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야금술
1 소개
말 그대로 쇠를 접는 것. 가열한 쇳덩이를 단조로 편 다음, 접어서 다시 두들기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전근대 제철 과정에서는 고온을 얻는다는게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산화된 철을 환원하는 공법을 사용해 철을 생산해내는 방법이 일반적이었으며 이 때 결과물은 현대에도 전통 일본도를 만들 때 사용하는 타마하가네(옥강:玉鋼)과 마찬가지로 불순물과 탄소함량이 각기 다른 철이 섞인 괴형태로 만들어지는게 일반적이었기에 내부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잔류하는 여분의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얻어진 철괴를 부순 후 달구어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을 접쇠라 부른다.
2 현재는?
쇠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쇠 내의 탄소량을 조절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쉽게 우수한 품질의 철을 얻을 수 있는 초강법(秒鋼法)[1]이 개발/전파되면서부터는 하지 않게 되었다.[2][3] 현재는 일본도제작과 같은 전통의 재현 정도부분에서만 하고있다. 서양의 경우 패턴웰디드 공법으로 이게 유지되고 있는데, 고탄소강과 저탄소강의 색깔 차이가 만드는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예술품으로써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3 환상
일본도나 다마스커스에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들러 붙으면서 접쇠에 의한 강 제작법이 무언가 대단한 비밀 기술 처럼 인식되는 면도 있는데 사실은 서양의 중세 초기 도검 제작 법인 페턴 웰디드 방식도 일종의 접쇠 방식이며(사실 서양은 로마시대부터 접쇠공정을 사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행해져 왔다. 유럽의 경우 지그프리드 전설과 같은 초기 게르만 전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검을 묘사할 때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무늬가 있다 라는 언급이 있으며 지그프리드 전설을 영화로 만든 것에서는 지그프리드가 발뭉을 만들 때 철봉을 꼬아서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즉, 순도가 낮은 철 원석을 강재로 만들기 위해 전근대시대에서는 접쇠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 문화권이 많은, 실상 흔하디 흔한 방식이었을 뿐이니 접쇠 공법 자체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비슷한 시대의 서양검이나 조선환도, 중국 도검이나 일본도나 제작 공정 자체에서 우열은 없다. 성능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인의 능력에 의한 것이다. 애초에 일본에서는 기술의 부족과 원재가 좋지 않은 사철을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쇠를 쓴 것이고, 보다 쉽게 질 좋은 철을 구할 수 있었던 많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쓸 필요가 별로 없어서" 안 썼던 것 뿐이다.
다만 국내 웹에는 일본 웹의 불확실한 자료나 일빠들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철광석보다 사철이 더 고품질이고, 다른 나라의 저급한 철광석과 달리 고품질의 사철을 써서 일본도의 성능이 좋다는 글을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럼 왜 현대 제철업에서 철광석을 쓸까? 구하기 쉬운걸로 따지면 모래를 슬슬 물로 일거나 자석으로 긁어도 시커멓게 나오는 게 사철인데 그런 말이 사실이라면 왜 굳이 철광석을 쓰겠는가? 물론 저품위 광석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제강업에서 쓰는 철광석은 아무 철광석이나 갖다쓰는게 아니라 엄연히 품질검사를 거쳐 철 함유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된 걸 쓴다. 멀리갈 것 없이 철을 특산품으로 많이 수출했던 우리나라 가야의 제철유적만 봐도 고품위 철광석이 깔려있는 노천광을 많이 이용했고, 근대까지 제철소가 존재했던 요동지역의 철광산을 이용한 고구려도 수준 높은 강철을 생산했다. 물론 사철 자체만 따지면 순도는 높지만, 사철은 흙에 가루 형태로 섞여있는 쇳가루다. 그 많은 흙가루가 다 이물질이다.
과거에 나온 양판소를 보면, 하여간 여러번 접으면 강도, 경도, 인성, 균일성[4] 모두 늘어나는 사기적인 공법이고 접쇠한 철 혹은 다마스커스강로 만든 무구가 현대의 탄소강 제질의 무구보다보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범위에서 능가한다고 설명, 묘사된다. 접쇠의 현실이 알려진 뒤로는 이런 묘사가 줄어들었다.
접쇠는 어디까지나 금속의 성질을 과학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장인의 경험에만 의지했던 전근대 시대의 기술이다. 현대로서는 예술이나 전통문화로서의 가치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물건을 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계적 성능으로 따지자면 금속가공업체에서 만든 특수강이 훨씬 뛰어나다. 다만 편무늬 접쇠는 강도와 경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손질하여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는 편리하다. 커터칼의 날을 교체하듯 바깥쪽의 부분을 긁어내어 손질하면 된다고.
4 트리비아
여담이지만, 제빵에도 이와 같은 제법이 존재한다. 페이스트리는 빵 반죽위에 버터를 올리고 그걸 접고 밀고 접고 밀고 하기를 수십번 해서 층을 만들어낸다. 발효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부드러운(고급) 빵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후 적절한 양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기법
- ↑ 하더라도 90%정도는 초강법으로 어느 정도 탄소량을 조절해 놓은 강재를 만든 뒤, 세부적으로 추가 가공이 필요할 때만 하는 정도였다. 자연히 드는 품이 크게 줄어든다.
- ↑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베세머법이 개발되기 이전까지 탄소량이 높은 선철에서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내에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없었기에 연철을 달구어 탄소를 침탄시키는 방법으로 강철을 생산했다.
- ↑ 양판소에는 무슨 이유인지 보통 합금(미스릴+아다만티움, 만년한철+운철... etc)에 쓴다. 실재로는 합금에는 절대로 쓰지 않는 공법으로 합금에 쓰면 금속이 잘 섞이지 않고 층별로 금속이 나뉘어 합금을 쓰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쓰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