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부의 지옥합숙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SFC, PS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네번째 화자로 신도 마코토를 지명하면 나온다. 복싱은 좋아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는 원래 각종 운동계열 부활동이 전국대회를 휩쓸고 다닐 정도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복싱부가 특출난 기록들을 세우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신도는 지금의 복싱부는 활동하는 부원도 몇 없는 유령 동아리가 되어 제대로 망해가고 있다며 혀를 차고, 복싱부가 그렇게 유명무실해진 데에는 사연이 있다면서 약 15년 쯤 전의 무서운 일화를 소개해 준다.

당시 복싱부가 그렇게 강세를 떨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혹한 훈련, 기합을 동반하는 여름방학의 합숙이 있었다. 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고등학생들 주제에 신입생들을 상대로 거의 공포의 외인구단에 버금가는 사람 잡는 기합만 골라 시키는데, 이 탓에 40명 가까이 모인 신입생들도 이 합숙기간이 찾아오면 하루만에 절반이 도망가버리고, 최종적으론 꼴랑 5명만 남아 악바리만 한가득 채워서 말 그대로 외인구단 같은 실력자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합숙이란 것도 결국 기합 주는 선배들 입장에선 그냥 자기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하는 것에 가까웠고, 그 신입생들도 합숙을 겪고 선배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 전통을 이어 용서없이 내리갈굼을 가하며 그걸로 보상심리를 채우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등,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집단이었다.

그 와중에 '아카사카 요스케'란 1학년 남학생이 신입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카사카는 권투를 매우 동경해 훌륭한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몸이 약한 축에 속했던지라 당시 선배들은 적당히 하고 그만두겠거니 하면서 일부러 아카사카를 기합을 빙자해 집중적으로 가혹행위를 해댔다. 그럼에도 아카사카는 근성이 강해선지 군말없이 버텨왔다.

한편, 일방적인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아카사카보단 사정이 나았지만 토 나오는 기합으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던 몇 명의 신입생들은 어느 날 도망칠 계획을 짜기로 했다. 그래서 아카사카에게도 권유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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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성한다

SFC판 : 아카사카는 한술 더 떠서 선배들 저녁식사에 마취약을 먹인 뒤 이제까지 당해온 가혹행위에 대한 보복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다들 너무 무모하고 단순한 해결법이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그걸 진심으로 실행하려고 했기 때문에 다른 일행들은 그 마취약 넣은 저녁식사를 아카사카에게 먹인 뒤 린치를 가하고 이후 아카사카는 사망하며 그 다음부터는 아래의 '거절한다'와 같은 내용이 전개된다.

PS판 : 아카사카가 가혹행위에 대해 보복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SFC판과 같지만 PS판에서는 다른 일행들도 아카사카의 제안에 동의한다. 결국 그 날 저녁에 그들은 선배들의 식사에 마취약을 섞었고 린치 계획은 실행되었다. 우선 아카사카가 선배들의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복부를 있는 힘껏 때렸다. 그걸 신호삼아 다른 일행들도 선배들을 때리고 차서 선배들의 얼굴은 푸르게 부어 오르고 코피도 질질 흘렀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선배들 중 한 명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선배가 사망한 것을 알자 일행은 계속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결국 자신들도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해서 사실을 감추기로 했다.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약을 먹여서 엉망진창으로 얻어 맞았다는 식으로 위장하기 위해 일행은 서로를 때리다 누군가가 발견할 때까지 그 자리에 엎어졌다.

다음 날 아침, 귀여운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기 위해 찾아온 졸업생이 식당에 쓰러진 그들을 발견하고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다. 경찰은 식기에 남은 마취약을 증거로 복싱부에 원한을 가진 누군가의 소행으로 추측했다. 기합에 나가떨어져 도망친 부원이나 라이벌 학교의 복싱부 등 원한을 가진 사람은 많았기 때문이다. 아카사카 일행의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았지만 2, 3학년들은 크게 다쳐서 결국 1학년들이 주축이 되어 경기에 나갔다. 경기에서 아카사카는 좋은 성적을 내며 1년을 보냈다.

