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문

"걱정마세요. 저희들은 친자매보다도 더 사이가 좋답니다. 조공자의 걱정거리가 될 일은 없을 거에요."[1]

풍종호의 무협소설 『광혼록(狂魂錄)』에서 최고의 일곱 미인으로 꼽히는 칠미(七美) 중 한 명으로, 혈적신군(血笛神君) 주운랑의 제자이다. 사실은 주운랑의 딸인데, 주수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성격은 몹시 쾌활하고 활기차 잘못을 한다 해도 울상을 짖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는 뻔뻔함을 무장하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인 주운랑은 꽉 막힌 선비 같은 성격이지만, 딸인 주수문은 정반대의 성격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사모이자 어미인 철소선자(鐵簫仙子)의 성격을 물려받은 것 같다.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악기 연주 솜씨도 이어받았는지 피리를 매우 잘 불어서 별호가 비적(飛笛)이다.

주수문도 이 년 전에 소주(蘇州)에서 칠미의 모임에 참여한다. 그때 굴러다니는 밥통이던 조수인을 보고 풍가화와 함께 장난삼아 놀린다. 풍가화가 유경화의 목소리를 연기했다면, 주수문은 특유의 몸놀림으로 자신이 유경하인척 연기를 한다. 이후 사부 주운랑을 따라 남만까지 갔으나, 답답함에 가출하여 중원으로 돌아오고, 피리를 불어서 돈을 버는 일로 생업을 꾸리며 여행을 하다가 형주(衡州)에서 조수인과 풍가화를 다시 만난다. 풍가화를 통해 조수인이 과거의 그 밥통이었음을 알았음에도 전혀 거리낌 없이 행동하며, 오히려 조수인의 행동이 재미있다며 그의 일행에 합류한다.

수밀계(樹密界)에서는 대영웅대회에서 정신을 놓아버린 조수인을 남아서 홀로 전담으로 돌보면서 혈선교(血仙敎)와의 최종결전에도 본의 아니게 참여하는데, 혈선교의 수괴인 금권자(金權子)가 얘기할 때 그저 조수인을 꾸미기만 한다. 이에 금권자가 놀림을 당하는 것 같아 제일 먼저 죽이려 하나, 조수인의 방어를 뚫지는 못한다. 싸움이 끝난 뒤에는 조수인에게 남아있는 혈적신군의 보법인 이화보(移花步)의 독특한 탄법을 공손이가 알아 보고, 이로 인하여 주수문의 과거의 잘못이 드러난다. 주수문에게 사실을 전해들은 공손이는 그녀에게 유경하의 얼굴을 뜬 면구와 변성법을 건네주면서 조수인의 기억에만 남아있는 유경하를 연기하게 한다. 이로써 조수인은 제정신을 찾게 된다.

조수인이 천절(天絶)로 불리게 되는 이야기는 볼 수 없으므로 여타 등장인물들처럼 각 장 서두에 나오는 미래의 만담에서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위에 언급한 결혼 복선이나 조수인의 유경하에 대한 마음을 살짝 질투한 것 같다. 이에 유경하가 주수문한테 핀잔을 주는 대화 등을 보면 아무래도 풍가화와 함께 결국 조수인에게 시집간 듯싶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조수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때도 이미 마음이 있었던 듯도···.
  1. 죽어가는 조대인이 사이좋게 지내달라며 부탁의 말을 하자 주수문이 나서서 시원스런 웃음을 지으며 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