 기다리게끔 할 생각이에요. 우리가 스스로를 바로잡아 새로운 종족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요. 그녀가 우리에게 베푼 선물이 있으니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아무르타트의 뒷모습을 쫓았다. 참을 수 없는 격정에 목이 메이지만, 나는 간신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마법사에게 우리의 미래를 들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놓치고 석양을 향해 치달아간다면, 또다른 자신을 모두 잃고 죽음을 향해 치달은 넥슨처럼, 자신을 모두 나눠주고 죽어버린 길시언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시키며 자신만을 부여잡은 채 멸망을 향해 치달아간 할슈타일 후작처럼, 우리가 석양을 향해 치달아간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때였다. 아무르타트의 비행에 따라 길게 찢어지던 구름들이 마침내 하늘 양편으로 모두 갈라졌다. 보랏빛 하늘의 모습은 어두웠으나 아무르타트의 비행을 쫓는 내 눈은 석양을 볼 수 있었다. 불길처럼 붉은 석양, 그리고 아무르타트의 검은 몸은 불덩어리처럼 타오르면서 태양의 뒤를 쫓았다.
갑자기 어깨가 시려왔다. 입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그제서야 눈 앞을 어지럽혔다. 나는 바짝 굳어버린 제미니의 손을 잡아올려 입김을 불어주었다. 나는 제미니의 일렁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타이번에게 말했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황혼에 서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를 기다려온 아무르타트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녀가 우리 헬턴트에 베푼 것과 같은 것을, 우리의 자손에게 베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반대로 인간의 황혼과 함께 그녀도 휩쓸려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그녀를 보내고 믿을 수밖에 없지요."

"그녀를… 그녀를 우리 자손들에게 선물한다는 말이냐?"

타이번은 이제서야 300 년의 피로를 한꺼번에 느끼는 것처럼 메마른 목소리로 힘들게 말했다.

"정답은 없지요. 아까 말했듯이 나는 우리 자손을 위해 장애물을 치워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우리 자손을 징계할 교사를 미래로 파견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것은 시간이 결정할 일이지요. 그러니…"

제미니는 내 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나는 그녀의 뒷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

나는 고개 돌려 타이번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로, 석양을 향해 나는 드래곤을 보았다.
  1. 돌맨 할슈타일도 할슈타일 집안에 양자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능력은 안습.
  2. 아마 핸드레이크가 후치와의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어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다
  3. 이건 분명하지 않다. 원래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알았는데 망각당한 것인지. 그러나, 원래부터 본인이 크라드메서의 라자가 될 생각이었다면 다른 드래곤 라자따윈 필요없거나 오히려 방해만 될 것임에도 다른 드래곤 라자인 레니를 어떻게든 납치하려 한 것을 보면 처음에는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4. 후치의 선택은 아무르타트를 도피시키는 것이면서 동시에 인간을 위해 방해물을 치우는 것을 수도 있고, 또한 인간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면서 그 기회를 놓쳤을 때 인간을 징벌할 자를 남겨놓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