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EBS에서 초등학생 수준의 시청자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적정기술 관련 소개 영상.

1 개요

Appropriate Technology 적절기술

지역사회의 인프라 수준을 고려하여 만드는 기술 또는 그 생산물을 이르는 말. 문화 지체 현상의 일종인 '기술 지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이다.

선진국은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고 그에 대응되는 매뉴얼(문화)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어떤 기술이든 나름의 위험성은 안고 있기에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인프라가 태부족하기에 이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선진국의 기술은 쓸모없거나 자칫 대형 사건·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의 개발 방향을 개도국의 인프라 수준에 맞추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수동형 발전 펌프나 구식 라디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 기술('별 거 없는' 기술)이 주로 적정기술에서 큰 활약을 하지만, 기술 개발이 반드시 구식 기술일 필요는 없다. 최신의 기술이라도 제작비나 유지비를 최소화하면 그것 역시 적정기술이 된다.[1] 또한 개도국이 아니더라도 사회 수준이나 직종에 따라 수준을 맞추면 되므로, 어느 방향으로든 적용할 수 있다.[2] 다만 어느 쪽이든 공통의 조건이 있는데,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구성원의 생활 수준을 개선시켜야 한다. 때문에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보통 적정기술에서 제외된다. 물론 화석 연료의 사용량을 극도로 줄인다면, 그것 역시 적정 기술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기술 원조와 다르게, 적정기술 상품은 수익모델로서 투자해 물건을 생산한다. 따라서 적정기술로 수익사업을 하는 회사나 연구소도 존재한다. 개인 단위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재활용과 관련이 있는 기술이 많다.

2 사례

가나다순으로 작성한다.

  • 놀이기구형 물펌프(실패)
놀이터에 있는 직접 돌리고 타는 회전기구에 펌프기능을 붙인 것.
기계가 복잡한데다 부품 내구성도 형편없고, 펌프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힘 세거나 한가한 아이들이 없다. 여기에 펌프를 박아놓은 우물만 못 쓰게 됐기 때문에 현지인이 해당 자선단체를 곱게 보지 않았다고. 야! 갈 땐 치우고 가! 아이들에게는 놀이기구를, 그 힘으로는 물을 얻기 위한 제품이었으나, 정작 현지 어린이들은 놀 시간이 없었고 놀아도 쉽게 지루해 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실패한 기술이 되었다.
  • 라이프 스트로우
목에 거는 작은 크기의 간이 정수기. 물에 대고 입으로 마시면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본래는 적정기술은 생각하지 않은 채 교육용으로 개발된 컴퓨터인데, 저렴한 가격에 저렴한 유지비 덕에 졸지에 적정기술에 포함된 물건이 되었다. OLPC와 동일하게 현지민들의 IT/공부를 도와주고 있다고.
모기를 초음파로 쫓아내는, 형태는 스프레이지만 스프레이가 아닌 물건이다. 흔들면 충전이 되는 식이라 한번 구매하면 평생 쓸 수 있다. 1분 흔들면 1~8시간 동안 쓸 수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의 배상민 교수가 개발했다고 하는데,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물건이지만 국내에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스프레이는 천적의 날개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를 내서 모기가 줄행랑치게 만든 물건이라 국내에서는 이대로는 쓸데없다.
  • 사탕수수 숯
사탕수수 찌꺼기 등 농업 부산물을 숯으로 제작해 연료로 대용시킨다. 사탕수수가 많이 나는 곳에 제격이다.
  • 수동 물펌프
전기가 안 들어오는 오지의 화전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시장통의 공업사에서 외국의 투자를 받아 수공업으로 찍어낸다.
  • 수동 벽돌 압축기
선진국에서는 벽돌을 전동으로 압축하지만 후진국의 조건을 감안해 벽돌을 수동으로 압축할 수 있게 만든 발명품이다.
압축된 사각 볏짚을 쌓아서 을 짓는 건축기법. 미국에서 발명되었는데 세계적으로 나름 알려져서 관심있는 사람들에 의해 활발히 개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채가 시공되었고 시공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1~2개월이면 뚝딱할 수 있다.
  • 자전거를 사용한 농기구
폐자전거를 동력원으로 해서 자잘한 농기구를 만든다. 생 커피콩을 기계로 벗겨서 말리기만 해도 영세농의 수입은 무려 3배로 늘어난다.
  • 자전거 세탁기
페달로 밟아 통을 돌리는 세탁기. 사실 구조를 보면 '별 것 없이' 모터 대신 자전거 페달을 쓴 것 뿐이지만, 이 '별 것 없는' 기술이 오히려 적정기술의 요건을 잘 만족시킨다. 군대에서 빨래판 써보면 이게 왜 감동적인지 알게 된다
  • 큐드럼
물이 귀한 사막지역에서는 물통을 들고 물을 뜨러가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드럼통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바닥에 굴리는 식으로 휴대할 수 있게 했다.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의 양을 극대화하여, 어린 아이들은 학업에, 어른들은 일에 전념할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통 모양 때문에 내부 세척이 곤란했다. 또, 충분한 내구성을 얻기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 태양광 조리기
은박지를 활용해 태양광을 조리에 쓰는 도구. 장작을 줍는 시간을 줄이고, 매연도 줄이며, 녹림자원도 보호한다. 물론 태양을 사용한다는 한계는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냥 기존보다 과학적인 구조의 화덕을 보급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평가도 있다.
  • 폴드스코프
스탠포드 대학의 마누 프라카시(Manu Prakash)가 개발하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일명 '1달러 현미경'으로, 200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물건이다. 주 용도는 아프리카의 유행병을 진단하기 위해서.[3] 비슷한 것으로는 플라스틱 틀과 유리 비드를 조합하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카메라를 현미경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연구가 미국 에너지부 소속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바 있다.
  • 항아리 냉장고
큰 토기 안에 작은 토기를 넣고 그 사이에 흙을 채운 다음 물을 채우는 것. 수분이 증발하면서 내부가 시원해진다. 주변의 온도보다 10도 정도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사례를 찾아보면 실온에서 1주일이면 썩는 과일이 한달쯤은 보관이 된다고 한다. 건조한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효과적이라고. 물조차 귀한 곳, 습한 기후인 곳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한계가 있다.
  • OpenBTS
오픈소스로 만든 소프트웨어 GSM 액서스 포인트. 무선 망이 안 닿는 산간 오지나 후진국에서도 간단한 기지국만 있으면 그 지역을 모두 GSM망으로 바꾸어버리는 기술이다.
  • PET병 채광기(모저램프) (재활용)
비가 많이 오는 오지의 산간에서는 유리창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PET병에 물을 채운 후에 표백제만 조금 섞어서 천장에 구멍 뚫고 박아 넣으면 빛이 환하게 퍼져 나온다. 산간 뿐만 아니라 집에 창이 없는 경우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재활용을 접목해 적정기술을 만든 사례(특히 2010년 이후에 미디어로 접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 PET병 태양열 전구 (재활용)
PET병 채광기에 태양열 전지판 등을 추가해 진짜 전구처럼 만든 물건. 제작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여전히 저렴하고, 야간에도 빛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 물건으로 마을에 작은 규모로 가로등을 설치한 곳도 있다.
  1. 개도국은 일반적으로 국민 생산이 낮기 때문에, 조그만 유지비라도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적정기술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스스로 생산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된다.
  2. 택시 운전기사 등을 위한 라디오 기술, 오락실 업주를 위한 게임 기기 염가화 등이 그런 예이다.
  3. 관련 기사 #1 #2 #3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