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부

猌鈇

(? ~ 918)

1 개요

후삼국시대의 인물. 다른 이름으로는 적철(狄鐵)[1]이라고 한다.

태봉의 내군장군으로 왕건역성혁명 당시에 소판 종간과 함께 맨 처음에 사로잡혀 처형당했다. 고려사에는 '은부는 어릴때 머리를 깎이고 목에 칼을 씌우는 형벌을 받았던 죄인이었고, 남의 집 하인으로 간사한 말로 아첨을 잘 함으로써 궁예에게 총애를 받았으며 참소하기를 좋아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모해한 것이 많기 때문에 종간과 함께 처형했다.'라는 기록만이 남아있다.

2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내군들은 뭣들 하느냐!"[2]
"예, (한 템포 쉬고) 내원 어른."[3]
(자식을 보고자 애원하는 북원부인을 쫓아낸 뒤)

은부: 왕장군의 눈에는 이 사람이 지옥에서 온 야차와 같이 보일 게요.
왕건: (바라본다)......
은부: 허나 누군들 이런 일이 좋아서 하겠소이까? 하지만 황실과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는 누군가 이런 일을 해야만 할 것이오. 나는 이 나라와 폐하께 목숨을 맡긴 사람이오. 그 분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목숨을 내놓을 수 있소이다. 왕장군은 그럴 수 있소이까? (제40화 중)

역사에서 이러한 짤막한 기록을 남긴 것을 토대로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는 양길의 부하로 등장한다. 배역은 박상조. 복지겸과는 동무였으며 그와 더불어 양길이 크게 신뢰하는 부하였다. 그러다가 궁예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그를 진심으로 섬기며 궁예의 밑에 들어간다. 원래 양길은 궁예를 감시하고자 일부러 은부를 궁예 휘하로 보냈는데, 이미 은부는 양길보다 궁예 쪽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15화에서 종간에게 도발하듯이 말을 했던건 사실 자신이 궁예편이라는걸 드러내고자 했던 것.

은부가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는걸 잘 알던 양길은 은부의 거짓 보고에 낚여 궁예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궁예가 양길을 누르리란걸 예감한 복지겸이 극구 만류를 했지만 양길은 은부의 보고만을 믿고 명주성 공략을 재개시킬때 환선길, 이흔암, 복지겸까지 궁예의 밑으로 보내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렇게 궁예가 양길에게서 독립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종간과 함께 궁예를 보좌했고, 건국 이후엔 친위대장인 내군장군을 역임하면서 왕건을 비롯한 요주의 인물들과 반대세력들의 감시와 척결에 앞장섰던 심복 중의 심복으로 격상되었다. 여담으로, 독립 이후 종간이 내원으로 들어가면서 동등한 관계에서 종간에게 존대를 하고 그는 은부에게 하대를 하는 관계로 변하게 된다.

이후로는 왕실 친위대인 내군장군을 맡게 되고 바깥 군사업무는 복지겸을 비롯한 병부에서 따로 맡게 되었기 때문에 군복보다 자주색 관복을 입은 모습으로 많이 등장하게 된다.

궁예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했지만, 궁예가 병에 걸려 광기를 보이다가 병이 낫고서도 성격이 변해버린 직후에도 이를 말릴 생각은 하지않고 오히려 힘으로 주변을 제압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다. 그래도 처음에는 왕건과 그의 측근들에 대해 별다른 반감은 없어서 그들과 잘 지내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왕건의 세력에 결국 그도 견제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려 하였다.

왕건의 쿠데타 직후 궁궐에 남은 종간과는 달리 궁예와 함께 도망치게 된다. 충성심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명주의 김순식에게 가 도움을 받으면 다시 재기를 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쿠테타 세력의 포위망으로 인해 결국 고립되었고 모든것을 다 포기한 궁예와 함께 계곡으로 몸을 피한다. 이후 왕건과 궁예가 만난 자리에서 궁예를 칼로 벤 후 자신은 금대의 칼에 쓰러지고 금대는 자살을 한다. 은부의 독단적인 판단은 아니며, 궁예가 은부에게 어검으로 자신을 베라고 지시한다. 왕건은 궁예를 살려주려 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그 수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을 당할게 뻔한데다(실제로 왕건이 살려주고 우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랬다고 해도 극중 흐름을 봤든, 실제 역사로 봤든 왕건의 수하들한테 독살 혹은 분노한 백성들 손에 린치당하는 방식으로 죽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당장에 복지겸이 이후 궁예의 막내아들 순백이가 발견되었을때도 왕건에게 후환이 되니 처리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투로 진언을 했다.) 마지막에서야 그 동안의 잘못을 후회하고 모든걸 포기한 궁예로선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그 자리에 있던 가장 신임하는 부하였던 은부에게 지시를 내린것. 은부도 비슷한 이유로 자신의 수하였던 금대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지시를 내렸다.

비록 군사적인 업무를 많이 맡고 있는 데다, 책사 캐릭터인 종간과 함께 나오다 보니 빛이 바래는 감은 있지만, 은부 역시도 나름대로 쓸 만한 정치적 식견을 갖춘 모습이 은근히 몇 번씩 등장한다. 궁예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이미 궁예가 그릇이 크다는걸 파악했을 뿐더러 , 궁예와 종간이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양길에게 투항했다는 것, 양길이 궁예를 변방으로 보내는 이유, 궁예를 그 변방으로 보내서는 안되는 이유[4]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거기다 평소 내원이 등장하는 씬은 거의 예외없이 은부가 정국에 관해 우려하는 말을 표하면 종간이 이에 동조하고 수긍하면서 대책을 세우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5][6] 아지태의 청주계 세력이 조정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종간이 언급하기도 전에 앞질러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내원에게 정적인 왕건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제안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박유의 부탁도 있었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은부도 크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머리가 굳은 단순무식형 캐릭터 환선길이라든지... 애술이라든지... 는 아니며, 오히려 정치력도 겸비한 무장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책략은 종간이 세우더라도 군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은부이기 때문에 그 뒷공작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소질(?)을 보인다.

여담으로, 발음이 영 좋지 않으면 곤란한 이름이기도 하다.
  1. 아마 은부나 적철 중 한 쪽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면 猌(휘갈겨 썼을 경우)과 狄이, 鈇와 鉄(鐵의 속자)이 비슷하게 보인다. 따라서 제대로 된 표기와 실수로 잘못 옮겨 적은 표기가 공존하게 돼 현재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게 된 셈. 기록이 부실한 고유명사의 표기는 이렇게 여러 가지 표기가 전해져서 후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꽤 있다.
  2. 극중 단골 대사로, 이어지는 대사는 주로 '저 자를 끌어내라', '폐하를 뫼시어라' 등등. 그리고 은부가 궁예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은부 장군은 무얼 하는가, 그만 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3. 종간과 상하관계가 형성된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최소 한 번은 반드시 나오는 대사(...).
  4. 동쪽인 명주성 쪽으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 세력을 키워 동쪽을 정복하고선 독립을 해버릴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
  5. (은부)지금 이 상황은 이러이러해서 큰일이 아니옵니까? / (종간)맞아. 그러니 내군을 더욱 단속하고 정적을 더욱 감찰해야 하네.
  6. 실제로 극중에서 은부가 심히 과격한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한 정국에 대한 그의 해석과 의견에 종간이 반박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주로 무대 뒤편의 무력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보니 많이 가려지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