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il.
D&D의 지명. 플레인스케이프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도시로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배경이기도 하다.
완전 중립 성향의 아우터 플레인인 아웃랜드(Outland)에 위치하며, 아웃랜드의 중심에 있는 높이가 무한대인 산봉우리 위에 둥둥 떠있다. 높이가 무한대인데 시길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시길이 존재한다'는 관념이 물리적인 현상이나 감각을 초월하기 때문이라는 다소 아스트랄한(...) 이유로 설명된다. 도시의 형상은 도넛같은 원환체(Torus) 구조물 안쪽에 도시의 각종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으로, 흡사 헤일로나 스페이스 콜로니를 연상시키는 묘한 구조다.
'문의 도시', '차원의 교차로'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차원을 통하는 문이 많다. 다른 플레인에 힘들게 차원을 열거나 '위대한 길(The Great Road)'을 뚫는 것보다 시길에서 가는 게 훨씬 편하다. 이 때문에 시길은 항상 차원을 통과하는 여행자들로 북적북적하다. 하지만 무언가 떡고물이 떨어질만한 곳으로 가는 문은 전부 특정한 열쇠(물건이나 생각, 행동 등)를 알아야만 열 수 있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은 건너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시길은 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기에, 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시길에 실수로 들어오면 빠져나갈 문을 찾지도 못한 채 문을 드나들기가 겁나서 오도가도 못하는 감옥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시길의 특성과 시길이 플레인을 잇는 역할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The Unity of Rings (1996)[1]가 있다.
시길의 현재 지도자는 레이디 오브 페인이다.
레이디 오브 페인의 절대적인 힘으로 이곳은 다른 아우터 플레인에 비하면[2] 상당히 안전하다. 물론 AO에게 깝치는 것마냥 레이디 오브 페인이 금지한 것을 위반하면 미로를 헤메거나[3] 온몸에 피부처럼 베인 상처가 뒤덮이면서 죽는다. 그런데 이 레이디 오브 페인은 보통 존재가 아닌지라 비단 인간뿐이 아니라 수틀리면 신도 죽여버릴 수 있다![4]
시길의 당파
시길에는 각각의 이념을 대표하는 당파들이 있으며 이들은 각자의 이념을 가지고 대립한다. 다만 이 대립이란 것도 레이디 오브 페인이 괜찮다고 허용하는 정도까지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립에 열중하지 않을 때는 각자 도시의 특정한 기능을 맡아서 담당하는 공무원 역할을 겸한다.
- 더스트맨(Dustmen) : 진정한 죽음을 추구하면서도, 사람들 시체를 언데드로 부리는 정신나간 학파.(...) 더스트맨의 일원이 되면 모든 언데드와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5] 도시의 납골당을 운영한다. 더더욱 황당한 점은 당파 수장인 Skall은 언데드인 리치다.
- 둠가드(Doomguard) : 파괴만를 최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당파이다. 시길의 군대 역할을 하고 무기고를 운영한다.
- 사인 오브 원 (Sign of One) : '자아'를 중시하다 못해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당파. 시길의 법을 제정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 질서의 형제단(Fraternity of Order) : 지식을 중시하고 그 지식으로 꼼수를 찾아내는 당파. 시길의 복잡한 법규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에 법조인의 역할을 겸한다.
- 자유인 연맹(Free League) : 법과 규정, 질서 등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중시한다. 규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당파와 달리 중심이 되는 기관이 없고, 대신 다른 당파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유인 연맹의 일원으로 간주된다. 시길의 시장 전역을 활동 영역으로 삼는다.
- 원천의 신도(Believers of the Source) : 삶은 하나의 절대신이 내리는 시련이라고 믿고, 자신들을 절대신에 더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당파이다. 스스로를 더 낫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철강 산업을 비롯한 중공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시길의 제철소를 운영한다.
- 감각의 사회(Society of Sensation) : 감각과 경험을 중시하는 학파. 모든 것을 경험하는 자는 현실을 초월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것을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초심자들은 주로 사치와 쾌락을 먼저 찾지만, 계급이 높아지면 고통과 시련까지 가리지 않고 경험해야 한다. 시길 중~상류층의 유희와 오락을 전담한다.
- 머시킬러(Mercykillers) : 용서를 죄악으로 여기고, 질서의 원칙을 어겨 용서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뿌리를 원천에서 죽이고 제거해야 한다는 당파이다. 평소에는 시길의 감옥을 운영한다.
- 블리크 카발(Bleak Cabal) : 허무주의. 정신질환자가 많다. 그래서 시길의 정신병원을 운영한다.(...)
- 초월주의 단(Transcendent Order) : 본능에는 다원우주를 아우르는 법칙과 박자가 있으니 사고에 구속되지 않고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파이다. 시길의 체육/스포츠 경기장을 운영한다.
- 하르모니움(Harmonium) : 질서와 화합을 중시하여 자신들의 방식대로(...) 질서와 화합을 모색한다. 시길의 경찰 역할을 겸한다.
- 쟈오시텍트/카오스맨(Xaocitects / Chaosmen) : 오직 혼돈만을 추구하는 당파이다. 시길의 하이브 구역 안에서 자신들만의 하이브를 구성하여 살아간다.
- 운명론자(Fated) : 모든 물질적인 것은 차지할 자격이 있는 자에게 저절로 흘러간다고 믿는 당파이다. 즉, 사회진화론을 신봉한다. 시길의 조세 징수를 담당한다.
- ↑ 해당 만화는 원래 1996년에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원본 페이지가 소실되면서 제 때 발간되지 못했다. 이 원본 페이지는 WotC가 TSR을 인수한 후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WotC가 무료로 호스팅하고 있다.
- ↑ 사실상 지옥이랑 동일한 로워 플레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플레인도 경우에 따라 원래 주민이 아닌 자에게는 꽤 위험한 경우가 있다.
- ↑ 한 플레이어가 레이디 오브 페인을 이겨보고 싶다고 규칙서에도 없는 미노타우르스 캐릭터를 만들고는 레이디 오브 페인에게 까분 일이 있었다.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서 미노타우르스는 미로에서 길을 잃을 수 없다고 진상을 부리는(엄밀히 말하자면 미노타우르스는 종족 자체로는 이미 존재했고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는 능력도 구현되었다. 하지만 AD&D 시절에는 플레이가 가능한 PC 종족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때문에 규칙서를 다 뒤져봐야 했던 DM은 "미노타우르스가 갇힌 미로는 일방통행 복도다. 미로의 출구는 복도를 따라 1억 마일 앞에 있다."고 관광을 보냈다.
- ↑ 능력치가 있는 존재는 언젠가 플레이어나 다른 절대적인 존재에게 사냥을 당할 운명이다. 신이라고 해도 신위가 20 이하라 이 세상과 관련이 있다면 힘의 정도가 규칙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에 세계관의 변동에 따라서 다른 신위 20 이하인 신들과 싸우다 얼마든지 다치고 죽을 수 있다. 그런데 레이디 오브 페인은 모든 판본을 샅샅이 뒤져봐도 능력치가 아예 없다. 능력치라는 게 있는 존재는 일단 머리를 박고 설설 기어야 된다는 뜻이다.
- ↑ 언데드와 더스트맨 사이의 협정 때문에 어느 한쪽이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