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월

파일:유소월 (월한강천록).png

웹툰 월한강천록의 주인공.

1 개요

나이는 1화 시점에서 25세. 생일은 6월 21일이고 키는 180cm이다. 취미는 술과 도박.(...) 이름은 한자로 遊笑月(놀 유 웃을 소 달 월)이라 쓴다.(특별편1,2 참조)
무당파 1대 제자. 문지서의 사제이며 양소하의 사형이다. 무당이 생긴 이래 제일의 천재라고 불리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갑자기 성격이 비뚤어져서 수련은 않고 빈둥대더니, 실력이 완전히 추락하여 3류 수준[1]으로 전락해버렸다. 그 뒤로도 수련을 시킬라치면 어떤 식으로든 내빼고, 매일같이 마을에 내려가 술이나 퍼마시고, 돈이 모자라면 무당파 이름으로 외상을 걸고,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으면 얻어맞고 돌아오고... 이런 불량하고 한심한 행동거지 때문에, 장문인이나 장로들은 물론이고 사제들에게조차 좋은 취급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은 대사형 문지서뿐이다. 말 그대로 무당파의 수치요, 장문인과 장로들의 화병의 근원. 그리고...

이 모든 기행은 유소월(이하 소월)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기 위한 연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일부러 한량처럼 노닥거렸을 뿐, 실제 무공 수위는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있다! 참고로 정파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절정 고수는 총 일곱 명. 바꿔 말하면 은거 고수를 제외했을 경우, 정파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부러 실력을 감추고 있어서, 무당파에 소월의 실체를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싸움을 피하며 지내온 탓인지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듯도 하다.
낙천적인 성격에 넉살 좋고 성격도 무척 온순하다. 또한 사형제와 스승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족처럼 끔찍이 아낀다. 길눈이 어두우며, 동정(96화)이다.(...)
재수가 없는 것인지, 어째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진다. 길 잃고 헤매다가 마교 무리와 마주치질 않나, 양가전장의 부탁으로 나선 시합에서는 마교 6대부주 중 하나를 상대하게 되고, 무림맹에서는 지갑 찾으러 나갔다가 또 싸움에 휘말리고... 다시 첩자로 오해받아 고문을 받기까지... 불행 속성...?

어느날 무림맹은 무당파에 사람을 몇 명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장문인은 문지서와 양소하를 무림맹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어린 양소하가 걱정이 된 장문인은, 소월도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다. 당연히 소월은 가기 싫어했으나, 장문인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장문인은 참회동 입구에 자신이 머물 초막을 짓고 있었다. 소월이 명을 어기고 도망치면, 참회동에 가둬놓고 그 앞의 천막에서 감시하며 10년 동안 폐관수련 시킬 속셈이었던 것. 결국 소월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지서, 양소하와 함께 무림맹으로의 여정에 오르게 된다...

2 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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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림맹으로(~32화)

여행 첫날밤, 문지서는 소월에게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붙들고 제대로 공부에 들어갈 테니 각오해라.”라고 말한다. 가도 수련이고 안가도 수련이라면, 차라리 안가는 게 좋지 않을까? 소월은 남몰래 도망쳐 나왔다. 무당산 동네에서 시간 때우다가, 문지서와 양소하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슬쩍 끼어서 함께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 그러나 길눈이 어두워, 산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복면을 한 무리가 장발의 사내와 그의 일행을 공격하고 있었다. 결국 복면 무리는 장발의 사내를 제외한 모두를 죽여 버렸다. 그들은 소월도 함께 죽이려 했다. 장발의 사내는 소월을 보호하면서 분전했지만, 상당히 지친 상황에 수적으로도 열세였다. 마침내는 무리해서 강한 무공을 쓰다가 기절해버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소월은 부득이하게 본 실력을 드러내어 복면 무리를 물리쳤다. 소월이 보니, 장발의 사내는 방금 시전한 무공으로 내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웠다. 그래서 소월은 사내를 구하기 위해, 여행 가던 날 장문인에게 받았던 자소단을 먹였다.근데 기절한 사람에게 어떻게 먹인 거지? mouth to mouth
곧 소월은 자신을 찾아 나선 문지서와 양소하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기절해있던 장발의 사내와 함께 산 아래 마을의 여관에서 묵게 되었다. 의식을 되찾은 사내는 문지서 일행을 강하게 경계했다. 양소하가 화내며 따지자, 오히려 사내는 “그쪽이 마교의 끄나풀일지도 모르지 않냐?”며 반박했다. 소월은 양소하를 말리면서, “대협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사내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내는 소월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자소단까지 사용했다는 말을 듣고도, “구원을 구원으로 갚았으니 예를 표하진 않겠다.”며 냉담하게 대답했다. 단지 자신의 이름은 노악이라는 것만 가르쳐 줬을 뿐. 노악은 무림맹의 비밀 임무를 맡고 있어서, 산에서 있었던 일의 전말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악의 방에서 나온 후, 문지서는 소월을 꾸짖었다. 자소단은 무당파의 보물로, 복용하면 60년의 공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 보물을 이름 모를 사내를 구한다고 사용해버린 것이다. 소월은 자신이 내공이 늘어봤자 뭐에 쓰냐고, 무림맹 사람과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고 변명하며 문지서를 달랬다. 이미 약은 써버린 뒤이기에, 문지서는 속도 좋다며 말을 그쳤다.

다시 여정에 오른 문지서 일행. 그들은 노악과 다시 마주쳤지만, 노악은 인사도 않고 그냥 지나쳤다. 일행은 하룻밤을 묵기 위해 한 마을에 들어섰는데, 어째서인지 온통 빈집이었고 사방이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일행은 노악과도 재회하였고, 촌장으로부터 마을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
문지서 일행이 오기 며칠 전, 마을의 한 약초꾼이 뒷산에 올라갔다가 돌아오질 않았다.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보니 길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마을에서는 장정들을 모아 뒷산을 뒤졌는데,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했다. 도망쳐 나온 것은 촌장과 그의 아들을 포함한 몇 명뿐이었다. 그 후 갑자기 뱀 떼가 마을에 출몰하기 시작했고, 유행병까지 만연하였다. 결국 몸 성한 이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버렸다. 관에 신고를 해보았지만, 조사관은 석 달 뒤에나 올 예정이었다.
문지서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양소하와 소월을 데리고 괴물이 살고 있는 마을 뒷산의 큰 동굴로 향했다. 노악은 괴물 퇴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동굴을 통해서만 다음 마을로 갈 수 있다고 해서 문지서 일행과 동행하였다. 그런데 출구 앞에서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났다. 마을에 나타난 괴물은 바로 그 이무기였던 것이다. 영물의 몸 속에는 내단이 있어, 그것을 섭취하면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노악은 생각을 바꿔 이무기 퇴치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이무기가 날뛰어 동굴 바닥이 무너져 내렸고, 여기에 소월과 노악이 휘말려 이무기와 함께 떨어져 버렸다.
이대로는 낙사한다. 마침 노악은 기절한 참이었으므로, 소월은 본 실력을 드러내 노악을 구해내고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노악이 정신을 차리자, 소월은 막 정신을 되찾은 것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왔다. 소월은 “형씨 덕분에 살았다.”며 굽실댔지만, 노악은 “그런 일을 한 기억은 없다.”며 의심하는 눈초리로 소월을 노려보았다. 무당에서는 이정도하면 다들 그냥 속아 넘어갔는데...(...) 소월과 노악은 길을 찾아 나아가던 중, 낭떠러지 아래에 큰 호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노악이 디디고 선 곳이 갑자기 무너져서 소월이 급히 그를 잡아당겨 구해냈는데, 이 과정에서 소월이 호수로 떨어지게 되었다. 운 나쁘게도 호수에는 이무기가 있었고, 이무기는 곧장 소월을 덮쳤다. 노악이 이무기를 상대했지만, 이무기는 노악을 휘감고 그대로 호수 속으로 끌고 들어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소월은 본 실력을 드러내 이무기를 간단히 토막내버렸다. 노악은 그 모습을 확실하게 목격했고, 이에 소월은 노악에게 데꿀멍하며 “내가 이무기를 쓰러뜨린 것을 비밀로 해달라.”라며 애걸했다. 그리하여 결국 이무기를 죽인 공은 노악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사건은 해결되었다. 노악은 자신의 임무가 막 끝났다며 문지서 일행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그들은 함께 무림맹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중에 들른 마을에서, 소월이 남몰래 일행의 돈으로 도박을 했다가 모조리 날려버렸다.(...) 그때 양소하가 여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일행을 이끌고 앞장섰다. 양소하가 도착한 곳은 바로 양가전장. 양가전장은 대륙 4대 상단의 필두로, 한 번의 거래에 국가 1년 예산을 사용할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양소하는 이 양가전장의 도련님이었다.금수저 돋네 양소하의 큰형은 흔쾌히 일행에게 여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명색이 상인 집안인데 그냥 줄 수는 없고 대신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청했다.
사연인즉 다음과 같았다. 국가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소금 전매권을 두고 경매를 열었다. 소금은 생필품이라 그 전매권을 얻으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지금껏 소금 전매권은 양가전장이 독식해왔는데, 이번 경매에서는 호가상단이 경매 금액을 계속 올리며 소금 전매권을 두고 싸움을 걸어왔다. 이대로는 전매권을 얻더라도 손해가 상당할 것이라, 두 상단은 각각 3명의 무사를 내세워 1:1로 대결을 시키고 그 승패로 전매권의 소유자를 가리기로 합의했다. 양소하의 큰형의 부탁이란, 대회에서 호가상단의 무사들을 상대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문지서와 노악과 소월이 대결에 나서기로 했다. 물론 소월은 자기 같이 약한(...) 놈이 나가면 망한다며 내빼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회 당일. 문지서가 첫 시합에서 승리했으나, 노악이 다음 시합에서 패배하면서 승부는 1:1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합에 나선 소월. 그는 실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자신을 툭 치면 알아서 저기로 나가떨어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는 소월의 말을 무시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기겁한 소월은 패배하기 위해서(...) 장외로 나가려 했지만, 상대는 퇴로를 차단하며 집요하게 소월을 쫓았다. 그는 소월에게 “무인이라면 제대로 싸우자.”며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월이 보니, 그는 기는 느껴지지 않으나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스승님보다도 더 강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소월이 계속 미적지근하게 나오자, 상대는 “자꾸 그렇게 재미없게 나오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라고 말하더니 소월의 일행이 있는 자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대뜸 공력을 발산하여 그들을 공격했다.

