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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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辛菜

개요

오훈채(五葷菜) 라고도 한다.

불교에서 일컫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방해되는 5가지 음식으로써 마늘, 부추, , 달래, 흥거를 말한다. 그 이유는 종교적이라기보단 신체작용적 측면이 강한데, 자극이 강한 5가지 식물로서, 날것으로 먹으면 화를 잘 내게 하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한다.확실히 정력에는 기가 막힌 것들이다. 오죽했으면 단군신화에서 마늘먹은 호랑이가 힘을 주체 못해 굴을 뛰쳐나갔다고 할까.

비슷한 이유로 도교에서도 오신채나 부추, 마늘, 무릇, 자총이(파), 평지(油菜)를 기피한다. 다만 이는 불교의 영향이 강한 교파 한정. 불교의 영향이 적은 종파는 삼염[1]이나 벽곡법은 실천해도 오신채를 딱히 가리지는 않으며, 오신채 중 대파의 경우 신선의 음식이라고도 할 정도다. 민간 도교의 영향이 강하고 도교 자체가 많이 세속화된 대만/동남아의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 도사 일을 부업으로 하고, 청규[2]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디까지나 용도에 따라서 피하는 음식으로서, 과거에도 일부 지방에서 육체 노동자들이 많이 먹은 음식이라고 한다. 화를 잘 내게 한다는 것은 신체 에너지를 쥐어짜 발산한다는 의미도 있는 듯.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정의가 다소 변화하기도 하니 그냥 '향이 강하고 원기를 자극할 수 있는 식물'은 대체로 여기에 든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흥거가 무엇인지는 논란이 많다. 일설에는 비슷한 '래디쉬'(Radish)라는 채소[3]라는 설과, 우리나라에서도 나는 백합과의 식물인 '무릇'을 뜻한다는 설이 있다.[4] 2012년 발표에서는 흥거란 산스크리트어 Hing의 음역으로 아위라는 채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강력한 살균작용을 가지고 있고 에센스 오일 등을 추출하는데 쓰이는데, 그 맛이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국 요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사신채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생강을 흥거로 취급해서 먹지 않는 곳도 있다.

오신채가 명명될 당시 국내에 없었던 매운 야채로는 대표적으로 고추양파가 있다. 양파의 경우, 사찰음식에 쓰지 않는다는 입장[5] [6]과 오신채에 양파는 없으므로 쓴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양파를 반대하는 쪽의 경우는 매운 맛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추를 빼고 대신 금하는 듯하다. 고추의 경우에는 양파보다도 더 자극이 강하지만 왠지 모르게 논란없이 쓰고 있다.

한국 요리에서 위 재료를 빼버리면 조리가능한 음식들이 반 넘게 날아가 버린다. 오신채를 따지는 사람들은 당연히 스님일 테니 자동적으로 고기 또한 빠지게 되고, 그러면 또 나머지 반이 날아간다. 그래서 이 재료들에다 고기까지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다 보니 아예 사찰음식이란 장르가 생겼는데, 마늘을 쓰지 않고 맛을 낸 김치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피자 같은 양식도 어레인지한 게 있다. 라면도 오신채를 대체해 만든 것이 스펀지를 통해 방영되었다.[7] 짜장면도 불교식으로 어레인지한 게 있다. 실상은 고기대신 콩단백 넣고 오신채 뺀 짜장면. 저런 메이저한 재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려는 눈물겨운 개고생 결과, 맛이 담백하고 웰빙 식품이라서, 요즘은 굳이 불교가 아니라도 수요가 많다.[8]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다이어트 푸드로 명성이 높지만 사실 사찰음식은 다이어트 푸드가 아닐 수도 있다. 사찰음식 중에는 튀기거나 기름에 지진 음식이 많다!

사실 오신채는 몸에 매우 좋은 식재료다. 기본적으로 이들 재료는 정력에 좋은 편이며, 마늘은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부추와 파는 한의학에서 열이 많은 식품으로 몸이 허할 때 먹으면 좋다고 하며, 달래도 초봄에 먹는 신선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그러니 웰빙을 생각한다면 사찰음식을 그대로 먹기보다는 이 오신채를 충분히 사용해 개조해서 먹는게 더 몸에 좋고 맛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도 공화국에서 수행 중인 한국 스님과 인터뷰 했을 때는, 의외로 부추를 길러 먹고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 종파 이전에 절이나 스님에 따라 약간씩 계율이 다른 듯하다. 중국에서 무술을 하는 스님들도 고기를 먹는 경우도 있고, 동자승들도 대부분 몸의 성장을 위해서 고기를 먹는다. 절에 따라서는 몸이 약해진 스님에게 고기를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원래 석가모니부터 당시 탁발 규칙에 따라 고기든 뭐든 받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으며, 특히 병든 수행자는 잠시 음식 금기를 풀고 식사 횟수를 늘리거나 고기도 먹일 수 있게 허용했다.

참고로 흥거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는 모두 부추속(Allium)에 속한다.

  1. 기러기 고기, 개고기, 장어 고기를 말한다.
  2. 淸規. 불교 승려나 도교 도사로서 지켜야 할 계율.
  3. 맵싸한 맛이 강하고, 인도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
  4. 무릇의 경우,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흔하게 보는 식물로 향이 독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고 하고 본래는 달래처럼 어린 잎과 알뿌리를 채취해 데쳐서 먹거나 조려서 먹었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먹는 사람이 없어 잡초 취급당하는 상태라고 한다.
  5. #1
  6. #2
  7. 현재는 온라인에서 채식주의자용 식품을 파는 사이트들에서 같이 판다.
  8. 여담이지만 이런 사찰음식들은 할랄 푸드 대용식으로 무슬림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한국 음식문화에 거부감이 있는 무슬림들에게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타종교인에게도 관용을 베푸시는 부처님의 대자대비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