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윌리엄즈

George Christopher Williams

1926년 5월 12일 ~ 2010년 9월 8일

미국의 진화생물학자며 해양 척추동물학자.

1 소개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이 큰 진화생물학자 중 한 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소개된 대로, 이 책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네 명 중 하나로 현대 생물학의 유전자 중심주의의 기반을 만든 사람 중 하나. 다른 세 명은 존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 윌리엄 D. 해밀턴(William D.Hamilton), 로버트 트리버즈(Robert Trivers)다.

2 생애

박사 학위는 UCLA에서 받았으며, 거의 평생 뉴욕 주의 스토니 브룩(Stony Brook)에 위치한 뉴욕 주립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가르쳤다. 이 분의 전공호구지책은 해양 척추동물(marine vertebrate)이었다. 2010년 알츠하이머 병으로 별세.

3 공헌

1957년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은 유전자 중심주의의 신호탄이라 해도 될 것이다.[1] 이 논문에서 제시한 핵심 개념은 '길항적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이라 부른다. 그는 이 개념으로 노화가 진화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며, 노화는 신체와 생식 세포의 단계로 번식하는 생물에 필연적임을 논증했다. 많이 압축되어 있고 설명이 노화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 논문은 실제로는 내용이 매우 풍부하며, 심지어 해밀턴이 1964년 구체적으로 집중 조명하여 발전시킨 친족 선택(kin selection)의 개념마저 암시하고 있다[2]. 얼마나 이 논문이 통찰력이 뛰어났는지는 이 논문의 예측이 아직까지 거의 정확한 데서 알 수 있다. 이 노화 개념은 1966년 역시 해밀턴이 수학적으로 정식화하고 실제 인간 집단에 적용하여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윌리엄즈의 가장 유명한 공헌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가 종(혹은 개체군)이라는 그간의 (잘못된) 생각을 떨치고 개체에게 그 위치를 다시 돌려준 것이다. 그는 종이나 개체군이 선택의 단위라는 생각이 생물학계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1966년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이란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논제는;

1) 도대체 어떤 특성이 '적응'인가?

진화로 인해, 특정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번식 성공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방법이 나타나면 적응으로 볼 수 있다. 진화는 그 과정에 해당 종의 상황에서 유용하지 않은 특성도 나타나게 할 수 있는데(부산물), 이것과 임의의 잡음(noise)은 적응과 신중하게 구별해야 한다. 인간에서 그 예를 들자면, 부산물은 식도와 호흡계가 후두에서 만나기 때문에 목에 음식이 걸리면 질식할 수 있는 것이고, 잡음은 사람마다 배꼽 모양이 다 다른 것이다.
어떤 특성이 '적응'이라 말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함을 처음 진지하게 역설한 사람은 바로 윌리엄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다른 진화생물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그리 엄격하지 못하다고 스팬드럴(spandrel)의 예를 들어 비판했지만, 그의 전에 이미 윌리엄즈가 이런 작업을 해 놓았으며 대부분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진지하게 그의 글을 받아들이고 있던 상태였다.

2) 실제 자연계에서 집단 선택(혹은 개체군 선택; group selection)이 가능할 것인가?

만약 어느 종의 개체군에서 모든 개체들이 다른 개체들을 위해 먹이가 드물 때 양보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개체군에 자신만을 위해 먹이를 양보하지 않는 돌연변이 개체가 나타난다면, 먹이가 드물 때 이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고, 결국 개체군 전체는 이기적 돌연변이 개체로 채워질 것이다. 여기서 보는 것처럼, 실제 개체군 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개체 선택에 비해 선택 압력은 미미하다.

사실 지금도 은근히 종이 자연 선택의 단위란 생각은 뿌리깊다. 한 번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시라. 이런 내레이션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OxzTL

3)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개념의 대중화

물론 이 개념 자체는 윌리엄 해밀턴이 그의 전설적인 1964년 논문에서 창안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윌리엄즈는 다른 생물학자들이 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으며, 큰 잠재력이 있음을 확신시켰다. 현재 생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 이 정도로 넓은 분야가 된 것은 윌리엄즈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많은 사회생물학자들은 이를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존 올콕(John Alcock)의 책 '사회생물학의 승리(The triumph of sociobiology)'를 읽어 봐도 명백하다.

윌리엄즈 자신이 1996년 '... 대다수 생물학자는 1970년대 초반쯤에는 나의 기본적인 주장들을 다 받아들인 것 같다.'라 적었듯이, 그가 주장한 것은 다른 생물학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아직도 그렇다.


그 외에 성(sex)의 존재 자체가 진화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찍 강조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성의 진화(Evolution of sex)'는 이에 대한 개념적 이론서다.[3]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의사인 랜돌프 네스(Randolph Nesse)와 함께 다윈 의학(Darwinian medicine)을 연구했으며, 여기서 나온 저서가 '인간은 왜 병드는가(Why we get sick)'이다.[4] 그 이후 '적응과 자연선택'의 내용을 더 쉽게 대중에게 설명했다고 볼 수 있는 '주둥치의 발광(Pony fish's glow)'을 저술했다. 번역본 제목은 '진화의 미스터리'다.

4 영향

진화생물학 학계의 대다수는 아직 해밀턴과 윌리엄즈가 기초를 쌓아올리고 도킨스가 개념을 확고히 정립하며 대중화한 유전자 중심 시각의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윌리엄즈의 영향은 뿌리깊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에드워드 윌슨이 동료 학자 마틴 노박(Martin Nowak)과 함께 유전자 중심 시각을 공개적으로 거부했을 때 학회장을 메운 학자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윌슨의 제자 최재천 교수의 회고에서 잘 알 수 있다.Navercast link
  1. "Pleiotropy, Natural Selection, and the Evolution of Senescence", Evolution, Dec. 1957, 11, 398~411. 한국어 번역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2. 포괄 적합도 항목을 참고하라.
  3. 현재 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생충의 압력 때문이라는 '붉은 여왕 효과' 설에 의한 설명이 가장 유력하지만, 윌리엄즈는 적어도 1990년대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
  4.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세 저서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의학에 진화론이 어떤 함의를 띠고 있는지 이해를 매우 증진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정작 윌리엄즈 본인은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은 듯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