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용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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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의 등장인물. 배우는 故 김흥기.

1 개요

태조 이성계의 명실상부한 브레인. 극 초반부의 또 다른 주역이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로서 이성계의 즉위 이전부터 온갖 정치공작을 도맡아 처리하였고 조선 개국 후에는 실권자로서 전제 개혁과 유교 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이방원이 어렸을 때부터 만나 내심 이방원에게 아낌없는 조언도 해주었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재상중심 정치에 걸맞는 세자감은 아니었던지 신덕왕후의 부탁으로 새로 오른 세자 방석의 막강한 후견인이 된다.

강력한 의정부서사제 지지자로 왕의 능력은 현명한 신하들의 보좌로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로 인해 왕권 강화를 주창하는 이방원과 정치적 갈등을 빚는다. 또한 조선의 국정 운영에 방해되는 고려의 잔재들에 대해 뒷날의 외척들에 대한 이방원 못지 않게 가차없는 모습을 보여, 왕씨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두문동에서 이성계에 대해 항거하던 유자들을 모조리 척살한다. 이에 대해 지나치지 않냐고 화를 내는 이성계에 대해 저들은 고려의 망령이라며 죽어야 될 자는 죽어야 된다고 일갈할 정도.

사병혁파 이후로는 군권까지 장악, 진법을 새로 만들고 요동 정벌을 노리게 된다. 이방석의 듬직한 후견인이란 점 때문인지 죽음이 얼마 안 남은 신덕왕후로부터 방석을 부탁받는 가운데 방원이가 죽어야 한다는 절규도 함께 듣게 된다. 이 일 때문인지 이성계가 병석에 눕게 된 상황에서 후환을 잘라내기 위해 신의왕후 소생의 왕자들을 주살하려 하나 이에 대한 역습으로 일어난 제1차 왕자의 난 때 남은, 심효생 등과 잡히게 된다.

남은과 심효생이 죽은 뒤 그는 이방원을 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그토록 원하던 보위가 눈에 보이냐 묻고는, 자신의 눈에는 대조선으로의 꿈이 산산히 무너지는 것이 보인다는 말로 패배를 인정한 뒤 부디 대업을 이루라고 한다.

이에 이방원은 왜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하지 않냐 묻고는 그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만 거부하고, 의연히 절명시를 남긴 뒤 이방원의 집사 정만쇠에게 살해당한다.[1] 이후 이성계가 임종 직전 꾼 꿈에서 그를 맞이하러 나오는 모습으로 한 번 더 등장한다. 문제는 그가 나온 뒤 이성계 때문에 죽은 이들의 원혼까지 줄줄이 나왔다는 거지만

2 캐릭터 평가

배우의 연기력에 힘입어 정치적으로는 물론 여러 면에서 상당히 완숙한 깊이를 보인다. 방해물의 제거에 있어서는 실로 가차없고 정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도 그렇다.

후일 방영된 대하사극 정도전정도전과는 그 방향성이 다른데 둘 다 민본 위주의 개혁을 정치사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으나, 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정도전이 이성계를 주축으로 삼아 구왕조 고려를 무너뜨리려는 책사, 독선적인 성격의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면 용의 눈물에서의 정도전은 책사 역할도 하지만 그보다는 조선 개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완성형 정치가, 조선의 청사진을 그리고 구축하는 설계자로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물론 자신의 이상을 위해 칼 같이 냉정하게 한때나마 자신이 모시던 구왕조의 왕족과 유신들의 척살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모습도 철저히 보여준다.

이는 포은 정몽주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나는데 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은 정몽주를 끝까지 살리려하고 새나라의 첫재상으로 세울 생각까지 했으며 정몽주가 자신의 출생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자 자신 때문에 타락한 그를 보고 비탄에 잠기는 등 정몽주 없이 나라 세운다는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몽주와 정도전을 역사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로 엮으면서 브로맨스 코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굉장히 질척질척한 전개를 보였다.[2] 반면 용의 눈물의 정도전은 새왕조에 참여할 것을 권하며 정몽주를 설득하면서도 "우리가 배운 경전 어디에 어미의 출신이 천하다 하여 박대하란 말이 있던가!"라고 한나라를 세울 정치가로서 정몽주와 단호하게 맞서고 있다. 조선 개국 이후 정몽주를 복권하려는 권근의 시도에 '정몽주는 전하(이성계)를 음해하던 간적'이라며 딱 잘라 반대한다. 정도전에서의 정도전이 정몽주와의 이른바 브로맨스라 불리는 찰진관계를 더욱 묘사한 것이지, 굳이 역사적 사실에 따르자면 정몽주를 대하는 태도는 용의 눈물의 정도전이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방원과의 대립도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었다기 보단 향후 조선이 나가아가 할 방향을 서로 달리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충돌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무인정사 직전 이방원과 정도전의 독대장면 대사와[3] 정도전이 무인정사 당시 이방원에게 남기는 마지막 대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캐릭터 자체를 놓고 비교해보면, 상술한 완숙한 깊이와 가차없는 면모에서 볼 때 드라마 정도전의 정도전이 스스로 독백한 것과 같이 군자도 괴물도 되지 못한 것과 달리 이 쪽은 민본의 이념을 지니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인임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완전체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4]

