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손

謝遜

<의천도룡기>의 등장인물.

명교의 4대 호교법왕의 한 명. 별호는 금모사왕(金毛獅王).

의천도룡기의 수많은 사건들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 악인이지만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의천도룡기 스토리 전체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조협려이막수와 비교된다.

황금머리 사자왕이라는 별명 그대로 금발을 흐트러지게 길렀으며 눈은 벽안이다. 색목인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1] 보통 사람의 두 배 정도 되는 위풍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자는 퇴사(退思). '사양한다'는 뜻의 성씨와 '겸손하다'는 의미의 이름, 게다가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본다.'는 뜻의 자를 가지고 있는 셈.

10살때, 혼원벽력수(混元霹靂手) 성곤(成崑)의 제자가 되어 무예를 배웠다. 성곤에게 벽력권(霹靂拳)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20살 때 서역 땅으로 가서 백미응왕 은천정등과 친구가 되고, 명교에 입교하여 사대호법의 한 명이 되었다. 아내도 얻고 일가를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28살때, 사손이 신뢰하던 사부 성곤은 사손의 찾아와 사손의 아내를 겁탈하고, 사손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모든 가족을 살해했다. 세살난 아들 사무기마저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사손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어 왼손 새끼손가락을 끊어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사손은 일가족 열세명의 복수를 위해 3년간 열심히 무공을 단련하여 성곤을 찾아가 복수를 시도헀으나 패배하고 만다. 5년후에 다시 시도하였으나 패배한 후, 사손은 칠상권이라는 권보를 얻고 수행을 하게 된다. 이때 무리하여 칠상권을 수행한 탓에, 칠상권의 부작용으로 심맥이 다쳐 때때로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칠상권을 단련하고 2년후 세번째로 찾아갔을 때, 성곤은 행방을 감춰서 모습을 찾을수 없게 되었다.

분노한 사손은 격분한 나머지 가는 곳마다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곳곳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무참한 사건을 저지를 때마다 핏물로 혼원벽력수 성곤의 이름을 남겨 성곤을 끌어내려 했지만 역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당칠협중 한 명인 송원교를 살해하려다가 공견대사와 만나게 된다. 공견대사는 제자로 삼은 성곤의 부탁으로 사손을 설득하려 온 것이지만, 사실 그것은 사손의 손에 공견대사가 죽게 하려는 성곤의 음모였다. 사손은 칠상권으로 공견대사를 공격했지만, 금강불괴신공에 의해서 막혔으나 말을 시키면 신공이 풀린다는 걸 이용해서 공견대사를 살해하나, 그 이후 바로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공견대사로부터 성곤을 이기려면 도룡도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하여 사손은 도룡도를 찾기 시작했으며 41세에 왕산반도에서 천응교가 무림의 여러 인물들을 모아놓고, 도룡도가 자신들의 소유물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에 나타났다. 은천정명교를 떠나 천응교를 창시한 것을 알고 거기에 대해서 보복하려는 심정도 있었다고 한다. 배를 모두 부숴버리고 도룡도를 손에 넣은 다음, 막으려는 상금붕을 살해했다.

다음에는 해사파의 총타주 원광파(元廣波)를 강제로 독소금을 먹여서 죽이고, 자신도 독소금을 한 입 먹은 다음 한 항아리의 술을 가득 머금고 독소금을 녹여 독주(毒酒)로 만들어 그 독주를 입으로 내뿜어 백귀수를 기절시킨다.

그 다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무엇이든 한 가지 절기로 자신을 능가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거경방의 총타주 맥경과 잠수내기를 하여, 그와 자신의 입에 진흙덩이를 붙여 숨을 막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과삼권에게 '최비연(崔飛燕)'이라는 이름을 써서 보여준다. 그것은 과삼권이 강간하려다 실패하여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며느리의 이름으로, 자신의 비행이 탄로날까 두려워진 과삼권은 사손을 공격한다.

그러나 사손은 내공력으로 태연하게 다 막아내고, 반탄력으로 튕겨내서 오히려 과삼권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공격을 받아내면서 거경방의 맥경의 아들인 맥 소방주의 암습도 막아내며, 진흙덩이를 떼어내려던 맥경의 어깨를 부숴서 팔을 쓰지 못하고 질식사하게 만든다.

사손은 그들 모두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장취산이 나서자 그와 대결을 하여 의천도룡공의 서법으로 보여주어 사손에게 승리하고 이 자리의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사손은 죽이지 않는 대신 사자후를 써서 그 충격으로 왕산반도의 사람들을 모두 백치로 만들어 자신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게 하였고, 장취산은소소를 배에 태워 바다로 출항한다.

