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파일:/image/001/2011/02/17/PYH2011021704700005100 P2.jpg
이런 거다. 헬게이트 그 자체.(출처는 여기)

위 사진의 은행부산2저축은행으로, 뱅크런 사태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2011년 2월 19일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의 파산. 당사자(사진의 윗부분에 바글바글하게 몰려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고 내 돈"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1 개요

Bank-run. 뱅크러쉬 (Bank-rush)라고도 하지만 좀 마이너하다.

은행에서 예금이 단기간에 대량 인출되는 사태를 지칭하는 말. 펀드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펀드런'이라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은행들이 가장 무섭다는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워하는 일로, 자기충족적 예언의 일종이다.

뱅크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그것을 '미개한 개인들의 탐욕으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입은 안타까운 사태'로 언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뱅크런 사태는 100% 은행의 잘못이다. 소비자인 고객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면 그만이며, 은행의 사정따위 봐 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뱅크런'이라는 있어 보이는 단어로 포장해서 뭔가 다른 것 같지만, 은행에서 뱅크런이 터졌다는 건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뜻에 불과하다.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쉽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이 이자금이나 원금을 잠시 납입하기 어려울 때 은행 측에서 '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시군요' 라고 하면서 대출 상환을 연기해 주는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도 그렇고 금융사들은 채권 추심이나 고객 정보 수집은 칼같이 하면서 자기들한테는 참 관대하다.

2 원인

부분지급 준비 제도를 채택하는 전 세계의 모든 은행에서는 은행 내부에 충분한 을 준비해 두고 있지 않다. 은행 역시 기업이므로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기에 은행에 들어온 예금이 전부 대출로 빠져나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은행의 정의 자체가 기본적으로는 예금받은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줘서 그 이자로 수익을 얻고 예금주들에게 이자를 주는 곳이다. 그래서 법정 지급 준비율 정도의 지급준비제도[1]만을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예금주들이 저글링 러시 단체로 예금을 찾으러 몰려오게 되는데, 세상의 어느 은행이든지(설령 제대로 경영하고 있던 은행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버틸 수가 없다 예금을 전부 돌려줄 수 없다. 거기다 일단 한번 터진 것이 퍼지면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예금주까지 몽땅 몰려와서 돈을 찾아가려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3 결과

뱅크런이 터지면 은행이 일단 문을 닫고 채무자에게 대출해 준 자금을 혹독하게 회수하기 때문에 채무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채무자가 파산하면 은행 역시 같이 좆망 테크 트리를 타게 된다. 뱅크런이 터진 은행은 예금주가 돈을 찾으려고 물밀듯이 밀려들어서 헬게이트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은행이 파산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어찌 되건 간에 대출을 회수하기 때문에 시중의 통화량이 급감해서 디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가장 혹독한 통화량 조절책인 셈. 게다가 전염성까지 있어서 한 은행이 뱅크런을 겪으면 그와 비슷하거나 아래의 신용도나 지명도를 가진 은행들이 줄줄이 털려나간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국민 은행에서 뱅크런이 터지면 신한 은행이든 우리 은행이든 줄줄이 엮어서 뱅크런이 터진다는 뜻이다. 은행에 대한 신용을 잃게 된 예금주들이 일제히 현금 인출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 심지어 이 전염성은 다른 은행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한 재무구조를 갖췄더라도 얄짤없다.

4 특징

당연한 말이지만 법적으로건 경제학적으로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단순한 재산권 행사이고, 경제학적으로는 단순히 기대 비용의 변화로 인한 또 다른 합리적 투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영을 했기 때문에 은행은 당연히 망해야 한다. 은행들이 사옥을 최고급 대리석으로 포장하고 지점마다 에어컨을 팡팡 틀고 직원들의 대우를 엄청나게 잘해주는 등 고급 이미지를 심는 이유도 이렇게 미친 듯이 투자를 한 은행에서 고객을 배신하는 일이 있겠냐며 절대 돈을 떼먹지 않겠다는 신뢰를 심으려는 처절한 노력이다.

한편 뱅크런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로 볼 수 있다. 즉 개인으로 볼 때에는 은행의 위기시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고 이것이 최적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개인 개인의 최적 전략(은행에 가서 돈을 찾는 것)이 결국 전체적으로는 최악의 결과(은행 파산으로 인한 모든 이의 예금이 공중 분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문제는 상기했듯 이 뱅크런이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지도 높은 은행에서 뱅크런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일류 은행도 망했는데 그 밑의 고만고만한 은행이 제대로 버틸 리가 없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도미노 현상은 더 가속화된다. 은행권 전체가 신용을 잃어버리는 셈인데 그럼 국내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 신용도의 문제가 되어 해외 투자 자금이 쑥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를 쓰고 뱅크런을 막으려 들 수밖에.

5 대책

현재는 예금자 보호 제도 덕분에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이 많이 낮아진 상태이다. 맨큐 경제학에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어디서 영화 따위가 현실 앞에서 나대냐. 현실은 영화보다 극적이다. 실제로 2007년 말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로 인한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때문에 세계구적으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영국(노던록 은행), 미국(인디맥, 워싱턴뮤추얼), 러시아, 쿠웨이트, 홍콩, 대한민국(전일저축은행), 일본등에서 뱅크런이 터졌다. 못 사는 개도국들이야 당연히 터지지만 홍콩, 일본, 미국, 영국 같은 잘 사는 나라도 망하는 은행은 있기 마련이라서 뱅크런은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 국가면 흔히 터진다 공산주의(?) 북한은 이럴 리 없다.