물론 이 둘은 두 드라마가 극의 주인공도, '정도전'이라는 캐릭터의 해석과 다루는 방식도, 극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 이야기의 주제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나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린 문제이다. 여담으로 KBS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 신병주 교수는 용의 눈물의 김흥기 분 정도전이 선동열 같은 이미지라면 정도전의 조재현 분 정도전은 박찬호 같은 이미지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3 기타

정도전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한 거의 첫 사극이라 그런지 배우인 김흥기가 용의 눈물 방영 이후 봉화 정씨 문중으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도전을 혁명가로서 집중 조명한 초기의 사극인만큼 정도전에 많은 버프가 걸리는 건 이 작품에서도 어쩔수가 없는데, 이성계는 정도전 외에도 조준을 매우 신뢰하여 조준에게도 상당한 힘을 실어주었지만 이 작품에서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조준이 '민생개혁가'라는 측면을 그나마 부각시킨것과는 달리 이 작품의 조준은 정도전에게 그런 부분을 상당히 빼앗겨 '그냥 이름있는 재상1'으로 보이는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참고로 죽을 때 무지하게 NG가 났다.(...) 이는 김흥기 씨의 연기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소음 공해 때문이다. 분위기 잡고 방원을 부를 때 염소가 울어대지 않나, 한창 대사에 몰입하던 중 파리가 날아다니지 않나 삼봉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또 염소가 울어대지 않나, 절명시 외우던 중 우렁차게 비행기가 날아다니지 않나... 참다 못해 김흥기마저 "저 염소 X끼!!!"라 짜증을 내다 못해 참으로 죽기 힘들다고 웃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이만 편히 쉬게 해달라는 대사가 연기가 아니라 김흥기 본인의 진심으로 들릴 지경. 워낙 대박이라 그런지 용의 눈물 특집 방송에서 공개된 NG 장면에서도 마지막을 차지했다.

여기서 볼수 있다
용의 눈물 특별 방송. 워낙 오랫동안 했던 작품이라 특별편도 무려 1시간반.
44분부터 위의 NG장면을 볼수 있다. 위의 정도전의 죽음씬보고 염소X끼를 들으면 감흥을 깨뜨리기 매우 좋다

전생에 궤장을 하사받은 벽상공신 겸 문하시중이었다 카더라.
  1. 극중에서 정도전이 요동 정벌을 위해 진법훈련을 실시할 적에 이방원이 여기에 응하지 않자 군령을 위반한 죄를 물으려고 했는데, 이 때 이방원의 집사인 정만쇠(정일모 분)가 대신 곤장을 맞았다. 그 원한 때문에 정만쇠는 주인 이방원에게 삼봉의 목은 자신이 벨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이방원이 이를 승낙하였다. 여담으로, 정만쇠는 정도전이 제거된 이후 원한이 다 풀렸다며 고향으로 내려가게 해줄 것을 청하지만, 이방원이 그의 곁에 그대로 두었고 결국 내금위장이 되어 태종의 마지막 가는 길(드라마 마지막화의 기우제 장면)까지 곁에 머물러 모셨다.
  2. 삼봉은 민본을 위해 다른 것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런데 드라마 정도전에선 막역지우였으나 이제는 완전히 적으로 돌아선 강력한 반대세력인 포은에게 너무 매달리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물론 용의 눈물에서도 정도전은 한사코 정몽주를 설득하려하고 이성계 역시 정몽주를 아껴 자신의 편으로 끌여들이기 위해 자신의 부상을 가장한 무리수까지 쓰지만 드라마 정도전의 이성계-정도전-정몽주 관계처럼 질척하진 않았다.
  3. 이방원 : "이 나라는 봉화 정씨의 나라가 아니라 이씨의 나라임을 기억하시오!" 정도전 : "아니지요,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도 아닌, 바로 백성의 나라입니다."
  4. 어찌보면 용의 눈물의 정도전은 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정도전보다도 민본의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하게 마음을 먹었을때는 가차없이 뛰어난 정치력으로 과거의 막역지우라도 죽일 수 있었던 정도전의 정몽주와 유사한 면이 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정몽주가 좀 더 인망이 뛰어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