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몐

20130601082934630.jpg
중국에서 란저우 라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拉面(lāmiàn/라몐)

1 개요

사실 중국 현지에서 라면은 요리 이름이 아니라 재료 및 만드는 방법에 따른 국수 가락의 분류 중 하나일 뿐이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몐(面, miàn)이라고 하고 쌀가루로 만든 국수는 펀(粉, fěn)이라고 한다. 즉 라몐은 손으로 당겨서(拉) 밀 국수(面)를 만들었다는 뜻.[1] 한마디로 수타면이다.

실제로 밑에서 언급된 란저우 라몐 식당에 가면 주문과 동시에 바로 주방에서 미리 준비해 둔 밀가루 반죽(사진의 우하단)을 손으로 당겨서 면을 뽑아내 국물에 첨벙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수타면과 동일한 방식.

라면 외에 수공면(手工面, 반죽을 얇게 편 후 말아서 칼로 써는 한국식 칼국수와 비슷), 도삭면(刀削面, 반죽을 크고 길쭉한 덩어리로 만들어 한쪽 손과 같은 쪽 어깨에 지고 다른 손으로 칼로 스치듯 베어내어 만듬) 등 재료는 같지만 국수 가락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따른 분류도 존재한다.

이 라면을 탕에 넣어 내놓는 탕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고 만들어진 요리가 바로 라멘. 일본식 라멘이 인기를 끄는 와중에 둘 다 한자가 같고[2] 발음도 비슷해 이와 혼용되고 있는 상황. 거기에 일본에서 이를 즉석 식품으로 만든 게 건너오면서 한국의 라면이 되었으니, 같은 어원의 단어가 중국에서는 원래 의미 그대로 쓰이고 있는 반면 일본에선 면 요리 이름, 한국에선 인스턴트 국수를 이르는 것으로 3국에서 지칭하는 것이 모두 다르게 되었다.

2 바리에이션

중국에서도 라몐은 인스턴트타입과 생타입 두가지로 나뉜다. 다만 일본처럼 그나마 비슷하게 맞춘 건 아니고 그냥 태생이 다른 음식, 아니면 너무 먼 친척이라 보면 된다. 중국 내에서 인스턴트 라면은 중국 오리지널 라면이 아닌, 일본식 인스턴트 라멘이 들어온 이후부터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조리형 라면은 간쑤성 란저우 지방의 전통음식으로서 인지도가 높고, 가히 국수의 기원에 근접하다고 할 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전통있는 요깃거리이기도 하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크게 탕라면(탕몐)과 비빔라면(간몐) 물냉 비냉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신장 위구르 쪽에서는 라그만이라고 한다.

탕라면은 대개 우육면(牛肉麵)이라고도 불리는 '란저우라몐'(더 정확히는 란저우뉴러우라몐, 兰州牛肉拉面)으로 알려져 있고, 비주얼 자체는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모습과는 꽤 다르다. 무언가 뜨거운 국물에 면이 담겨있긴 한데 위로 그 위로는 주로 쇠고기와 고수 정도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 여기에 절인야채나 파채 등을 추가로 얹어먹기도 한다.[3]

그러나 이 라면의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면 국물이 일본식 라멘에 비해 많이 싱겁다는 점. [4] 그러니까 제법 자체가 국수끓인 면수에 면을 넣어준 다음 매운 양념장을 넣어서 맛과 향과 색을 내어 먹는 것이라, 짠맛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에는 상당히 맵거나[5] 뭔 맛인지 모르도록 싱거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비빔라면은 면에 고명(주로 볶음요리(炒菜))을 얹은 다음 끓는 향신기름(香油)을 뿌려서 먹는다. 식성에 따라 간장과 같은 장류를 더 넣어 먹기도 한다. 향신료에 내성이 없다면 이쪽이 되려 더 고역일수도 있다.

중국에서 란저우 라몐을 파는 식당은 대개 후이족(한족화된 무슬림)이 운영하는 청진(清真 할랄) 요리점이다. 소고기나 양고기를 주 재료로 많이 쓰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쓸 수 없는 할랄 푸드의 특징이다. 현지에서는 가격이 꽤나 저렴하다.

