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속음(俗音)이란, 음이 와전되거나 특수한 사정으로 음이 변화한 일부 한자음을 뜻한다. 관용음(慣容音)이라고도 한다. 속음이 생기는 이유에는 음편, 와음 등이 있으나,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와음(訛音)을 다룬다.
2 발생 원인
대다수의 속음은 고대 문인들이 새로운 한자가 수입되어 들어왔을 때 스스로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 잘못된 음을 주장한 상태에서, 이후 해당 와음이 관용음으로 정착된 경우이다. 주로 이런 경우, 한자의 여섯 가지 제자 원리인 육서 중 '형성'(形聲)[1]에 치우친 발음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한자음이 여러 가지인 경우에 독음을 잘못 선택해서 정착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특히 인명에 이렇게 되는 경우가 잦다. 인명을 읽을 때 특정 발음으로 읽어야 할 글자를 널리 알려진 발음으로 뭉개 버리는 경우이다.
국가의 사정으로 인해 임의로 발음이 변경된 경우도 있다.
3 예시
- 와음 이 현상은 약 90년 전인 1925년부터 제기되던 문제기도 하다.[2]
- '區'를 음부로 하는 한자들 중 '毆, 歐' 등은 원음이 '우'지만 '구'가 되었다. '區'에는 '구'와는 별도로 '우'라는 음가(반절로 '烏侯切(ㆆㅗ+ㅎㅜ)')도 있건만,[3] 기존의 '구' 독법으로만 끼워맞춘 결과 '毆, 歐'가 '구'가 된 셈. '歐'를 '구'가 아닌 '우'로 읽으면, '歐羅巴(구라파)'가
뜬금없이'유럽(Europa)'을 의미하는 가차자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같은 원리로 '구타(毆打)'나 '구토(嘔吐; 歐吐로 쓰기도 한다)'는 '우타'나 '우토'로 읽어야 옳다. - '蠻'은 '만'으로 읽는 게 맞지만, 이 한자에서 '虫'가 빠진 '䜌'은 '란( ← 롼)'으로 읽는 게 맞다. 예를 들어 단란(團欒)하다 할 때 '欒'에 이 글자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彎, 巒'과 같은 한자를 '䜌'이 아니라 '蠻'을 따라 '만'으로 읽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이후 글자에 '彎'이 포함되어 있는 '灣' 등도 '만'으로 읽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반절이 '烏關切(ㆆㅗ+ㄱㅘㄴ)'인 모든 한자들이 '만'이 되었다. 즉 '대만(臺灣)'이 아니라 '대완'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많은 옥편들이 灣자의 원음은 '완'이라고 달아놓는다. 중국어 병음으로는 'Táiwān', 일본어 음독으로는 'タイワン(Taiwan)'이어서 본래 '대완'으로 읽는 것이 옳음을 알 수 있다.
- '점토' 등의 표현에 쓰이는 '粘'도 방인 '占' 때문에 어쩐지 '점( ← 졈)'으로 전해졌지만 반절이 '女廉切(ㄴㅕ + ㄹㅕㅁ)'이기 때문에 원음은 '념'이다. 즉, '점토(粘土)'라는 단어는 원음대로라면 '염토( ← 념토)'로 읽어야 한다. '점토'는 중국어 병음으로 'niántǔ', 일본어 음독으로 'ネンド(nendo)'. '粘'의 원음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粘'의 원음이 한국 한자음대로 정말 '점'이었다면 중국어 병음으로는 'zhàntǔ', 일본어 음독으로는 'センド(sendo)'나 'テンド(tendo)' 정도로 읽혔을 것이다[4][5].
- 시간의 단위 '초(秒)'도 이런 관용음에 해당한다. 본음은 '묘'(亡沼切). 중국어 병음과 일본어 음독에서는 '時分秒'를 각각 'shí fēn miǎo', 'ジ ブン ビョウ(ji bun byō)'로 읽는다. 그러나 '少'의 발음이 '소( ← 쇼)'이기에 이 '少'가 방인 '抄, 炒' 등을 대충 때려맞춰 '초'로 읽은 것으로 짐작된다.
