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 엔진

Ion Propulsion Engine
Ion Thruster
Ion Drive
b0044717_4d5346cc4ee4c.jpg
딥 스페이스의 이온 엔진 NSTAR의 분사 모습.

1 개요

이온 엔진 혹은 이온 추진 장치는 우주선 추진 방법의 일종으로 아르곤이나 제논 등의 추진제를 플라즈마(이온)화하여 전기적 특성을 띠게 한 후 자기력을 이용하여 선체의 후방으로 빠르게 분사하여 추진력을 얻는 기관이다.

추진에 쓰는 제논은 과거에 '크세논'이라는 이름으로 쓰였다. 원소기호 54번의 원소기호 Xe인 원소가 맞다. 화학을 배운 지 오래 됐다면 이를 염두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2 가늘고 오래가는 엔진

현재의 이온 엔진은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권/중력권에서 쓰기에는 턱없이 약하다. 엔진 스스로의 무게를 지면에서 들어올릴 정도의 힘도 내지 못한다. 과학동아에서의 표현에 따르면 종이 한 장 떨어질 때의 힘 만큼도 못 낸다. 이온엔진이 내는 추력은 약 20–250밀리뉴턴이다. 성인이 뀌는 방귀가 한 방에 약 200밀리뉴턴의 추력을 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미미한 힘이다. 이렇다보니 당연하지만 최근 발사된 이온 엔진 탑재 탐사선 역시 별도의 화학 로켓 발사체에 탑재되어 대기권을 벗어났다.

이렇게 약해빠진 엔진을 왜 쓰냐 하면...... 연비가 엄청나게 좋기 때문이다.

즉, 최소한의 연료를 싣고 오랫동안 가속을 해야 할 지라도 우주 공간은 공기 저항 등 엔진으로 얻는 운동에너지를 상실할 염려가 없다시피 하며, 중력권에서 멀다면 엔진 추력이 약하더라도 운동 에너지를 조절하기가 더 쉬워진다. 고로, 연료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 그 연료조차 매우 가벼운 엔진을 어찌되었든 우주 공간에 날려준다면 우주 탐사도 어느 정도 해볼 만한 과제가 된다는 것.

이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이온 엔진. 입자 단위 극미량의 추진제를 전자기 가속해서 쏘아 추진력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쏘아내는 질량 자체가 워낙 작고, 이런저런 이유로 전자기 가속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추진력 자체는 극히 미약하다. 그러나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약하든 말든 작용 반작용에 의해 추진이 가능하다. 그리고 대기와 마찰이 없는 우주의 특성상, 한번 추진력을 받은 물체는 어디에 충돌할 때까지 계속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달 탐사선인 아폴로만 해도, 달로 향해 잘 조준해서 한 번 잠깐 분사한 것으로 달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온 엔진의 장점은 바로 높은 에너지 효율과 무시무시한 지속 시간 즉, 연비다. 가늘고 길게 가는 이온 엔진 연료의 제한이 큰 기존 화학로켓 분사와 달리, 이온 엔진은 한 번 분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켜둔다. 덕분에 발사체는 느리지만 계속 가속도가 붙어, 한도 끝도 없이 가속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처음 추진 속도나 반응성은 화학로켓에 비해 크게 밀리지만, 연료가 금세 소진되어 가속에 한계가 있는 현재의 화학로켓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르게 된다. 물론 질량이 있는 물체인 만큼 빛의 속도에 도달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 또한 당연하지만 영구엔진이 아니기에, 추진체가 바닥나면 끝이며 전기 또한 필수다. 2013년 6월 24일, NASA에서 테스트 중인 NASA's Evolutionary Xenon Thruster (NEXT) 가 중단없이 연속으로 48,000시간, 5년 반을 가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43,000시간 (약 5년) 간 가동하는 데 소모된 연료가 고작 870kg이였고, 이는 기존 화학로켓엔진으로선 10톤 이상의 연료를 소모해야하는 양이였다.

연비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이온 엔진의 개념 실증을 주 목적으로 1998년에 발사된 딥 스페이스 1호는 670일간 엔진을 작동하며 몇몇 소행성혜성의 사진을 찍은 뒤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는데, 그 2년 가까운 시간 내내 엔진을 작동시키는데 사용된 제논 추진제의 양은 고작 72kg이었다.[1]

처음 사용된 것은 SERT계획으로 1964년 NASA가 우주 공간에서 실험한 것. 이후 실험 외 실질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5년 발사된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였다. 딥 임팩트는 특이하게도 혜성 연구 전용 탐사선으로, 해성과 가까이 접근한 다음 충돌체를 표면으로 발사해 혜성의 구성물을 조사했다. 7월 혜성의 핵에 충돌체를 박아넣는 데 성공했다. 이전의 혜성 탐사선이 가까이서 사진 촬영하는 것에 그친 것에 비해 큰 발전을 이룬 것. 임무는 완수했지만 그 후로도 다른 혜성을 탐사하는 데 쓰이고 있다.

