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흔암

伊昕巖
(? ~ 918)

1 개요

고려 초기에 반란을 일으킨 호족으로 궁술, 기마술을 일삼을 뿐 남다른 재주와 식견은 없었고 이득만 재빨리 챙기는 기회주의자였다고 하며, 처음에는 궁예를 섬기다가 기회를 보아 계책을 내어 벼슬을 얻었다. 궁예가 쫓겨나기 전에는 웅주를 습격해 점령하면서 그 곳을 수비했다.

왕건이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흉계를 품고 도성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사졸들이 모두 달아나 웅주를 후백제에게 빼앗겼으며, 한찬이자 수의형대령인 염장이 그의 흑심을 알아차리고 왕건에게 알렸지만 모반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다. 염장이 이흔암을 감시할 것을 건의하자 사람을 보내 염장의 집에서 몰래 엿보게 했는데, 마침 이흔암의 처 환씨가 변소에서 나오며 내 남편의 일이 제대로 잘 되지 않으면 나도 화를 입겠다고 탄식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결국 전말을 보고받은 왕건의 명으로 하옥되었다가 역모를 자백하게 되었으며, 큰 거리에서 참수되고 가산은 몰수되었다. 그런데 모반의 증거가 이흔암의 처 환씨가 "남편 일이 잘 되어아 할 텐데."라고 말한 것뿐인데, 감옥에 가두고 이 자백을 받았기 때문에 이흔암의 역모는 조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거기다 왕건은 마지막으로 이흔암과 면대하여 구체적인 역모 이야기보다는 "니가 평상시 하던 꼬라지가 널 이꼴로 만들었지!"라는 식으로 꾸짖는다. 즉 이흔암이 구체적으로 역모를 꾸몄다기보다는, 궁예나 환선길과 가까웠던 처지라 정치적으로 숙청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전방 요충지인 웅주의 수비를 아무한테나 맡길일이 없으니 궁예가 신임이 두텁고 무략도 뛰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2 창작물에서

태조 왕건에서는 최주봉이 배역을 맡았는데, 원래 양길의 수하였다가 궁예에게 포섭되는 개그 캐릭터[1]로 등장한다. 이후 환선길과 함께 여러 전투에 참여했다.

궁예가 집권하던 시기엔 박술희를 대신해서 상주로 파견되었지만, 상주를 다스리고 있던 아자개에게 면박을 받는 등,[2] 전투에선 뛰어나지만 행정면에선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닌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왕건의 역성혁명 당시 매부인 환선길과 함께 왕건을 지지했지만 웅주로 파견되면서 왕건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고,[3][4] 이후 환선길이 역모를 도모하다 실패하여 가족들이 전부 참형에 처해졌을 때 이에 분노, 후백제의 공직과 손을 잡고 후백제로 귀순하려 하나 귀순 전에 왕건을 죽이겠다면서 비밀리에 철원[5]에 잠입, 거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일행이 묵었던 주막의 주모가[6] 역모 계획을 내군의 복지겸에게 알리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흔암은 독화살로 내군부장 장일을 죽이고 부하들을 시켜 고려에 귀순하기위해 철원으로 오는 아자개의 암살을 시도하는 등 나름 활약하지만 결국 최종목표인 왕건 암살에는 실패하고 생포되기 직전에 자살한다. 이때 그래도 양길이 아끼던 수하장수 중 한명이고 잔뼈가 굵은 장수답게, 여타 기병들을 상대로 무쌍을 벌이고 복지겸과 왕건의 무예스승이던 장수장을 상대로 2:1의 싸움을 벌였지만 김락도 가세하려 하자 불리하단걸 알고 왕건을 노리려 했으나 실패한다.

이흔암을 마지막으로 복지겸을 제외한 양길 세력 출신의 인물들은 극중에서 전부 퇴장하게 된다. 양길과 아우 명길, 사위들은 궁예군과의 전투에서, 궁예와 종간, 은부는 왕건의 역성혁명 때 죽고, 환선길과 이흔암은 고려 건국 직후 반역을 일으키려다 죽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홀로 양길을 배신하는데 주저하던 복지겸만은 살아남는다.

처가 환씨였다는 기록을 보면 환선길의 매부였거나 그 집안의 인척이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어째서인지 관계가 역전되어 환선길의 처남으로 나온다.
  1. 다만 아자개나 그와 세트로 엮이는 왕건 진영의 박술희, 견훤 진영의 애술에 비해서는 묻히는 감이 있다.
  2. 이흔암쪽에서 찾아가서 인사를 건네자 아자개는 대충 머루주나 줘서 보낸다. 이흔암도 그냥저냥 친하게 지내면 되겠지하고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3. 불만을 품은 이유는 환선길이 왕건의 역성혁명에 참가한 공신인 만큼 중앙 요직에 앉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요직은커녕 백제와의 접경 지역인 웅진으로 보내졌기 때문.
  4.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흔암이 웅주행 소식을 듣고 불만을 터트리며 했던 말 중에 '나도 이제 늙어서 쉬고 싶다'라는 말을 한걸 보면, 나이가 제법 되서 육체적으로 피로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환선길이나 이흔암의 생년이 불명인걸 보면 드라마에선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의외로 고령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런 와중에 백제와의 변방 지대였던 웅주로 파견되니 불만이 안생길 수가 없을것이다. 극중에서 여러 노장들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것도 상황을 겪는 사람마다 다른 일이기도 하고.
  5. 송악으로 다시 천도하기 직전.
  6. 주막의 주인, 그러니까 주모의 남편은 이전에 이흔암의 부하로 있었던 정이 있어 숙식을 제공했으나 주모는 '이 인간이 집안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나' 하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