사손은 어느 무인도를 찾아 조용히 도룡도의 행방을 연구할 생각이었지만, 폭풍에 배가 난파되자 빙산을 타고 해류를 따라 흘러흘러 빙화도로 가게 된다. 도중에 광기가 발작하여 장취산과 은소소를 죽이려다가 은소소가 던진 은침에 눈을 찔려 장님이 되었지만, 뛰어난 무공 덕분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빙화도에서 도룡도의 비밀을 풀지 못해 고뇌하다가 다시 광기가 발작하여 은소소와 장취산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때 장무기가 태어나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광기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아기를 양자로 들여, 성곤에게 죽은 자신의 아들 사무기(謝無忌)의 이름을 주게 된다. 후일 빙화도를 떠날때, 자신의 아들임을 자칭하면 무림인들에게 핍박을 받을까봐 두려워 이름을 장무기로 바꾸게 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아들바보의 속성이 보였다.

장무기가 장취산에게 기초무공을 배운 후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상승무공의 구결을 강제로 장무기에게 외우게 한다. 아이에게 모든 무공을 제대로 가르쳐 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구결만을 외워두었다가 후일 자신이 스스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그리고 빙화도의 계절풍과 해류를 관찰하여 뗏목을 만들어 계절풍을 타면 빙화도를 떠나 중원으로 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자신이 중원으로 돌아간다면 도룡도를 노리는 자들과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자들이 몰려들 것이고, 그렇다면 장취산은소소, 장무기도 화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은 혼자 빙화도에 남고 장취산 가족만을 중원으로 보낸다.

본래 돌아올 생각이 없었지만 금화파파가 나타나 장무기가 고아가 되었다고 말하자, 고아가 된 무기가 얼마나 외롭게 지낼 것인지 걱정되어 위험을 무릅쓰고 중원으로 돌아와 영사도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금화파파가 장무기를 데려온다면, 도룡도를 빌려주기로 약속한다.

개방의 진우량이 무리를 데리고 영사도로 왔을때, 장님의 몸에도 불구하고 다들 쓰러뜨리고 진우량이 도망치게 한다. 은리에게 장무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금화파파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도룡도를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강제로 도룡도를 빼앗으려는 금화파파와 싸우게 된다. 하지만 페르시아 명교의 사절들이 금화파파를 데려가서 성화령의 위엄을 내세우며 배교자인 그녀를 죽이라고 하자,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페르시아 명교와 대립하였다.

장무기는 금화파파를 쫓아 영사도로 왔다가 사손을 만났지만, 정체를 얼른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손이 개방의 무리나 금화파파와 싸우는 것을 도왔다. 사손도 장무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면서도 의협심을 보고 감탄하여 페르시아 명교의 사절들이 금화파파를 납치해가자 도룡도를 빌려주어 그들과 싸우게 했다.

페르시아 명교의 사건이 해결되자, 장무기, 주지약과 함께 조민이 보낸 배를 타고 영사도에서 중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장무기가 자리를 뜬 사이 성곤의 제자인 개방의 장로 진우량의 음모로 미약을 먹고 납치되어, 이후 소림사에 감금되었다.

소림사의 뇌옥에서 도액등 소림 삼대신승에게 감시되고 있었는데, 이때 소림 삼대신승이 매일 같이 읊는 금강경의 설법을 듣고 자신이 여태까지 저지른 죄악을 반성하고 불교의 가르침에 마음을 귀의하게 된다.

그래서 장무기명교의 동료들이 구하러 왔을 때도 한사코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무기성화령 신공을 과용하여 심마에 들릴 위험에 처하자 금강경의 법문을 읊어 마음을 되돌리고, 주지약에게도 금강경을 읊어 자신이 행한 짓을 후회하게 했다.

장무기가 자신을 데리고 떠나려는 순간, 소림사의 승려 가운데 모습을 바꿔 위장하고 있던 성곤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그를 지목한다. 성곤은 계략을 짜낼 때마다 헛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으나 소경이 된 이후, 청각이 예민해진데다가 몇십년간 성곤에게 복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사손은 당장에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는 결국 무림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림사에서 성곤과 혈투를 벌여 그의 야망을 분쇄하고 두 눈과 무공을 빼앗는 데에 성공, 뒤이어 애시당초 성곤에게서 받았던 것인 자신의 무공 역시 스스로 폐해버린 뒤 좌중에 모여 있던 무림인들에게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값을 달게 치르겠다고 선언한다.