저 탐사선을 혜성이나 소행성에 넣었다는 말은 이미 인류가 총알의 50배의 속도로 이동하는 직경 100~200미터 짜리의 소행성에 탐사선을 꽂아넣을 수 있다는 소리며 날아가는 총알을 다른 총알로 맞춰내는 기술력을 이미 보유했다는 뜻이다. 위 사례가 이 이온엔진의 활용도를 급히 늘려줄 수 있는 이유는 핵폭탄으로 소행성에서 폭파시킨다거나 하는 기존의 영화 속 발상과는 다르게[2]이온엔진을 소행성 궤도에 진입시켜 소행성과 탐사선의 중력을 동기화한다면 몇 년에 걸쳐서 지속적인 분사로 아주 섬세하고 안전하게 소행성을 지구궤도에서 비켜나가게 할 수 있다.[3]

세계최초로 사용된 사례는 딥 임팩트보다 2년 앞서 2003년 발사된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운용한 제논 이온엔진으로 장장 1천 시간을 가동해 60억km를 왕복함으로써 이온엔진의 위엄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하야부사 이후로 심우주 탐사선들은 이온 엔진을 적극적으로 탑재할 예정이다. 당연하지만 기존의 화학로켓 엔진에 비해 무게와 공간이 크게 줄고, 항속도 크게 상향되었다. 다만 추진력 자체는 약하기에 로켓 엔진이 가지는 순간적인 추진력은 여전히 따라갈 수 없다. 미래에 이온 엔진이 개량되면 대기권에서도 쓸 날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러기 전에 전력을 제공할 핵발전기가 모든 비행체 및 차량에 장착되는 폴아웃세계관이 되버릴지도 모르지만... 또한 목성 너머 궤도에서는 쓰기 엄청 곤란하다. 토성 너머에서는 태양빛이 하도 적어서 주노(탐사선) 태양전지판 사이즈로도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NASA에서는 대체 어떤 용자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해왕성(...) 탐사 미션을 제안하면서 이온 엔진을 써보자고 했다가 노답으로 판명되어 폐기되었고 결국 좀더 가까워서 만만한 천왕성참 만만하다 탐사선에서도 배제되었다.

현재 NASA와 Ad Astra Rocket Company에서는 전직 우주비행사 프랭클린 창 디아즈(Franklin Chang Díaz)[4]의 주도로 VASIMR(가변 비추력 자기 플라즈마 로켓, Variable Specific Impulse Magnetoplasma Rocket)이란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압축한 후 팽창시킨 다음 배출하여 엄청난 추력을 얻는 신형 이온엔진을 실험 중에 있는데, 최고속도가 초속 56km에 달해 이 속도만 된다면 화성까지 편도 39일이라는 엄청난 속도를 얻을 수 있다이거 잘 하면 화성행 편도에서 왕복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현재 200kW 짜리 VASIMR까지 나왔으며, 지속적으로 고출력의 VASMIR가 개발 중에 있다.

3 매체에서의 이온 엔진

반중력과 함께 SF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다수 우주선만 하더라도 이온엔진을 주 추진체로 쓰고 있다[5]. 은하 제국군의 TIE Fighter 의 TIE가 Twin Ion Engine의 약자이다. 스타크래프트벌처또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장착 가능하다. 특히 푸른 빛을 뿜어내는 것이 멋지기 때문에 자주 쓰인다.

과학동아에서는 아이언맨의 리펄서건에서 푸른빛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 리펄서건이 이온 엔진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닐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

영화 마션(영화)의 원작 소설에서 화성 왕복선 헤르메스 호의 주 추진 기관이 아르곤 연료 이온 엔진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온엔진 특유의 막대한 전기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해 원자로가 탑재되어 있다(원자로의 반응열로 연료를 팽창시켜 추진하는 열핵엔진은 아니다). 덕분에 헤르메스 호의 궤도는 전형적인 호먼 트랜스퍼와 상당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VASIMR 엔진의 편도 39일 궤도같은 극단적인 궤도를 택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6] 흔히들 극중의 리치 퍼넬 기동을 단순한 스윙바이 기동으로 알고 있는데, 지구 스윙바이 후 화성을 향하도록 궤도를 수정할 수 있었던 것도, 화성 플라이바이 후 소행성대로 튕겨나가지 않고 지구로 귀환하는 궤도를 탈 수 있었던 것도 이온엔진의 엄청난 연비 덕분이다.

4 관련항목

  1. 가솔린의 밀도가 대략 0.71~0.79kg/L이다.(위키피디아 가솔린 항목 참조) 계산 편의를 위해 가솔린 밀도를 0.72kg/L이라고 하면 가솔린 72kg면 100L이고, 1L당 10km정도 가는 자동차라면 그 가솔린으로 1000km을 갈 수 있으며, 60km/h 연속주행이라고 가정한다면 16시간 40분정도 달릴 수 있는 양이다. 결론적으로 가솔린 72kg를 가지고 엔진을 계속 돌리면 하루도 못 간다는 소리니, 이온 엔진의 연비가 어느 정도인가 짐작할 수 있다.
  2. 게다가 핵폭탄을 소행성 바로 옆에서 터트리기란 극히 어렵다! 기억하자. 소행성은 움직이는 총알이며 핵폭탄이 점화되기까지 걸리는 몇십 분의 몇 초도 정말로 긴 시간이다. 거기에다 계속해서 회전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까딱이라도 잘못 변경한다면 그대로 축!지구직행!이 될 수도 있다.
  3. http://www.ted.com/talks/lang/ko/phil_plait_how_to_defend_earth_from_asteroids.html
  4. 코스타리카 출신 중국계 혼혈 우주비행사로, 무려 통산 7회의 우주왕복선 임무를 수행하였다.
  5. 대기권에서는 반중력 엔진의 도움을 받는다.
  6. 그런데 한국어판 453페이지에서 헤르메스 호에 탑승한 대원들이 VASIMR을 수리했다는 언급을 한다. 그리고 537페이지에서 랑데부 브리핑을 할 때는 엔진 속도가 초속 2밀리미터밖에 안된다는 발언이 나온다. 이거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