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파일

2005년 한국 연예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물건. 파워포인트 문서로 만들어진 이 파일의 정식 명칭은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로 한국 최대의 광고기획 회사인 제일기획에서 모델(연예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동서리서치에 의뢰하여 연예계에 빠삭한 인물 등을 대상으로 연예인들의 정보를 캐기 시작했고, 그것을 정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통칭 연예인 X파일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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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이긴 한데...내용은 당연히 합성이다(...). 형식만 참고할 것.

내용은 사진처럼 각 연예인의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에 대해 항목을 나눠 평가한 것을 서술한 후 각각 별점을 매겼으며, 맨 아래엔 문제의 소문을 담아놓는 형태였다. 총 99명의 한국 연예인들을 정리해놓은 파일이었다.

문제는 이 파일이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풀리면서 발생했다. 연예인들의 성격, 사생활, 과거사, 각종 루머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가 일파만파 퍼지며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건 발생후 해당 사건의 파장을 줄일려고,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간 원본 파일을 삭제/수정한 버젼 1.x 파일들이 재공유 되면서 실제 1.0 버젼의 원본 파일을 가지고 있는 디시인은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소수로 짐작된다. 회사에서 정품 소프트웨어로 작성한 탓에 원본 PDF 1.0 버젼 파일에는 작성자의 이름/근무부서 및 기타 개인정보까지 모두 실려 있다.

분노한 연예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서 제일기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양자합의로 끝난다. 또 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10명의 인물들(주로 연예부 기자들)[2]은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을 받았다. 몇몇 연예인들은 얼마나 억울했으면 직접 언론에 나와 자신의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할 정도였으니.

솔직히 지나친 연예인 까심에서 작성된 항목들도 상당히 많았다. 특정 여자 연예인에 대해 다룬것을 보면 그저 증권가와 인터넷 상에 떠돌던 악의적인 루머를 사실인양 단정짓거나 아니면 기자에게 밉보였는지인터뷰 잘 안 해주는 연예인들이 전반적으로 평이 안좋다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인 감정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게다가 사실 여부가 미묘한 항목들은 죄다 소문에 밀어넣어서 탈출구도 어느정도 마련해놨다. 걍 소문을 적어놓았을 뿐이라고 회피할 수 있으니까.

이 파일에서 다룬 연예인 중 거의 까이지 않은 사람은 (여자관계 한정)부처 장동건 선생과 국민여동생 문근영, 안성기, 한석규, 고수, 안재욱 정도. 문근영은 남몰래 선행을 하고 있고 기자도 팬인지 오히려 앞으로 활동을 걱정할 정도였고, 안성기는 초대받은 모임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자들의 불시 인터뷰시에도 거절을 못할 정도로 젠틀한 성격, 한석규는 영화 등의 이미지와 일상생활이 똑같음, 고수는 사람이 착해서 당시 사귀던 여배우보다 아깝단 내용 등이 있다. 안재욱도 여자한테 매너가 좋아서 술먹어도 꼭 택시 태워서 보내준다고 했는데 몇년이 지난 후 방송에서 그 내용을 언급하여 그 덕분에 2013년까지 솔로라고 한탄했다.(...) 더 있으면 추가바람.

사실 사생활이 어떻고를 떠나서 이 파일의 궁극적인 문제는 연예인을 한 사람이 아닌 마치 고기 등급 매기듯 상품과 같이 평가했다는 점이다. 소문 항목만 빼놓고 보면 정말 풋볼 매니저에서 스카우터가 제공하는 선수 보고서와 심히 유사하단 기분이 든다.[3] 즉 게임 속 축구선수를(실제가 아니다!) 평가하듯 연예인들을 광고에 적합한지 아닌지 별점으로 평가하였다. 여담으로 이 평가 부분도 다 맞진 않은게 당시에 현재 위치, 비전 항목의 평이 매우 좋았던 연예인들이 지금은 별다른 활동 없이 조용한 경우도 있고, 평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던 몇몇 인물은 반대로 꾸준히 대박을 터뜨리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최대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사건은, 인터넷과 P2P에 대한 경각심만을 안겨준 채 결국 흐지부지 종결되고 만다.

조영구는 이후 라디오스타(2012년)에 출연한 자리에서 밝히길, 분명히 자신에게 해당 광고회사에서 그러한 정보를 달라고 접근을 하긴 했지만, 자신은 연예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에 대해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으므로, 연예인에 관련된 안좋은 소문들은 절대 얘기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해당 광고회사와 인터뷰한 내용도 녹음해두었고 자신이 결백하다는 증거로 공개하려고 했지만, 이름이 등재된 다른 기자들이 압력[4]을 가해서 결국 공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일부 소문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영애의 결혼 소식으로 x파일에 있던 심은하와 파혼을 한 정 씨와의 연애관계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 이전에 한가인배우 연규진의 아들과 어릴때부터 소꿉친구 사이 라는 내용이 실려있었고, 그 둘은 일찍 결혼한 것도 유명한 이야기. 또한 2009년에야 인정한 SE7EN박한별의 열애설도 x파일에선 고딩 때부터 사귀는 사이라고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故이은주의 자살 당시, 가수 전인권이 자신과 그녀가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한 바와는 달리 둘이 단순한 친구 관계였다는 것 역시 정리되어 있다. 그외 이승환, 채림 불화설 등... 아무튼 사람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증권가 찌라시가 아직까지 살아남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데, 맞는 확률은 1%도 안되지만, 그 1%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찾아보게 되는 것과 똑같은 거다. 애초에 연예부 기자 인터뷰 자료이니 전원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테고. 하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안 맞는 게 압도적으로 많다. 애초에 이런 항목들은 죄다 소문에 밀어넣었다. 시일이 지난 지금 굳이 진실에 가까운 내용을 찾아보면, 기정사실로 적어놓은 이야기는 현재도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경우가 많고, 추측성으로 적어놓은 이야기는 근거가 없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물론 연예인의 이미지에 상처가 가는 과격한 이야기들은 추측성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건 당연하다.

최근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단어이며, 가끔 인터넷에 초딩들이 퍼뜨리는 허무맹랑한 X파일 아닌 X파일이 돌아다닌다.[5]

여담으로 이게 큰 이슈가 되었을 때 인터넷에서 김유식, 웃대 총장, 개죽이 X파일 등을 만들며 이 것을 다양하게 패러디하기도 하였다.
  1. 그래서 항목을 보다보면 어떤 광고에 어울린다, 어떤 광고밖에 못 찍는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온다.
  2. 이 당시 목록에 들어 있던 리포터인 조영구, 김생민은 사건 직후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나름의 해명을 했다. 하지만 당시 스튜디오에 출연하지 않은 김생민과 달리 스튜디오에 출연하여 해명한 조영구의 이미지 악화가 더 컸다. 이후 두 사람은 방송 활동에 지장을 받았고, 조영구는 자살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3. 심지어 현재 위치, 비전 항목은 FM에서 제공하는 현재 기량/잠재 기량 항목과 완벽히 똑같다.
  4. 조영구가 나서서 그런 접근이 실제로 있었다는 해명을 하기 시작하면, 명단에 있던 다른 기자들은 정말로 참여했다는 꼴밖에 더 되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5. 이영애가 김정일 애를 낳아줬다느니…. 다 개소리다. 믿지말자. 믿는거부터가 바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