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정

殷天正

<의천도룡기>의 등장인물.

명교 사대호교법왕중 한 명. 별호는 백미응왕(白眉鷹王).

은야왕은소소의 아버지. 장무기의 외할아버지이며, 은리의 친할아버지가 된다.

별호 그대로, 하얀 눈썹이 입가까지 길게 늘어진 멋진 풍모를 지니고 있다. …근데 젊은 시절부터 별호가 저랬다는 것은 원래 은발이었다는 걸까.(…) 사손의 회상에 따르면, 스물 세살 때 서역으로 갔을 때 만나 서로 친구가 되었다고 하니 이 자도 본래 서역출신인 것 같다. 이후 중원 명교에 들어와서 백미응왕으로 천하의 이름을 떨쳤다. 사손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명교 내에서 항렬이 꽤나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고수답게 권법과 병기술 등등 무예 전반에 능통하고, 특히 상대의 뼈까지 부숴버리는 응조금나수(鷹爪擒拿手)라는 무공으로 유명하다. 주로 강(剛) 계열의 무공을 사용하며,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정력이 왕성하다. 명교 사대호교법왕답게 그 무공 수위는 당대에 손꼽히는 수준으로, 사손 역시 겸양이겠지만 '백미응왕 은천정 역시 나를 능가하는 광세의 고수지.' 라는 표현으로 그의 막강함을 증언한 일이 있다. 장무기 역시 소림 상대신승과의 대결에서 우사자 범요가 출진하기 어렵게 되자 그 못잖은 무공을 지닌 인물로 은천정을 떠올린 것으로 봐서, 실상 교주 장무기와 건곤대나이를 약간이나마 익힌 양소를 제외하면 명교에선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듯.

양정천이 사라진 후, 명교의 교주가 되지 못하자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이끌고 독립하여 강남지방으로 가서 천응교를 세우고 교주가 되었다. 하지만 명교가 육대문파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자, 옛날의 인연과 우정을 버리지 못하고 천응교의 세력을 끌고 서역으로 와서 명교를 지키게 된다.

명교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무당칠협과 한명씩 1:1 대결을 벌이다가 힘이 소모되어 위기에 처하고[1], 공동파에서 도전을 시작하자 외할아버지의 위기를 보다 못한 장무기는 스스로 나서서 육대문파와 대결하게 된다.

백홍검(白虹劍)이라는 명검을 소유하고 있지만, 딸이 칼로 자살한 이후로는 칼을 쓰기를 좋아하지 않아 10여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막성곡의 무당파 검술에 맞서면서도 부러뜨린 철봉을 사용할 정도. 백홍검은 이후 장무기멸절사태와 대결할 때 빌려주었는데, 의천검에 잘려버렸다.

장무기가 교주로 추대되자, 천응교를 해체하고 명교와 합친다. 그리고 자신은 명교의 호교법왕으로 돌아간다.

소림사에서 장무기사손을 구출하기 위해 도액선사를 비롯한 소림삼대신승과 대결할 때 양소와 같이 출전했다. 하지만 연로한 데다가 예전에 육대문파와의 차륜전을 거치면서 진기가 크게 손상된 몸이었기 때문에, 당대최고고수인 삼대신승과 내공대결을 하면서 기력이 모두 고갈되어 버렸고 한 방울 남은 공력을 영웅호걸 답게 일소에 붙이고 꼿꼿이 선 채로 운명하게 된다. 그 시신은 은야왕이 거둬가서 장례를 치뤘다. 생전에 호법에 교주, 교주 외할아버지 등등 높은 자리는 다 해봤고, 자식농사도 잘 지었고, 명교의 신물인 성화령을 쥐고 삼대신승과 멋진 한판승부까지 해봤으니 매우 만족하면서 죽었을 듯 하다.

사파의 인물이지만 솔직, 담백하고 호탕한 성품을 지닌 호걸로 묘사되어 있다. 장삼봉도 이러한 사돈의 그의 인품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1. 하지만 무당칠협은 당대 최강고수 장삼봉을 제외하면 무당파 최고의 고수들인데, 1:1이라곤 해도 연속으로 장송계, 막성곡의 2명을 이기고 송원교와 무승부를 이룸으로써 무당칠협 3명을 물리쳤다. 은천정의 뛰어난 실력을 잘 보여주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