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혐짤이 아닙니다![1]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위꼴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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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린 무화과. 한반도 남쪽과는 달리 생 무화과를 접하기 힘든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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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는 이렇게 생겼다.

無花果 (한자)
无花果 (중국어, [ㄨˊㄏㄨㄚㄍㄨㄛˇ; wúhuāguǒ])
イチジク(일본어)
Fig (영어)
Feige (독일어)
İncir 인지르 (터키어)
Σύκο 시코 (그리스어)
تين 틴 (아랍어)
انجیر 인지르 (페르시아어)
अंजीर 언질 (힌디어)
תְּאֵנָה 테나흐 (히브리어)
Ficus (라틴어)

Ficus carica[2]

1 개요

과일의 하나. 왠지 융털 같아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 중 하나. 지중해 지역과 중동에서 많이 먹는 과일이고 한국에서도 전남 지방으로 가면 생산철(9월 전후)에 흔히들 먹는 과일이다.(길거리에 말 그대로 널려 있다.) 2010년 이후로는 유통망의 발달로 서울 지방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성경에 자주 출연해 유명하다. 구약에서는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수치심을 느끼고 옷 대신 입은 것이 무화과의 잎. 이러한 이유로 선악과가 무화과라는 전승도 있다. 이 부분에 관해 자세한 건 선악과 항목을 참조.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말려버리신 바 있다.

2 이름의 유래; 꽃은 당최 어디 있는가

이름이 무화과인 이유는, 아무리 찾아도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화과를 따보면 열매처럼 생겼지만 사실 속의 먹는 부분이 꽃이다. 즉 우리의 눈에 보이는 열매 껍질은 사실 꽃받침이며, 내부의 붉은 융털(...)들 것이 꽃이다. 속에 빽빽한 꽃들에 닿기 위해서는 유일한 입구인 열매(?) 밑둥의 밀리미터 단위로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나비나 벌들은 꿀 따먹을 엄두도 못 내고 무화과와 공생하도록 특별하게 진화한 좀벌들이 속으로 기어들어가 꽃들을 수정시켜 준다. 그 벌들은 좁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날개가 부러져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부에서 죽는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좀벌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혐오주의.

덧붙여서 무화과의 아래쪽 구멍은 익으면 갈라져 벌어지며, 완전히 푹 익어 벌어진 진보라색 과일에는 개미나 여타 곤충들이 마구 몰려든다.

의외로 괴악해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무화과의 맛은 꽤 괜찮으며 채소와 과일의 중간맛이 난다고 하기도 한다. 신맛 없이 달고 진하며 멜론처럼 생햄과 같이 먹으면 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얼려서 샤베트로 먹어도 맛있다! 다만 나무에 매달려 속살을 드러낼 정도로 익어 벌어진 무화과는 이미 곤충에게 점령당해있을 가능성이 97% 이상이다. 정말로 푹 익어 진보라색이 된 무화과는 안의 과육이 붉은빛을 띤 황금색이며 그야말로 잼같이 달다.황금처럼 빛나는게 괜히 그러는게 아니다. 황금색 꿀보다 더 달다. 간혹 복불복처럼 맛없는 무화과를 먹게되면 마치 단맛이 없는 삶은 고구마 맛처럼 느껴진다고.

3 먹거리로서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잘 익은 무화과를 바로 따먹으면 약간 먹기 불편하기는 하지만 몹시 맛있다. 단 바로 따서 먹을 경우, 상처에서 흘러나온 끈끈한 흰 즙이 입술에 묻으면 가렵고 부르트니 주의할 것. 비누로도 잘 씻기지 않는다. 특히 약간 설익은 무화과의 경우 껍질 쪽에서도 흰 즙이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다만 사람 체질에 따라 달라서 어떤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도 입술이 부르트고 어떤 사람은 대충 먹어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

무화과 껍질을 벗겨먹어야 하는 줄 아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3] 일단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껍질을 벗긴다 유튜브에 "무화과 먹는 법"이라며 껍질 벗기는 동영상도 올라와 있는데, 무화과는 그냥 껍질 채 먹어도 된다. 껍질은 아주 얇은 복숭아 껍질 느낌. 생각해 보면 건조 무화과는 껍질을 못 벗겨 먹지 않는가.

