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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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실험 기구와 그것으로 실험을 하는 모습. 보통 대중 매체에서는 멋있게 그려지는 일이 많지만 이 분야에 오면 환상이 깨진다.

1 정의

실험 기구(實驗器具, Laboratory equipment)는 실험에 쓰이는 모든 기구들을 이르는 말이다. 기구라고 해서 특수 용기나 전자 기기를 이르는 것 같지만 사실 실험복이나 보안경 같은 것도 포함되고 평범한 보온병도 실험에 쓰이면 실험 기구라고 부를 수 있다. 딱히 화학물질 만들고 보관하는 것만이 아니라 안전용으로 사용되는 것도 실험 기구라는 말이다.

영어 표기가 Laboratory equipment인지라 인문학 실험실에서 쓰는 것들도 실험 기구로 분류해야 맞겠지만 국내 백과사전도 그렇고 영문판 위키백과도 그렇고 자연과학 실험실에서 쓰는 것들만 이쪽으로 분류한다.그야 인문학 실험실에서 쓰는 거는 책이랑 필기구 정도밖에 없으니까

2 재질

보통 용액에 접촉하는 실험 기구들은 다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로는 일반 유리보다 반응성이 낮은 경질유리를 쓰며 그 이유는 당연히 화학 약품을 섞으려는데 약품을 담은 통이 녹아서 반응해버리면 안 되니까 그렇다.[1] 일단 유리로 만들어진 실험기구는 무조건 깨지기 쉬우므로 세게 치거나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급격한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면 유리는 유리인지라 금방 깨진다. 그리고 아무리 반응성이 낮은 유리라고는 하지만 초강산 같은 pKa가 매우 작은 물질에는 녹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 가지 예외도 있는데, 약산 중 플루오린화수소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유리를 녹여서 유리 용기에 보관하지 못한다.

유리가 아닌 경우 플라스틱으로 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싸고 튼튼한 게 장점이라서 주로 초중고등학교 실험에서 많이 쓴다. 플라스틱은 유리처럼 반응성이 낮아 특이한 용액이 아닌 이상 잘 버틸 수 있지만 불에 가열하면 녹거나 유독성 기체가 나오기 때문에 가열에 관계되는 기구에는 쓰이지 않는다. 쓰이더라도 가열용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보안경과 같이 용액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기구들은 거의 다 플라스틱을 쓴다.

가끔 이나 특정 금속을 사용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나 플라스틱에 비해 반응성이 크고 무겁고 비싸기 때문에 잘 쓰이진 않는다. 특별한 경우에만 쓰이는데 보통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교반기원심분리기, 현미경 같은 경우는 특별히 자석이나 마그네슘 같은 금속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기구에는 특별한 재질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니까.

3 종류

자연과학 관련 정보 참고

4 주의점

실험 기구는 가능하면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사실 용도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교반기만 하더라도 교반에 안 쓰고 가열에 쓸 수 있으며 비커로 부피 측정 해도 되고 플라스크 대신에 비커를 써도 된다. 혹은 비커에 커피를 끓여 먹거나 오토클레이브에 달걀을 삶아 먹거나 워터배스에 라면을 끓여 먹는 것도 된다 죽고 싶냐 요즘 자연과학이 고도로 전문화 돼서 뭔가 건들기 어렵고 양식을 갖춰야 할 것 같지만 실험이란 것도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일인 만큼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떤 기구를 어떻게 쓰든 별 상관없다. 단지 극도로 정밀성이나 정확성을 요구하는 실험이라면 가능한 한 오차 범위가 낮은 용기와 기기로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pH 미터원심분리기처럼 좀 많이 비싸고 고급 기술이 응용된 기구들은 그에 맞는 사용법을 꼭 익히고 사용해야 한다. 다른 기구들이 절대로 싼 건 아니지만 이런 특별 기구들은 억 단위가 넘어가는 가격을 자랑하는 기구들이 대부분이다. 그에 반해 실험의 정밀성이나 정확성을 위해 매우 부실하게 디자인 된 경우가 많아 기구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빨간 버튼 같은 걸 건드렸다간 망했어요. 대학원부터는 이런 거 깨먹으면 복구 비용이 장난 아니다. 조심하자.