당신...

...죽고 싶은가?

소월의 살기어린 모습에 상대는 기뻐하며 전신에서 검붉은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곧 그는 기운을 창으로 변형하여 소월을 공격했고, 이에 소월은 기막을 펼쳐 방어했다. 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한, 절정 고수만이 쓸 수 있는 기예... 소월은 눈앞의 적과 막상막하로 대결하였지만, 기막을 펼치느라 기를 너무 소모하여, 일격을 허용하여 패배하고 말았다. 적은 “기막을 펼쳐가며 기를 낭비하지만 않았어도 더 재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한 실력이 있으면서 왜 사형제 따위에 연연하느냐?”고 물었다. “내 형제라는 것. 그 이상의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소월의 반문에, 그는 고작 그따위 것 때문에 싸움에 집중하지 못한 거냐며 다시 한 번 소월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공격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그때 노악이 나타나 기습을 가했다. 노악의 무공을 보더니, 적은 곧 싸움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는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 정체는 바로 마교의 6대부주 중에서도 최강자라는 마창(魔槍) 악호였다. 악호는 “다음에는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말라.”며 소월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실은 너도 나처럼...

저런 약한 놈들 따위 제쳐두고
그저 싸우는 것만 생각하는...
무광(武狂)이 아니더냐?

그 말을 끝으로 악호는 부하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노악은 도망치지 말라며 악호를 쫓으려 했지만, 악호는 팽가의 여식의 청 때문에 놔주는 것이고 두 번은 없다며 위압적으로 말했다. 문지서도 “팽가의 가풍은 엄숙과 엄격이 아니냐.”며 말렸으므로, 노악은 싸움을 포기했다.
어쨌든 모든 일은 해결되었다. 악호의 난동으로 입은 부상은 치료를 받고 완쾌하였다. 양소하의 큰형은 일행에게 넉넉하게 여비를 제공했다. 양가전장은 소금의 전매권을 획득하였다.[2]

2.2 무당파의 기재와 팽가의 말예(33화~44화)

무림맹에 도착한 일행은 심우관 입구로 향했다. 그들은 접수처에서 장부에 각자 이름을 적었다. 소월은 무심히 자신의 이름을 적다가 옆의 이름을 보았는데, ‘하북팽가 팽노악’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악은 하북팽가 소속인 모양이었다. 다시 길을 가던 중 소월은 문지서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건 대사형인 문지서만으로도 충분하고, 자신과 양소하는 서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문지서는 그게 저쪽에서 일처리가 더 쉽지 않겠느냐며 넘어갔고, 소월은 수상함을 느꼈으나 별다른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다.불행의 시작
길을 가던 중 일행은 한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고, 두 무리는 서로를 소개하였다. 일행과 마주친 이들은 남궁화츤데레, 제갈연글래머, 황보해몸빵캐, 그리고 목패열폭였다. 일행도 그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문지서는 이어서 노악을 소개해주려 했는데, 남궁화 일행은 갑자기 노악을 무시하고 문지서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보다 못한 소월이 대신 노악을 소개하려하자, 남궁화 일행은 노골적으로 노악을 무시하며 소월에게 “저런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며 핀잔을 주었다. 겁쟁이, 세가의 수치, 무림맹의 오점 등등의 멸시에, 노악은 분노를 터뜨렸지만 길안내는 여기까지라며 문지서 일행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문지서는 아직 들를 곳이 있었으므로, 두 무리는 헤어졌다. 남궁화 일행의 노악에 대한 태도에 소월이 의아해하자, 문지서는 소월과 양소하에게 노악에 대해 알려주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까지만 해도, 하북팽가는 천하제일가로 불리는 등 위세가 대단했다. 그런데 정마대전 당시 팽가의 가주가 마교 교주와 동귀어진했고, 이에 마교에서는 보복으로 하북팽가를 공격했다. 정파의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는... 마교가 하북팽가의 모든 것을 말살한 뒤였다. 가족부터 하인, 노인에서 갓난아기까지, 심지어 집안에서 기르던 개들까지... 생존자는 오직 노악뿐이었다. 사실상 하북팽가는 멸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나마 무림맹주의 배려로 하북팽가는 오대세가에 이름이나마 올릴 수 있었고, 팽노악도 하북팽가의 소가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노악이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남궁화 일행이 노악을 멸시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소월은 잠에서 깨어 방 밖으로 나갔는데 분위기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청년 영웅 대회의 개최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소월이 허리춤에 찬 칼을 보더니, 대회 참가자인 모양인데 여기서 뭐하고 있냐며 잔소리를 해댔다. 소월은 당연히 대회 출전은 생각에 없었는데, 갑자기 문지서와 양소하가 그를 붙들었다.
사실 심우관 입구의 직원이 관리하던 장부는 청년 영웅 대회의 참가자 명단이었다.[3] 솔직하게 말하면 소월이 도망칠 것이 뻔했으므로, 문지서는 별다른 말없이 이름을 적으라고만 했던 것이다. 결국 소월은 문지서와 양소하에게 붙들려 대회장으로 끌려갔다.(...)스승님, 거짓말쟁이이이이이이!!

상황을 보니 접수처에서 받은 참가패를 내지만 않으면, 대회 참가 자격이 박탈되는 모양이었다. 소월은 문지서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양소하를 따돌리고 도망쳤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짱박혔다가 나올 생각이었던 것.그냥 참가패를 버리지 그랬나 그러던 중 거리에서 웬 건달들이 한 남자를 붙잡고 시비를 거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남자의 참가패를 빼앗아 청년 영웅 대회에 출전할 속셈이었다. 소월은 인파에 휘말려서, 얼결에 이들 사이에 뛰어들어버렸다. 당황한 소월은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건달들은 막무가내였다. 개중 하나는 아예 대놓고 남자에게 달려들어 허리춤의 참가패를 가로채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는 손에서 침(針)을 꺼내 자신에게 달려든 건달를 찌르려 했다. 소월은 반사적으로 남자를 막아서며, 그의 침을 손으로 받아냈다. 그는 왼눈에 뱀 문신을 새긴 특이한 인상의 사내였는데, 소월이 자신을 말리자 “절 공격한 사람을 왜 죽이면 안됩니까?”라며 질문했고, 건달들과 주변의 사람들은 사내의 그런 모습에 기겁하고 도망쳐버렸다. 소월은 “다 같은 사람들인데 살려줘서 나쁠 거 없지 않느냐.”며 투덜거렸고, 사내는 소월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통성명을 하자고 말을 걸었다. 그의 이름은 당운룡이었는데, 소월이 자신의 침에 다친 것을 치료해주려 했다. 소월은 문지서와 양소하를 피해 도망치던 중이었으므로 사양하고 자리를 뜨려 했지만... 당운룡의 침에는 '한 시간 내로 해독하지 않으면 오장육부가 녹아 죽는'(...) 독이 묻어있었다. 당운룡의 설명[4]을 들은 소월은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다니며 해독약을 받아먹었다. 그 바람에 제 발로 대회장까지 오게 되었다. 소월은 일단 최대한 숨어 다니다가, 해독되면 바로 대회장을 도망치기로 결심했다.그러니까 그냥 참가패를 버리라고!
그때 한 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붉은 옷을 걸친 한 남자가 기녀를 데리고 대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화산파의 홍륜이었다. 소월이 홍륜을 알아보자 당운룡은 아는 사이냐고 물었고, 이에 소월은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말을 들었다며 얼버무렸다. 당운룡은 소월에게 홍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번 영웅대회의 우승자. 무림맹에는 풍류객으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바로 그의 검이다. 당운룡의 말에 소월도 맞장구쳤다. 확실히 무서운 검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데서 확 치고 들어오는데...아는 자의 여유 자폭 당운룡은 홍륜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냐며 궁금해했고, 소월은 자신의 말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다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문지서와 양소하를 맞닥뜨려 버렸다. 결국 대회 참가 확정.(...) 무림맹주가 대회의 시작을 선언하고, 대회 참가자들은 무림맹 내부 연회장에서 주연을 즐겼다. 소월은 어찌어찌 약을 모두 먹고 당운룡의 독을 완전히 해독하였는데, 주변을 둘러보다 노악을 발견했다. 소월은 노악에게 당운룡을 소개해주고 함께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려 했다. 그런데 예의 남궁화가 노악을 발견하고는 “당신이 대회에 나온다고 누가 인정이나 할 것 같냐?!”며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목패가 노악을 비웃으며 팽가의 이름도 이젠 쓰레기나 마찬가지라며 이죽거렸다. 노악은 “나에 대한 것은 어찌 말해도 상관없지만, 팽가에 대한 모욕은 용서 못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마침내는 둘이 칼을 뽑아들었는데, 이에 소월이 나서서 둘을 말렸다. 소월은 “내가 본 노악은 남을 죽게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며, 남의 문파와 가족은 함부로 욕하는 거 아니다.”라며 목패에게 방금 말한 것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목패는 소월을 보더니 알은체를 했다. 10년 전 무당파 친선시합 우승자, 유소월. 목패는 소월에게 비겁하게 대회에서 속임수를 썼다며 화를 내더니, 나와 싸워 이긴다면 방금 했던 말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자신이 이기면 소월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둘의 말다툼이 소란스러웠는지 곧 다른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화산파 대사형이며 목패의 사형이기도 한 홍륜이었다. 홍륜은 소월을 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급변했다. 그리고...

