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치카

(빼치카에서 넘어옴)

러시아어 : Печка
영어 : Pechka, Russian oven
일본어 : ペーチカ, ペチカ

1 개요

원래는 러시아식 벽난로를 가리키는 용어.
하지만 한국에서는 과거 군대에서 하도 운용하다보니 빼(뻬)치카로 알려져 지금까지 이 이름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2 상세

옛날 군대에서는 내무반에 이런 난로를 두고 난방을 하다 보니 빼당(빼치카 당번)이 존재하였고 여기에다 심심하면 라면을 끓여먹고는 했다. 이 링크의 사진의 한 구석에 보이는 커다란 사각형의 구조물이 페치카다. 건물 밖에 불넣는 구멍이 있고, 난로가 열을 받으면 방 안에 온기가 전달되는 구조다. 연기는 사진에 보이는 연통을 통해 바깥 굴뚝으로 나간다.

극한의 땅 러시아에서 쓰이는 물건답게 화력이 강했기 때문에[1] 이 위에 반합을 올리고 물을 넣으면 순식간에 끓어올라서 라면을 끓이는 데에 유용했고[2] 설거지가 귀찮으면 종이를 물에 적셔서 빼치카 위에 놓고 라면봉지로 뽀글이를 만들어 올려놓기도 했다. (종이가 열을 흡수해서 라면봉지가 타지 않는 것)

빼치카 당번을 빼당이라고 불렀는데, 빼당은 밤새 잠을 못 자고 빼치카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항상 옆에 붙어서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위에 말했듯 석탄의 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 꺼지는 일이 잦았다. 불이 꺼지면 그날 빼당은 그야말로 경을 치는 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빼당은 대부분 상병급 이상의 중고참들이 맡았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빼당은 다음 날 근무 취침이 허용되었다. 불이 꺼지면 고역이었으므로 동절기에는 웬만한 작업이니 훈련도 열외였고.

김영삼 대통령 때까지는 존재하였으나 현재 빼치카를 때는 내무반은 없다. 위의 링크의 기사에서도 마지막으로 남은 기록은 1999년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 라디에이터를 가동하고 있고, 침상이 있는 구형 내무반은 온돌이 깔려있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군대 용어.

참고로 사진 속 뻬치카 위에 잘보면 침구가 놓여있는데, 우리나라 아랫목과 비슷하게 따뜻한 뻬치카 위에서 자기도 하기 때문이다.러시아에서는 오븐이 당신을 굽습니다.


동작그만에도 페치카가 재현되어 있다. 빼당은 보통 상병 이상부터 병장이 맡았으며, 당번이 아니더라도 뜨뜻한 페치카와의 거리는 곧 계급이기도 했다(...)
  1. 전통 러시아 페치카는 사실 열 효율이 좋지 않았다. 30% 이하. 그래서 불 한 번 때 는데 작은 나무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단 소리도 있다. 이렇게 열 효율을 희생하고 얻은 건, 식는 데 8~12시간이나 걸리는 온기였다.
  2. 하지만 이런 경우는 석탄가루 보급이 잘 나오는 좋은 부대에서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석탄 보급이 엉망인 부대에서는 적절히 은은하게 따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군대에서 뭘 바라냐 그나마도 보급을 아끼기 위해 석탄가루를 진흙에 섞어서 양을 불린 뒤에 빼치카에 넣고 불을 땠다. 이렇게 하면 적은 양의 석탄가루로도 오래 그리고 많이 불을 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