유리로 된 기구의 경우 파손될 가능성이 매우 커서 돈이 많이 깨질 걱정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가능하면 깨먹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고 깨먹더라도 실험자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용도나 사용법이 강조되는 것도 실험자가 안전하도록 하기 위해서 강조되는 것이지 깨먹은 거 다시 사는 게 부담스러워서가 절대 아니다. 그깟 유리병 따윈 어차피 다시 돈 주고 새로 사면 그만이니까.

5 기타

대중매체에서는 모든 과학자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 사실 물리학 쪽은 실험 할 일이 잘 없고 계산화학 쪽도 비커를 물컵으로 쓸 정도로 실험할 일이 없는지라 이걸 만질 기회는 과학자 중에서도 일부에만 해당된다.

자연과학에 대한 환상의 집합체라서 그런지 플라스크를 물병으로 쓰고 싶거나 비커를 물컵으로 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써도 상관 없긴 한데 막상 그렇게 써보면 실험 기구가 대단한 게 아니라는 약하고 비싸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유리로 된 제품의 경우 내열유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 내열유리는 온도차이에 상당히 강하지만(핫플레이트에 놀려놓고 교반하면서 가열했는데 지 스스로 깨진다거나, 온도에 따라 팽창하면서 측정눈금이 달라지면 안되니까...) 충격에는 상당히 약하다. 과장 좀 보태서 강도가 날계란보다 더 약한 수준. 당연히 이걸 물컵이나 물병 등 실생활에서 쓰면 엄청 잘 깨진다. 실험도구처럼 생긴 머그컵이나 물잔 등은 정밀할 필요가 없는지라 일반 소다유리로 만들고, 두께도 실험기구보다 좀 더 두꺼우며 가격도 실제 도구보다 좀 더 저렴한 편. 아마존 등지에서 검색하면 나오니 차라리 이 쪽을 사용하자.
그래도, 시험관 거치대처럼 파손의 우려가 없는 도구들이나 샘플병/일회용 스포이드 등 가격이 저렴한 도구들은 실험실 밖에서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험 기구도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유기 기구는 사용 후 깨끗이 설거지 씻어야 하고 커다란 기구들도 열심히 손으로 걸레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유리로 된 유기 실험용 기구들은 아세톤-에탄올- 순서대로 세척[2]하여 말리거나, 잔여물에 민감하다면 위의 세척 단계 후 사용하는 물질에 따라 용해도가 높은 용매에 통째로 담가서 씻어내는 과정을 추가하는 식으로.[3] 보통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실험실 노예 신입이거나 나이가 제일 어린 사람이 한다. 실험 기구를 씻고 말리는 실험 기구도 있다(...)

유리 실험 기구들의 경우, 학부 교육 과정 수업 때는 개인 소지 및 보관이 힘들어서 공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면 대부분 개인 소지하게 된다. 이유는 당연히 개인의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 가격도 싼 편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연구가 망쳐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개인 소지를 시키는 것이 당연시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값비싼 분석기기 등 공용 실험 기구들도 사용 노트 등을 따로 작성해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 유일하게 금과 백금을 녹일 수 있는 용액인 왕수도 유리에 보관이 가능하다. 여담으로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특전 영상에서 히메지 미즈키염산질산을 넣어 만든 고기감자조림을 담을 때 냄비 바닥이 빨리 녹아버리니 유리 그릇에 담아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2. 녹일 수 있는 종류가 겹치는 용매를 사용해서 순차적으로 물질들을 씻어내는 식.
  3. 반응성 강한 유기 물질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면 황산-황산 암모늄 용액에 통째로 담가서 왠만한 물질들은 다 녹여내는 식으로 씻기도 한다. 세척력만 따지자면 상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