이 사태를 조금 줄여보고자 은행에서는 예금자가 채무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즉, 자기가 돈을 입금해 둔 은행에서 돈을 빌리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쓰고있다. 예금자가 예금을 해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율을 비 예금자보다 낮춰주는 행위 말이다. 이른바 꺾기.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시도하려는 은행 직원 있으면 무시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으면 그냥 신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터지기 전에 보통 중앙은행이 나서게 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최종 대부자의 역할도 포함되는 만큼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미국이면 연준이 나설 거고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나설 거다. 문제는 은행이 중앙은행의 돈을 빌릴 능력이 되는지의 여부다. 은행은 보통 단기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 대출을 통해 마진을 얻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니까 단기에 다시 돈을 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신용 경색 없이 경기가 괜찮으면 새로 예금을 유치해서 그걸 메울 수 있지만 경기가 불황에 빠지고 예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이제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다. 이 경우는 은행이 시간만 충분하다면 지급할 능력이 있는데도 장기 대출해 준 자금을 당장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중앙은행은 미련 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그러니까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데 자산을 현금화시키지 못해 생기는 유동성 위기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줘도 나중에 그 은행이 갚을 수 있지만, 은행의 자산이 부실한 경우, 그러니까 은행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경우에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답이 없다.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그 은행이 갚을 능력이 안되니까.[2] 이러면 그냥 예금자 보호 제도에 의존할 밖에. 예금자 보험이 보장하는 이상 저금한 사람들은 그저 눈물이나 닦아야지.(...)

하여튼 한 은행에 5000만원 이상 맡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되도록 5천 이상 맡기지 말자. 국내의 여러 은행에 5천만원을 다 맡기고도 한도가 부족하면 스위스 은행 외국 은행에 맡기자. [3]

6 실제 사례

세계 대공황때 이 일이 너무 자주 터져서 대부분의 중소형 은행이 싸그리 몰락 해버렸다. 대형 은행도 파산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으니 흠좀무.[4] 최초의 예금자 보호 정책도 이 모양으로 은행이 파탄난 상황에서 미국이 시행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에서 대규모 뱅크런이 일어날 뻔 했으나,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버냉키 연준의장의 화끈한 지급 보장(거의 20조달러에 달하는!)으로 겨우 막았다. 그래도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 쌍두마차였던 인디맥과 워싱턴뮤추얼(두 회사의 자산규모는 거의 4000억 달러에 달했다!)은 뱅크런의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해 미국 정부와 연준의 구제한도를 초월했고[5], 결국 뱅크런이 터진 지 2개월만인 2009년 1월 나란히 두 회사가 파산하고 말았다. 파산 이후 저축은행들을 파산보호법원이 관리하면서 잘게 분할해서 각 지방의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에 팔아서 2016년 현재는 회사가 공중분해됐다.

한국의 뱅크런.
대한민국에서도 이 헬게이트가 열린 적이 있다.[6]

2015년 6월말 그리스 경제위기 와중, 구제금융 협상 결렬에 따른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 일시적인 은행 영업중단에 따라 뱅크런이 일어났다.

7 관련 항목

  1. 대한민국에서는 법정 지급준비율이 7%다. 은행은 현금으로 4%정도를 준비하고(그 중의 절반을 한국은행에 예치금 형태로 상납한다), 나머지 3%는 신용도 A+ 이상의 상업 어음이나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급 준비금이 가장 빡센 중국조차 총 예금의 20%만을 지급 준비금으로 쓰고 있다.
  2. 이걸 지급 불능 위기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은행이 경영을 부실하고 지나치게 위험하게 한 것이므로 중앙은행이 나설 이유가 없고 나서서도 안된다. 이런 은행은 그냥 망하게 두는 것이 낫다. 은행이 안전하게 자금을 굴린 것이 아니라 투기성 투자를 해서 돈을 날렸다는 말이니까.
  3. 우체국예금의 경우 전액을 국가가, NH농협은행(구 농협중앙회)이 아닌 단위 농협(예 원당농협, 고양축산농협, 개성인삼농협)의 경우 조합당 5000만원까지 보장 된다. 즉 원당농협 5천 + 고양축산농협 5천 + 개성인삼농협 5천 = 1억 5천만원까지 보장 되는 것이다.(단 단위 농협의 지점은 본점의 보장 범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원당농협 본점에 5천만원 성사지점에 1억 5천만원을 가지고 있을 경우 본점과 지점 합쳐서 5천만원만 보장)
  4.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위기 상황에 놓인 은행들에 대한 일시적 영업 정지였다. 열어두면 예금자들이 모조리 예금 빼가서 파산할 게 뻔하니까...
  5. 인디맥과 워싱턴뮤추얼에 뱅크런이 쏠린 이유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가 레버리지를 땡기기 위한 은행권 대출 한도가 다 차버리자 접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초거대 저축은행이었고 경영이 견실했으므로(파산보호법원에서 확인했을 때 분식회계 의구점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1금융권에 준하는 신용도와 대출여력이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먼이 여기에서 헤지펀드 투자용 대출을 대거 땡겼고 그 결과는.... 안습.
  6. 사실 제대로 된 은행이 아닌 제 2 금융권에서 터진 일이긴 하지만, 대규모 인출 후 파산이라는 패턴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