그렇게 아카사카가 2학년이 되고 이번에는 아카사카가 1학년에게 기합을 줄 차례였다. 아카사카가 주는 기합은 예년과는 차원이 다르게 엄격해서 1학기가 끝날 무렵 남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여름합숙이 시작되자 아카사카와 다른 사람들은 작년의 일을 떠올리며 불안해졌지만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모두 합숙에 참여했다. 합숙해서의 기합은 여전히 지옥과도 같아서 한 명씩 탈주자가 계속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당번이던 1학년이 무심코 "이 된장국에는 수면제도 마취약도 들어있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며 된장국이 담긴 그릇을 아카사카에게 건넸다. 그 말을 들은 2학년들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누군가가 그 날의 진상을 알아차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후로 식사를 하지 못했고 합숙이 끝날 무렵에는 꽤나 쇠약해졌다. 자력으로 산을 내려온 그들은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들이 벌을 받은 거라고 말하는 신도는 중요한 건 이 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아카사카가 밥을 먹지 않게 된 그 날 합숙소에 남아있던 1학년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날 저녁을 준 1학년은 누구였을까? 1학년이 없어진 뒤로 아카사카는 대체 누구를 상대로 가혹한 합숙을 계속한 걸까? 그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비관하다 병실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1학년은 전원 탈락, 3학년은 대부분 재활훈련 중, 2학년은 실종 상태니 복싱부는 망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복싱부가 합숙한 곳에서는 비쩍 마른 복서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아카사카를 포함한 2학년이 모습을 감춘 뒤부터 퍼졌다고고 하는데, 그 유령은 새빨갛게 달구어진 철판 같은 링 위에서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며 마치 사과하는 듯하는 표정으로 스파링을 계속한다고 한다. 신도는 너도 흥미가 있으면 가서 유령을 찾아보라는 말을 남기고 이야기를 마친다.

2 거절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버틸 거라면서 거절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래서 도주계획을 선배한테 일러바칠까 두려웠던 신입생들은 아카사카를 불러다 마구 두들겨패면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특히 이들의 리더 격이었던 하타나카 토오루는 아카사카의 글러브를 뺏어서는 그게 피떡이 되도록 잔인한 폭행을 가하면서 절대 말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는데, 나중에서야 결국 그 때 아카사카가 죽어버렸다는 걸 깨닫고 패닉에 빠진다. 이후 하타나카 일행이 아카사카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루트가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다. 어떻게 진행하건 당시 복싱부원들이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버렸기에 인과응보로 망해버리는 결말이 나는 건 똑같다.


2.1 아카사카를 땅에 묻어버린다

하타나카는 시체를 땅에 묻어버리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선배들은 아카사카를 찾았지만 원래 떨궈져나갈 놈이라 생각하기도 했던지라 그냥 도망갔겠거니 하며 낙관했다. 그 후 놀랍게도 하타나카 일행은 지옥의 합숙을 견뎌낼 수 있었다. 다만 자기들이 벌인 일이 들통날까봐 불안해했고 실제로 실종된 아카사카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수색대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아카사카의 시신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되자 하타나카 일행은 아카사카에 대한 일은 자연스레 잊어버렸고 1년이 지나 하타나카는 2학년 그룹의 리더가 되었다. 지옥의 합숙 시즌이 다가오게 돼서 신입생들을 갈굴 생각에 잔뜩 들떠있던 하타나카. 하지만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카사카를 묻은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 된다. 하타나카는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버려서 두렵긴 했지만 허세를 부리면서 자기는 합숙 갈 테니까 냉큼 따라오라며 다른 공범들을 위협했다.

그런데 합숙 도중 하타나카는 바닥에 떨어진 피 묻은 권투글러브를 보게 된다. 아카사카의 것 같다는 생각을 한 하타나카는 공포 때문에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지만 정신을 추스른 뒤 저것에 대한 확인을 좀 더 확실히 해보고 싶었다.


2.1.1 글러브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글러브는 확실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하타나카는 왠지 그걸 의미없이 껴 보고 싶어졌다. 그건 하타나카의 손에 꼭 맞았으며, 이상한 기분을 품은 채로 일행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다른 일행들은 하타나카를 보며 '너 지금 손에 뭘 붙여놓고 있는 거냐'며 경악하는데, 하타나카가 자기 손을 확인했더니 그건 글러브가 아니라 하타나카의 주먹을 감싼 잘려나간 두 개의 피투성이 손목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손사레를 치자 그 손들은 벗겨지더니 다른 녀석들의 얼굴에 그대로 달라붙어버렸고, 패닉 상태가 된 그들은 황급히 밖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하타나카 일행이 아카사카를 죽였다는 사실이 탄로나고 말았고, 이들은 모두 퇴학 당하고 응분에 맞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아카사카의 시체는 이후 양지바른 곳에 묻어졌지만, 그의 미련은 여전히 복싱부에 지박령처럼 남은 것인지 복싱부 시합 중 유령으로 불쑥 나타나곤 한다는 것 같다. 출전하는 선수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2.1.2 아카사카를 묻은 자리를 찾아간다