소랑!!

오랜 만이다!! 웬일로 목패 말 듣길 잘 했군!
그땐 정말 재밌었는데~!
그거 아나, 소랑? 그 뒤로 쭉- 너만큼 날 흥분시킨 녀석은 없었다고.

홍륜은 소월을 보고 반색하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목패가 길길이 날뛰었다. 저 놈은 사기꾼이다. 10년 전의 그 시합은 조작이었다! 그러나 홍륜은 “약해빠진 쓰레기는 소랑이 아니라 너 아니냐?”며 목패의 말을 일축했다. 소랑처럼 센 녀석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홍륜의 반응에 분노가 폭발한 목패는 소월에게 말했다. “열흘 뒤 저녁 8시, 무림맹 제 3연무장에서 시합을 하자.” 목패는 곧 자리를 떠났고, 홍륜은 술이나 한잔하자며 소월을 붙잡았다. 홍륜이 껄끄럽던 소월은 마침 노악이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나섰다. 소월과 노악은 다른 주점에서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2차
소월이 노악을 살갑게 대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사실 소월은 무당파에서 장문인이나 장로들은 물론이고 사제들에게까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다.사실 파문당해도 할 말 없지 않나 그런데 노악이 남궁화 일행에게 천대받는 것을 보니 동병상련을 느꼈던 것이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노악은 소월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족에게까지 네 실력을 숨기는 이유가 뭐지?” 노악은 집요하게 추궁했고, 소월은 마지못해 대답해주었다.
무당파 역사상 최고의 기재. 한때 소월의 별명이었다. 노력해서 좋은 실력을 선보이면 모두 잘한다고 칭찬해주었다. 당연히 소월은 기분이 좋았고 더욱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기대가 정도를 넘어서자, 곧 소월은 귀찮음을 느끼게 되었다. 수련법에 간섭하는 장로님들, 놀면 안 돼, 술도 안 돼, 걸음걸이 조심, 말투까지 참견, 그리고 장문인이 되라?! 기대주도 힘들어 죽겠는데, 장문인이 되라니! 그때부터 유소월은 약한 척하기 시작했다. 누구랑 싸우든 져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려 한 것이었다.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이야기를 듣던 노악은 그럼 방금 전 목패가 얘기했던 친선대회 우승은 어떻게 된 거냐고 추궁했다. 소월은 당황했으나 내색 않고, 그건 자신이 약한 척하기 이전의 일이라며 변명했다. 노악은 여전히 미심쩍어 했지만, 소월의 말을 믿었다. 목패와의 대결은 어쩔 생각이냐는 노악의 물음에, 소월은 “정 안되면 지병인 설사병이 도졌다고 해서 미루면 된다.”(...)며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하지만 노악이 보기에 목패가 그런 변명을 납득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또한 소월이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대결이 아니었다. 사실 청년 영웅 대회는 1차, 2차 시험을 치른 뒤, 그 통과자들끼리 승자진출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목패와 대결하기로 한 곳인 연무장은 오직 승자진출전 참가자들만이 쓸 수 있는 곳이다. 한 마디로 일단 2차 시험까지 통과한 후에야, 변명이든 뭐든 해서 싸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실력을 최대한 숨기려 하는 소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대회 날 소월은 목패를 찾아가 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냐며 따졌지만, 목패는 영웅대회 1차 시험도 통과 못하는 놈에게 월한검의 주인 자격이 있느냐며 비웃었다. 결국 소월은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2.3 청년영웅대회(44화~82화)

1차 시험장은 납검지라는 이름의 산지였다. 1차 시험이란 이 납검지에 꽂힌 칼들 중 하나를 뽑아, 그것을 가지고 2차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것. 신기하게도 꽂혀 있는 칼들은 전혀 뽑히지 않았으며, 그래서 참가자들은 모두 칼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며 진땀을 뺐다. 그러나 문지서는 간단하게 칼을 뽑았으며, 소월과 양소하에게 문제의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고 일러준 후 자리를 떠났다. 양소하 역시 “검을 누가 아래서 잡아당기는 것 같다.”는 소월의 말에 깨달음을 얻고는 곧 검을 뽑아보였고, 희희낙락하여 소월에게 10분 내로 따라오라며 제 딴에는 힌트까지 던져주고 자리를 떠났다.공자 앞에서 문자 쓰기
양소하가 자취를 감추자, 소월도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시험의 뜻은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힘을 조절하는 건 서툴기도 해서 일부러 못 뽑는 척 했을 뿐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소월은 완력으로 검 한 자루를 뽑아냈다. 뽑아낸 칼은 두 동강이 나버렸지만, 어쨌든 소월은 그것을 들고 바로 2차 시험장으로 향했다.[5]
2차 시험장에서는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입구 앞에 모여 웅성대고만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마다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고, 돌아나온 사람들은 모두 초주검이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무슨 대회가 이리 험악하나 게다가 비명을 듣고 도와주려 나선 사람들 역시 휘말려서 같은 꼴을 당했다. 물론 소월은 그러거나 말거나 입구 앞에 적힌 2차 시험 규정을 확인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규정상 검을 분실하거나 망가트릴 시엔 불합격이었다. 소월은 두 동강 난 검을 품에 감추고(...) 입구로 들어갔다. 안에는 웬 거대한 도마뱀이 있었다.
도마뱀 구이는 큰 놈일수록 맛있는 법.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겠다, 신이 난 소월은 도마뱀을 구워먹고자 칼로 토막내려 했다. 어쩐 일인지 도마뱀 몸에 닿은 칼은 흐물흐물 녹아내렸지만, 도마뱀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도마뱀을 결딴내려는 순간 갑자기 뒤편에서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도마뱀을 와와어라고 부르며, 상황을 보니 자신들이 와와어의 집을 침범한 것 같은데 놓아주는 게 어떠냐고 말을 걸었다. 소월은 와와어 때문에 다친 이들도 있다며 반박했지만, 사내는 문 앞에는 '죽을 각오가 된 자만이 들어올 것'이라 적혀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소월은 와와어에게 또 사람을 해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윽박지른 후 보내주었다.
소월의 뒤에서 나타난 사내,의 이름은 형인이었다. 둘은 동행하게 되었고, 곧 두 갈래 길을 맞닥뜨렸다. 형인은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는 쪽으로 가려했는데, 이에 소월은 자신은 반대쪽이 왠지 괜찮을 것 같다는 감이 든다며 형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냉큼 자리를 떠났다. 사실 소월은 형인에게 자신의 실력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가 껄끄러웠다. 도마뱀을 잡을 때 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본 실력을 들킬 뻔했던 것이다. 소월은 길을 재촉했다.
소월은 또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제갈적이라는 인물이었는데, 소월에게 출구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호의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속임수였고, 소월이 방심한 틈을 타 그를 함정 쪽으로 밀어버렸다. 연무장에서의 승자진출전은 착검지에 먼저 검을 꽂은 16명의 2차 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한다. 형인이 15번째로 착검지에 검을 꽂았고, 제갈적은 16번째로 착검지에 도착했다. 그때 뒤편에서 소월이 나타났다. 제갈적은 착검지에 꽂기 위해 침착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검은 망가져 있었다. 소월은 당황한 제갈적을 제치고 검을 꽂았는데, 소월이 꽂은 검은 제갈적의 것이었다. 제갈적이 소월을 함정에 밀어 넣을 때, 소월이 검을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그렇게 소월을 끝으로 승자진출전 참가자 16명이 선정되었다.

