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어슐러 K. 르 귄1973년판타지 단편소설. 원제는 <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 이듬해인 1974년 휴고상 단편 부문에서 수상했다.

가상의 유토피아적인 도시 오멜라스행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행복하게 번영하는 여러 모로 이상적인 도시 오멜라스, 그 도시의 행복은 불가사의하게도 지하에 갇혀서 나가지 못하고 고통받는 어떤 아이의 희생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다. 즉, 오멜라스가 지상 낙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계속 지하실에서 고통받고 있어야 하며 누구라도 그 아이를 조금이나마 도와줄 경우 오멜라스가 누리는 행복과 번영은 바로 그 순간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것. 더구나 오멜라스 주민들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그 아이가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지하실을 직접 방문해서 그 진실을 대면해야 한다. 주민 대부분은 그 진실을 대면한 이후에도 여러 이유를 들어서 그 아이의 희생을 결국 받아들이고 심지어 더 선하고,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만 몇몇은 어디론가 떠나고 만다.

소수를 희생시켜서 다수가 행복을 얻는 것은 옳은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를 다룬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있다. 작중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대심문관의 이야기가 아주 직접적으로 이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를 참조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미국인으로써 주제를 포착했다고 한다. 현대의 미국의 번영이 지구 반대편인가의 어느 나라의 전쟁과 기아 상황으로 지탱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라는 자각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시공사에서 출판한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도솔출판사에 출판된 <마니아를 위한 세계SF걸작선>에도 수록이 되어있다.
여기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인류학-문화학적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조르쥬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나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 가지'에 나오는 대속자, 만인에 대한 희생자란 개념을 소설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 소설의 주제가 섬노예 와 같은 '닫힌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문제이다. 작중 '오멜라스'는 외부의 압력을 명분으로 내부가 유착되어 있거나, 도시의 지배층이 이익을 위해 문제의 어린이에 대한 박해를 강요하고 피지배층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 탄압을 묵인, 조장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멜라스의 시민들은 왜 어린이가 박해를 받는지, 그 박해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 대가로 보다 큰 선을 추구하려 진심으로 노력하거나, 혹은 박해의 대가로 얻는 행복을 차마 얻으려 하지 않고 도시를 떠나게 된다. 도시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보복'을 하거나 이탈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 이는 닫힌 사회의 폐쇄성, 자기 합리화와는 거리가 있다.

몹시 짧은 분량으로 순식간에 훌훌 읽어버릴 수 있지만 깊은 주제의식과 르귄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필체로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단편'의 하한선에 걸쳐 있는 분량이면서도 이 정도 퀄리티를 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공인된 굇수스러움을 재확인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작중 도시의 이름 Omelas는, 저자가 길거리에서 본 오리건 주 살렘 시의 간판을 보고 떠올린 것이다. 'Salem, Oregon'을 뒤집으면 nogeromelas가 된다. 그래서 Omelas라고.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신약 9권에서 오티누스카미조 토우마를 절망에 몰아넣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든 세계인 버전 오메가는 이 작품이 모티브인 것 같다. 딱 하나 차이는 '불행한 아이'의 존재를 아느냐/모르냐일 뿐. 총체의 말에 따르면 죄책감 때문에 버전 오메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한 '반칙'이라고 한다.

닥터 후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The Beast Below 역시 이 작품의 오마주로 추정된다. 차이점이라면 희생시키는 대상이 인간인지의 여부와 그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분정도.

Fate/Stay Night에 등장하는 어벤저의 모티프 역시 이쪽에 가까워 보인다.

웅진출판사의 SF전문 브랜드가 오멜라스이다. 이 소설에서 이름을 따온것으로 보인다.


참고: 오멜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