아카사카를 묻은 자리에는 왠 하얀 로프가 살인사건 조사 현장처럼 쓰러진 사람 모양을 이루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설마 시체가 발견된 건가 하며 두려움에 떨던 하타나카는 흙을 짚어서 확인해보려 했다. 그 순간, 그 로프는 지금부터 죽을 인간을 위한 표식이고, 너는 여기서 쓰러진 채 발견될 거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아카사카의 유령은 어느 새 하타나카의 등 뒤에 기대듯 올라타있었다.

그래서 하타나카의 시야엔 들어오지 않아 한동안 아카사카의 유령을 못 찾았지만, 등 뒤에 있다는 걸 직감한 그는 자기 몸 쪽을 향해 몇 번이고 주먹을 휘둘렀고 결국 그는 다음날 흰 로프를 따라 쓰러져 죽은 채 발견된다. 죽은 하타나카의 입 안에는 권투 글러브가 쑤셔넣어져 있었으며, 최초 목격자였던 1학년이 그걸 발견한 순간 로프는 사라져 버린 모양. 그리고 하타나카를 따라가듯 같은 학년의 공범들이 차례차례로 죽어버렸는데, 모두 하타나카처럼 자기 주먹으로 자기 몸에 치명상을 내어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거기다 그 이후로도 복싱부에서 기합을 주게 되면 그걸 한 놈이 언젠가는 꼭 큰 사고를 당하는 징크스가 생겨났다고 한다.


2.1.3 다른 공범들에게 물어본다

다른 공범들에게 이걸 물어보면 일단 처음에는 비웃지만 아카사카의 글러브를 함께 묻은 기억은 없었다는 걸 자각하자 더욱 큰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모두들 그걸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용기는 안 났기에 그런 찜찜한 기분을 안은 채 하타나카 일행은 다음날 오후의 복싱 연습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머리에 타월을 뒤집어쓰고 손에 새빨간 글러브를 낀 채 걸어오는 신입생을 발견한다. 냉큼 링 위로 올라오라며 의기양양하던 하타나카였지만, 그의 정체는 아카사카의 유령이었다.

겁에 질린 하타나카에게 아카사카는 자기 글러브를 벗더니 이걸 끼고서 자기를 때리라는 영문 모를 말을 한다. 거기다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어째서인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아카사카가 자기 글러브를 끼우자 하타나카는 비명을 지르며 용서를 빈다. 하지만 아카사카는 하타나카를 강제로 조종해서 자기 몸을 때리게 하는데 오히려 때리는 하타나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결국 하타나카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는데, 그 글러브 안에는 못들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카사카는 마찬가지로 자신을 죽게 만든 복싱부 부원들을 조종해서 강제로 못이 들은 권투 글러브를 끼게 한 뒤 전부 똑같이 보복한다.

하타나카 일행은 링 위가 아니라 아카사카를 묻은 합숙소 뒷쪽에서 실혈성 쇼크사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그들 주변에는 못이 가득 들고 피범벅이 된 권투 글러브 한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신도는 이걸 두고 그들이 환각에 홀렸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마지막 선택지의 경우 그 이야기대로라면 분명 이 이야기를 전해줄 화자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전형적인 괴담의 모순이 생겨나게 되는 셈이다. 신도는 이 문제점에 대해 믿고 싶으면 믿고 말고 싶으면 말아라 식으로 말만 남기고 이야기를 마친다. (※)


2.1.3.1 (※) 가면의 소녀 루트

만약 가면의 소녀 루트로 들어왔다면 마지막 내용이 조금 달라진다.

이야기를 끝마친 신도는 갑자기 아카사카가 어떤 얼굴인지 궁금한지 않냐고 물어보고 당시 복싱부의 기념촬영 앨범이 이 방 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면서 방의 구석을 가리킨다. 사카가미 슈이치가 그 곳을 찾아보니 그 말대로 관련 앨범이 있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중 이야기 속에서 죽었을 그 하타나카 토오루라는 학생의 얼굴이 신도 마코토랑 완전히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지만, 신도마저 그들이 안 보던 틈에 돌연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가면을 쓴 교복소녀로 이야기가 분기되는 조건 중 하나가 된다. 또한 주인공의 후배 타구치 마유미 시나리오의 플래그도 선다.