다음날 승자진출전. 양소하는 제 1시합에서 점창파의 한채림과 맞붙게 되었다. 한채림은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양소하를 밀어붙였으나, 양소하는 한 채림의 안면에 주먹을 갈겨 쓰러뜨리며 승리했다. 제 2시합은 문지서 대 남궁화. 남궁화는 쌍검으로 문지서의 다리를 공격해 들어갔지만,[6] 문지서는 간단히 남궁화를 제압하고 무장을 해제시켜 승리했다. 한편 소월은 목패와의 시합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핑계를 대서 기권한다고 치더라도, 목패가 그것을 수긍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지면 월한검을 내줘야하고, 이기려면 본 실력을 드러내야만 한다. 한참 고심하는데 그때 홍륜이 나타났다. 그는 다음 시합은 자신의 경기라며, 좋은 자리를 잡아뒀다고 소월을 끌고 갔다. 제 3시합은 홍륜 대 청신. 뭇 여인네들의 응원을 받던 홍륜은 문득 소월을 보더니 “소랑! 거기 앉아서 내 시합, 잘 봐다오!”라며 소리쳤다. 당연히 여인들은 “감히 홍륜님을 독점하려 하다니, 소랑은 어떤 년이야?!”라며 분노 폭발. 잡아서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는(...) 여인들의 분노에 소월은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기에 이른다.엄마 여기 여자들 전부 이상해
청신은 홍륜을 상대로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선전했다. 그런데 홍륜은 사실 본성이 잔혹해서, 눈에 차는 실력자를 만나면 거침없이 살수를 펼치며 싸움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흥분한 홍륜은 자신의 절기 매화무도(梅花舞跳)를 선보여 청신을 난도질했다. 더 붙어보자고, 어서 일어나라며 재촉하는 홍륜의 광기어린 모습에, 청신은 괴물이라며 경악했다. 경기는 홍륜의 승리로 끝났으며, 청신은 친형 청순의 부축을 받아 퇴장했다.
제 4시합 청순과 구격의 대결은 청순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 제 5시합. 제 5시합은 소월과 목패의 대결이었다. 본 실력을 드러내길 원치 않았으므로, 소월은 목패의 공격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마침내는 구석에 몰리게 되었고 목패는 소월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위험을 느낀 소월은 반사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검 월한에 손을 댔지만, 대사형 문지서의 얼굴을 본 순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목패의 공격 '매영섬란'을 그대로 맞아버렸다. 목패는 쓰러진 소월을 밟아대며 분노를 토했다.
목패는 10년 전 무당파와 화산파 간의 친선대회 이후, 우연히 '복용하면 아주 잠깐 동안 고수 흉내를 낼 수 있는 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 전의 친선 대회에서 홍륜은 소월과 대결하여 패배했으며, 그 결과 화산파 장문인의 신물인 월한은 소월의 것이 되었다. 홍륜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목패는 소월의 승리를 납득할 수 없었고, 소월이 대회 이후 갑자기 실력이 추락하였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목패는 무당파가 약의 힘을 빌려 화산파를 이겼다고 여기게 되었다.
목패는 다시 한 번 소월에게 '매영섬란'을 시전했다. 이번 공격은 천하의 소월이라도 위험했다. 그러나 실력을 드러내길 원치 않았으므로, 소월은 공격을 그대로 받아버렸다. 다행히 본능적으로 피부 한 겹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기막을 발동하여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곤란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형님과 소하 앞에서만큼은 실력을 드러내선 안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기를 사용하지만 않으면 이겨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소월은 기를 사용하지 않고 싸워 이기기로 결심했다.[7]이게 더 대단한 거 아닌가 힘든 싸움이었지만, 소월은 목패를 장외로 던져 넘겨 승리를 거두었다. 소월은 이어서 목패에게 약속대로 노악에게 사과하라며 이죽거렸다. 목패는 하는 수 없이 노악에게 사과한 후, 소월에게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린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제 6시합과 제 7시합은 각각 형인과 노악의 승리로 끝났다. 제 8시합은 제갈연 대 당운룡. 당운룡은 가주에게서 외부에 당가의 암기를 보이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며, 침(針)만으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갈연은 화를 내면서 자신의 무기를 선보였는데, 그것들은 바로 운철로 만든 철척이었다. 모든 무기는 어떤 식으로든 부서지기 마련이며, 검기를 받아내는 무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운철로 만든 무기는 절정 고수의 검강에도 상하지 않아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운철은 주인의 기를 받아 축적하는 것도 가능했다.
제갈연은 운철 무기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기를 불어넣은 철척들을 당운룡에게 던졌다. 당운룡은 철척들을 간단히 피했지만, 땅에 박힌 철척들은 서로의 기에 반응하여 진을 형성하였다. 이로 인해 당운룡은 진의 한 가운데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운룡은 바늘로 자신을 속박하는 기를 모조리 꿰매 진을 깨뜨린 후, 제갈연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제갈연이 기권을 선언하여, 시합은 당운룡의 승리로 끝났다. 소월은 당운룡을 축하했는데, 당운룡은 뜬금없이 소월에게 자신은 아직 멀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월에게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또 평소처럼 사람을 죽일 뻔했다는 것이다. “상대를 죽이는 쪽이 패배라니 시합이란 참 어려운 것이군요.”라며 난색을 표하는 당운룡의 모습에 소월은 뜨악했다.
마침내 8강전. 첫 시합은 홍륜과 양소하의 대결이었다. 양소하는 분전했지만, 허무하게도 홍륜의 딱밤을 맞고 장외로 나가떨어지며 완패했다. 다음 시합은 소월과 형인의 대결. 소월은 목패와의 대결에서 입은 부상을 핑계로 기권하려 했지만, 양소하가 붕대를 풀어보니 몸은 이미 완치되어 있었다.(...) 소월은 속이 골병든 거라며 변명했지만, 양소하에게 걷어차여 연무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합 시작...
형인은 갖고 있던 낚싯대를 두고 왔는데, 이유인즉슨 시합에서 쓰기엔 흉흉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권장으로 상대할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형인은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인의 예의이니, 소월에게 검기 정도는 보여주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그는 이미 소월의 실력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월은 내심 당황하면서 자신이 검기를 쓸 줄 알면 이러고 있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형인은 해맑은 표정으로 “몸이 멀쩡한데도 기를 쓰지 못한다면, 그건 몸이 감당 못할 정도로 기가 뭉쳐 있는 상황이다. 방치하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라며 소월의 몸 이곳저곳을 가격했다. 가격당한 부위는 어찌된 것인지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았고, 결국 소월은 땅바닥을 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형인은 “생명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법이다. 자네 몸도 위기에 처하면 예전 일을 기억해낼 것이다. 그러니 기를 이용하여 팔다리를 움직여보라.”며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이 아저씨 상냥하게 미쳤다 형인은 움직이지 못하는 소월을 다시 공격했고, 그때 갑자기 무림맹주가 나타나 형인을 막았다. 맹주는 형인을 보고 매우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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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게 얼마 만인가!!
천백 장문!!
곤륜산에서 본 이래 십 년 만인가?

형인은 사실 곤륜파 장문인 천백이었던 것이다! 천백은 외유 중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맹주를 보고 곤륜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을 지키던 청년이 일반인은 맹주님을 못 뵌다며 그를 막았다. 청년은 대회에서 우승하면 맹주를 만날 수 있다(...)고 일러줬고, 그래서 천백은 청년 영웅 대회에 출전하였다. 형인이라는 가명을 쓴 것은 공무로 바쁠 맹주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기는 소월의 승리로 끝났다. 청년 영웅 대회는 30세 이하 청년만이 참가가 가능하므로, 맹주보다도 나이가 많은 천백은 출전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2.4 흉수(84화~103화)

