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1999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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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9년 닌텐도 64로 출시된 슈퍼맨 호러게임. 고인돌로 유명한 프랑스게임 제작사 타이터스(Titus)에서 개발했다. 슈퍼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의 설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흔히 슈퍼맨 64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게임을 구별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붙여진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그냥 《슈퍼맨》이다.

5세대 게임기로 나온 슈퍼맨 게임들 중 하나이며, 렉스 루터가 구현한 가상의 메트로폴리스에서 날아다니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어드벤처 게임...이 되었어야 했지만, 전혀 플레이할 수 없는 난이도와 여러 가지 치명적인 결점들로 인해 게임 역사상 최악의 게임들 중 하나로 반드시 꼽히는 게임이며 어느 하나 잘 봐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쓰레기 게임이다. 당대 게임 웹진에서도 거침없는 혹평을 선사했다.

The Angry Video Game Nerd의 51번째 에피소드인 슈퍼맨 2부에서 다룬 바 있으며, 결국 제임스 롤프도 공포심에 못이겨 마지막에서 참지 못하고 슈퍼맨 분장(…)을 하고 태양을 향해 게임 팩을 던져버렸다.[1]

2 문제점

기본적으로 게임 전체에 걸쳐서 플레이어에 대한 편의성이 조금도 고려돼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슈퍼맨의 활강 부분은 정상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다. 살짝만 방향 패드를 눌러도 급회전을 해서 방향 잡는 것 부터가 고역이다. 그리고 임무가 시작할 때 완수해야할 목표가 텍스트로 나타나는데, 이게 꽤 길고 읽기 힘든 폰트로 쓰인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2초도 안되는 시간만 뜨고 사라진다. 당연히 영어에 능숙한 유저들도 집중하지 않으면 한 줄도 못 읽는다. 시간 제한도 굉장히 빡빡하게 만들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후술할 '링 통과'도 포함해서)

사실 완성도 안 낸 상태에서 낸 게 눈에 띌 정도로 게임 전체적으로 허전하고 버그투성이이다. 게임 전체적으로 프레임레이트가 매우 불안정해서 오브젝트 몇 개가 나타나면 눈에 보일 정도로 뚝뚝 끊기며, 적은 고사하고 슈퍼맨과 건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빈 공간 투성이이다. 슈퍼맨의 나무 인형같은 격투 모션은 그야말로 개그가 따로 없다.

오브젝트 충돌도 엉망이라서 날아가다가 건물에 충돌하면 박힌 상태에서 뭘 해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부지기수고, 이를 역이용하면 벽을 뚫고 맵의 바깥을 날아다닐 수도 있다. 여기저기 움직여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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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게임의 결정적인 실수는 위 사진과 같은 링 통과[2]를 게임 전체에다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매 챕터마다 이런 식의 공중에 떠 있는 링을 통과하는 보조 미션을 하고 주 임무에 들어가는 데, 이 링 통과는 정말 게임 내내 지겹게 많이 나오고, 쓸데없이 길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장할 정도로 어렵다.

링 통과에 성공하려면 맵에 나타나는 링들을 시간 안에 실수 2번 이내로 반드시 순서대로 지나가야 하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슈퍼맨을 조작하는 체계 자체가 엉망진창이라서 링에 맞춰서 슈퍼맨을 움직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시간도 정말로 빠듯하게 주기 때문에 링을 실수로 지나쳤다고 다시 되돌아가서 통과하려고 하다간 시간 초과로 게임 오버가 된다.

아무튼 링 통과를 어떻게든 돌파하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텍스트를 어찌 읽어서 주임무를 완수하면... 링 통과를 또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링 통과와 그에 따라오는 짧은 미션들을 수행하는 걸 반복하면 하나의 스테이지를 깨게 된다. 그리고 다른 스테이지에서도 같은 구성 반복.