- '오류'에 쓰이는 '謬' 역시 본음은 '무( ← 뮤)'이다(정운 및 당운에서는 靡幼切, 집운에서는 眉救切). '誤謬'가 중국어 병음과 일본어 음독으로 각각 'wùmiù', 'ゴビュウ(gobyū)'로 읽힌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謬'의 방인 '翏'가 '료'이기 때문에 이에 이끌려 '謬'를 '류'로 읽은 듯하다.
- '황달'이라는 질병 이름에 쓰이는 '疸'의 경우도 그 반절이 '多旱切(ㄷㅏ + ㄱㅏㄴ)'로 원음은 '단'이었다. 활음조 현상으로 '황단'이라고 쓰고 '황달'이라고 읽던 게 굳어져서 그 독음이 '달'로 정착되었으며, '疸'이 들어가는 다른 한자어들도 덩달아 독음이 바뀌었다. '疸'의 중국어 병음은 'da, dǎn', 일본어 음독은 'タン(tan)'.
- 1933년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는 한자어를 표기할 때 속음 한 가지로만 읽히는 한자음은 속음대로 적는다는 규정(제4절 제47항)이 있다. '취미(趣味)', '인쇄(印刷)', '부모(父母)'에서 '취(趣)', '쇄(刷)', '모(母)'[6]의 반절은 각각 '倉苟切(ㅊㅏㅇ + ㄱㅜ)', '數刮切(ㅅㅜ + ㄱㅘㄷ)', '莫厚切(ㅁㅏㄱ + ㅎㅜ)'로 원음은 '추', '살'(← 솰), '무'이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4절 제47항에서 이들 단어의 표기를 속음에 따라 각각 '취미', '인쇄', '부모'로 표기하도록 하고 원음을 따른 '추미', '인솰', '부무' 등의 표기는 쓰지 않기로 하였다.
- 현대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과거처럼 막 나가는 한자음들은 거의 줄어들었지만 여러 한자음이 존재하는 한자에서 유독 특별한 한자음으로 읽는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널리 알려진 한자음으로 읽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중국 병법서 『삼략(三略)』 중 「하략(下略)」에서 "國乃安樂"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국내안락'으로 읽힐 법하지만, '국내안록'이 옳다. 반절상 '盧谷切(ㄹㅗ+ㄱㅗㄱ)'이기 때문.
- '區'를 음부로 하는 한자들 중 '毆, 歐' 등은 원음이 '우'지만 '구'가 되었다. '區'에는 '구'와는 별도로 '우'라는 음가(반절로 '烏侯切(ㆆㅗ+ㅎㅜ)')도 있건만,[3] 기존의 '구' 독법으로만 끼워맞춘 결과 '毆, 歐'가 '구'가 된 셈. '歐'를 '구'가 아닌 '우'로 읽으면, '歐羅巴(구라파)'가
- 복수 음가 사이에서의 혼동
- '오자서'의 경우 그 이름이 '오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동음 관계가 '雲'으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오운'으로 읽어야 한다.
- 피휘
4 외국의 경우
나무위키에 한국인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에선 멀쩡한데 한국에서 잘못 읽는 것들만 많이 말했지만, 이러한 관용음은 한국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고 한자문화권이라면 어디에라도 있으며, 심지어 본토인 중국에도 있다. 한자를 쓰는 곳이라면 사실 이 속음 문제는 없는 곳이 없다.
4.1 중국
- 중국의 지명인 '深圳'에 쓰이는 '圳'은 원음이 'chou(한국 한자음 '수')'지만 '川'에 이끌려 'zhen(한국 한자음 '천')'으로 발음되고 있고, 이를 따라 한국에서도 '심수'가 아니라 '심천'으로 읽고 있다. 현지명인 'Shenzhen'을 표기법대로 옮긴 '선전'으로 읽기도 하지만.[7]
- '鸟(鳥)'의 반절은 '都了切(ㄷㅗ+ㄹㅛ)'로 원음이 diǎo이지만[8][9] 한국과 일본에 이 반절이 전래된 이후 중국 본토에서 반절이 '尼了切(ㄴㅣ+ㄹㅛ)'[10]로 바뀌었다[11]. 그 결과로 나온 현대 중국어의 발음은 'niǎo'.[12] 요약하자면 섹드립이 반절을 바꾼 사례이다(...).
