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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우주 배경 복사. 색깔은 온도차를 나타낸다. |
宇宙背景輻射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인간이 본 가장 먼 우주
최초의 빛
1 개요
과거 뜨거웠던 우주로부터 온 복사(輻射)가 전파 형태로 남아있는 것. 대폭발 이론의 가장 큰 증거 중 하나이다. 위 사진은 우주배경복사 탐지위성인 Planck가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지도이다.
2 발견
1948년 조지 가모프, 랄프 앨퍼, 로버트 허만에 의해 처음 예견되었다. 1964년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펜지아스와 윌슨은 에코 위성에서 보내오는 약한 신호[1]를 좀더 잘 잡기 위해 안테나 수신기에 들어오는 잡음을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이 잡음은 하늘의 모든 부분에서 수신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것이 안테나 문제일 것이라 생각하고 안테나를 깨끗이 청소했다. 안테나에 비둘기가 둥지를 치고 있었고, 비둘기 똥도 있어서 안테나를 깨끗이 청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사라지지 않자 이 둘은 자세한 연구를 해보았고 결국 이것이 이미 예견되었던 우주 탄생 초기로부터 온 빛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됨으로써 대폭발 이론과 대립하고 있던 정상우주론은 종말을 고했고, 대폭발 이론이 우주론의 정설로 자리잡는데 계기가 되었다. 즉, 우주가 영원하고 그 밀도가 일정하다는 정상우주론은 과거에 우주가 현재보다 더 뜨거웠다는 증거인 우주배경복사를 설명하지 못했다.
3 생성 원인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 우주는 별의 내부처럼 고밀도의 뜨겁고 균일한 플라즈마로 완전히 채워져 있었다. 원자핵과 전자가 생성되었지만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전자는 원자핵에 속박되지 못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우주를 가득 채운 전자들이 지나다니는 광자를 흡수하고 방출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빛의 직진은 불가능했고 우주는 마치 물에 탄 우유처럼 불투명했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면서 우주의 온도는 낮아지게 되었는데, 우주의 나이가 약 38만 년이 되자 우주의 온도는 3000K까지 내려갔고 전자가 원자핵에 속박되어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들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투명해진 우주의 원자에서 3000K의 흑체복사가 처음으로 방출되었고,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그 파장이 길어져 2.7K의 전파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하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지구에서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는 과거 빅뱅 직후 뜨거웠던 우주로부터 온 빛이다. 우주에서는 먼 곳에 있는 천체일수록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주배경복사는 거의 우주의 나이에 가까운 거리(137억 광년)에서 온 빛이 극단적으로 적색편이된 상태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다.[2]
우주가 유한하다면 언젠가는 우주배경복사가 더이상 관측되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해 우주의 사이즈를 추정할 수가 있게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 전에 적색편이가 심해져서 관측불가능한 수준까지 약해지겠지만. 그리고 특수한 케이스인 우주가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경우[3], 우주의 사이즈가 충분히 작다면 우주배경복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즉 우주를 한바퀴 돌고 나서 반대쪽에 나타나는 것)이 관측된다면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패턴은 관측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우주가 무한하거나, 유한하지만 경계가 있거나, 유한하고 경계가 없을 경우 엄청나게 크다는 것.(...)
4 특징
우주배경복사는 자연계에서 완벽한 흑체복사에 가장 가까운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주 모든 방향에서 관측되는데, 그 밀도는 거의 균일하며 아주 약간의 온도차만이 보인다. 이는 우주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 거의 균일했지만, 이미 약간의 비균질성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러한 비균질성, 비등방성은 우주론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비균질성의 존재는 기존 빅뱅모델의 수정모델로 등장한 인플레이션 이론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매우 짧은 순간에 우주가 극도로 팽창하며 미시적 세계에서나 유의한 양자역학적 밀도요동이 확대되었을 것이며 이것이 우주배경복사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TV에서 아무런 방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때 보이던 백색잡음의 약 1%가 이 우주배경복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4.1 우주의 균일등방의 증거
우주배경복사는 굉장히 고르게 나타나는데 우주 전역에서 2.725K으로 관측 된다. 그 균일성은 무려 [math] 1 \over 100000 [/math] 수준에서야 오차가 나타난다. 이런 믿기 힘든 균일성으로 인해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균일등방하다는 우주론의 대전제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즉 이것은 우주가 시작부터 하나였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이론의 필요성을 함께 의미한다.
4.2 우주의 곡률
우주배경복사는 초기 우주의 온도 분포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물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우주의 곡률에 따른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 비균질성 정도를 시뮬레이션 해보고 역으로 현재의 관측결과를 바탕으로 우주의 곡률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는 우주 자체에서 발생하는 중력 렌즈 효과로 우주배경복사의 얼룩이 확대/축소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곡률은 0과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한다. 즉 우주는 휘어져 있지 않으며 평탄하다.
4.3 우주론적 정지 좌표계
우주배경복사는 균일 등방하고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주 팽창에 대한 지구의 특이운동을 측정하는 일종의 정지 좌표계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측정되는 우주배경복사에서는 지구의 운동으로 인한 도플러 효과가 측정된다. 위에 있는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이러한 효과를 모두 보정한 결과이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가 포함된 국부 은하군의 우주 공간에서의 특이속도를 구할 수 있다. 현재 국부 은하군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 인력체 방향으로 약 600km/s의 속도로 끌려가고 있다.
4.4 복사로서의 기능
우주배경복사는 현재까지도 우주 전체의 복사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은하와 항성들의 복사 에너지를 합쳐도 우주배경복사를 넘지 못한다. 우주배경복사 광자는 개수밀도가 매우 높고 모든 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매우 강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나 전자들에게 주요 방해물로 작용한다. 감마선과 충돌하는 경우 쌍생성을 일으켜 전자와 양전자를 내놓으며, 전자와 충돌하는 경우 역 콤프턴 산란이 일어난다. 또한 우주의 온도를 유지시키는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부메랑 성운 등의 예외를 제외하면 우주 대부분의 구역에서의 온도는 아무리 낮아도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인 3K보다 내려가지 않는다.
4.5 난제들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정밀한 관측이 시작되면서 우주론은 몇 가지 문제점에 시달리게 되었다. 첫 번째는 우주의 나이 문제인데, 현재 속도로 팽창 중인 우주가 평탄하려면 상당한 밀도의 물질이 존재해야 하고, 이 물질들의 중력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는 더 빠른 속도로 느려져야 하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가 93억 년 정도로 측정된다. 하지만 항성 진화 이론에서 예견되는 구상성단의 나이는 적어도 110억 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하다. 이는 우주 전체의 에너지가 물질만으로는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주의 팽창을 도와주는 암흑에너지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준다.
두 번째는 '평탄성 문제'라 불리는 것인데, 우주의 평탄성은 안정적인 유지가 불가능하다. 빅뱅 직후 우주의 밀도가 적절하게 맞춰져 우주의 곡률이 정확하게 0이 될 가능성은 엄청나게 낮은데, 이 시기의 밀도가 10^^-24 정도만 달랐어도 우리 우주는 과도하게 팽창하여 국부 은하군 너머로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거나, 수축하여 이미 빅 크런치가 일어났어야 정상이다. 이 문제는 우주 초기에 급팽창이 이루어져 우주가 평탄해졌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