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

The House of Silk. 위키피디아 항목 네이버 리뷰

각본가 겸 소설가인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Anthony Horowitz)가 집필한 셜록 홈즈 소설. 국내에는 2011년, 황금가지에서 정발.

최초로 코난 도일 협회의 지지(Endorsement)를 받은 2차 창작. 지금까지는 상업적 2차 창작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저작권료를 받거나, 항의해서 절판시킨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허락할테니까 네가 홈즈 좀 써 봐라"고 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황금가지에서는 100년 만에 나온 새로운 정식 홈즈!라며 광고 중.

설정상으로는 존 왓슨이 노년이 되어서 집필하는 마지막 셜록 홈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에 이미 홈즈는 노환으로 쓰러져 사망한지 오래이고, 존 왓슨 자신은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도 마찬가지로 매우 늙고 쇠약해진 상태이다. 여기서 존 왓슨은 자신이 지금 밝히려는 이야기는 당시에 알려지면 일대 파란을 불러올 이야기이므로 마지막에서 이를 밝힌다고 쓰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상당히 충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으며, 또한 원판에서 셜록 홈즈가 제임스 모리어티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것에 못지않은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설 자체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가디언을 비롯한 여러 언론과 비평가들에게는 원작에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고 해서 호평을 받았으며, 실제로 읽어보면 추리소설다운 재미는 충분한 편이다. 생각치 못했던 반전이 가져다주는 충격도 상당하고,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제법 서스펜스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원작의 내용을 적절히 인용하면서 독자들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부분도 있다.

다만 역시 원판 특유의 재미와 캐릭터 설정을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면에서 비판을 받을만한 면도 있다. 특히 홈즈가 직접 사격하는 장면이 있어서 많은 셜로키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원작과 함께 살펴 볼 때에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묘사는 몇가지 더 있다. 셜록 홈즈가 사건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소의 냉철한 모습이 흐트러진다거나, 되려 악당들의 계략에 넘어가서 약에 취해 어린 소녀를 총으로 쏘아서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던가 하는 등의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셜록 홈즈의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그럭저럭 준수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기존 홈즈의 원전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인지 원전의 내용을 언급하거나 인용하는 장면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 작품 자체가 존 왓슨이 말년에 이르러 옛일을 회고하며 셜록 홈즈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설정하에 쓰여진 것이라 그런 분위기에 어울린다는 평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2차 창작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홈즈 시리즈의 장편들처럼 2개의 장으로 구성되지만, 원작처럼 한 장이 범인의 인생사를 공개하는 데에 할애되어서 사실은 착했다느니 불쌍했다느니 하는 신파극은 안 벌인다. 대신 각 장의 사건이 얽히고 설킨다는 설정. 코난 도일이 보면 자기 취향에 가까워졌다면서 좋아했을지도.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현대 추리소설다운 면이 강하다.

그와는 별개로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잘 보여주지 못했던 또다른 재미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증이다. 비록 현대 작가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편중독자들과 고아들로 득실거리는 빈민촌의 암울함과 우아한 귀족 및 부자들이 모여 사는 상류층 거주지의 화려함 등 극명하게 대비되는 당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사회상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도 책에 실린 작가후기와 참고자료 및 논문들을 보면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굉장히 많은 준비와 공부를 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건의 진상의 막장도와 사회비판성은 원작의 수위를 한참 넘어서서 가히 CSI 급으로, 현대에 와선 별 문제 없지만 당시로서는 절대 출판할 수 없었을 것이다.(물론 가상이지만 출판했다면 런던탑으로 직행했을지도..)

국내 정발판의 번역은 훌륭한 편이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 배경이 100년 전 영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글판에 '패치 3개짜리 문제'라는 구절이 나온다는 점이다. 아마 원문엔 원작대로 '파이프 3개짜리 문제(Three-Pipe Problem)'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번역자 눈에 모 영국 드라마가 너무 밟힌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거나 잘 팔리긴 한건지, 앤터니 호로비츠는 2번째 작품으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을 내놓았다. 실크하우스의 비밀과 마찬가지로 황금가지에서 정발. 단, 제목과 달리 셜록 홈즈는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사건 직후라는 시점 때문. 그래서 주인공은 네 개의 서명 편에 나온 형사 애설니 존스와 핑커튼 탐정 사무소 소속 미국 탐정 프레데릭 체이스가 각각 홈즈와 왓슨의 포지션을 맡는다. 또한 아서 코난 도일이 시도하지 않은 수준의 대담한 서술 트릭이 쓰여 더더욱 현대 추리 소설 같은 면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