- '锌(鋅)'의 반절은 '咨此切(ㅈㅏ+ㅊㅏ)'로 원음이 紫와 동음인 zǐ(한국 한자음으로는 자, 결)였지만, 중국어 주기율표에 넣게 되면서[13] 방인 辛에 이끌려 최종적으로 xīn(한국 한자음으로는 신)이 되었다.
4.2 일본
- 일본에서 '攪'의 경우 원음은 'コウ(kō, 한국 한자음 '교')'지만 '覺'에 이끌려 'カク(kaku, 한국 한자음 '각')'라는 엉뚱한 발음으로 정착한 예가 있다. 그래서 '攪亂(교란)'이 'カクラン(kakuran, 한국 한자음 '각란')'으로 읽힌다.
- '수입' 등에 쓰이는 '輸'의 경우도 원래 음을 따진다면 'シュ[shu, 한국 한자음 '수'(←슈)]'로 읽을 글자지만 '兪'에 이끌려 'ユ(yu, 한국 한자음 '유')'로 읽는다. 해서 '運輸業(운수업)'을 'ウンユギョウ(un'yugyō, 한국 한자음 '운유업')'로 읽는다.
- ↑ A와 B를 합친 모양으로 만들어서 A는 뜻을 나타내고 B는 음을 나타내는 방식. 예를 들어 江은 왼쪽의 氵(水)가 뜻을 나타내고 오른쪽의 工이 음을(공→강) 나타낸다. 여기서 속음 문제라는 게 A+B로 구성된 합자가 있는데 그 글자의 음이 B'이거나 C임에도 B에 이끌려 그대로 B로 읽거나 B를 음부로 하는 다른 글자의 음에 맞춰 읽어버리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粘의 원음은 '념'인데도 오른쪽의 占에 이끌려 '점'으로 읽은 것이 굳어진 경우(전자)나 秒의 원음은 '묘'인데도 少를 음부로 하는 炒나 抄의 음에 맞춰 '초'라고 읽은 것이 굳어진 경우(후자)가 바로 이 것.
- ↑ 저 기사에서 '春'처럼 보이는 글자는 '춘'이 아닌 '舂'(용)이다. 아랫부분이 日이 아닌 臼이다. 기사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春'으로 잘못 복원된 것.
- ↑ '區'가 '숨기다'의 의미로 쓰일 때나, 사람 성씨, 무게 단위로 쓸 때 '우'로 읽는다.
- ↑ 넨도로이드의 기원이 다름아닌 '점토'인데, 정말 '점토'였다면 센도로이드 내지는 젠도로이드, 아니면 텐도로이드가 되었어야 한다.
- ↑ 다만 중국에서 粘을 zhàn으로 읽는 용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삼부점(三不粘; sānbùzhàn).
- ↑ 이 중 母의 경우 원음을 간직한 '말 무'(毋)자가 따로 떨어져 나갔다.
- ↑ 물론 현지 음가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圳'의 원음인 'chou'를 따르면 '선처우'가 된다.
- ↑ 한국 한자음으로 '조( ← 됴)', 일본 한자음으로 'ちょう'
- ↑ 참고로 중국 현지에서 이렇게 읽으면 '새'가 아닌 영 좋지 않은 곳을 뜻한다(...).
- ↑ 여기에 의거하면 한국 한자음으로 '뇨', 일본 한자음으로 'にょう'가 된다.
- ↑ '都了切' 반절은 당운(732년), '尼了切' 반절은 정운(1375년)
- ↑ 영 좋지 않은 곳을 뜻하는 한자 중 '屌'의 발음이 'diǎo'이다. 문헌상 '屌'가 처음 등장한 것은 원나라 때 편찬된 시가 모음집 '全元曲'이다. 즉, 원대에 'diǎo'로 발음되는 의미 중 영 좋지 않은 곳이 있었으나 그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 '屌'는 잘 알려져있지 않아 발음이 같은 '鳥'를 대신 사용하였다. 이후 '鳥'의 원래 발음인 'diǎo' 뿐 아니라, 새를 말할 때 영 좋지 않은 곳의 발음을 피해 'niǎo'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생겼다. '屌'라는 문자가 널리 쓰이게 된 후, '鳥'가 더이상 영 좋지 않은 곳의 뜻으로 쓸 필요가 없게 되자 'diǎo' 발음 또한 잊혀지게 되었다.【中大審音】解乜鳥﹖
- ↑ 아연(Zn)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