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Raymond Chandler. (1888년 7월 23일 ~ 1959년 3월 26일)
미국의 소설가. 대실 해미트와 더불어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형을 제시한 인물.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면 이 사람은 필립 말로를 만들어냈다.
2 생애
1888년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정작 교육은 물건너 영국에서 받았으며 20세에 영국군에 소속되어 일하게 된다. 하지만 연금을 비롯한 모든 것이 보장된 평생직업에 신물을 느껴 그만두고, 그 뒤로 다시 물건너 미국으로 돌아온다. 흠좀무.
그뒤로 석유회사에 취직한 후에 자신의 평생의 연인이자 아내가 될 시시와 만났고 부사장 직에 오를 정도로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게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인생이었지만, 본인 스스로는 그런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알코올에 매달리고 급기야는 불륜스캔들에 얽매여 회사에 짤린다. 그의 나이 44세의 일이었다.
그렇게 일도 그만두고 폐인처럼 살다가 불면증까지 덜컥 걸렸는데, 그런 상황에서 즐겨읽던 것이 바로 당시의 유행이었던 펄프 매거진이었다. 그렇게 읽기에 몰두하던 그는 나도 한번 써볼수 있지 않을까? 돈도 벌고, 좋아하는 소설 공부도 하고...하는 생각으로 쓴 단편, Blackmailers Don't Shoot[1]을 블랙 마스크[2] 지에 기고하게 된다. 그후로 5년동안의 각고의 노력과 인내 끝에 드디어 첫 장편, 빅 슬립(Big sleep)이 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작품은 당시엔 엄청난 대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이 작품 덕에 편집장도 과감하게 챈들러에게 투자했고, 그에 응답하듯이 그는 히트작들을 써내려가며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렇게 소설들이 흥행하면서, 자연스레 그당시 중흥기로 발돋음하던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역시 명성을 구가하는데 성공했다. 이쯤되면 인생의 승리자쯤 될법하지만...본인은 정작 돈에 환장한 그 동네 분위기에 신물이 난데다, 허구한날 태클을 걸어대는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커질대로 커지는 바람에 그만두고 다시 소설로 돌아오게 된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리틀 시스터(little sister). 지금봐도 심하게 배배꼬인 이 작품에는 당시 할리우드를 대놓고 까대는 신랄한 묘사와 더불어 작가의 불편한 속내가 잔뜩 담겨져 있다.
그뒤로 말 그대로 본인에게는 불후의 명작으로 길이길이 남을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을 써내면서 다시금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일듯 했으나, 그의 아내가 병과 나이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본인도 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결국 재발한 알코올 중독, 자살시도 등이 줄을 잇더니, 그도 죽은 아내를 따라 5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3 작품세계
대쉴 해밋이 하드보일드의 비정한 세계를 작품을 통해서 먼저 선보였다면, 레이먼드 챈들러는 그에 걸맞는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를 창조해서 거기에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그가 창조한 필립 말로의 영향력은 후대에 셜록 홈즈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셜록 홈즈가 지적이고 논리적인 명탐정인 전형이라면, 필립 말로는 길거리에서 말그대로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탐정의 모습을 닮고 있다. 그리고 냉소,우울, 정의감, 섬세함이 뒤섞인 성격은 그 자체로 상당한 캐릭터성이 있어서 그 뒤로 태어날 수많은 탐정, 형사 캐릭터들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홀로 내뱉는 긴긴 상황묘사와 독백은 거의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잡은 수준. 듀나가 실제로 이를 가지고 따로 클리셰 항목을 정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보통 문학사에서 거론될 때의 그가 해낸 업적은, 추리소설을 단순한 오락물에서 문학으로서의 소설로 까지 끌어올린 것에 있다고 본다. 본인 스스로는 "잘난 척" 해대는 평론가들이나 그들의 고상한 취미를 맞추려고 쓴게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좋은 작품을 써냈다는 점, 추리소설과 문학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고찰을 바탕으로 작품을 전개해나갔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는다.
사실 작품만 놓고본다면 지나치게 장광설이 난무하고, 묘사가 긴데다, 종종 플룻을 지나치게 꼬는 바람에 읽는 사람의 심력소모가 꽤 큰 작품이기도 하다. 덕분에 팬들은 깊이 있고 밀도감있는 작품이라며 좋아하고, 까들은 쓸데없이 말만 길고 지루하다고 싫어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 하지만 이 작품 내에 철철 흐르는 차도남 간지와, 세밀하게 묘사된 인물상들과 복잡한 사건들은 다 읽을수 있으면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다. 덕분에 동서양에 이 사람들의 팬이 많은데, 본고장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 추리소설의 고장, 일본에도 챈들러하면 껌뻑 죽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그외에도 아예 작정하고 팬픽 쓰듯이 작품을 써내려간 하라 료 같은 케이스도 있다.[3]
4 트리비아
1. 그가 작품 활동을 하는데는 아내가 가장 큰 조력자였다고 하는데, 무려 나이 차이가 18세. 결혼했을때 챈들러의 나이가 30대였고 아내는 무려 50대였다고 한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잠깐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다행이 잘 극복해냈다고 한다.
2. 그는 소설을 쓰는데, 당연히 먼저 앞서나간 선배였던 대쉴 해밋의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나이는 챈들러가 더 많았다고 한다.
3. 그의 작품 세계에 깃든 여성을 보호하는 기사도 정신이 은연중에 묘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가 젊었을적 머물렀던 영국에서 공부했던 영문학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덕분에 이 작품은 영국에서도 인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