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한국의 영화. 2000년 개봉. 감독 및 주연 류승완.

1 스토리

4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으며 기본적으로 연대기순으로 내용이 쭉 이어진다.

1.1 패싸움

공고생 석환과 성빈이가 당구장에서 예고생들과 시비가 붙어 격렬한 패싸움 끝에 성빈이 예고생의 머리를 병으로 때려 죽게 만든다. 류승완 감독이 가장 먼저 찍은 단편.

1.2 악몽

살인죄로 감옥에서 7년을 복역하고 나온 성빈이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폭력의 세계에 물들게 된다는 이야기. 감독의 의도로는 공포 장르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부에서 성빈에게 살해당한 예고생이 계속 귀신으로 출몰한다(…) 특히 그 죽은 학생이 성빈의 시선에서 갑작스레 다가오는 샷은 딱 봐도 여고괴담[1] 이 떠오를 정도.

7년간의 복역 기간을 마치고 출소한 성빈은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 식사를 하지만 결국엔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성빈을 대놓고 무시하고 욕을 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결국, 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당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형이랑 같이 포장마차에서 같이 술을 마신다. 결국 형의 주선으로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게 된 성빈은 어느 날, 자동차 정비소를 자주 들르는 폭력조직의 보스인 태훈을 보게 된다.

한편, 형사[2] 한 사람이 성빈을 찾아와서는 자신의 담당 구역에서 절대로 사고를 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가면서 성빈은 죄책감과 죄책감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기가 죽인 예고생의 환영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다른 조직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태훈을 목격한 성빈은 태훈을 폭행하는 다른 조직폭력배들을 자기가 죽인 예고생으로 보는 착각을 일으켜 주먹을 마구 휘두르고 태훈을 구해주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자기가 일하는 자동차 정비소에 담당 구역에서 사고를 치지 말라고 경고했던 그 형사가 찾아오면서 결국 성빈이 살인 전과자라는 것이 드러나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해고를 당하게 된다. 결국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 성빈은 태훈의 권유로 인하여 조직폭력배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조직폭력배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성빈은 자신을 괴롭혔던 그 형사를 아파트에서 칼로 찔러서 살해하게 되면서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1.3 현대인

강력계 형사가 된 석환과 조폭 태훈의 인터뷰와 싸움을 교차로 보여준다. 류승완 감독이 두번째로 연출한 단편으로 1부와 3부를 잇기 위해 2부에서 강력계 형사가 된 석환과 후에 성빈을 거둬 들이는 조폭 태훈을 등장시켰다. 이 때, 주차장에서 형사인 석환과 조직폭력배인 태훈이 일 대 일로 싸우는 장면과 석환과 태훈이 각자 자신이 걸어온 형사로서의 길, 조직폭력배로서의 길을 인터뷰 형식으로 말하는 장면이 교차로 나온다. 결국 악으로, 깡으로 버틴 석환이 태훈을 검거하게 된다. 태훈이 검거되면서 조직의 실세는 성빈이 된 듯.

1.4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석환의 동생인 상환이 등장한다. 철없는 상환은 야간 고등학교 따위 때려치우고 조직폭력배가 되고 싶어하고 성빈의 밑으로 들어간다.[3] 조직폭력배가 되고 싶은 상환은 진짜로 성빈을 찾아가서 자신을 받아달라고 한다. 성빈은 상환이 석환의 동생인걸 알고 칼받이로 보내고[4], 분노한 석환은 성빈과 당구장[5]에서 처절한 싸움을 한다. 이 때, 석환과 성빈의 당구장에서의 일 대 일 싸움과 상환을 비롯한 다른 칼받이 인원들[6][7]과 상대방 조직폭력배들[8]과의 싸움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칼받이로 나갔던 인원들은 상대방 조직폭력배들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고 완전히 떡실신당하고 나중에는 칼받이 인원들의 대장을 포함하여 전부 다 상대 조직원들에게 회칼에 찔려서 살해당한다. 칼받이 인원들이 상대방 조직폭력배들에게 완전히 발리면서 비참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인상적이다.[9][10] 상환 역시 불리한 상황에서 주먹을 마구 휘두르다가 회칼에 복부를 수 차례 찔리고 결국 절명하고 만다. 칼에 찔려서 천천히 죽어가는 상환은 자신이 꼬드긴 고등학교 친구들을 비롯한 나머지 칼받이 조직원들이 상대 조직원들에게 회칼에 찔려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동경하던 조직폭력배들의 세계가 끔찍한 폭력의 현장임을 알게 된다. 석환 역시 성빈과 싸우다가 두 눈을 잃게 되고 결국 완력으로 성빈의 목을 졸라서 죽이게 된다. 성빈은 죽어가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가 죽인 예술 고등학교 학생의 환영을 보게 된다. 성빈이 죽은 뒤에 눈이 먼 상태로 홀로 당구장에 남은 석환은 울부짖는다.

2 개봉되기 까지

류승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2000년 개봉. 류승완 감독이 이전에 만든 단편 두편과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찍은 챕터 두편을 묶어서 개봉한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다. 97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촬영 후 남은 자투리 필름으로 류승완 감독이 패싸움이란 단편을 만들었고, 이후 98년에 또 다른 단편 현대인을 완성하여 단편 영화제에서 상까지 타게되자 이 단편을 묶고 내용을 추가하여 한편의 극장용 영화를 만들어보자해서 완성된 작품이다. 첫 단편이 만들어지고 극장에 개봉하기까지 3년 걸렸다.