하지만 무화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심지어는 산지에서도) 껍질을 벗겨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껍질이 얇고 부드럽다 한들 굉장히 무른 과육에 비해 껍질이 혀 끝에서 살짝 까끌거리는 느낌과 함께 미세한 쓴 맛이 느껴져서 그렇다. 어디까지나 취향 차이이니 누가 어떻게 먹든 참견하지 말자. 벗지기 않고도 그냥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 껍질 채 먹어야 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4]

졸이면 독특한 풍미를 내는 맛있는 잼이 된다. 단 것은 설탕을 조금만 넣고 졸이면 되고, 안 달고 맛 없는 것도 설탕을 많이 넣고 졸이면 맛있게 된다. 껍질은 꼭지 부분 두터운 데 빼곤 그냥 넣어도 졸여도 되고, 조금이라도 거친 질감이 싫다면 체에 걸러서 제거해도 된다. 오래 둬서 푹 익어 뭉개질 정도인 상품성 떨어지는 것은 가게에서 싸게 파는 일이 있는데, 잼을 만들면 좋다. 무화과 잼은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거나 농후 요구르트에 듬뿍 넣어 먹으면 훌륭하다.

한국에는 말린 것이 수입되다가 최근(2010년 전후)에 제주와 남부 지방에서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예전부터 부산, 경남의 동남해안 일대와 서남해안 일대(나주시 이남 지역)의 좁은 지역에서 많이들 자생하고 있었다. 대체로 겨울이 온난한 경주-나주를 잇는 선의 한반도 남쪽 해안지방에서만 주로 자라고 그 이북이나 내륙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적어도 1960년대의 부산의 일반 가정집이나 학교의 화단에는 무화과나무는 매우 흔히디 흔한 과수나무 였고 9월이 되면 잘익어서 꿀이 흐르는 생무화과가 많이 열렸다. 그 무렵에는 시장이나 노점 등에서 바구니에 담아 파는 생무화과를 흔하게 볼 수 있어서 9월의 최고별미로 쳤다. 꿀이 흐를 만큼 잘익으면 열매에 개미들이 엄청 달려들어 개미집이 되기도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서울 지방과는 달리 부산, 경남 일대나 전남지역 출신 사람이라면 생무화과를 먹는 것에 익숙하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70년대 까지도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이지지꾸라고 부르며 많이 먹었다.[5] 이 지역의 노인들 중에서는 어릴 때 많이 먹었으면서도 무화과라고 하면 모르고 이지지꾸라고 하면 아는 분들도 제법 된다. 아무래도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전해진 듯하다.

한국에서는 전남 영암군이 무화과 산지로 유명하다. 항간에는 영암군이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소비량도 70%를 차지한다나... 그래서인지 해마다 무화과 철이 되면 영암군이나 인근 시군의 주요도로의 길목에는(특히 2번 국도)트럭 등을 갓길에 세워놓고나 원두막이나 천막 비슷한 구조물을 세워놓고 무화과를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 영암 무화과가 등록되어 있다. 한국의 무화과 제철은 대략 8 ~11월 무렵으로 특히 9월 즈음에 많이 보인다. 영암과 가장 가까운 도시인 목포에서도 시장이나 터미널 앞 노점 등에서 제철 생무화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망의 발달로 서울에서도 이제는 영암 무화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많이 싸지긴 했지만 여전히 산지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이렇게 자생지역이 좁은데다[6] 유통하기가 까다로워[7]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김천시태안반도 및 대구같이 약간 북쪽 지방에서도 키울 수 있다. 물론 중부지방에서도 추위에 약한 남부수종치고는 많이 보이는데 이 내용은 후술하겠지만 품종의 차이다.