문지서 일행이 무림맹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무림맹의 요청 때문이었다. 대회는 부차적인 것이다. 문지서는 노악의 안내를 따라 무림맹 총군사 제갈휴를 접견하러 떠났다. 남겨진 소월은 홀로 기다리기 지루하여, 남몰래 문지서를 쫓아가 그와 제갈휴가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다.
무림맹에서는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마교와 계속해서 휴전하기로 하였다. 마침 무림맹은 마신주라는 보물을 입수했는데, 이는 마교 교주의 신물이었다. 이 보물을 건네준다면, 마교는 기꺼이 휴전 요청에 응할 것이다. 그러나 무림맹에는 마교와의 전쟁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마교 쪽에도 전쟁을 원하는 무리가 존재했다. 전쟁을 바라는 이들은 마신주를 마교로 운반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마신주를 운반하는 중에 이들의 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제갈휴는 문지서에게 마신주의 운반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고, 문지서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다.
양소하는 장문인 양유원의 조카다. 소월은 장문인이 양소하를 걱정하여 본가로 돌려보내고자 무림맹으로 보낸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아까 엿들은 대로면 대사형도 무림맹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소월 홀로 무당산에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갈휴가 말한 내용이었다. 마신주의 운반은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아니 위험한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그 말. 소월은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당황하여 뒤를 돌아보니 청성파의 청순, 청신 형제가 서 있었다. 그들은 순찰을 돌고 있었던 것이다. 청신은 다짜고짜 소월을 마교의 첩자로 의심하고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청순이 나서서 청신을 말렸는데, 청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청신은 신기하게도 그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있었다.(...) 청신은 대회가 끝나면 마교와 전쟁을 하게 될 텐데, 이런 시기에 함부로 여기저기 어슬렁거리지 말라며 소월에게 경고했다. 소월은 무심결에 방금 전 엿들었던 얘기를 떠올리고 화평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가, 되레 청신의 화를 돋우었다. 마교에 대해 강한 적의를 불태우는 청신을 보고, 소월은 싸우면 정파든 마교든 사람들이 많이 죽게 될 텐데 싸우지 않는 게 최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청신은 소월의 말에 마교를 없애는 것이 정파의 본분이라며 열변을 토하더니, 화를 이기지 못하고 대뜸 소월을 공격했다. 청순이 제지하자, 청신은 씩씩대다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청순은 소월에게 인사하며 사과를 표했다. 청순은 과묵한 건지 아니면 기분이 나쁜 건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괜히 겸연쩍어진 소월은 어색해했고, 이에 청순은 잠시 생각하더니 소월에게 입을 벌려 보였다. 청순은 혀가 없었다. 소월은 소스라치게 놀랐고, 남의 상처를 후벼 판 것 같아 미안해했다.[8] 문지서가 돌아오자, 소월은 청순과 헤어져 문지서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낮에 숙소를 나설 때, 양소하는 당과를 사올 것을 부탁하며 지갑을 건넸다.빵셔틀 하지만 소월은 그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정신을 차려보니 양소하의 지갑도 잃어버리고 없었다. 화가 난 양소하는 지갑 찾아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말라며 소월을 내쫓았다. 생각해보니 총군사의 처소에서 지갑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소월은 몰래 총군사의 처소로 숨어들었다. 그곳은 낮과 마찬가지로 청순, 청신 형제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때 소월은 심상찮은 기척을 느꼈고, 청순은 청신을 객잔으로 돌려보냈다. 청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청순은 한 곳을 노려보았는데, 잠시 후 그곳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은 죽립을 쓰고 있었는데, 검은 천이 죽립을 따라 발처럼 둘러서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청순과 사내는 전투를 벌였는데, 사내는 청순을 상회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내는 간단히 청순을 제압하고,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소월은 청순을 구해야 하나 고민했다. 청순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때 네 명의 무사가 나타나 청순을 구출했다. 그들은 세가사룡이라 불리던 자들이었는데, 소월이 보니 넷 모두 일류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4대1의 상황이건만, 남자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무기를 꺼내 들었는데, 그것은 낚싯대였다. 무기라기엔 너무도 약해보였지만, 남자는 그 낚싯대로 세가사룡 중 셋을 눈 깜짝할 새 끔살해버렸다. 그제서야 보통 상황이 아님을 알게 된 소월은 급히 나서서 남자를 막아섰지만, 남자는 여유롭게 남은 무사 한 명까지 처치하였다. 분노한 소월은 검기를 일으켜 공격했고, 죽립의 천이 잘려 나가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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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훌륭한 솜씨일세. 청년.

청순을 제압하고, 네 명의 무사를 살해한 그 남자는 바로 형인이었다! 곤륜파의 장문인인 그가 무림맹 심처에서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는 것에 소월은 경악했다. 소월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냐며 형인을 비난했지만, 형인은 “짐승에게도 인도(人道)가 필요한가?”라며 반문했다.

짐승을 죽이는 건 대저 같은 짐승이기 마련.

짐승이 짐승을 죽이고, 죄인이 죄인을 죽인다.
거기에는 인도(人道)도 천도(天道)도 없다.
그저 형인(刑人)으로서의 내... 책무만이 있을 뿐.

대화는 도저히 통하지 않았다. 소월은 형인과 싸우게 되었다. 형인은 대회에서 썼던 기술로 소월의 몸 곳곳의 기맥을 끊었지만, 소월은 잘린 기맥을 다시 뚫어 보이며 끝까지 저항했다. 형인은 소월에게 감탄하면서 재차 공격을 날렸다. 곤륜파 장문인의 봉인 비전, 생기사환(生寄死還)이었다. 이 기술은 상대의 무공을 폐하는 비기로, 설령 절정에 오른 자라 하더라도 이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무공을 잃은 소월은 형인에게 목이 졸려 죽을 뻔 했지만, 청순이 형인을 공격하여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한 탓에, 청순은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다. 청순은 죽어가는 중에 소월의 손에 글씨를 써서 말을 전했다.

살아서, 다행.

동생에게... 전해...줘.
네 책임이... 아니..라고.
그 자는, 그 때, 청성의...
(소월 : 동생한텐 직접 말해! 직접!!)
이미...늦었다.
동생에게... 그리고... 그리고, 또 할 말이...
간식은... 내 대신... 먹어,달...

그 말을 끝으로 청순은 숨을 거두었다. 소월은 이성을 잃고 형인에게 달려들었지만, 힘을 잃은 그는 형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형인은 소월의 배에 강한 일격을 날렸고, 그 충격에 소월은 수 겹의 벽을 꿰뚫으며 날아가 호수 속에 처박혀 버렸다. 소월은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그때 문득 누군가가 소월을 불렀다. 거무스름한 연기 같은 그것은 소원을 물었다. 어떤 것이든 자신이 들어줄 수 있다며, 힘을 원하지 않느냐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소월은 있는 실력도 덜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 흉측한 것은 아무리 봐도 스승님이 말하던 주화입마 같았다. 스승님은 잘못하면 마귀가 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으므로, 소월은 그것의 말을 무시하려 했다. 그것은 마귀 취급 당하자 크게 화를 내며 “본좌는 마신이다!그리고 세상에 다시 없을 절세 미남!”라며 반박했다. 이어서 소월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몸을 갖겠다고 제안했다. 소월의 몸을 갖게 되면, 앞을 막는 자는 전부 죽이고 대지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소월은 거절. 일말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 소월의 모습에, 그것은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소원을 물어보며 매달렸다.

돈.

필요하면 소하한테 꾸지 뭐.
권력.
일해야 되잖아? 싫어. 있어봤자 귀찮고...
그, 그럼 여자는? 여자는 어떠냐! 네놈, 가지고 싶은 여자가 있을 게 아니냐!
...
설마... 여자랑 자본 적도 없는 게냐?!
아, 시끄러! 도산데 그럼 당연하지! 잔 게 나쁜 거라고 잔 게!


주인공 왜 이리 찌질하냐

그것은 다시 제안했다. “복수하게 해 주겠다.” 소월은 잠깐 고민했지만, 청순은 마지막까지 복수를 바라진 않았다. 동생을 걱정했을 뿐. 미련이야 많이 남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소월은 무당파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급해진 그것은 결국 대가 없이 소월에게 힘을 빌려주기로 결심했고, 의식을 잃은 소월의 몸을 접수했다. 호수를 빠져나온 그는 소월의 몸이 생각보다 훨씬 편한 것에 기뻐하다가, 눈앞에 형인을 발견하고는 천마혈천지주(天魔血天支柱)라는 기술로 공격해보였다. 형인은 즉시 도망쳐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월의 앞에는 웬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소월에게 전날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청순은 마교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당신은 그 장소에 쓰러져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나의 아들이었던 무림맹 총군사도 이 날 밤 목숨을 잃었다. 노인은 소월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물었다. 소월은 그에게 형인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노인이 방을 나가고,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전 날 밤 호수 속에 빠졌을 때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그것은 소월을 비웃으며, 대가를 받고 힘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소월은 당연히 거절했다. 별다른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 도망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한 남자가 소월의 방으로 들어오더니 대뜸 소월을 보고 “마교 첩자분이시죠?”라며 말을 걸었다. 그는 소월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소월에게 왜 마교의 첩자가 되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물으면서, 계속하여 고문을 가할 뿐이었다.[9]
그때 문지서가 난입하였다. 소월이 억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 양소하와 함께 온 것이었다. 문지서는 “죄의 유무조차 확실치 않은 이를 데려다가 고문부터 하는 것이 정파의 방식이냐?”며 남자를 꾸짖은 후 소월을 데리고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수십 명의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그때 홍륜이 등장하여 무사들을 격퇴했다. 이어서 무림맹주가 등장했다. 그는 고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일행을 자기 침소 주변의 건물에서 머물게 해주었다.
고문의 상처를 치료받으면서, 소월은 자신이 더 이상 내공을 쓸 수 없게 되었음을 체감했다. 마신은 소월에게 그의 몸 상태에 대해 알려주었다. 형인의 공격은 소월의 내공을 모조리 날려버렸을 뿐만 아니라, 전신의 혈맥까지 막아 버렸다. 이런 상태로는 기를 느끼지 못하며, 따라서 내공을 쌓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단을 먹는다 하더라도 소용없다. 마신의 설명을 듣던 중, 소월은 자신의 몸을 장악했던 마신이 자유롭게 기를 운용했던 것을 떠올렸다. 마신은 오직 나만이 네 제약을 풀어줄 수 있다며, 강한 무공을 줄 테니 몸을 바치라고 말을 걸었다. 물론 소월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한편 무림맹에서는 전날의 사건을 놓고 회의를 벌였다. 사건 현장의 모든 이들은 사망하였고, 소월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비가 왔던 탓에 싸운 흔적이 거의 사라져, 적의 무공에 대한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소월이 범인으로 지목했던 형인은, 사건 당일 무림맹 밖의 청란이란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노라 진술했고 그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있었다. 더군다나 형인은 곤륜의 장문이며, 곤륜파는 살생을 금기로 삼는 문파이기도 했다. 중론은 '소월이 무림맹 총군사와 마신주를 노리고 잠입한 마교의 첩자가 아니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화산파 장문인 심염이 소월을 두둔하였지만, 사람들은 소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소월에 대한 처분이 떨어졌다. 황보가주는 친히 소월을 찾아와 무림맹령을 공표했다. "세가사룡을 죽이고, 곤륜파의 장문인 천백을 모함하여 마교의 첩자로 혐의가 있으니! 이에 당가로의 압송을 명한다!" 소월은 자신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실제로 사건이 있던 날 낮에 소월이 무림맹 총군사 처소에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문지서는 소월은 자신을 따른 것뿐이라며, "소월이 용의자라면 나에게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보가주와 무림맹의 무사들은 소월과 문지서를 당가로 압송하려 했다. 당가에는 언진법이라는 대법이 전해내려온다. 언진법은 당가 가주 비전의 기술로, 시전대상에게서 진실만을 뽑아낼 수 있는 절기였다. 무림맹에서는 언진법을 통해 소월과 문지서의 죄를 판별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2.5 압송되다(104화~110화)