당시 기준으로도 적은 제작비인 6500만원으로 완성되었으며 16mm 영화 중에는 처음으로 극장개봉한 작품이다. 전국 4개관으로 흥행은 전혀 기대도 안하고 개봉했는데 2주만에 손익분기점(1만명)을 돌파하고 압도적인 좌석점유율을 기록해 후에 35mm 로 블로우업하고 전국 20개관으로 관수도 늘여서 종영할때까지 8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저예산 영화계에서는 지금도 레전드로 회자되는 작품.

개봉시기가 하필 영화 비천무상영시기가 겹쳐서 우려했었으나, 기우였었다. 톱스타배우 캐스팅에 유명한 원작만화를 근간으로 하여 제작했고, 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지금은 40억이면 평균 제작비지만, 당시 40억 가지고 보통 영화 3~4편은 만들수 있었다.)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나 연기력 모두 캐 시망이라 많은 관객들이 실망감만 얻었었다. 40억이라는 돈을 투자했어도 6500만원밖에 안들어간 '죽거나..'보다도 못한 작품성 때문에 더욱더 '죽거나...'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3 개봉 이후

류승완이라는 이름을 단번에 충무로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사실 첫작품에서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두어서 이때부터 감독으로서 방황하게 되어 훗날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너무 성공하는것도 좋지 않다'는 식으로 회고하기도 하였다.

류승완의 동생 류승범의 배우 데뷔작이기도 하다. 너무 리얼한 양아치 연기때문에 관객들이 이거 감독이 어디서 진짜 양아치를 데려왔나 알아챘을오해했을 정도.

류승범 뿐만이 아니라 정재영[11]임원희의 얼굴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정재영은 극 중에서 성빈의 형으로 등장하고 임원희는 성빈을 감시하고 자기 담당 구역에서 사고를 치지 말라고 협박하다가 결국 성빈에게 끔살당하는 형사 역으로 나왔다.

또한 2번째 에피소드인 '악몽'편에는 극중 성빈의 아버지 역에 별들의 고향(1974),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바보선언(1983)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 이장호가 특별출연하여 명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성빈이 일하는 카센터의 사장 역으로 중견배우 기주봉이 특별출연하였다.

충무로 액션키드라는 별명의 류승완 감독이지만, 정작 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꽤 진지하게 폭력의 연쇄를 다루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며 폭력의 결과는 자멸이자 공멸이라는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맨 마지막에 예레미아 10장 23절의 구절("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나이다.")이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11장 23절이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맨 끝 장면의 상환의 비참한 최후에 나오는 노래는 프라즈마, 스트레인저, 디오니서스, 사하라 등의 그룹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이시영[12] 을 주축으로 하는 그룹 모비딕의 'It is the end'라는 곡이다.

  1. 류승완 감독이 여고괴담 1편의 소품부로 있었다.
  2. 임원희.
  3. 삐끼들과 시비가 붙어서 패싸움을 하다가 파출소에 잡혀갔는데 이 때, 삐끼들을 데려가려고 파출소를 방문한 성빈을 보고 조직폭력배에 대한 동경이 더 커지게 되었다.
  4. 처음에는 무작정 받아주고 칼받이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성빈은 상환이 석환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상환에게 두둑하게 용돈을 주면서 "건달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돌려보낸다. 하지만 예전에 자신이 죽인 예술 고등학교 학생의 기억이 계속 떠오르게 되어 결국 석환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상환을 받아주고 칼받이로 보내게 된다.
  5. 예전에 성빈이 실수로 예술 고등학교 학생을 죽였던 그 당구장이었다.
  6. 상환의 꼬드김으로 같이 작업에 나간 고등학교 친구들도 있었다. 상환과 같이 다니는 다른 한 명의 친구가 더 있었는데 이 친구는 진짜로 조직에 들어가려는 상환에게 실망하여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너, 그 상태로 조직에 들어갔다간 고기들 사이에서 칼받이 밖에 안 돼!"라며 말렸지만 상환은 듣지 않았다.
  7. 결국 나중에 이 친구가 상환의 형인 석환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환이 폭력조직에 가입했다는 것과 조직들 간의 싸움에서 칼받이로 나갔음을 알려주게 된다.
  8. 단순한 조직원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른 조직과의 싸움을 담당하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무리들이었다.
  9. 상환의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 하나는 칼받이 인원들이 박살나는 와중에 와들와들 떨면서 주님의 기도를 외운다.(...) 그리고 상환의 다른 친구 역시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맞고 촛대뼈까지 부러지자 "엄마!"라고 울부짖는다.
  10. 이 결투장면은 영화 제작 당시 개봉했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오는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개봉당시 배우 최민식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며 이를 지적한 바 있노라고 류승완 감독이 영화 코멘터리에서 직접 언급했다.
  11. 엔딩 크레딧에서는 정재영이 아니라 본명인 '정지현'으로 이름이 뜨며 우정출연이라고 되어있다.
  12. 2015년 2월 현재 대구예술대학교 전임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