3 중국의 인스턴트 면

중국의 인스턴트면은 기존의 중국식 국수의 개량형으로서 일본계 대만인이 개발한 것이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대만으로 역수입되어 현지화를 거쳐 만들어졌고, 그것이 중국에 뿌리내린 경우다(...). 대체적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6] 육수맛을 베이스로 하며 끓여먹지 않고 용기면(컵라면)마냥 그릇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뚜껑을 덮고 불려 먹는 방식을 취한다. 적당히 뜨거운 물이면 면이 쉽게 불어 버리는지라 면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 그래도 굳이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중국인들은 항상 차 끓일 물을 옆에 두고 살기 때문에. 국내 인스턴트 라면처럼 끓이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기 때문이다.[7] 덕분에 국내 인스턴트 라면이 중국에 처음 수출되었을 때는 조리 설명을 보지 않고 중국식으로 조리했다가 면이 불지 않는다며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8]

한국과 일본에서는 국물의 베이스가 되는 스프의 수분을 완전히 날려 혼합분말 타입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페이스트 타입을 단연 선호한다.[9] 이 페이스트 타입에 기름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별도의 유성스프 없이도 둥둥 떠다니는 기름의 연출이 가능한 것. 그리고 몇몇 제품에는 절인채소를 건조하지 않고 건더기스프로 넣어버린 위엄도 보여준다. 식품으로서는 좋은 현상이지만 유통력으로선 보존성이 떨어지는게 필연적인지라, 중국라면을 사먹을 생각이라면 가급적 오래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국 인스턴트 면식 업계에서 톱을 달리는 업체는 캉스푸[10]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중화민국계 기업인 자칫하면 욕으로 들릴수 있는 딩신(頂信)홀딩스가 있다.[11] 농심이 중국 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대만계 라면 브랜드이기도 하다.
  1. 간화자 面의 원래 글자인 정체자 麵에서 제대로 된 의미를 알 수 있다. 왼쪽의 '보리 맥' 자가 밀을 뜻한다. 참고로 밀을 뜻하는 한자어가 '소맥'이다.
  2. 다만 일본의 라멘은 한자가 아닌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3. 정통 란저우 라몐의 기본 토핑은 얇게 썬 무, 채 썬 파+고수, 얇게 혹은 각지게 썬 쇠고기다. 식당에 따라 빨간 매운 기름을 올릴 수도 있지만 손님 취향에 따라 알아서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멀건 국물로 나오는게 기본이다.
  4. 애초에 란저우 라몐은 면이 포인트지 국물에 포인트를 맞춘 요리는 아니다.
  5. 대개 양념장 조절에 실패한 경우.
  6.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홍소우육면은 소고기가 메인이다. 그 외에도 은근히 소고기 베이스가 많기는 하다. 다만 무조건 소고기육수에 매달리는 한국과는 달리 돼지고기 베이스도 만만찮게 많지만.
  7. 사실 초기 인스턴트 라면의 조리 방법은 원래 이쪽이었다.
  8. 군대에서 용기에 뽀글이 해먹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불긴 분다.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뿐.(물에 넣어 끓이면 3~4분, 끓는물 붓고 불리면 6~7분 정도?)
  9. 비빔면의 비빔장 같은 질감이라기 보다는 대략 뻑뻑한 된장같은 질감이다. 태국 카레를 끓여본 적이 있다면 그것과 완전히 같다고 봐도 된다.
  10. 康师傅. 영어권에서는 Master Kong이라고 알려져있다.
  11. 일개 라면 만드는 회사라고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 포브스 선정 아시아 50대 기업에 선정 될 정도로 생각보다 기업 규모가 크다! 업종도 우리나라 농심과 비슷하게 라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생수,차,주스의 점유율도 중국 1위를 달리고있고 과자도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한때 중국 프로축구 톈진 터다의 스폰서를 서준 적도 있으며, 2012년 2월에는 펩시의 중국 법인까지 인수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