무림맹은 당가에서의 일이 끝나면 돌려주겠다며, 소월과 문지서의 소지품을 압류했다. 마교의 암살자가 습격해올 수 있으니, 산길로 돌아서 하루에 100리씩 걸어갈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고문의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던 소월은 여정 중에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문지서가 그를 부축하였다. 소월은 문지서가 자기 때문에 호위 무사들에게 욕을 먹고 걷어차이는 것을 보고 미안해했지만, 문지서는 오히려 "사제를 위한 일이 무슨 고생이냐. 행여라도 그런 말 말아라."라며 소월을 다독였다.[10]

무림맹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졌다. 매끼 식사로 제공하는 죽의 양은 반의 반 그릇도 되지 않았다. 어느 날은 환자도 있고 해서 양을 늘렸다며 선심껏 넉넉히 퍼주었는데, 그 죽에는 산공독(내공을 없애는 독)과 체력을 갉아먹는 독이 들어 있었다.치사하게 먹는 걸로 장난질을 치다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문지서가 먼저 마셨기에 소월은 안전했지만, 문지서는 완전히 기력을 잃었다. 소월은 문지서를 부축하여 길을 나아갔다. 문지서는 업힌 채로 소월에게 귓속말을 했다.

소월아.

나는 네가 한 일이 아니란 걸 믿는다.
스승님도 소하도... 믿으실 게다.
소하에게, 말을 전해 두었으니...
참고 기다리면... 다, 잘 될 게다.
소월이 너는


(그 날 이후론..)


나에게만은 거짓말 하지 않으니...까..

탈진한 문지서는 잠시 잠이 들었다...

호송무사들은 거리낌없이 소월과 문지서를 욕보였다. 자신들이 먹다남긴 음식을 한데 섞어 문지서에게 강제로 먹이거나, 일부러 그들의 신발을 빼돌려 맨발로 산길을 걷게 했다. 또한 도중에 들렀던 객점에서 청신이 소월과 문지서를 습격했는데, 문지서는 그를 제압하기 위해 무리해서 내공을 운용했다가 산공독이 몸에 완전히 퍼져 탈진해버렸다. 소월은 그를 업고 험한 길을 걸어야 했고, 그의 발바닥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들을 인솔하던 황보가주와 당전은 그러한 부조리를 전부 묵인했다. 그렇게 소월과 문지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은 사천당가가 아니었다. 산골짜기 어느 외진 곳. 그곳에서 호송무사들은 차례로 검을 꺼냈다. 정파의 미래를 위해 죽어달라는 말을 내뱉으며... 그들은 처음부터 소월과 문지서를 사천당가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청성파의 청신이 사천당가로 압송되던 무당파의 제자들을 습격하고, 이에 마교의 첩자 유소월이 본색을 드러내 대사형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도망쳤다.'라는 것이 이들이 원했던 각본이었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9파(무당파-청성파 등)의 내분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당파가 마교와의 전쟁에 선봉으로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신의 습격이 무위로 돌아가 전자는 실패했지만, 소월과 문지서만 죽여놓으면 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 계속해서 적은 양의 밥을 먹이고, 음식에 독을 타는 등의 밑작업을 하여, 문지서도 소월도 모두 체력이 바닥이 되어 버렸다. 또한 둘을 맨발로 걷게 하여 생긴 흔적은, 마교의 첩자가 도주한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

호송무사들은 일제히 소월과 문지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공을 잃은 소월로서는 공격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신이 다시 소월에게 말을 걸었다. 이젠 본좌를 받아들이는 것 외엔 길은 없어! 소월 역시 마신이 말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송무사들의 실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는 황보가주가 버티고 있다. 소월과 문지서의 힘으로는 결코 당해낼 수 없는 상대. 하지만 소월은 마신의 힘을 빌릴 수 없었다. 여기서 마교의 힘을 쓰게 되면, 문지서를 비롯한 모두가 그를 마교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유소월은 마교의 첩자'라는 누명은 진실이 될 것이고, 소월은 다시는 무당산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소월이 마신의 제안에 망설이던 중, 힘이 다한 문지서가 적의 칼에 찔렸다. 소월이 급히 다가가 부축했지만, 문지서는 움직일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도망...쳐라. 유, 사제..." 간신히 말을 내뱉고, 문지서는 눈을 감았다. 소월은 마신의 제안을 받아들여, 1각동안 그에게 몸을 넘겨주기로 하였다.

익숙한 기가 느껴져서 와 봤더니...

정파 찌끄레기들 아냐?

그때 가면을 쓴 금발의 사내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간단히 주변의 호송무사들을 처치했고, 무사들은 마교가 나타났다며 겁을 먹고 물러섰다. 사내는 유소월(마신)을 확인하고 말을 걸었다. "넌 뭐냐. 안 도망가?" 그러나 기세등등했던 것도 잠시, 그는 갑자기 움찔하더니 크게 놀랐다. 마신 역시 익숙한 태도로 사내를 대했다. 마신은 사내에게 자신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마신의 말에 소월은 당황하며 따졌다. 그가 마신에게 몸을 빌려준 것은 사형인 문지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를 버려두고 떠나겠다니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소월의 항의에도 마신은 아랑곳 않았다. 그는 가면을 쓴 금발의 사내를 월영이라 부르면서, 재차 명령을 내렸다. 월영은 유소월(마신)을 붙들고 그곳을 도망쳤다.

소월은 마신에게 약속이 다르다며 따졌지만, 마신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월영이란 남자는 방금 전 무림맹 사람들을 대하던 것과는 달리, 마신에게 매우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였다. 소월이 그 모습에 의아해하자, 마신은 월영은 내 종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을 습격했다. 마창 악호였다! 악호는 소월에게 알은체를 하다, 월영을 보았다. 그는 월영을 묵영이라 부르면서, "교주 호위가 어째서 남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거지?"라며 말을 걸었다. 마신은 악호가 월영을 묵영이라 부르는 것에 실소했다. 그리고 악호에게 "네놈이야말로 누구 앞에서 머리를 들고 있는 거지?"라고 말하며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악호는 월영이 주인을 갈아탔다고 여기고 분노했다. 그때 다른 이들이 악호의 뒤에 나타났다. 호가상단과의 대결 때 만났던 마교 사람들이었는데, 무림맹 무사들을 처리하고 오는 길인 듯했다. 소월은 마신을 통해 그들에게 문지서의 행방을 물어봤지만, 악호가 대화를 끊으며 앞으로 나섰다. "날 쓰러뜨리면,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마!" 이에 붉은 머리 사내가 악호를 말렸다. "이런 건 원래 아랫 것들이 먼저 해치워야 되는 거라고요." 그는 백발의 사내와 함께 마신을 공격했다. 그러나 마신은 너무도 간단히 그들을 제압했다. 소월은 그들의 전투가 무척 신기했다. 분명 기를 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무슨 주술이라도 부리는 마냥 불꽃을 일으키고 얼음을 만들어내는 등 신기한 재주를 부렸기 때문이다. 마신은 그에게 인간은 저마다 오행 중 한 가지 기를 갖고 태어나며, 기를 운용하여 오행의 힘을 부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신의 말로는, 소월은 수(水)기를 타고난 몸이었다.

