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비극 3대 작가 중 하나. 나이나 활동 연도로 따지면 두번째 순서가 된다. 그러나 91살까지 살았기 때문에(생몰년도 B.C 497~406) 에우리피데스와는 활동 시기가 많이 겹쳤다.

불행한 운명에 시달리는 그의 비극 속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소포클레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데다가 수려한 용모와 부와 건강과 위신을 모두 갖춘 엄친아였다고 한다. 거기에 엄청나게 장수하기까지 했으니 참으로 부러워할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평생 동안 무려 130편의 비극을 저술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 7편은 위작 판정을 받았고 보통 비극이 3부작+사티로스 극으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대략 30개의 비극 시리즈를 만든 셈인데, 그중에 비극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횟수는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회 전후. 그리고 3위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뛰어난 극작술과 그로 인한 화려한 수상 실적으로 아테네에서의 정치적인 입지도 매우 강했으며, 그 자신도 엄청난 애국자였다.

그리스 비극을 이루는 3가지 요소를 신, 사회, 개인으로 본다면 소포클레스가 가장 무게를 둔 것은 개인이었다. 소포클레스 비극 세계의 신은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의지와 행동을 갖춘 초월자다. 그는 일반적으로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영웅적인 주인공의 고뇌를 비극으로 저술하였고, 종종 불합리한 사회(혹은 사회적 권력)이 그 대치점에 서기도 한다.

극작술에 있어서도 매우 논리적인 구성을 추구하여서 각각의 사건은 철저하게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극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전개되고, 그 방향이 변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런 그의 비극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이 불후의 명작 '오이디푸스 왕'으로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시학에서 비극의 모범으로 자주 언급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오이디푸스 왕'은 정작 비극 경연대회에서는 2위였다고 한다.[1] 오이디푸스 왕은 그 구조 때문에 어떤 면에선 가장 오래된 추리물/수사물이라고도 볼수 있는데[2] 재밌게도 그가 쓴 사티로스 극 또한 사라진 아폴로의 양떼를 찾는 내용이다.

노년이 되어 성욕을 못 느끼니까 아쉽지 않냐는 말에 무슨 끔찍한 말을! 잔인하고 사나운 주인에게서 도망쳐 나온 것처럼 나는 이제 막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왔는데!라고 말했다(...)

Theater Of War라는 연극 프로그램이 있는데, 미군장병등의 PTSD등에 대한 치료 차원에서 소포클레스등의 비극을 상영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아스를 본 장병들이 아이아스에게 깊히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물론 프로그램 관리자 Bryan Doerries는 연극을 보여주면서도 군 관계자들에게 찍힐 거 각오했다고[3]

  1. 정말 안타깝게도 이 '오이디푸스 왕'을 누르고 대회 1위를 한 작품은 무엇이었는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저 명작을 누르고 1위를 할 정도면 보통 작품이 아니었을텐데. 하지만 당시 비극 경연 대회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면이 있었기에 수상 경력보단 얼마나 많이 공연되었고 대회에 나갔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 극의 내용이 오이디푸스가 패륜을 한 인간을 찾는 내용이다.
  3. 그도 그럴것이 아이아스의 경우는 대놓고 지휘관들 까는 내용이다. 아이아스가 그리스 측 지휘관인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등을 욕하고 프래깅하려다가 실패하고 자살하는 내용이니 지휘관들이 보기엔 껄끄러울 것. 그러나 공연을 본 장성 한명은 이 공연에 감탄해서 비슷하게 장병들의 PTSD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야 된다고 투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