사손이 과거에 살해한 안령비천도(雁翎飛天刀) 구(邱) 영웅의 아들이나, 음양판관(陰陽判官) 진대붕(秦大鵬)의 처 등을 비롯하여 원한을 가진 자들이 한 사람씩 나와 침을 뱉거나, 따귀를 때리거나, 욕을 퍼붓는 등의 모욕을 가해도 사손은 묵묵히 참고 견뎌냈으며,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낀 태허자(太虛子)라는 늙은 도사는 사형 두 사람을 잃은 원한을 씻어버리고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아미파의 정조(靜照) 사태는 남편이 사손에게 죽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그를 암습하여 죽이려다가 황삼미녀에게 저지되었다. 덕분에 아미파는 여전히 평이 나쁘다.

성곤의 음모가 완전히 분쇄된 후, 불교에 귀의하여 도액대사의 제자가 되어 소림사 삼대신승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법명은 짓지 않고 그대로 사손이라고 했다. 이것은 법명을 받고 정식 제자가 될 경우 "공"자 돌림의 소림사 4대신승(공견, 공문, 공지, 공성)과 같은 항렬이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한 것.[2]

본디 사냥꾼 출신이고, 당당한 체구에 처음 등장시의 흉흉한 분위기 때문에 야만스럽고 악독한 듯도 보였으나 실은 학식이 깊고 재주가 많은 인물. 장취산과 은소소를 데리고 강호를 뜰 때 정신이 나가 하늘과 세상 사람들을 욕할 때도 그냥 욕하는게 아니라 그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으며 비판하는 비범함을 보인다. 장취산 부부가 강호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도 이 사람이 해류와 계절풍을 관찰하고 연구한 덕분. 선대 교주 양정천도 무슨 일이 생기거든 사손을 부교주에 앉힌 다음 일을 처리하라고 유언에 남길 만큼 인품과 지성도 나무랄 데 없었던 듯 하다. 가족에 대한 정이 너무 깊은 나머지 복수심에 미쳐 길을 잘못든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주인공의 아버지포지션에(친부인 장취산은 너무 일찍 죽었으므로) 가장 큰 조력자중 한 명 이라는 위치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 면이 있지만, 공견대사에게 감화되기 이전 죄없는 많은 사람들을 죽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죄다. 그래서 일부 의천도룡기 팬 중엔 지은 죄에 비해 마지막이 너무 좋게 끝나지 않았나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3][4][5] 장무기가 태어난 이후로는 잔혹한 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아들에 대한 깊은 정만을 보이며, 재회 후에는 무기가 눈치 못챈 진상을 파악하거나 깨달음을 주는 지혜로운 이미지가 부각된다. 도액의 제자가 되면서 불도를 깨우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가 본래는 학식이 깊은데다 소림사에 갇히면서 독경을 들으며 자기를 뉘우친 때문.

여러모로 대단한 인물이지만 삼국전투기에서는 도룡도청강검 셔틀 하후은으로 패러디되었다. 안습
  1. 헌데 1986년판 드라마 의천도룡기에서는 흑발이었다가 모진 수련의 결과로 금발이 된듯한 암시가 나온다.
  2. 이것은 사손이 내세운 이유고 사실은 이미 사손이 불교의 이치를 깊히 깨달아 대오각성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즉, 이미 도를 얻은 사람에게 속세의 연따윈 의미가 없으니 사손이든 개똥이든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3. 그리고 주지약도 마찬가지. 작품 내에서 유독 이 두사람만 권선징악의 주제가 통하지 않는 달까, 하여튼 지은 짓에 비해 별로 화를 당하지 않았다.
  4. 하지만 이는 좀 다른게 사손은 자신의 복수를 마친 후 자신의 무공을 버리고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자가 손을 쓴다면 그 누구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물론 그 시점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장무기가 앞에 있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을 사람들도 많았기에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손은 모든 모욕을 받아들였던 만큼 이는 사손이 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지 않은게 아니라 사손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대인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점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 문화에 대한 오해 라고 볼수 있는데 중국을 비롯해 고대의 무인사회에서는 사람목숨 보다 명예를 더욱 중시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영웅호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치욕을 당하기 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편을 택했는데 , 사손 같은 신분의 인물이라면 과거를 뉘우치고 사죄를 할 경우 자살하는 쪽을 택하는게 일반적이다. 작중에도 그러한 점에 대해 전지적 시점의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원수들이 그에게 면전에서 욕을하고 침을 뱉고 따귀를 때렸고 그걸 묵묵히 받아들였다는 점은 보통 정신으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청산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다.
  5. 주지약의 경우는 악역이긴 하지만 악인이라고 하긴 뭣하고 비교적 업보도 덜한 편이다보니 그냥 넘어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