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관사

Flight Engineer (F/E)
Second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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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300[1]의 조종실에 탑승한 항공기관사.

1 개요

항공기관사는 항공기에 탑승하여 조종장치를 제외한 발동기 및 기체를 취급하는 행위를 하는 항공종사자다. 주요 업무는 조종실 내의 각종 계기를 통하여 항공기의 기계, 전기, 전자계통의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하며, 기체의 중량, 균형 및 연료의 탑재량을 점검하며, 기장의 지시에 따라 엔진의 출력을 조정하고 각종 스위치를 조작하며, 순항출력, 연료소모량, 기내의 여압 및 온도 등을 산출하고 조절하며, 비행일지를 작성하고 항공기의 이상여부를 항공정비사에게 통보한다.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지는 않지만 조종사를 도와 항공기가 원활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상업 운항 면장과 일정 기간 이상의 비행기 조종 경력[2]이 있어야 한다. 제복 또한 조종사들과 동일한 파일럿 제복을 착용하며 견장의 줄은 부조종사(Co-Pilot)와 같은 3줄을 부여하나 가운데 줄을 가늘게 한 형태[3]로 부조종사 보다 약간 하위의 권한을 상징하게 하여 구별하게 한다.

최근에 운항되는 대부분의 여객기들은 기술의 발달로 각종 계기 및 장치들이 디지털화 되어 항공기관사 업무가 항공기 조종사들의 업무로 흡수되는 것이 가능해져 자연스레 항공기관사라는 직종이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항공기관사가 필요한 여객기 기종으로는 주로 60년대에 설계 및 출시된 중장거리용 구닥다리기종들로 보잉 707, 보잉 727 그리고 보잉 747 기종 중에서는 747-400 이전 모델인 747-100/200/300 등의 747 클래식 라인업이며, 에어버스 A300의 초기형식인 A300B1, A300B2, A300B4 및 콩코드, 록히드 사의 L-1011, 맥도널 더글라스DC-10 그리고 구 소련의 투폴레프 Tu-154 시리즈 등이다.

참고로 FAA 규정상 727이나 DC-9 같은 비교적 소형의 여객기들의 경우 단거리 노선에 한하여 항공기관사 없이 기장과 부기장 2인승무가 허용이 된다. 747-100/200/300 이나 DC-10 같은 장거리 대형 여객기들의 경우는 단거리 노선이던 장거리 노선이던 구분없이 무조건 비행시에는 항공기관사가 탑승하여 최소 3인 운항승무원을 갖춰 운항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2 유래

항공기, 동력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하늘을 난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비행기 조종이라는 것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기술이어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는 한 명이었다. 그러다가 비행기 제작술이 발달하고,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비행기가 출현하면서 점점 비행기는 복잡해지고 각종 장비가 부가되면서 첨단화되기 시작했다.

비행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시스템이 도입되고, 조종사에게는 무수히 많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종사 한 명을 더 태우게 되었다. 물론 비행의 안전성을 염두에 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지만 말이다. 우리가 흔히 부기장으로 생각하는 부조종사(Co-Pilot)가 필요하게 된 이유였다. 부조종사는 조종사를 도와 상호 점검(Cross-Check)을 해 가며 비행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제작술은 멈추지 않고 발달하면서 각종 장비가 추가되고 첨단화되어서, 수많은 계기를 읽어내고, 비행 중 엔진상태를 점검하며, 외부 환경을 검토해야 했는데, 조종사 2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임무, 직업이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다.

3 직종의 몰락

하지만 이 항공기관사라는 직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니, 다름 아닌 기술 발달 때문이다. 기술 발달이라는 환경이 항공기관사라는 직업을 만들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 발달 때문에 항공기관사라는 직업이 항법사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항공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항공기관사가 수행하던 임무를 대부분 항공기 첨단 컴퓨터 시스템이 담당하게 되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승무원 수를 줄이려는 환경이 조합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여객기 분야에서는 보잉은 보잉 767보잉 747의 대표적인 기종 747-400 부터, 맥도널 더글라스DC-10의 후속 기종인 MD-11 부터 본격적으로 글래스칵핏을 도입하면서 항공기관사 없이 조종사 2명으로 조종이 가능해졋다. 에어버스는 비교적 후발 주자 항공기 제작업체인 관계로 A300의 초기형식인 A300B1, A300B2, A300B4 및 콩코드를 제외한 모든 기종에서 항공기관사 없이 운항이 가능하다.

