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 사고


1980년 2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날아오르는 163편.

1 개요

이륙 7분 만에 화재가 감지됐고 그에 따라 즉시 회항해서 멀쩡하게 비상착륙까지 마쳤지만, 그럼에도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

1980년 8월 1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킹 할리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타고 있던 승객 287명과 승무원 14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는 충돌이나 공중분해가 없었던 사고 중에서 최악의 희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된다. 사고 기종은 록히드 L-1011-200 트라이스타. 등록 번호는 HZ-AHK

2 사고

사우디아 163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를 목적지로 하여 리야드 국제 공항을 이륙했다. 이륙한지 7분이 지났을 때, 기체 후미의 화물 적재칸에서 연기가 난다는 경보가 울렸다. 승무원들은 경보가 맞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항공기관사는 객실에 연기가 나는지 확인하러 객실로 향했다. 객실에 도착한 항공기관사는 기체 가장 후미 쪽에 불길과 연기가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와중에 4분이 흘렀다. 비행기 기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공항으로 회항,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착륙 후부터 뭔가 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비상 사태인데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착륙 후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하여 활주로 끝에 있는 유도로까지 간 후 그 위에 멈춰 섰다. 착륙으로부터 2분 40초 후의 일. 구조대는 비행기의 착륙지점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비행기 비상 정지와 승객 대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멈추지 않고 그냥 휙 가버린 것이다. 구조대는 허겁지겁 비행기가 멈춘 지점으로 달려갔다. 왜 기장이 착륙 직후에 멈추고 비상탈출을 지시하지 않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비행기는 착륙할 때의 방향과 반대쪽을 향한 채 착륙한 곳에서 4 km 떨어진 유도로에 멈춰 있었다. 달려 온 구조대가 비행기에 도착했지만, 도착 즉시 비행기 문을 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비행기 엔진이 아직도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고 있던 두 엔진[1]은 비행기가 정지한지 3분 15초 후에 멈췄다. 이 무렵 비행기 외부에는 불길이 없었지만, 비행기 뒤쪽의 창문을 통해 실내에 불길이 타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엔진은 멈췄지만 구조대는 즉시 문을 열지 못했다. 귀중한 시간은 계속 흘러 갔고, 엔진이 멈춘지 23분이 흘렀을 때, 드디어 지상 요원이 기체 오른편의 두번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3분 후,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였다.

3 결과

탑승하고 있던 승객 287명, 승무원 14명은 전원 사망했다. 한국인 4명도 이 사고로 사망했다. 사우디 국적이 아닌 승객 중 일부에 대해 부검이 실시됐는데, 모두 화상이 아닌 질식 때문에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도 비행기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모두 사망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기가 정지한 후 마지막 통신이 있었는데, 비상탈출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끝내 비상 탈출은 시작되지 않았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내의 기압이 높았고 문은 안으로 당겨서 여는 형태라 승무원들이 문을 못 연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FAA 는 밝히고 있다#. 착륙 후에도 여압장치가 계속 켜져 있었고 기내의 압력이 높았던 것은 맞지만, 문을 여는데 지장이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 문을 열지 않은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승객과 스튜어디스들이 이미 죽거나 정신을 잃었던 것이라는 가정, 문 앞에 몰려 있던 승객들 때문에 문을 열수 없었다는 가정 등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밝혀진 것은 없다. 희생자 모두는 기체 앞쪽 절반에 위치해 있었다.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비행좌석에 그대로 앉은 채 발견됐다.

화재는 화물 적재칸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길은 매우 거세서 객실 바닥을 뚫고 타오를 정도였고, 그 근처에 앉았던 승객들은 불을 피해 비행기 앞쪽으로 몰려있게 되었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우디 관리들은 비행기 잔해물 안에서 두개의 휴대용 가스버너를 발견했는데, 근처에는 다 쓴 소화기 한개도 있었다. 그러나 의심은 가지만 확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이 사고는 결국 원인 미상의 사고로 남게 되었다.

참고로 사고기의 잔해는 1990년대 초반까지 치워지지 않았었다
  1. 엔진이 모두 3개 있는 기종인데, 2번 엔진은 활주로 진입시에 조종사가 이미 껐었다. 출력을 조절하는데 쓰이는 스러스트 레버(thrust lever)가 화재 때문에 움직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