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역법인 태음력에 있어 자연의 흐름과 생길 수 있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하는 음력의 달. 윤년과 비슷한 맥락이다.
2 상세
음력에서는 달이 지구를 열두 번 도는 데 354일이 걸리기 때문에, 1태양년의 기준인 365.25일과 비교해서 한 주기마다 11일이 빨라진다. 이렇게 몇 주기를 계속 돌면 점차 음력과 태양년간 차이가 커지면서 계절과 전혀 맞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음력과 태양년간 차이가 1개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날짜를 더 넣어줘야 한다. 이때 넣는 것이 윤달이며, 19태양년과 235삭망월의 날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메톤 주기'에 따라 시헌력에서는 19년간 총 7개의 윤달을 넣는다. 2~3년 주기. 이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태양력에서 1년을 365일 5시간 48분으로 여겨 남는 시간을 맞추려고 4년마다 한 번씩 2월 29일을 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3 관련 풍습
윤달이 생겨날 때 옛 풍속에서는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 하여 공달이라 부르기도 했다. 민간에서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 무슨 일을 해도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 평상시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하곤 했는데 주로 이사를 하거나 혼례를 올리고, 수의(壽衣)를 짓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단장하는 일이 많았다.
보통 이사하는 날은 손 없는 날로 음력으로 0,9가 뒤에 붙는 날. 예)9일, 10, 19일, 20일, 29일인데 윤달엔 귀신이 아예 쉬는 듯하니 윤달 전체가 손이 없는 날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윤달에 결혼식 등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윤달에 대한 의미가 와전되어 윤달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삼가는 달"이라는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4~5월은 결혼 성수기 시즌에 윤달이 겹치면서 결혼식장 예약률이 예년보다 팍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4 치윤법
정확히 언제 윤월을 둘 것인가에 대한 규정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국 은나라에서는 갑골문 복사를 참고하건데, 무조건 12월 뒤에 윤달을 넣은 듯하다. 현재 흔히 중국이나 대한민국에서 음력라고 부르는 시헌력에서는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을 사용하는데, 무중치윤법 자체는 중국 고서인 회남자에서 처음 나타난다. 시헌력에서는 회남자와 시헌력지에 기준을 두어 무중치윤법을 사용한다. 무중월(無中月)[1]을 윤달로 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시헌력과 시헌력 이전의 중국 역법에서 한 가지 차이가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시헌력 이전의 중국 역법에서는 동지 절입시각[2]으로부터 다음 동지 절입시각까지 '시간'을 24등분하여 24절기를 정하였다. 처음으로 24절기를 정했을 때에 중국인들은 태양이 황도상을 균등한 속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황도를 움직이는 속도가 균일하지 않다. 시헌력 제정에 참가한 예수회 선교사들은 그래서 옛 중국 전통을 깨고, 태양이 춘분점으로부터 15, 30,45도.. 이렇게 15도씩 떨어진 일정 지점에 태양의 중심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24절기를 배정하기로 하였다. 시헌력 이전의 방식에 따르면 24절기간 시간 간격은 똑같다. 하지만 예수회 선교사들의 시헌력 방법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절기간 시간간격이 길어지고 겨울철에는 절기간 간격이 좁아진다.
시헌력의 방법을 따라 24절기를 배정하면 무중월이 잦아진다. 여름에는 중기간 간격이 넓어서 무중월이 생길 수 있고, 겨울에는 중기간 간격이 좁아서 한 달에 중기가 두 개가 들어가는 바람에 무중월이 생길 수 있다. 시헌력에서는 이런 문제를 대비해서 무중월이 두 개 이상 생길 경우에는 처음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도록 했다. 그리고 보통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무중월이 생기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청나라가 시헌력을 채택한 이래 멸망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시헌력은 조선의 사대부 중에서도 "성인이 다시 살아서 온다고 해도 반드시 이를 따를 것이다."하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역법으로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5 2033년 문제
하지만 시헌력 이전의 역법과 비교해서 무중월이 많이 생긴다는 특징 때문에 윤달을 넣는 문제가 복잡하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2033년 문제다. 원래 중국 전통에서는 동지가 기준점[3]이며 동지가 든 달을 자월(子月)로 친다. 그리고 한무제 이후로 인월(寅月)을 정월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짓달, 즉 자월은 11월이 된다. 그런데 2033년에는 여름철에 무중월이 있고, 겨울에도 중기가 한 달에 두 개 들어가는 사람에 또 무중월이 생기는 골치 아픈 해다. 그래서 무중치윤법의 원칙대로 먼저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자니 동지가 든 달이 11월이 아니게 되고, 동지가 든 달을 11월로 만들자니 무중치윤법의 원칙에서 벗어나 나중에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어야 되는,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사주가들이 여기에 매우 민감해서 역법을 주관하는 한국천문연구원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현 체제대로 간다면 동지를 11월에 넣는 것을 우선하고, 동지와 동지 사이의 달수를 세서 한 달이 남을 경우에만 최초의 무중월에 윤달을 넣으면 해결된다.
19년마다 7번 가량(정확히 7번이 아니다!) 들어가게 되므로 더욱 골치가 아파진다. 생일파티? 음력으로 윤월에 태어난 사람은 메톤 주기 때문에 대부분은 19년만에 한 번씩 정확한 자기 음력 생일을 찾아먹는다.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대부분은 양력 생일과 일치하기 때문에 결국 큰 의미는 없고, 그냥 양력 생일로 하든가, 혹은 꼭 음력으로 하겠다면 윤달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가장 가까운 달(가령 음력 윤6월생이라면 음력 6월로 대체하는 식으로)에 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수밖에...
6 기타
흔히 양력으로 계산하는 오늘날에는 윤달은 카운트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윤달 낀 해에 태어난 사람을 두고 "너 아직 ~살도 안됐지?"라고 놀리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지금은 4년마다 한번 꼴로 2월 29일을 넣는 윤년이 비슷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종종 재미로 13월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모든 윤달이 13월인것은 아니다. 윤달은 4월, 7월 등 다른 달에도 붙을 수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