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나쁘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그보다 더 나쁠 수 있다.

맨큐의 경제학

디플레이션은 언제나 경제에 좋다.

ㅡ Mises Institute출처

1 개요

인플레이션과는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2 디플레이션 부정론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돈을 막 굴리고 이자를 받으며 서로서로 살 수 있는 것인데 돈의 가치가 오르게 되면 소비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 금융
디플레
-> 실질 금리 상승
-> 채무 상환 부담 증가
-> 자산 매각 증가
-> 재산 가격 하락
-> 채무 상환 부담 증가[1]
  • 실물 경제
디플레
-> 기업 수익성 감소
-> 투자, 고용 감소
-> 소득 감소[2]
-> 파산위험 증가
-> 소비 감소
-> 기업 수익성 감소[3]

끝내는 갈수록 경제가 퇴보하는 과정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예측한다. 이게 바로 인플레이션 기대(기대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는 순간 인플레이션 기대는 뒤집히며, 이는 안전 자산인 화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당연히 소비는 위축되고, 은행은 대량인출로 파산, 자금 시장은 순식간에 돈줄이 말라 기업도 파산한다. 한 마디로 짐바브웨와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2.1 디플레이션의 원인

이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통화량 수축이나 기타 여러가지가 있다. 통화량 수축의 경우는 정부가 통화량을 흡수하는 방법이 있으나, 민간경제에서 터지는 뱅크런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일어났다는 입장도 있다.

뱅크런은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부분지급준비제도하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다.[4] 하지만 예금자 보호제도가 그 가능성을 완화시키기는 한다. 분명 이 제도는 만능이 아니다. 전액을 보장해주는건 아니고 일정액까지만이다.[5] 위기시에는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처럼 당근 한도를 늘려주기는 하지만 전액보장이라해도 인출제한이 따를때의 곤란함 때문에 사실 완전하지는 않다.

2.2 부동산거품으로 인한 재확대?

버블경제에 대해서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바로 부동산.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 특히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인해 실제 가치 이상으로 자산가치가 확대평가, 즉 버블이 미친듯이 낀 상태다. 사람들은 '아파트 값 올랐으니 난 부자임'하고 있지만, 이들 상당수는 은행 등 대출에 의지한 자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나중에 갚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헌데 이 상황에서 거품이 터진다면[6][7] 곧바로 위의 사태로 직행한다.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

문제는 이것이 일종의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점. 일단 주택담보대출은 사실 은행 측으로 보면 고정 이하로 묶이든 말든 궁극적으로 담보물건을 처분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으니 안전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상환이 곤란한 채무자가 늘어날수록 문제가 커진다. 채무자가 상환압력에 자산을 처분해 갚으려고 하거나 은행이 담보물건을 처분할 때, 자산시장에 매물이 넘쳐날 것은 뻔하고 그 결과 자산가는 하락한다. 그러면 은행이 잡은 담보물건의 가격도 하락하고 은행은 채무자에게 마진콜을 날리게 된다. 채무자는 더 많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것이고 채무상환 압력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처음으로 돌아가 채무자는 더 많은 자산을 팔려하며 자산가격은 더 떨어지고 다시 마진콜... 종국에는 은행 대차대조표가 시뻘겋게 된다. 굳이 뱅크런이 없어도 대차대조표 위기는 피할수 없는 것이다.

이 대차대조표 위기를 가계경제에 초점을 맞춰 추가설명을 해보자. 이를 이론화한 것이 어빙 피셔(Irving Fisher)의 부채-디플레이션(debt-deflation) 이론이다. 앞에서는 자산가치 하락만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더 위험한 상황은 부채가 많을 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부채의 실물가치가 폭증하고, 더불어 디플레이션으로 실질이자율이 상승해 이자부담이 폭증하게 되는 것이다.[8] 물론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인해 앞서 말한 자산가치의 폭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정도 상황까지 오면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자가 넘쳐나고 그렇게 되면 가계경제는 완전히 붕괴한다. 부채부담 증가 + 자산가치 하락 + 실업으로 인한 평균임금소득감소. 쉽게 말하면 그동안 모아놓은 가진 건 줄어드는데(자산가치 하락) 빚은 점점 늘어나고(부채가치 증대) 돈은 더 많이 나가고(이자증대) 일자리를 잃기는 쉽고 얻기는 어려운데 월급도 줄어든다(임금소득 감소).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가계만이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망한다. 심지어 뱅크런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부채증가, 자산가치 하락으로 재무구조가 완전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9]의 특수성을 고려할때, 일국의 신용시스템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높고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다. 자산의 부실을 대차대조표에 한켠에 반영하고 다른 한켠에서 부채의 자본으로의 전환이나 주권소각후 자본확충을 거쳐 심하면 매각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다. 시작할때야 민간 금융을 동원하지만 대체로 그렇게 쉽게 끝나면 위기랄것도 없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거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일단 유동성 지원으로 시간을 벌어주면서 자산의 부실을 가급적 반영하지 않고 기다리는 방법이다. 그러다보면 또 버블이 찾아올지도... 그런데 그런 은행에 돈 맡기고 발뻗고 잘 수 있을까..

