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1 원작 '사평역에서'

沙平驛에서

곽재구가 쓴 시. 1981년중앙일보 신춘문예지로 등단한 작품이다.

등장하는 사평역의 실제 모델은 경전선 남광주역이라는 것이 정설이다.(가끔 이름이 비슷한 남평역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다.) 2009년에 개통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사평역도 있지만 당연히 아니다. 다만 경전선이 아닌 전라선상에 있는 역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며, KBS TV 문학관 사평역 편에는 사평역의 역명판이 나오는데, 학구역(현 개운역)과 괴목역 사이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 '사평역에서'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장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2 1의 시를 바탕으로 쓴 소설 사평역

임철우가 1983년 가을에 민족과문학을 통해 발표한 소설이다. 1의 시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내용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시에서는 인물들의 심리나 행적 등이 그다지 자세히 묘사되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꽤나 구체적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