부하들이 쓰러지자 악호가 나섰다. 그는 소월이 묵기를 활용하여 싸우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악호는 양손에 묵기를 일으켜 창을 만들어 마신을 공격했다. 마신이 보니 악호는 토(土)기를 익힌 상황이었다. 그새 묵기를 하나 더 늘린 건가?[11] 마신은 난색을 표했다. 소월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12]이라, 마신으로서는 소월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인 수기만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악호가 화기와 토기를 둘 다 쓰는 상황이라면, 수기만으로 그를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신은 목(木)기를 함께 응용하여 싸워야만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두 가지 기운(수기, 목기)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소월의 몸이 크게 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팔맥이 봉인된 상태에서도 본좌가 보조해주면 묵기를 사용할 수 있느니라.

하지만 그 묵기에도 한계가 있다.
몸을 움직이는 데 내기(內氣)를 안 쓰더냐?
줄일 수는 있더라도 안 쓸 수는 없다.
쓰면 쓸수록 내공이 팔맥을 뒤틀고 몸을 망가트릴 터.
한 번에 죽음 한 움큼.
내 일시적으로 죽였다가 순간 되살림에도 한계가 있다!
마신주의 공능을, 한계를 넘으면... 죽는다!
그래도 좋으냐?


그게 뭐?! 상관없어!


풋...! 크큭.. ...... ...버러지!
아니, 물방개 정도로 승급시켜주마.
사내라면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본좌는 신교의 1대 교주, 마신 백량(魔神 白良)!

몸을 맡기고 의식 속에 묻혀있던 소월에게, 마신은 자신의 핸썸한본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투 시작. 악호는 화기를 끌어올려 용암을 생성하는 한편, 암룡(巖龍)창을 소환하여 마신을 공격했다. 한 대만 맞아도 그대로 녹아죽을 정도의 위력. 마신은 침착하게 공격을 피해나갔지만, 어느새 주위는 완전히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다. 악호가 일으킨 화기로 인해, 일대의 수분은 거진 증발하여, 운용할 수기도 부족하다.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위태로운 상황. 악호는 절기 암전칠화(巖展七華)를 시전하여 마신을 공격했다. 마신은 높이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공중에 뜬 이 시점에서 다음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마신은 달랐다. 그는 습기를 얼려 그것을 발디딤대 삼아 공중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악호는 마신이 아예 수기를 운용하지 못하게끔, 화기를 극도로 끌어올려 수분을 모조리 증발시키려 했지만, 마신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오히려 악호가 화기를 일으켜준 덕분에 모든 수기가 공중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원래 수기는 시전자와 닿지 않은 경우에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목기를 병행한다면 시전자와 멀리 떨어져 있는 수기도 손쉽게 운용할 수 있다. 마신은 목기를 일으켜 공중의 수기를 모조리 끌어모은 후, 그 수기를 운용하여 악호를 공격했다. 절기 빙청옥결진(氷淸玉潔陳)은 순식간에 용암 바다가 되어었던 주변을 물바다로 바꾸어 놓았고, 악호는 얼어붙어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마신의 승리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월의 육신이 휘청하는가 싶더니, 칠공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무모하게 묵기를 두 개나 일으킨 결과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슬슬 시간인가.

...네가 한 선택의 결과다.
후회는 없겠지?

소월은 온몸을 엄습하는 고통 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3 소월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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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주시겠소?

안돼요, 여보! 우리가 이 애를 어떻게 키웠는데...
데려가시려면... 최소한 은자 한냥은 주셔야죠.

13년 전, 소월의 부모는 돈을 받고 아들을 팔아넘겼다. 어린 소월은 팔려간 곳에서 힘든 삶을 살았다.

제대로 익히면 밥을 주마.

죽여라. 네 손으로.
훌륭하다, 4호.

그러던 중, 우연히 무당파 장문인 양유원과 그의 제자 문지서를 만나게 되었다. 장문인은 소월을 제자로 거두었다. 장로들은 출신도 불분명한 이를 문지서 다음 제자로 거둔 거냐며 반발했지만, 장문인은 굽히지 않았다. 문지서도 소월을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다정하게 대했다. 소월은 장문인과 문지서에게서 가족의 정을 느끼며, 무당파에서 성장해갔다.
소월은 기에 대해 잠깐 들은 것만으로도, 기를 느끼는 등 보통 사람은 1년을 수련해도 못 미칠 능력을 선보였다. 수련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에는, 무당파 100년 이래 제일의 천재라는 평까지 듣던 문지서와도 호각으로 싸울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는 불과 14살의 나이에 검기를 시전해보이며, 문지서와의 대련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장문인과 장로들은 무당파 개파 이래 최고의 천재라며 소월을 얼싸안고 좋아했다.
그날 밤, 소월은 우연히 문지서가 수련하는 것을 엿보게 되었다. 문지서는 수련 중 지쳐 숨을 몰아쉬다, 갑자기 신경질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제길... 뭐가... 뭐가 백 년 만의 기재냐!!

그는 소월이 자신을 앞지른 것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노력은 항상 보답해 준다. 두 배가 안 된다면 세 배. 그래도 안 된다면 열 배로라도...! 문지서의 독기어린 모습을 보던 소월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소월은 문지서와의 대련에서는 무조건 일부러 패배했다. 곧 문지서는 검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고, 장문인은 그런 문지서를 칭찬하였다. 소월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소월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검기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포를 둘로 가를 정도의 검기를 일으킬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그의 실력은 이미 문지서의 그것을 웃돌고 있었다. 단지 문지서를 위해서 대련에서는 늘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무당파와 화산파의 친선 대회 날이 되었다. 화산파와의 만남은 3년 전에도 있었지만, 친선 대회는 15년 만의 일이었다. 화산파 장문인 심염은 1대 제자 결후, 목패, 홍륜을 데리고 왔으며, 제비뽑기 없이 저 순번대로 대결에 나설 것이라 통보했다. 또한 이 시합에서 이긴 문파, 가장 훌륭히 싸운 자에게, 화산 장문인의 검 월한을 줄 것이라 선언했다. 그녀는 양유원을 보며 무당파는 무엇을 상품으로 걸 것이냐고 물었다. 무당파 장문인 양유원은 무당파 장문인의 상징인 자소단을 상품으로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대회 시작... 첫 시합에서 사제 경주는 결후에게 패했다. 그러나 다음 시합에서는 문지서가 검기를 선보여 목패를 쓰러뜨리며 승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시합은 소월의 차례였다.
소월의 상대는 홍륜. 홍륜은 소월을 보더니 대뜸 “너지? 무당파 중에서 가장 센 놈.” 하고 말을 걸었다. 소월이 아니라고 변명하자, 홍륜은 그렇게 계속 발뺌하겠다면 실력으로 두들겨 깨워 주겠다며 허리띠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뱀처럼 나와 소월을 덮쳤다. 홍륜의 허리띠는 바로 연검이었던 것. 홍륜은 검기를 구사하며 소월을 압박했다. 소월은 최대한 실력을 숨겨가며 싸우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홍륜의 실력이 너무 강했다. 홍륜은 소월의 실력이 만족스러웠는지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좋다!! 역시 내 눈은 정확해!

너. 마음에 들었다!
자소단이나 무당의 검 따위, 내 알 바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닮은 놈들끼리는 알 수 있다고...!
안 그런가?
너나 나나 둘 다,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투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고!!
역시 넌 나와 닮은 놈이야!!

홍륜은 소월에게 맹공을 퍼부었고, 결국 소월은 본 실력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의 실력은 이미 일류의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용호상박의 결투를 펼치던 그들은 최후의 일격을 나누었고, 홍륜이 소월의 공격에 쓰러지면서 싸움이 끝났다. 대회의 우승자는 소월로 정해졌고, 화산파 장문인의 검인 월한은 그에게 돌아갔다. 문지서는 축하한다는 한 마디 말만 남기고는 훌쩍 자리를 떠나버렸다. 당황한 소월은 그를 쫓아가려 했지만, 눈치 없는 그의 실력에 감탄한 사람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문지서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 날 밤 장문인의 처소에서는 장문인과 장로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낮의 시합을 얘기하며 기뻐하던 장로들은 문득 장문인에게 자소단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물었다. 자소단은 무당 장문의 신물이다. 차기 장문인 감인 문지서에게 자소단을 줄 것이란 장문인의 답변에, 장로들은 가장 잘 싸운 것은 소월이라며 반박했다. 무당 율령에 장문은 대사형이 잇는다고 쓰여 있지는 않다. 그저 관습일 뿐이다. 현 장문인 역시 전대 대사형이 마교 놈들에게 목숨을 잃어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냐. 전통은 이때 이미 깨진 지 오래, 소월이 장문의 자리를 잇는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문지서는 지성과 인품을 갖추었지만 재능이 소월에 한참 못 미친다. 마교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강한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장로들은 장문인에게 물었다.

그러니, 생각해 주십시오. 장문 사형께 묻겠습니다.

무당파를 위해서...
자소단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건... 누구입니까?

장로들의 강변에 장문인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지서는, 천재일세.

이해하는 머리도, 익히는 속도도, 노력하는 자세도.
후배들을 다루고 다스리는 것 또한 발군.
분명... 장문인이 되면 무당을 훌륭히 이끌어 갈 걸세.
허나... 소월이 그 아이의 재능은...
그 아이 단 ...한 명뿐일 테지...