4 품종에 대하여

보통 유통되어 팔리는 무화과의 경우 일본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며, 재래종[8]과는 맛과 모양이 약간 차이난다. 외래종은 나무가 옆으로 부채처럼 퍼져 자라지만 재래종은 높고 길게 자라며 재래종이 좀 더 단단한 붉은 과육을 가졌다. 또 외래종은 익었을 때 표면에 세로 줄무늬가 생기는데 재래종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밋밋하게 생긴 등. 맛은 재래종이 훨씬 낫다.

무화과 나무 밑을 지나가면 코코넛 향기가 진하다. 그중 재래종이 열매에서 코코넛 향미 및 한약냄새가 강한편.

또한, 무화과나무 자체의 품종도 꽤 많아서 남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중북부지방에서도 충분히 자랄 수 있는 내한성이 강한 무화과 품종도 많다.[9] 특히 Celeste는 홋카이도 중남부 지역까지 재배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무화과나무 자체의 내한성은 -15℃부터 -20℃까지라서 보온을 해주거나 월동준비만 잘 하면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못 자랄 것도 없다. 잘 찾아보면 서울에도 무화과나무가 있다.

5 트리비아

클레오파트라가 좋아한 과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꺾꽂이물꽂이가 무식할 정도로 잘 된다. 싱싱한 가지를 잘라 물병이나 흙에 꽂아두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으면 약 60% 정도는 뿌리가 난다(!). 심지어 농담조로 무화과나무는 도끼자루로 3년을 써도 뿌리가 난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백악기 때부터 살아온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기후나 주변 식생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서 같은 종류의 무화과나무라도 주변 환경이 다르면 잎모양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무화과는 많이 먹으면 혀가 따갑고 쓰리다. 이게 다 무화과의 단백질 분해 효소 때문인데 무화과를 한번에 너무 많이 먹는 행위는 피하자. 어차피 비싸서 많이 못먹어 산지인 전라도 영암에 가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싸다 서울에서는 보통 7개에 만원인 고가의 과일이 그곳엔 수십개가 든 한 상자에 만원이다
  1. 혐짤 같아 보이지만, 저게 과육(먹는 부분)이다. 꽤 맛있고, 후술하겠지만 융털 같은 저 부분이 바로 이다. 그리고 환공포증 그런거 없다.
  2. Ficus 속은 인도고무나무벤저민고무나무가 속한 속이다. 즉, 무화과나무는 인도고무나무와 먼 친척 뻘.
  3. 이 항목에도 "꼭지 쪽을 잡고 겉의 껍질만 얇게 벗겨내 베어먹으면 버리는 부분 없이 먹을 수 있다. 통통한 부분을 잡고 몇 조각으로 갈라서 혀로 과육을 들어내 먹어도 되고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껍질채 먹어도 되고... 무화과는 농약을 치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므로 그냥 먹어도 괜찮다. 껍질은 약간 떫고 질긴편으로 식감이 나쁘지만 아예 못 먹을 부위는 아니다."라고 서술돼 있었다.
  4. 씻어서 껍질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복숭아를 왜 껍질 벗겨 먹는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5. 이지지쿠는 무화과의 일본어 イチジク가 살짝 변형된 것이다.
  6. 아주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오면 자라지 않아서 목포 바로 위의 나주에만 가도 보기가 어려웠다. 근데 더 위의 광주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도 있다.
  7. 생무화과는 과육이 너무 물러서 그냥 포장하면 으깨지기 때문에 박스에 두 줄 이상으로는 쌓을 수 없고 또 그걸 저온으로 유통해야 한다.
  8. 전남 목포 신안군의 섬과 전남 완도의 청산도에서는 농장이 아닌 민가에서 무화과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9. 예를들면 Chicago Hardy, Cele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