가면의 소녀 분기에서만 볼 수 있는 배드엔딩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후쿠자와와 호소다는 사카가미에게 '이 모임을 도중에 그만두면 분명 지금까지보다 더 무서운 일을 당할 것이다, 끝을 보자'라고 권한다. 그러나 '더 이상 희생자를 낼 순 없다'는 이유로 모임은 해체된다(이는 표면상의 이유이고, 사실은 앞일이 무서워져서 그만둔 것). 사카가미는 그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부리나케 도망친다. 등 뒤에는 남은 두 명의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만이 남는다. 호소다가 남긴 마지막 말 '사카가미, 너 저주받아라'라는 말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지, 그날 밤 주인공은 아는 사람들을 모조리 잃는 꿈을 꾼다. 이튿날, 사카가미의 반 교탁 위에 히노가 엎어진 시체로 발견된다. 히노의 뺨에는 '저주'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사카가미의 마음 속에 뒤늦게 '학교 7대 불가사의 모임을 계속해야 했는가'라는 후회가 일었지만, 이미 선택의 순간은 지났다. 사카가미의 손등에도 '저주'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사카가미는 자신에게 곧 닥칠 운명을 느끼고 눈을 감는다.

2.2 이불에 옮겨서 자는 척 위장시킨 뒤 선배에게 보고한다

'선배에게 보고한다'나 '이불에 옮겨서 자는 척 위장한다' 모두 이 루트로 들어온다.
하타나카는 아카사카가 기합의 악영향이 누적돼서 자다 죽은 것으로 위장하자는 제안을 했고, 애초에 선배들의 빡센 가혹행위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 자체가 터지지 않았을 거라며 모두들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복싱부 선배들은 그들의 의도대로 아카사카가 죽었단 말을 듣자마자 정말 자기들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죄를 피하기 위해 토의 끝에 가히 패륜적인 발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카사카를 화장시켜 유골만 남긴 뒤 그걸 샌드백 안에다 들이부어 시체를 숨기는 것. 거기다 합숙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공범자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유골을 넣은 샌드백을 마구 때리는 연습을 강제로 하게 했다. 아카사카의 시체를 태우는 데만 한밤중까지 걸렸고 새벽이 다 지나도록 샌드백을 때리게 했다는 모양.

그 다음날부턴 평소처럼 합숙 일정을 계속했지만 선배들도 죄책감으로 무서워졌기 때문에 예의 기합은 그냥 적당한 정도로만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합숙 마지막 날, 복싱부 사람들은 하던 대로 링 위 연습시합을 하기로 했는데 그 때 그거 좋겠다는 아카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선배들 중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1학년들에게 시합 준비를 시킨다. 첫 번째로 올라온 건 하타나카. 링에 올라서면서 미리 서 있을 선배 쪽을 바라봤는데 거기 서 있었던 건 선배가 아니라 죽은 아카사카였다.

겁에 질린 하타나카는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아카사카에게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해댔고, 아카사카도 그에 응수해서 처참한 난타전을 벌인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광경 때문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으며, 결국 둘 다 피떡이 된 채 실신하려는 순간 하타나카는 쓰러지는 아카사카의 모습이 원래 자기랑 붙을 예정이던 선배로 뒤바뀌며 '용서해줘 아카사카'라는 단말마와 함께 쓰러지는 걸 목격하고 같이 기절해버린다. 뒤이어 다른 일행들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링 위에서 서로 패싸움을 하다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모두 서로가 아카사카로 보이는 환각에 홀렸던 것이다.

비록 학교가 수색대를 동원한 끝에 그들을 찾아내서 모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그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네가 죽였던 게 분명한 아카사카가 멀쩡히 등교하고 있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 합숙에 참여한 사람들 외에는 아카사카가 죽었다는 걸 아는 이는 없었기에 그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와 반대로 복싱부 부원들은 모두 공포에 질린 채 살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괴사건이 터지게 된다. 아카사카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들이 차례차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것. 하지만 이상하게도 복싱부원들이 사라지면 사라질 수록 아카사카의 유골이 담긴 샌드백은 계속해서 커지고 또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복싱부와 관련한 안 좋은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복싱부는 망했으며, 학교 측이 액막이 제사를 치르자 그제서야 아카사카의 유령도 사라졌다.

지금의 복싱부는 그 때 같이 막 나가는 기합은 치르지 않고 신도가 처음 설명한 대로 그냥 심심한 동네로 전락해버리긴 했지만 딱 하나,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 복싱부에서 사용 중인 샌드백 하나만큼은 이상하리만치 타격감이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