최근의 항공기는 그저 하늘을 나는 기계적인 장비라기 보다는 오히려 컴퓨터를 장착한 거대한 전자제어 시스템이라고 하는 편이 더 가까울 것이다. 하물며 A380 같은 초대형 항공기 조차도 비행기 기장과 부조종사 2명만으로 비행할 정도로 온통 컴퓨터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는 통신 기술의 발달로, 항공기가 비행 중에 문제를 만나도 항공기관사와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지상 통제센터나 정비센터와의 교신을 통해 기술적 조언을 받아가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항공기관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 항공기관사가 따로 탑승하던 시절의 기장과 부조종사의 경우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항공기관사의 임무도 병행하게 되어, 소속 항공사로부터 항공기관사와 관련된 추가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민간 항공업계에서는 더 이상 항공기관사를 볼 수 없게 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항공기관사들이 탑승하는 비행기종들이 속속 노후화를 이유로 퇴역하면서 항공기관사의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기존 항공기관사 종사자들의 경우 비교적 젊은 사람들은 재교육을 받아 항공기 조종사로 전환하여 근무하거나,[4] 나이 든 사람들은 은퇴나 비행 교관 등의 다른 직종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항공기관사가 없어지면서 기장과 부기장 2명만으로 조종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기장이나 부기장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될 때 조종실에는 1명만 남게 되는데다 9.11 테러 이후 조종실의 보안강화에만 중점을 두어 조종사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됨으로써 불순분자를 막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조종사가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이상한 생각을 해서 불순한 행동을 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저먼윙스 9525편 추락 사고를 통해 실제로 일어났다. 만약 항공기관사가 있었더라면[5] 항공기관사와 부기장이 야합하고 짝짝궁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4 그 밖의 이야기들

애초 항공기관사를 운용하는 컨셉은 비행 중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는 조종간을 부조종사에게 건네주고 항공기관사와 대책을 협의해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Second Officer라고 부르는 항공사들도 있었다. Second Officer 는 부기장(First Officer) 다음의 권한을 가진 운항 승무원을 가리키는데, 장거리 노선의 경우 3인이 탑승할경우, 제3의 부기장에게 Second Officer 라는 명칭을 부여하기도 하고, 구형 여객기의 경우 Flight Engineer가 조종실 구성원의 기능적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 Second Officer는 조종실에서의 임무상 권위(Authority)와 관련된 표현을 부여하기도 하였는데,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항공 기관사에게 Second Officer 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항공사도 있고, 안하는 항공사도 있었다.

에어포스 원의 경우는 아직까지 항공기관사가 남아있다. 이유는 보안유지 이외에도, 베이스가 보잉 747-200B 기반이라 그렇다. 조종석을 747-400 수준으로 완전 디지털화 하지 않는 이상, 기존 747-200은 항공기 상태에 필요한 정보가 앞의 좌우 조종석에 모두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시에는 항공기관사 없이는 위험하다. 이는 보잉 747-8i으로 교체되면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이나, 일반 항공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에어포스 원이기에 두명이서만 조종할 일은 거의 없을 것 이다.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 라는 임무가 필요하게 된 최초의 육상 민수용 항공기는 Boeing 307 기종이다.(수상기인 도르니에 DO X가 최초로 항공기관사를 태우게 된 기체이다) 이 항공기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등장해 겨우 10대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항공기관사를 등장시킨 최초의 기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 항공기는 기내여압을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상업용 항공기로, 당시로서는 최첨단 항공기였다.

2차 세계대전 시, B-17 폭격기에서 색다른 임무를 수행한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에겐 다름아닌 폭탄 투하 (Gunner) 라는 중요한 임무[6] 가 부여된 것이었다. 이 B-17 기종을 개량 발전시킨 것이 바로 Boeing 307 항공기라는 걸 생각하면 항공기관사라는 임무가 군용기에서 먼저 시작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공군의 경우, '기상정비사'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C-130 등의 수송기에 탑승하며, 항공기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는 직책. 화물 공수·투하의 경우는 기상정비사가 아닌 기상적재사(Loadmaster)가 담당한다.

대한민국 해군의 경우, '항공기관사'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P-3에 탑승하며, 임무는 공군의 기상정비사와 유사하다.(대잠, 대함 콘솔을 다루지 않는다. 콘솔을 다루는건 항법통신관, 전술통제관, 음향/비음향 조작사들이 담당하고 이런 전자 장비에 문제가 생길 경우엔 전자조작사가 고장 대처 및 정비의 임무를 수행한다.) 항공기관사가 정식 명칭이나 일선에선 Flight Engineer, 더 줄여 FE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1. 1997년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의 주인공도 바로 이 기종으로, 사고 당시에도 물론 항공기관사가 탑승하였다. 참고로 이 기종이 747에서 마지막으로 항공기관사가 탑승하는 기종. 물론 그 덕에 대한항공에서 747-300은 퇴역한지 매우 오래되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대한항공 747-300중 하나의 테일넘버가... HL7469였다.(...) 같이 도입된 다른 한 대는 HL7468.
  2. CPL(Commercial Pilot Licence. 돈 받고 사람 태우려면 필요한 면장.)자체가 PPL(Private Pilot Licence. 개인 운항 면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행 경력이 있다.
  3. 즉 해군 소령 정복용 계급장과 같다. 부조종사는 해군 중령, 기장은 해군 대령 계급장과 동일.
  4. 항공기관사들도 기본적으로 조종사 면장과 어느 정도의 비행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
  5. 사고기종인 에어버스 A320은 설계 자체부터 글래스칵핏을 도입하여 애초부터 항공기관사와 관련된 장비가 없었다.
  6. B-17에는 기계식 계산기가 달린 '노든 폭격 조준기'라는 당시로써는 최첨단 조준기가 장착되었으며, 목표지점 상공에서 폭격수가 노든 조준기를 작동시키면 조준기의 움직임에 따라 항공기가 자동조종 모드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