이러한 링을 통과하는 과제는 같은 시대에 나온 젤다의 전설 무쥬라의 가면, 슈퍼 마리오 64이나 EA 소프트에서 발매한 해리 포터 게임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과제가 있지만, 이 게임들이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모두 조작이 편리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쉽고, 이도저도 못하겠으면 무시하고 게임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게임이 이 지경으로 치달았던 이유는 DC 코믹스의 라이센스를 보유한 워너브라더스측에서 타이터스에 자신들의 요구를 따를 것을 강요하며 개발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듀서로 이 게임을 작업했던 Eric Caen과의 2011년 인터뷰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에서 슈퍼맨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하려고 해서(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 무대로 가상의 세계로 하라 등등등) 여러번 만들던 것을 갈아엎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개발 완료가 예정보다 6달이나 늦어졌는데도 원래 의도했던 것의 10%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처참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개발사로서는 다행히 슈퍼맨 64은 좋은 실적을 냈지만, 워너브라더스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플레이스테이션판을 발매하기 전에 계약한 라이센스가 만료돼버렸다. 그래서 예약주문까지 받아놨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스테이션판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개발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한다.

3 스테이지 구성

홀수 스테이지에서는 링 통과 및 짧은 과제를, 짝수 스테이지에서는 적의 아지트 등의 내부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스테이지의 구분은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Superman Wins라고 뜨며, 그 후 세이브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짝수 스테이지에서 해야 할 일들은 꽤 알차게 짜 있긴 한데 문제는 난이도가 생각 외로 높고 실패하는 순간 그 스테이지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하 짝수 스테이지들의 간략한 소개.

  • 2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댐에 설치된 폭탄을 무력화시키는 것인데 그 과정이 꽤나 까다롭다.
  • 4번째 스테이지는 렉스의 회사에 쳐들어가 단서를 찾는 거라는데 여기서부터 크립토나이트가 등장한다. 물론 크립토나이트가 있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에너지가 감소하며 퍼즐을 풀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한 채 비명횡사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물론 이것도 4개의 퍼즐로 되어있으며 특히 중간에 막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내심을 요한다.
  • 6번째 스테이지는 로이스를 도와 무기창고에서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탈출하는 것인데 짜증난다.
  • 8번째 스테이지는 주차장에 갇힌 어린 남자아이를 구출하는 건데 뭘 찾으라는 건지 힌트 하나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모두 완료했을 때 엔딩에서 한다는 말이, "당신은 루터를 막아냈다. 하지만 현실의 루터는 여전히 건재하다."(...) 어쩌라고!

4 그리고 전설로

쓰레기라고 하기도 힘든게임성 자체가 없으니까 게임성과 고통스러운 링들의 향연, 창렬스러운 시간 제한 등등의 매력적인(?) 요소로 인해 미국의 인터넷 리뷰어들 사이에서 뒤틀린 인기를 얻고 있다.
AVGN

UberHaxorNova

Chris Stuckmann

5 기타

슈퍼맨 프랜차이즈에서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아캄 시리즈처럼 걸출한 게임성을 가진 명작이 아직 나오지 않아 이 게임이 현재까지는 가장 유명한 슈퍼맨 단독 출연 게임이다(...) [3]
AVGN은 이 게임을 리뷰하면서 왜 존 윌리암스가 만든 슈퍼맨 실사 영화 테마가 나오지 않느냐며 깠는데, 본인이 슈퍼맨 TAS를 몰라서 그런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품은 슈퍼맨 TA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슈퍼맨 테마가 나오니 안 나오니 따위가 아니었지만.

  1. 영화 슈퍼맨 4편에서 슈퍼맨이 전 세계의 핵무기를 모아 태양으로 던지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2. 난이도를 쉬움으로 해놓으면 링 통과를 안하고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그래도 게임성이 쓰레기인건 변함없다.
  3. 인저스티스같이 저스티스 리그 멤버 전원이 나오는 게임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