이래도 물가하락으로 소비가 몇 푼 줄어든다고 디플레이션을 환영할 수 있는가? 당장 파산나고 돈이 하나도 없는데 밥값이 4천원에서 3천원 된다고 먹고살기 좋아질까? 이 놈의 3천원이 없어서 자살하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라 볼 수 있다.

3 디플레이션 긍정론

([1] 참조)

오스트리아 학파적 견해에 따르면 상품본위제에 따른 디플레이션은 언제나 좋다고 평가한다. 그 일례로 미국전역의 19세기 전후에 일어났던 디플레이션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는동안 실질 GDP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10]. 인플레이션 긍정측은 소비확대를 주장하지만 디플레이션 긍정측은 소비균형을 주장한다.

이러한 소비균형을 바탕을 두는 것이 안정된 화폐(Sound Money)의 개념인데 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가계 통화공급이 증가하면 가계 생산이 세계 가계생산에 비해서 떨어진다.

2.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게된다.

3. 소비균형에 적자가 나기 시작한다.

4. 은행의 금비축분과 실물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된다.

5. 은행은 타격을 입게되고 뱅크런의 압박을 받게 된다.

6. 이에따라 은행은 대출을 줄이게 되고 가계통화공급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7. 불황, 실업과 가격하락을 받아들이게 된다 .

8. 소비균형을 다시 되찾고 실물자산을 다시 되찾게 된다.

여기서 디플레이션 반대측의 민스키 모델은 금리를 낮춰 부담없는 대출을 만들어 부채를 줄이자는 의견이면 디플레이션 긍정측은 대출을 줄여 부채를 줄이고 과오투자를 막자는 쪽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견해는 대출이자가 줄어든다면 부채부담이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대출이 쉬워져 신용파괴는 물론이고 무분별한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늘어나 전체부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민스키 모델은 파생상품의 과오단계에서 어느정도 사이클의 묘사는 되었지만 결론을 보자면 버블이 더 커지게 유지하거나 구제금융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학설이다. 반면 디플레이션을 전제로 하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버블이 터지는 것을 잘못된 통화정책의 순기능으로 보고있다. 이외의 인플레이션 버블을 탈출할 방법은 높은 금리정책으로 버블을 조금씩 해소하거나 더 큰 버블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기때문이다.
  1. 악순환.
  2.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는 그대로라는 점.
  3. 악순환.
  4. 그러나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하지 않으면 신용창조 효과가 없고, 이건 시장경제의 금융체계를 포기하자는 것, 곧 시장경제를 포기하자는 말과 동의어다. 즉 뱅크런 위험은 금융이 발달한 선진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불가피하다.
  5. 이 돈은 국가가 보증해주는게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증한다. 만일 여러은행에 뱅크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예금보험공사도 파산할수 있다. 때문에 경제위기시에는 국가가 전액을 보증하는 우체국에 예금이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가 부도가 난다면 어떨까? 꿈도 희망도 없어
  6. 즉 사람들이 부동산이 미쳤구나! 하고 자각해 거래량이 뚝 끊기거나 한다면...
  7. 사실 거래량은 2009년 이래로 계속 뚝 끊겨있다. 고가일 때 구입했던 이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기 때문. 간단히 말해 시한폭탄, 맞다.
  8. 피셔의 부채-디플레이션 이론은 예상치 못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것이고, 실질이자율 상승을 초래하는 것은 예상된 디플레이션이다. 이 차이는 뚜렷이 구분되며 또 그래야 한다.
  9. 여기서는 통화금융기관보다는 단기자금을 모아 장기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을 총칭하는 광의의 의미로 사용한다. 전문적인 표현으로으는 예금수취기관
  10. McCusker, John J. “How Much Is That in Real Money?: A Historical Price Index for Use as a Deflator of Money Values in the Economy of the United States.” Proceedings of the American Antiquarian Society, Volume 101, Part 2, October 1991, pp. 297-37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