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준비제도

Fractional Reserve System.

1 개요

은행이 전체 예금액 중, 일정%이상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전체 예금액 대비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며, 대한민국의 경우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이다. 물론 실제로는 시중은행들은 법정지준금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지준금'이라 한다. 예금액 대 대출액의 비율인 예대율과는 다르다.

가령 어떤 은행이 1억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중 최소 700만 원(7%)은 예금주들의 수시 인출ㆍ결제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이 실제로 보관하고(시재금), 나머지 9300만 원은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우리가 예금한 현금을 은행이 전액 보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그건 그냥 금고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만 남겨두고 그 외 전액을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에게 대출해 준다. 투자은행의 경우는 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돈을 불린다.

당연히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예금만 받는다고 돈이 벌리지 않는다. 예금이란 금융업을 하기 위한 밑천을 만들기 위해 받는 것이고, 우리가 맡긴 예금을 토대로 돈놀이를 해서 돈을 불린다. 은행이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돈놀이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은행의 종류가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통한 돈놀이만 가능하다. 시중은행에서 접할 수 있는 파생상품과 같이 위험한 투자상품은, 대주주는 은행이지만 이름만 같고 은행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것이다(예를들어 'XX은행'이라면, 'XX투자증권', 'XX보험' 등.)

2 지급준비제도의 함정

AA국의 aa은행의 지급준비율이 10%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자. 이 은행에 고객들이 10억 원을 예금해 놓았다면, 은행은 1억 원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9억 원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거나,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거나,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등 마음대로 굴려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제 은행 금고에는 1억 원의 현금밖에 없지만, 장부 상에는 9억 원 역시 부채, 주식, 현물 등 '자산'의 형태로 남기 때문에 은행은 대외적으로 "우리는 10억 원의 자산을 갖춘 은행"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산 가치를 근거로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와서 투자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왜냐면 똑같이 수익률 10%인 투자처에 투자해도 1억 원을 투자하면 천만 원이 남지만, 이자율 8%로 9억 원을 더 빌려 와서 10억 원을 투자하면 수익 1억 원이 남고, 그럼 빌린 돈 이자 7200만 원 갚고도 2800만 원이 남아서 그냥 1억 원만 투자했을 때보다 세 배 가까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 하며, 각 기업, 은행, 금융기관 등은 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가능한 한 외부에서 돈을 많이 빌려다 투자하기 위해 가능한 한 자기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선전한다.

그런데 이렇게 9억 원을 밖으로 돌리고 있는 동안, 뜻밖에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2억 원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태, 즉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에는 현금이 1억 원밖에 없기 때문에 예금주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 이를 두 글자로 줄이면 부도. 게다가 계약 위반 혐의가 추가되어 은행주는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또한 이 은행이 위험하게 굴리던 9억 원의 투자가 잘못되면, 이 은행이 10억 원 상당의 자산을 갖고 있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이 은행에 투자한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이 은행과 함께 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지급준비제도는 사실 인플레이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3 거시경제학에서의 지급준비제도

거시경제학에서 지급준비금(fractional reserve system)은 위에서 언급했듯, 은행이 돈을 만드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만약 10억 원이 있는데, 지급준비율이 10%라면, 1억 원만 보유하고 9억 원을 돌릴수 있지만, 지급준비율이 20%라면, 2억 원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8억 원밖에 돌릴 수 없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냐고 한다면, 은행이 다루는 돈이 비단 1억 원이겠는가?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 은행이 돈을 1천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지급준비율이 20%라고 한다면, 이 첫 번째 은행이 두 번째 은행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은 800원이다. 200원은 지급준비금으로 첫 번째 은행이 가지고 있게 될 것이다.[1] 이 두 번째 은행은 받은 800원을 세 번째 은행에 준다고 한다면, 640원을 빌려줄 수 있다. 위와 같이 20%는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세번째 은행이 네번째 은행에 준다면 512원을 빌려줄수 있고, 409.60원, 327.68원, 262.14원, 209.72원, 167.77원, 134.22원 [2] 이렇게 무한히 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10번째 은행까지 예를 들었는데 첫번재 은행이 가지고있는 1000원부터 [3] 10번째 은행이 가지고 있는 134.22원까지 더한다면 총 4463.13원이 된다.

이걸 무한히 반복한다면 1000원이 5000원, 10000원,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돈 불리기가 완성된다. 즉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처음에 은행이 가지고 있던 예금액보다도 훨씬 많은 통화(은행 신용액)가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다. 실제로 실제 통화량 중 90% 이상은 정부가 발행한 것이 아니라, 이 지급준비제도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통화량이 늘어나는게 매우 인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통화 공급이 팽창하면서 구매 경제력(화폐 가치)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의 영원한 친구 수학을 도입해서 계산을 한다면,
[math]M=ID/LRR[/math]
[math]m=1/LRR[/math][4]
즉, 잠재 통화 지수와 최초 예금액을 곱하면 만들 수 있는 최대 금액이 나오는 것이다. 잠재 통화 지수는 지급준비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합쳐서 말하자면 지급준비율에 따라서 은행이 만들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위의 예시의 계산을 공식으로 계산하면, 1/20%,즉 5가 되고 최초 금액인 1000원 x 5를 하면 최대 만들수 있는 금액은 5천원이 되는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정준비율을 통해서 돈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4 관련항목

  1. 예를 간단하게 들기 위해, 은행에 계속 빌려주는 형태로 설명한다. 물론 개인에게도 빌려줄 수 있고 다른 용도로 활용 또한 가능하다. 투자은행이라면 투자를 한다든가.
  2. 20%씩 은행이 가지고 나머지 80%는 다른 은행에 빌려주는 식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위에서 설명한 은행의 돈불리기.
  3. 800원이 아니고 왜 1000원이라고 하냐면, 빌려준 금액도 첫번째 은행의 자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4. 문법상, 영어로 표기함. M=최대금액, m=잠재 통화 지수(potential money multiplier, ID=최초 예금액(Initial deposit) LRR(%)=지급준비율(Legal reserve requirement)