양유원은 문지서가 장문인의 자격이 있지만, 실력만큼은 소월에 비할 바가 아님을 인정한 것이었다. 문지서는 그들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 그리고 소월도 문지서가 그 대화를 엿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당랑규선
소월에게 스승님과 문지서는 가족과도 같았다. 장문인 자리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문지서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소월은 그 뒤 일절 수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늘 술에 절어 지냈으며, 낮잠이나 자며 빈둥거리거나, 여자들과 노닥거리고, 건달들에게 얻어맞고 오고, 도박을 즐긴 것은 물론이고, 무당파 이름으로 외상을 걸어 빚쟁이들이 본산까지 몰려오게 하였다. 장로가 그의 행실을 나무라면 자기는 천재라서 수련은 필요 없다며 거들먹거렸다. 그러던 중 장로의 등쌀에 못 이겨 수련장에 나갔다가, 검기 시연은커녕 토악질을 하며 추태를 보였다. 무당파 사람들은 어린놈이 한번 속세 맛을 보더니 비뚤어졌다며 한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장문인이 들이닥쳤다.

이대로도 좋은 게냐?

기 조절에 미숙한 건 여전하더구나.
그 정도면 너보다 고수인 자는 쉽게 알아챌 게다.
네 마음은 안다. 하지만... 헛된 노력은 이제 그만하거라.
사람들이 그 날을, 아니. 네 실력을 그리 쉽게 잊을 거라 생각하느냐?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덮는 것에도, 속이는 것에도 정도가, 한계가 있어...!

장문인은 소월이 실력을 숨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월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스승님. 마을에서 안 일입니다.

몇 년 만에 본 저잣거리 상인이 매일 보는 사형제들보다 제 옛 얼굴을 더 잘 기억하더군요.
과거는 현재의 덧칠에 금세 거짓말처럼 여겨집니다.
언젠가는 다들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잊게 될 겁니다.
거짓말로 여기게 될 겁니다.
제가... 그리, 만들 겁니다.

4 과연 아무도 모를까?

용케 무당파 사람들의 눈을 속이긴 했지만, 장문인은 이미 유소월의 실력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75화를 보면 문지서 역시 유소월의 실력을 어렴풋이 눈치 챈 듯하다.[13] 직접 실력을 목격한 팽노악은 물론이고, 당운룡 역시 유소월을 눈여겨보고 있다. 홍륜이나 형인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어지간한 고수들은 모두 유소월의 실력을 꿰뚫어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 지금까지 꿰뚫어 보고 있던 고수들은 절정[14], 장문인급, 그리고 직접 유소월이 실력을 내비쳐서 알게 된 자들을 제외하고는 없었고, 유소월이 사는 꼬라지(...)로는 그런 고수는 만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을 보아 뻘 짓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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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유소월은 본명이 아니다. 무당파 장문인 양유원이 새로 지어준 이름. 홍륜은 과거 친선 대회에서 유소월과 대결을 벌인 이후, 소월이란 이름은 자기 취향이 아니니 소랑이란 이름을 쓰라고 말했다. 이때 양유원이 끼어들어서 "내가 지어준 이름에 불만있냐?"면서 틱틱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참고로 홍륜은 양유원 말을 듣고 "장문인 취향이었습니까? 어쩐지..."라며 깠다.(...)(44화)
  • 과거가 명확하지 않다. 부모에 의해 어떤 이들에게 팔려갔는데, 그 당시의 일이 상세하게 나오지 않았다. 다만 소월의 회상[15]을 보면, 소월을 데려간 이들은 단순한 노예상은 아니었던 듯하다. 정황상 이들은 여러 명의 아이들[16]을 데려와서, 그들에게 무공을 가르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사로잡혀 있던 아이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싸움을 수시로 치렀던 듯하다.
  • 또한 유소월을 데려갔던 자들에 대해서도 일절 나온 것이 없다. 양유원이 이들을 물리치고 소월을 구해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다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또 이상하다. 물론 아이들 다 죽고 소월 혼자 살아남은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작중에서 양소하는 마교를 가리켜 "사람들을 잡아서 피를 빨아먹거나, 동남동녀를 납치해서 실험재료로 써먹는다."라며 치를 떠는데,(5화) 이게 사실이라면 유소월을 데려간 자들은 마교 소속이었을지도 모른다.[17]아님 말고
  • 무당파에서 상당히 취급이 좋지 않은데, 사실 하는 짓 보면 오히려 무당파 사람들이 부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위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무당파 인근 마을에서 여자들이랑 노닥거리거나 술이나 마시다 동네 건달들에게 쳐맞고 돌아오니, 문파 이름에 그야말로 똥칠을 하는 격이다. 게다가 도박에까지 손을 대서, 빚쟁이들이 무당파까지 쳐들어왔을 정도이니... 심지어 무림맹 가는 도중에도, 동료들 지갑을 슬쩍해서 도박판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파문당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 그나마 본인이 죄책감에 현실도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장문인이나 문지서도 이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 그의 허물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굳이 이렇게 문파에 민폐까지 끼칠 필요는 없지 않나...
  • 10년 전 화산파와의 친선 대회에서, 홍륜이 소월을 상대하면서 언급했던 '무당의 검'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무당의 검이라면 당연히 무당파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야 할 텐데, 정작 무당파 사람인 소월은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월한검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중 시점에서 월한검은 화산파 장문인의 신물이라고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된 무당의 검은 월한이 아니다. 이것도 떡밥일까...
  1. 작중 설정상 기를 전혀 쓰지 못하고 외공만 구사할 수 있는 이를 칭하는 말이다.
  2. 양소하 말로는, 아마 큰형은 호가상단이 마교와 손을 잡았음을 발설하지 않는 대가로, 상권을 비롯한 온갖 이득을 쥐어짜낼 것이라고 한다.(...)
  3. 복선이 없는 건 아니었다. 33화에서 직원은 문지서에게 “참가하고 싶으면 뒷문에서 시험을 보고 오라.”고 말했다. 내부로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하는 말치곤 이상했는데, 실상은 대회 접수처였던 셈이다. 정황상 장문인도 허락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소월을 골리려고 뻥을 친 것이 아니라 진담인 듯하다. 약을 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독이 퍼질 수 있으니 운기를 하면 안된다는 둥 그럴듯한 설명에, 40화에서는 이게 마지막 약이라며 끝까지 성의껏 약을 건네주었다.
  5. 그런데 46화에 따르면, 칼을 꽂아 넣은 후 황보가주가 직접 완력으로 칼을 뽑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리고 황보가주는 당대 제일의 완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 그럼 힘으로 칼을 뽑은 유소월은...
  6. 사실 남궁화는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얼굴은 당연히 안 되고, 팔을 공격하는 것은 무인에게서 무공을 빼앗는 행위나 다름없으니 역시 안 된다. 몸은 더더욱 안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만약 못 걷게 된다면 문지서는 영원히 남의 수발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래서 남궁화는 다리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츤데레가 얀데레로 각성하는 순간
  7. 형인 말로는 외부의 자연지기는 물론이고 원래 가지고 있던 단전의 내공까지 전부 끊은 채로 싸움에 임했다고 한다. 검기에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잘려나갈 상황이라고...ㅎㄷㄷ
  8. 정작 청순은 훌륭하게 잘 설명했다고 만족하고 있었다.(...)
  9. 고문이란 것이... 손톱 밑으로 침을 우겨넣어 마구 쑤셔대다가 손톱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다른 손톱에 같은 짓을 반복하는 식이었다. 흠좀무
  10. 듣고 있던 마신은 "말하면서 안 부끄럽냐."며 문지서를 깠다. 대사형을 끔찍이 따르는 소월도 그 말은 부인할 수 없었던 모양.(...)
  11. 마신주는 정마대전 당시 실종되었으며, 이후 제갈휴의 수중에 들어왔다. 따라서 마신은 정마대전 이후 악호가 어느 정도로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를 것이다. 즉, 정마대전 당시의 악호는 한 속성의 묵기만 다룰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火)기를 깨우친 일행 수준에서, 정마대전이 끝나고 새로 토기를 익혀 이행의 경지에 올랐을 것이다.
  12. 형인에 의해 체내의 기경팔맥이 모조리 끊어져 내공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사천당문으로 압송되는 중에 세가 무사들이 가한 폭력으로 체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13. 5화에서 양소하가 "대사형이라면 순식간에 절정고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무당파에 대사형만한 천재는 없다고존잘님 핥듯이 추켜세우는데, 그 말에 문지서는 묵묵부답으로 있다. 참고로 이때 양소하 옆에는 유소월이 있었다. 사실 정주행하면서 문지서를 보면, 그가 은근히 유소월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4. 열 손가락 안에드는 경지
  15. "제대로 익히면 밥을 주마." "죽여라. 네 손으로." "훌륭하다, 4호."
  16. 소월이 4호라고 불린 것에서 다른 아이들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7. 마교 6대 부주 중 호련은 동침한 남자의 정기를 흡수하는 식으로 힘을 얻었다. 또한 같은 6대 부주인 자산은 동남동녀의 피를 빨아서 힘을 얻었다. 이런 점을 보면 마교의 소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